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3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37화(43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37화
내가 먼저 잡도리를 안 하는 게 신기하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내가 나서 주기를 바라는 건지 멤버들이 자꾸만 나를 힐긋거렸다. 내가 나설 생각을 하지 않자 결국 서예현이 나섰다.
“너 누군데?”
“그, 이해원인데요… 열네 살이고요…”
오랜만에 듣는 이름과 오랜만에 본 얼굴에 회귀하고 뒷전이 되어 깊숙이 묻어 놓았던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다시 이렇게 마주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도 그럴게 당장 LnL 여자 연습생만 해도 회귀 전 데뷔했던 익숙한 얼굴은 딱 한 명이었다. 우리가 뜨고 LnL Ent 이름값이 높아지며 연습생을 뽑는 기준도 그걸 따라 꽤 높아졌다.
아끼던 후배라고는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꼈다기에도 후배라기에도 애매했다.
이해원은 내 기억의 마지막까지 아직 데뷔를 하지 않은 연습생 신분이었으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신경 쓰여서 조금 챙겨 준 걸 과연 아꼈다고 할 수 있나 싶어서 말이다.
물론 과거의 나는 제일 힘들었던 그 상황의 내가 남한테 보낸 그 정도 선의는 충분히 큰 거니 저 녀석을 아꼈다고 당당하게 말했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현재 류재희에게 쏟는 신경의 반도 안 썼다.
이전보다 빨리 마주했네. 그때는 저 녀석이 열여섯 살이었나, 열일곱 살이었나 그랬는데.
“그래, 네 이름이 이해원인 건 이제 알겠고, 누구냐고. 누군데 이 밤중에 남의 연습실에 들어와 있어?”
물론 나는 회귀 전의 기억도 있고 당시 인연도 있었기에 녀석의 이름만 듣고도 사생이 아니라 우리 소속사 연습생임을 바로 알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알 리가 없었기에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저를 향한 날카로운 태도에 이해원이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도둑놈 아니고 LnL 연습생이에요. 진짜예요. 저 그때 선배님들께서 떡볶이 나눠주실 때 라이브 방송에도 잠깐 얼굴 비쳤는데…!”
허둥지둥거리며 라이브 방송본이라도 보여 줄 것처럼 제 휴대폰을 찾는 이해원을 향해 나지막하게 물었다.
“네가 걔지? 자작곡으로 오디션 봤다는?”
얼마 전에 A&R팀에게 건너 건너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어린애라서 기대 안 했는데 자작곡이라고 부른 곡을 들어 보니 제법 싹이 보인다고, 자체 프로듀싱 그룹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겠다나, 뭐라나.
회귀 전을 생각하면 헛웃음만 나오는 말이었다. 회귀 전에는 그놈의 자체 프로듀싱 해 준다고 해도 그렇게 사람 말을 씹어 대더니 이제는 그게 명맥으로 이을 정도의 소속사 자부심 타이틀이 되다니.
멤버들의 시선도 이해원에게서 내게로 옮겨졌다. 멈칫하며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이해원이 곧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러면 진짜 연습생 맞는 건가?”
“난 또 출입증 주운 가출 청소년인 줄.”
“형님, 대체 어떤 가출 청소년이 소속사 연습실에서 잠잘 생각을 하겠습니까. 형님이나 할 생각이지 보통 사람들은 생각도 못 합니다.”
“보통 사람이 가출하겠냐?”
멤버들의 눈에 서렸던 경계심도 내가 연습생인 걸 보증해 주고 나니 싹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가 무단침입을 혼낼 거라 생각한 건지 여전히 초조한 얼굴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해원을 김도빈이 안심시켰다.
“괜찮아. 우리 소속사가 선배 연습실 들어왔다고 연습생 쫓아내는 그런 매정하고 깐깐한 소속사는 아니야.”
“그래, 그런데 달래려면 그 소화기부터 내려놓고 말해라, 도빈아.”
김도빈이 대체 언제 들었는지도 모를 소화기를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그걸로 사람 치면 우리 연예면이 아니라 사회면 1면 데뷔야, 인마.
말을 얹지 않고 가만히 있던 견하준이 한마디 툭 던졌다.
“그런데 문 잠겼을 텐데 어떻게 들어왔어?”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풀린 분위기에 경계심을 다시 심어 줄 만큼 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맥 빠질 만한 대답이었다.
“핀으로 따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이해원이 조심스럽게 실핀을 꺼내 보여주었다. 견하준의 눈에서도 의심의 빛이 사라졌다.
대신 이해원을 보는 표정이 무슨 이런 놈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냥 안 써서 잠가 놓은 빈 연습실인 줄 알았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이해원이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나보다 열 살은 어린 애가 이러고 있으니 꼭 우리가 어린애 겁박하는 못된 어른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도 그랬다.
다만 회귀 전과 다른 점은 단둘이 마주하고 있지 않고 다섯 명과 이해원 한 명, 이렇게 마주하고 있다는 거였다.
왜 그 밤중에 나 홀로 연습실에 갔던 건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내 소지품을 찾으러 갔던 건지, 아니면 류재희나 견하준의 부탁을 받아 소지품을 챙기러 갔던 건지.
참, 그리고 이 녀석이 그때는 레브 연습실인 걸 잘 알고 있었던 것도 다른 점이군. 레브 연습실인 걸 아는 연습생들이 올 일이 없어서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 처박혀 있었댔나.
아무튼, 당시의 나는 답지 않게 변덕을 부려 저 녀석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었고, 이해원이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다가 결국 아이돌로 진로를 틀어 기획사 오디션을 보다가 결국 LnL에 연습생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싱어송라이터 꿈꾸던 놈이 하필 들어와도 여길 들어오냐. 나도 그렇지만 너도 참 네 팔자 꼬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그런데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어서요…’
그럴 만도. 괜히 내 모습과 겹쳐 보여 관심이 가는 바람에 연습생 월말 평가 영상으로 알아보고 직접 지켜 본 이해원은 다 애매했다. 보컬도, 춤도, 랩도.
물론 그래도 데뷔 초의 서예현보다는 실력이 훨씬 나았다. 이해원은 서예현 정도의 얼굴도 아니라서 데뷔 초의 서예현 실력이었으면 LnL도 못 들어왔지. 서예현은 자기 얼굴에 감사해야 한다.
이해원은 그저 김도빈의 보컬과 뉴본 들어가기 전의 내 춤 실력과 류재희의 랩 실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 연습실에서 울고 있던 특별한 이유가 있어?”
“아니요, 그냥 저희 연습실은 지금까지 연습하시는 형들 계셔 가지고요. 전에 비상구 계단에서 울다가 한소리 들어서 비상구 계단 피하고 빈 곳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올라온 거라서… 레브 선배님들 연습실인지는 정말 몰랐어요.”
이해원이 거의 랩하는 수준으로 다급히 이유를 좔좔 늘어놓았다. 그 짧은 순간에서도 랩 재능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도 보컬 레슨 죽어라 받아서 보컬 실력 좀 올려 놓고 프로듀싱으로 특색 잡으라 했던가, 내가? 물론 그게 LnL에서는 먹힐지 모르겠다는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도 곁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연습실에 들어온 이유는 이제 충분한 것 같고. 네가 지금 울고 있는 이유도 말해봐. 형이 해결해줄 수 있는 범위 내면 해결해 줄게. 혹시 텃세나 연습생 간의 군기가 있었어?”
“아니면 따돌림? 괴롭힘?”
류재희와 김도빈이 본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차례로 물었다. 류재희는 특히 집요했는데 어릴 적에 TK에서 텃세와 군기로 고통받던 제 모습이 겹쳐 보인 모양이었다.
현재의 이해원이 그때의 류재희보다 더 어리니 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또 다시 고개를 저은 이해원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월말 평가 때문에… 첫 월말평간데 개인 평가도 그렇고, 저 때문에 팀 평가 망친 것 같아서…”
열여덟 살의 모습이 내가 그나마 제일 생생하게 기억하는 모습이었는데, 첫 만남보다 훨 어려진 녀석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제법 연차가 있는 연습생이었던 과거와 달리 첫 월말 평가를 마친 때가 우리의 첫 만남이라니.
“괜찮아. 그거 별거 아니야. 나중에 만회하면 되지.”
류재희가 퍽 어른스럽게 이해원을 다독여 주었다. 회귀 전의 내 포지션을 뺏기는 것 같았지만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엥, LnL에서 월말 평가를 한다고?”
“월말 평가가 뭐야?”
첫 소속사가 갓 지어진 LnL이라 월말 평가라는 걸 겪어 본 적이 없는 김도빈과 서예현만이 어리둥절해할 뿐이었다.
견하준이 월말 평가가 뭔지 서예현에게 설명해 주는 동안 이해원은 열네 살이 할 법한 제 불안을 마저 털어놓고 있었다.
“개인 평가도 괜히 자작곡으로 해서… 만약 방출되면 어떡해요?”
물론 이해원이 별 볼 일 없는 애매한 녀석이었으면 회귀 전의, 나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내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녀석의 자작곡이라고 월말 평가 영상에서 들어 본 작업물은 잘 다듬으면 제법 빛날 원석 같았기에 나는 그저 다듬는 데에 조금 도움을 줬을 뿐이다.
“걱정하지 마, 방출 안 돼.”
이해원의 걱정에 심드렁하게 대꾸해 주었다.
“LnL이 그 정도로 연습생 방출할 만큼 복에 겨운 소속사는 아니잖아?”
“아니, 형. 이럴 때는 자작곡 들려 달라고 하고 들은 뒤에 괜찮다고 해 줘야죠. 애 자존심 꺾이게!”
류재희가 내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보란 듯이 귀를 후비적거리며, 고개 숙여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이해원을 바라보았다.
분명 이해원과의 기억은 마지막 기억까지 무난했다. 너무 무난한 나머지 회귀하고 나서도 이렇게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그런데 시발, 왜 이렇게 껄끄럽지.
하필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애라 이 마음을 티 내기도 영 그랬다. 내 시선을 눈치채자마자 들었던 고개를 1초 만에 다시 푹 숙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욱 더.
이제 여기 문 따고 들어오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혼자 있을 만한 빈 사무실의 위치를 알려주고 이해원을 연습생 숙소로 보내고 나서야 우리도 숙소로 돌아왔다.
“와, 진짜 귀신인 줄 알고 식겁했네.”
“나는 사생이나 가출 청소년인 줄 알았어. 그런데 도빈아, 팻캠에 귀신 찍혀? 적외선인가 자외선 카메라, 이런 거에 찍히지 않아?”
김도빈과 서예현이 대놓고 안도한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마 어린 연습생 앞에서는 못 보여 줄 모습인 걸 본인들도 알았던 모양이다.
“짠하네요, 진짜 어린애 같은데. 요즘은 이렇게 어릴 때부터 연습생 하나.”
류재희는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모양인지 계속 이해원 이야기를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궁금증이 생겼는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형도 열네 살부터 작곡했어요?”
“아니, 그때는 랩 가사 작사만. 비트 찍고 작곡 손대 보고 한 건 열다섯?”
“오, 형보다 1년이나 빠르네요. A&R팀에서 보고 있다는 건 제2의 형으로 키울 생각인 거 아니에요?”
류재희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고개를 까딱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역시 아무래도 뭐가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니고서야 내가 챙겨주던 나름 아끼던 후배가 이렇게 껄끄러울 리가 없지 않나.
이게 바로 기억의 조작인가 뭔가 그거군!
[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