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3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39화(43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39화
“오, 나 이거 예능 클립 너튜브에서 봤는데. 마시멜로 실험을 치킨으로 바꾼 게 이거 맞지?”
“요즘 인기 있는 예능이잖아요. 찾아보니까 시청률도 꽤 잘 나오던데요. 재미있기도 하고.”
멤버들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니 우리의 앞에 들이닥친 미래를 스포하지 못하는 내 속만 타들어 갔다.
<리얼리티 테스트!>.
1화에서는 딱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화의 내용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치킨을 먹지 않고 참으면 치킨 브랜드 100만 원 상품권을 준다고 미리 고지한 후, 트레이너의 지도하에 운동을 두 시간 동안 빡세게 하고 먹방으로 유명한 연예인과의 일대일 대화 자리를 마련하여 앞에서 치킨 먹방을 직관시켜 준다.
이름하여 마시멜로(치킨) 실험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떻게든 치킨을 먹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유도 정도는 있었다.
연예인 다섯 명을 대상으로 한 그 실험은 다섯 명 중 두 명이 성공하며 인터넷에서 ‘나는 참을 수 있다 Vs 없다’로 화제성을 모으는 것에 성공했다.
그걸 기점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해서 3화의 괴식과 괴상한 패션을 이용하여 사회적 압력이 개인의 선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동조 실험, 4화의 일상 생활 딜레마 상황 실험으로 시청률 재미를 쏠쏠하게 봤지.
그리고 이 <리얼리티 테스트!>는 시청률 욕심을 너무 냈는지 우리가 나가는 5화에서부터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
4화에서부터 슬슬 자극적인 요소를 도입하더니 5화에서는 아예 작정하고 갈등을 유발시킬 요소를 꽤 박아 놓은 것이다.
회귀 전에 나도 멀쩡했던 아이돌 그룹 불화설 유발할 정도의 방송이라고 해서 콩가루 of 콩가루인 우리 그룹도 아직 불화설이 안 났는데 대체 방송이 어쨌길래 호기심까지 생겨 한 번 봐 봤다.
그리고 미친 사회 실험인지 사람 인내심 테스트 및 갈등 실험인지에 감탄하고 내심 안도했다. 우리 그룹이 나갔으면 최소 멱살잡이였을 건데 쟤네보다 인기 딸려서 섭외도 안 온 게 다행이라고.
한 그룹 골로 보내려 작정했다고 감탄했던 방송에 우리가 나가게 되다니.
물론 우리 그룹이 회귀 전과 관계가 거의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져서 촬영 중에 멱살잡이를 할 일은 없겠지만 자극적이고 보는 사람 눈살을 찌푸러지게 만들 요소들이 있어서 문제였다.
내가 그 길을 피한다고 한들 미래를 모르는 멤버들이 밟으면 말짱 도루묵이지 않은가.
“일찍 섭외 안 된 게 아쉽다. 만약 예현이 형이었으면 그 마시멜로 치킨 테스트 정도는 그냥 침 한 번 안 삼키고 성공했을 텐데. 그럼 우리한테는 치킨 100만 원 상품권이 떨어졌겠죠. 예현이 형은 치킨 안 먹으니까 사실상 4인용인.”
“응, 그리고 나는 받은 100만 원 상품권을 기부해서 치킨 먹을 기쁨에 잔뜩 들떠 있던 너희의 기대를 박살 내 줬겠지.”
서예현이 상상만 해도 행복한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주 사탄이 따로 없었다.
음, 5화가 아니라 2화에 나갔어도 우리 그룹은 불화설이 일어날 수 있었겠구나! 치킨 100만 원 상품권으로 인한 불화설이라니, 어디 가서 말하기도 쪽팔린 이유였다. 우리 팬들도 쉬쉬할 듯.
“그런데 촬영이 1박? 대체 이번에는 무슨 사회 실험이길래 1박을 시키지?”
“형, 예능 대본 없대?”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매니저 형한테 묻자 매니저 형이 고개를 저었다.
“리얼리티가 방송 포인트라고 룰은 촬영 들어가면 알려주겠다네? 그래도 심한 거나 부상 위험이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 안전하다고 안내는 받았으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그럴 줄 알았다. 회귀 전 5화도 대본이었으면 절대 나오지 않을 반응이었다.
누가 미쳤다고 한창 커리어 하이 찍고 있는데 카메라 앞에서 서로한테 웃는 얼굴로 꼽주다가 목소리 높이겠냐고.
혹시 몰라서 너튜브에 <리얼리티 테스트!>를 검색해 보자 2화부터 4화까지 모두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1박 하는 것까지 똑같은 걸 보니 5화도 내용이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겠지.
그리고 정말 절망적이게도 이건 나 혼자 캐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지능파인 류재희에게 기대를 걸어 볼 수는 있겠지만 각각 떨어져 있을 때 나머지가 과연 룰을 눈치챌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우리도 좀 재미있는 주제로 촬영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1박 촬영인데!”
김도빈의 호들갑에 견하준이 짧게 고개를 저으며 짤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난 딱히… 바로 이전 화도 좀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자극적인 면이 조금씩 있던데 우리 다섯 명 모아놓고 1박까지 시키는 게 영 그래. 얼마나 더 자극적으로 뽑아내려 할까 싶어서. 지금 물 들어오는데 노 저으려고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겠어.”
“괜찮아여, 우리한테는 이든이 형이 있잖아요. 무려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덥넷, 그중에서 최고봉인 그 자극적인 DTB에서도 악편 한 번 없이 번번이 살아남은 이든이 형이!”
김도빈이 나를 가리키며 호들갑을 떨어 댔다. 덕분에 어깨에 얹힌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그건 이전에도 얼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얼굴 볼 일 많이 없는 인간들이 모인 서바이벌 방송이었고, 이건 서로 지긋지긋해도 몇십 년을 더 얼굴 보고 살아야 하는 너희들이랑 하는 사회 실험 카메라고.
“이든이가 우리 넷 행동까지 캐리하기는 힘들잖아. 그리고 만약 우리들을 다 격리해 놓으면?”
견하준의 예리한 지적에 나까지 다 흠칫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견하준이 대충 때려 맞혔다. 저 ‘다’라는 글자만 아니었어도 견하준도 회귀해서 과거 기억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막내야 원체 눈치 빠르고 이든이야 알아서 악편 피할 거고 예현이 형도 이든이만 없으면 상황에 휘말려도 차분하겠지만 네가 제일 걱정이다, 도빈아.”
“저는 확실한 리액션을 보여 드릴 수 있는데요. 그 프로그램은 대처 능력보다 리액션 큰 걸 더 좋아할걸요?”
김도빈의 당당한 말에 어쩐지 미래가 보이는 듯해서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그러다가 회귀 전 그 그룹 꼴 나는 거야, 인마.
내가 희미하게나마 기억하는 <리얼리티 테스트!> 5화의 내용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5화는 계층 사회 실험으로, 지하실, 1층, 2층, 총 세 개의 방에 사람들을 나누어 넣는다.
그때 나왔던 그룹이 7인조였는데도 최상층인 2층에 한 명, 중간층인 1층에 4명, 지하실에 2명을 넣은 걸 보았을 때 5인조인 우리 그룹도 1, 2, 2의 숫자나 1, 3, 1의 숫자로 배치될 것이다.
이 정도야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지하실이 가장 개고생하고 2층이 가장 풍족함을 누리는 방이라는 건 확실히 기억난다. 그리고 중간중간 방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방에서의 미션이나 방 바꾸기 미션에서 감정이 상하고 서로 부딪힐 만한 위험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것도 말이다.
그 그룹이 멍청해서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불화설이 일어날 정도로 목소리 높이고 다퉜겠냐. 다아 방송에서 그렇게 몰아가서 그랬겠지.
일단 대충이나마 이 관찰 실험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알고 있는 내가 지하실로 가는 편이 제일 베스트였다. 어쨌든 내막을 모두 알고 있으니까 최상층과 위층에서 어떤 짓을 하든 짜증은 안 날 테니까.
방을 나누는 기준이 생각이 잘 안 나긴 하지만 모로 가든 지하실로만 내가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논란이 나지 않고 무사히 이번 방송을 넘길 수만 있다면 지하실에서의 개고생이야 이 팀의 리더로서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망한 사회 관찰 실험의 표본으로 길이길이 남게 해 주지.
* * *
<리얼리티 테스트!> 촬영은 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회귀 전, 방송분을 보았던 내 기억과 엇비슷하게 지하실, 1층, 2층으로 된 집 세트장 앞에서 오프닝 촬영을 시작했다.
“오늘 여러분들이 하루 동안 지낼 집입니다. 각 방에는 관찰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요, 가지고 오신 소지품은 잠깐 반납해 주세요.”
1박이라고 짐을 싸온 것이 무색하게 짐은 물론이요, 휴대폰까지 압수당했다.
“이 집에 각 층별로 머물 건데요, 1층, 2층, 그리고 지하실에 묵을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요.”
무조건 지하실이라고 외치기도 전에 PD가 접힌 종이 쪼가리가 담긴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그걸 받아 든 순간, 벌써 1차 좆됨을 감지했다.
“여러분들 본인이 지낼 방은 제비뽑기로 결정을 할 겁니다. 여기 상자에 있는 종이를 하나씩 뽑아 주시면 그 종이에 적힌 곳이 바로 여러분들이 지낼 방이 됩니다.”
순수 랜덤이었냐고. 그럼 내가 어제 열심히 세워 놨던 계획이 다 헛수고가 됐잖아.
제발 지하실이 나오기를 간절히 빌며 잘 접힌 종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 망할 놈의 시스템은 투시 기능도 안 주냐.
지금 우리 그룹이 불화설에 휩싸이고 예능 프로그램 폐지의 원인이라는 오명을 덮어쓰느냐 화제성의 수혜를 받고 무사히 넘어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데,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지만 망할 시스템은 투시 아이템 하나 던져 주지 않았다.
[2]이럴 때만 또 더럽게 잘 따라 주는 운에 2차 좆됨을 감지했다.
이런 젠장! 최상층이라니! 참가자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제일 욕 처먹는 최상층이라니!
“저는 지하가 나왔네요.”
“어? 나도 지하 나왔는데. 류재, 우리 같은 방이다!”
“도빈이 형이랑 같은 방이라니, 벌써 제가 보호자가 된 듯한 예감이….”
그나마 제일 무난한 1층으로 가길 빌었던 김도빈이 지하실에 당첨된 것에 3차 좆됨을 감지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옆에 류재희가 붙어 있다 정도?
그럼 제일 무난한 1층에는 견하준과 서예현이 가게 되는군. 내가 기억하기로는 방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총 세 번이었다. 아침 식사 이후와 점심 식사 이후와 저녁 식사 이후.
그때 김도빈을 지하실에서 탈출시키면 될 일이었다.
“자, 그럼 각자 뽑은 방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PD의 말에 기대하는 표정을 겨우 지어 내며 2층으로 올라갔다. 마치 호텔 방처럼 잘 꾸며 놓은 호화스러운 방이 나를 반겼다.
내가 이런 방을 두고 굳이 지하실로 가야 할까…?
큰 티비 화면이 정면으로 보이는, 더럽게 푹신한 침대에 눕자 내적 갈등이 일어났다. 지하실에서 얼마나 개고생을 해야 하는지 알기에 더욱더.
천천히 방을 둘러보고 있자 문이 바깥에서 철컥, 잠겼다.
본격적인 촬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