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3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33화(43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33화
그렇다.
물론 쇼케이스라고 해 봤자 기자들이랑 팬들 모아 놓고 이번 앨범 활동 무대를 선보이고 간단한 질의응답으로 소통하며 앨범과 곡을 소개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까지 OA 라이브로 뮤비 리액션 및 간단한 앨범 소개만 진행해 왔다. 그러니 우리 멤버들한테는 낯설 수밖에.
이번 정규 2집으로 멤버들에게 처음 경험시켜 주는 게 꽤 많군.
앨범 기획 방식도 그렇고, 쇼케이스도 그렇고, 타 프로듀서의 프로듀싱 체험도 그렇고.
쇼케이스는 굳이 정의하자면 콘서트나 팬미팅이랑은 결이 다르고 훨씬 소요 시간도 부담도 적은, 기자들과 팬들 앞에서의 ‘신곡 소개 및 홍보의 장’. 솔직히 이 연차 먹고 긴장할 만한 건 아니었다.
회귀 전에도 몇 번 경험했던 기억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회귀 전이 회귀 후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고.
그때도 이맘때보다는 조금 더 연차가 찼을 때 했던가? 세월이 제법 지나서 그런가 이런 사소한 기억들은 가물가물했다.
그래도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감이 있긴 한지 나머지 멤버들은 다들 콘서트 못지않게 빡세게 쇼케이스를 준비했다.
“거의 반년 만에 컴백하는 건데 왜 이렇게 텀이 짧았던 것처럼 느껴지지? 우리 ‘몽유별곡’ 활동 분명히 작년 10월 아니었어?”
서예현이 드러누운 채로 중얼거렸다. 저번 주까지는 쉬는 시간까지 강박적으로 안무 영상을 보고 있더니만 휴대폰 없이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는 걸 보아하니 이제는 안무를 완벽하게 익혔다고 마음을 놓은 모양이었다.
그러는 저 모습이 눈엣가시처럼 얄미워 보이기보다는 퍽 대견한 걸 보니 그래도 내가 서예현이랑 심리적 거리가 꽤 가까워지긴 했나 보다.
“그만큼 형님이 뒤지, 아니, 엄청 굴렀다는 소리입니다. 저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고생한 것 같아서 이 아우는 참 기쁩니다.”
“와, 이게 무슨 놀부 심보지? 같은 팀 멤버가 고생하는 게 기뻐?”
“기쁘죠. 형님만 혼자 시간이 느리게 느껴질 정도로 꿀 빨았으면 괘씸해서 다음 녹음 때 가이드녹음 없이 굴릴 뻔했는데 안 그래도 되잖습니까.”
“나 말고 하준이로 치환해 봐. 그래도 기뻐?”
“흠, 그건 좀….”
서예현이 내게 휙 집어던진, 물 반쯤 남은 패트병을 팔을 뻗어 가볍게 허공에서 낚아챘다. 애초에 내 몸보다는 내 앞에 떨어지도록 던진 패트병이라 딱히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진짜 이번에는 유독 시간이 빨리 갔거든? 왜지? 무려 6개월이나 시간 있었는데 준비 시간도 빠듯한 것 같았고?”
“그냥 예현이 형 파트가 늘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류재희가 정곡을 짚었다.
서예현의 파트는 이전보다 확 늘었다.
이전에 때였나, 음원 유출로 난리가 났을 때조차 파트 분량으로 나를 패고 있던 서예현의 개인팬들이 이번 곡을 들으면 눈물 흘리면서 승천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 곡에 내 목소리보다 서예현의 목소리가 한결 어울리는 게 서예현의 파트 분량을 확 늘리는 것에 한몫했다.
내 랩 스타일이야 내가 자유자재로 비틀 수가 있다지만 음정은 기계로 손보는 것밖에 답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기계음은 딱히 이번 곡에 어울리지 않지.
그리고 이제 서예현의 가망 없다 생각했던 랩 실력을 다룰 줄 알게 된 이상 굳이 내가 랩파트를 대부분 차지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서예현의 파트 분량을 늘려 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서예현의 파트가 적은 건 사실이었고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서예현의 파트 분량을 그렇게 고수한 건 곡의 퀄리티를 위해서였지 딱히 서예현에게 사감이 있어서는 아니었으니까. 퀄리티에 문제가 없다는데, 아니 오히려 더 퀄업을 할 수 있다는데 계속 고수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철저한 실력 지상주의로 배분을 했으니 실력을 늘린 이상 파트도 늘려 줘야지, 어쩌겠는가.
나도 지금까지 많이 해 먹었던 터라 파트가 줄어드는 게 딱히 아깝지는 않았다.
물론 서예현의 실력이 늘어난 건 내 몫이 8할이었다.
내 가이드에 맞추어 연습한 서예현의 공도 조금 쳐 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역지사지를 겪고 서예현의 고초와 스타일을 이해한 내 공이 훨씬 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무튼 그랬다. 서예현도 아마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서얼마 양심 없이 본인 몫을 8할이라고 주장하겠어?
내가 인자하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자 왜 저렇게 보고 난리냐고 서예현이 팔을 마구 문지르며 파드득 떨었다. 하여간.
“형이랑 제 버즈량 늘어난 게 이번 컴백으로 다 유입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진짜 대중성은 따 놓은 당상인데. 대중 픽 받아서 주간 14주 1위 찍었으면 좋겠다.”
류재희가 간절한 목소리로 바랐다. 그 정도면 대상은 확정인데, 이번에 대상 한 번 받아야지. 물론 한 번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기왕 기록을 세울 거면 박살 나기 어려운 기록 한 번 저 위에 찍어 줘야 하지 않겠나.
“안 좋게 버즈량 오른 것도 아니니까 곡 나왔으니 관심 정도는 가지겠지. 그러니까 차트 1, 2, 3위도 나란히 찍은 거 아니겠냐?”
류재희의 버즈량이 늘어난 이유야 서라온 선배님과 함께 부른 의 원곡 남성 보컬 상대적 올려치기 때문이라지만, 나는 곡 발매도 예능에 얼굴 내미는 것도 없이 갑자기 버즈량이 확 늘어났다.
만두피 떡볶이? 회오리오믈렛? 그런 요리들은 내 이름 붙여서 낸 것도 아니라 언제나 그렇듯 만든 사람보단 메이킹 및 맛보기 도전이 유명해졌지 그걸 만든 나는 뭐, 한 번씩 유행의 시초로 언급이나 되는 게 전부였다.
이제는 나 말고 요리 너튜버들이 더 언급되더라.
하긴, 만두피 안에 스트링치즈, 모짜렐라 치즈, 새우, 이런 온갖 것들을 넣어 떡을 대체해 무슨 미슐랭 고오급 퓨전 요리를 만들어 내는데 개밥 비주얼의 찢긴 만두피 떡볶이 따위가 차지할 자리가 있겠어.
가끔 누군가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면서 오리지널을 올릴 때나 내가 소환될 뿐이지.
답글로 제대로 만들어진 만두피 떡볶이 사진 올리면서 우리 결과물은 순정이 아니라 덜 진화된 거라고 올린 놈, 너는 평생 불어 터진 떡볶이만 먹고 살아라.
“하긴, 저희 컴백 타이밍이 꽤 괜찮았어요. 저희 활동 날짜 잡으면서 아무도 그걸 짚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운이 따라 주는 듯요.”
“그러니까. DTB 예선 날짜랑 며칠 차로 미묘하게 겹칠 줄이야. 이든이가 작년 시즌에 우승한 게 이렇게 또 도움이 되네.”
견하준이 동의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이 형 드라마까지 딱 방영됐으면 유입이 아주 기가 막혔을 텐데, 아쉽네여.”
“글쎄….”
견하준이 슬쩍 말을 돌렸다. 아직도 드라마의 성공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모양이었다.
원래 예상치 못했을 때 터져야 더 서프라이즈하고 감동적인 법이지.
아무튼 내 버즈량이 늘어난 이유는 내게 망할 요리 고자라는 별명을 안겨 줄 뻔했던 요리 예능이 아니라 때문이었다.
DTB 시즌 5 1차 예선이 드디어 열린 것이다.
공고야 진작 됐고 우리 선공개곡이 발표되기 이틀 전인가 사흘 전인가에 1차 예선이 열렸다.
내가 나간 시즌 4 때처럼 예선 지원자가 얼마나 되는가, 이름이 알려진 지원자가 예선 대기 장소에서 보였는가로 꽤 떠들썩했다.
어째 저번보다 지원자가 더 많아진 것 같은 아이돌 래퍼들도 기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제 걸그룹 래퍼들도 제법 나오더라. 작년에도 보였던 익숙한 이름들도 눈에 들어왔다.
DTB 5 1차 예선 현장, 아이돌 래퍼 대거 참가… 제2의 윤이든이 될 주인공은 누구?
-제2의 윤이든ㅋㅋㅋㅋㅋㅋㅋ 언더래퍼 중에서 찾아도 빡칠텐데 겨우 아이돌래퍼따리한테 우리형 주니어 타이틀 붙여주려고 벌써 지랄하네 ㅅㅂㅋㅋㅋㅋ
-그래서 여기에서 언더출신 몇명? 제2의 윤이든 ㅇㅈㄹ하는데 쟤네 다 우리형한테 비빌 급이나 됨?
-괜히 쓸데없이 힙합한답시고 기어나와서 DTB 망치지 말고 제발 주제파악좀 니들이 윤이든급임?
-뭐 나올 수야 있지 그런데 나와서 윤이든이 올려놓은 아이돌래퍼 위상이랑 평가 다시 땅에 처박으면 욕 ㅈㄴ 처먹는거지 뭐
-에휴 윤이든 때문에 DTB가 아이돌 홍보의 장이 되어버렸구먼
└?? 그저 아이돌 래퍼로 재능 안 썩히고 우리 앞에 강림해주셔서 힙합 르네상스를 열어주신 우리형이 무슨 잘못임? 황새 따라가려 하는 뱁새놈들이 문제지
나는 존재조차 몰랐던 동생들이 우리 형 기분 나쁘게 어딜 우리 형한테 비비냐고 나보다 늦게 DTB에 출연한 죄로 졸지에 제2의 윤이든 타이틀을 노리는 놈이 되어 버린 아이돌 래퍼들을 신나게 패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별생각 없었다.
내가 제2의 누구누구로 불린다면 몰라, 남들이 제2의 나로 불린다는데 그 친구 실력이나 인성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는 한은 상관없지 않나?
아이돌 래퍼들이 작년보다 더 많이 참가한 현상에 전년도 우승자이자 마찬가지로 아이돌 래퍼인 내가 끌려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한 명 나올 수도 있지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말자 힙합이 무슨 성역도 아니고 아무나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건데 뭐가 대수?
너무 과열되는 분위기에 자중하자는 댓글 하나 던져 놓았더니 바로 줄줄이 달리는 답글에 그냥 삭제한 적도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류재희는 댓글 하나로 막 흐름 바꾸고 그러더니 왜 나는 안 되지.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내가 과연 팀 프로듀서를 맡게 될 것인가에도 제법 관심이 쏠렸다. 아직 DTB 5 팀 프로듀서는 공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나는 솔직히 방송 시작한 것도 아니고 겨우 1차 예선 열린 걸로 내가 이렇게까지 끌려 나올 줄은 몰랐지.”
머쓱하게 대꾸하며 서예현이 던진 패트병의 뚜껑을 까 반쯤 남은 물을 들이켰다.
“연습이나 하자. 버즈량이고 뭐고 내일 쇼케이스에서 실수하면 팬들에게 보여주는 우리 정규 2집 첫인상부터 망하는 거 알지?”
쉬는 시간도 끝났겠다, 몸을 일으키며 말하자 멤버들도 나를 따라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하긴, 기사부터 쇼케이스에서 실수했다고 나갈걸요.”
“도빈아, 그 말을 왜 나를 보면서 해! 나 이제 실수 안 하잖아!”
“아니, 왜 그러세요. 저는 허공 보면서 말하기는 그래서 그냥 옆에 있는 형 보면서 한 건데….”
“냅둬라, 도빈아. 형님이 많- 이 찔리시나 보다. 과거라도 떠오르신 모양이지.”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한 마디 얹는 네가 제일 얄밉다.”
오우, 이만하면 내일 쇼케이스 무대 오르기까지 다들 충분히 긴장 풀린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