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4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40화(44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40화
일단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다. 특이점은 패스트푸드점처럼 키오스크가 있다는 것.
물과 음료가 담긴 냉장고를 비롯하여 쓰레기통과 음식물 쓰레기통도 방 한구석에 마련되어 있었고, 침대 옆 탁자 위에는 전화기와 타블렛, 카탈로그 하나가 놓여 있었다.
화장실도 한 번 열어 보고 탁자 위에 놓인 타블렛도 들어 전원을 켜 보았다. 잠금 화면만 뜨고 딱히 접속이 되지는 않았다.
타블렛 화면이 한 번 깜빡이더니 안내 사항이 화면에 떴다.
[C-house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 이곳의 화폐는 ‘코인’으로, 침대 옆 탁자의 두 번째 서랍을 열어 보시면 코인이 있습니다.
2. 각 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코인이 필요합니다. 각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에 필요한 가격은 카탈로그에 기입되어 있습니다.
3. 식사는 아침, 점심, 저녁, 총 세 번 제공됩니다. 기본 식대는 300코인으로, 원하는 메뉴의 가격이 식대를 넘는다면 추가 코인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4. 벨이 울리면 반드시 타블렛 화면을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5. 각 방에 전화 찬스가 딱 한 번씩 주어집니다. 딱 한 층에 딱 한 번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최상층인 2층이 지켜야 하는 규칙은 딱히 없었다. 역시 가장 개꿀 최상층다웠다.
침대 옆 탁자의 두 번째 서랍을 열어 보자 그 서랍을 꽉꽉 채울 정도로 한가득 담긴 코인이 보였다.
“와, 코인 쌓였네. 이거 그냥 펑펑 써도 절대 안 닳아질 것 같은데.”
10이라고 적힌 500원 동전 크기의 플라스틱 코인을 들어 이리저리 살폈다. 코인을 다시 서랍에 던져 놓고 그다음으로는 카탈로그를 펼쳐 확인했다.
“어디 보자… 오, 플스도 있어? 100코인? 영화 무제한 채널이 50코인? 지금 있는 코인으로 충분히 플스도 하고 영화도 볼 수 있겠는데?”
확실히 최상층에는 누릴 게 꽤 많았다. 만약 내가 회귀 전 기억이 없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코인을 내고 이 방에 구비된 것들을 누리며 호화롭게 시간을 때웠을 것이다.
2층이 욕먹은 이유, 그리고 지하층이 개고생했던 이유.
2층이 누리는 것들은 모두 지하층에게 고스란히 부담된다. 비록 모르고 한 것이라고 한들 지하층의 사정을 알고 보는 시청자들한테는 2층이 지하층을 착취하며 마음껏 누리는 게 얄미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만약 방이 바뀌었을 때 지하층에 있던 녀석이 최상층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보복 심리까지 심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쌍으로 비호감으로 찍혀서 욕 들어 먹는 거다.
류재희는 모르겠지만 김도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최상층의 것들을 마음껏 누리지 않는 것도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 내가 회귀 전에 방송을 봐서 아는 거지, 현재의 나는 지하층의 사정을 몰라야 하니까.
그래, 2층에 있는 동안은 <리얼리티 테스트!>의 이전 회차들을 본 경험 때문에 이 방의 모든 걸 의심하는 의심병 말기 환자 콘셉트로 간다.
그리고 방 바꾸기 찬스 시간이 오면 지하층으로 튀는 거다.
즉석으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꽤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면 미리 알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심도 안 받고 비호감으로도 안 찍히고, 일석이조.
“잠깐만. 시간은 금이다, 이러면서 티비 틀어 놓은 시간만큼 코인 까이는 거 아니야?”
TV 리모컨을 한 번 들었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으며 들으란 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오디오 때문이라도 혼잣말은 해야 했다.
“그리고 코인 부족해지면 코인 벌라고 노동을 시킨다던가… 그냥 누리게 해 줄 리가 없지. 내가 이거 <리얼리티 테스트!> 전 회차들을 다 봤는데.”
괜히 방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며 숨겨진 미션지라도 있나 찾아다니는 시늉을 했다.“여기 방 너무 수상해. 뭐 건들지를 못하겠네.”
어쨌든 아침 식사 전까지 뭐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긴 해야 했으므로 코인도 안 들고 이 방의 그 무엇도 건드리지 않으며 시간을 보낼 것을 찾았다.
이른 촬영 때문에 건너뛴 아침 운동도 할 겸 팔굽혀펴기로 시간을 때우고 있자 키오스크 화면이 갑자기 켜졌다.
-아침 식사 시간입니다.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골라주세요.
방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30이라고 적힌 숫자가 오른쪽 위에 떠 있었고, 총 열 가지 메뉴가 키오스크에 나타났다.
내가 기억하기론, 최상층에서 먼저 음식을 고르면 그대로 코인과 메뉴가 차감되어 밑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1층이 선택한 만큼 또 차감되어 지하층으로 내려가고.
만약 내가 이곳에서 식대 30코인을 모두 써 버리면 밑의 층들은 굶거나 본인들이 보유한 코인으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나는 그 룰을 모른다는 콘셉트이기에 아무 이유 없이 대놓고 제일 저렴한 걸 선택하는 것도 영 어색했다.
침대에 누울 때는 최상층을 뽑은 게 좋았는데 수상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지하층에게 부담을 덜 주는 연출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상황이라니, 그냥 빨리 지하층으로 가고 싶었다.
어차피 여기나 거기나 마음껏 누리지도 못하는데 차라리 머리라도 덜 쓰고 부담도 없는 지하층이 속 편하지.
그래도 푹신한 침대는 조금 그리울 것 같았다.
시간 제한도 없겠다, 천천히 메뉴를 살펴보았다. 무려 500코인이나 하는 스테이크 정식부터 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의 두 가지 찌개 정식, 시리얼과 우유, 샌드위치, 김치볶음밥, 죽, 제육덮밥, 컵라면과 10코인밖에 안 하는 삶은 계란까지,
잠깐만, 그런데 만약 1층에서 비싼 음식을 골라 버리면?
나야 룰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하는 거라면 견하준과 서예현은 진짜로 룰을 모르는 상태이지 않은가. 내가 여기에서 아낀다고 해도 1층에서 비싼 음식을 선택해버리면 막내 라인은 굶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하층에서 개고생하고 있을 텐데 밥까지 굶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일단 서예현과 견하준이 아침 식사로 고를 만한 음식을 찾았다. 서예현은 당연히 샐러드일 테고, 견하준은…. 모르겠다. 워낙 아무거나 안 가리고 잘 먹어서.
그래도 옆에 서예현이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테니 일단 고칼로리 음식은 제외하자. 만약 견하준이 골라도 서예현이 옆에서 알아서 말려 줄 거다.
샐러드는 250코인으로 하필 두 번째로 비싼 음식이었다.
만약 내가 여기에서 최대한 코인을 아껴도 서예현이 샐러드를 선택하면 견하준이 굶지 않는 이상 지하층이 쓸 수 있는 식대는 없다.
여기에서 전화 찬스를 써서 1층에 있는 둘한테 알려주는 것도 부자연스러울 테지. 그렇다면, 음…. 역시 이 방법밖에 없나.
나는 왜 하필 최상층을 뽑아서 고통받고 있는 것인가. 차라리 몰랐으면 방송에 나가면 욕 처먹었을지언정 촬영할 때에는 마음껏 누렸을 텐데.
속으로 한탄을 한 바가지 늘어놓으며 PLAN A, 직수 효과를 실행했다.
“오, 스테이크 정식. 300코인이니까 200코인이 부족하네.”
아무 생각 없는 얼굴로 서랍에서 코인을 꺼내와 키오스크에 200코인을 집어넣었다. 300이라 적혀 있던 숫자가 500으로 변했다.
키오스크 화면에 뜬 스테이크를 터치하려다가 멈칫하며 볼을 긁적였다.
“쓰읍, 스테이크는 아침 식사로 좀 그렇지? 생각해 보니까 아침부터 스테이크 썰기에는 너무 헤비해.”
50코인인 시리얼과 우유를 선택하여 주문을 마치고 인상을 찌푸리며 키오스크를 탕탕 두드렸다.
“뭐야, 이거 200코인 다시 안 뱉나? 환불 안 해 줘? 저기요. 200코인이나 먹튀하시면 어떡해요.”
물론 키오스크가 돈을 뱉을 리가 없었다. 화면이 꺼지자 혀를 차며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 의자를 끌어 털썩 앉았다.
“그래, 코인도 많은데 기부한 셈 쳐야지.”
기부한 셈 친 게 아니라 진짜 기부한 거 맞다. 물론 코인이 남아나다 못해 넘쳐나긴 하지만. 지하층에 있는 막내 라인이 이 형의 희생을 알아줘야 할 텐데.
내가 이렇게 최상층에서 누릴 것도 못 누리고 개고생하는데 방 바꾸고 나서 지하층의 나를 개고생시키기만 해 봐라.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철컥, 잠겼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문 앞에 시리얼이 담긴 그릇과 200ml 흰 우유곽이 놓여 있었다.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가볍게 아침 식사를 끝마쳤다.
1층과 지하층의 상황을 모르니 영 답답했다.
아침 식사를 그렇게 간단히 마치고 이번에는 윗몸일으키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스피커를 통해 벨 소리가 울렸다.
곧장 몸을 일으켜 타블렛을 낚아챘다. 타블렛 화면에 문장과 선택지가 떠 있었다.
[1차 미션을 시작합니다.] [방을 바꾸시겠습니까?] [O / X]망설임 없이 O를 눌렀다.
[바꾸고 싶은 층수를 선택하세요.] [1층] [지하층]드디어 머리를 덜 굴려도 되는구나! 매우 기뻤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굴리긴 해야 했다. 아무 이유 없이 지하층으로 가는 것도 영 수상하지 않겠냐.
“혼자는 외로우니까 역시 사람 있는 방으로 가는 게 낫겠지. 여기 너무 심심하고 수상해.”
좋아, 일단 방을 바꾸는 핑계는 성공적으로 댔다. 이제 지하층으로 가는 합리적인 이유만 대면 된다.
1층과 지하층 사이에서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너무 사람 재촉하는 거 아니야? 이런 건 좀 신중히 골라야 하는데, 아오.”
투덜거리며 지하층을 꾹 눌렀다.
“도빈이가 뽑기 운이 꽤 좋은 편인데 지하층을 뽑은 걸 보면 지하층이 아무래도 제일 뭐가 없다는 거겠지. 지하층으로 가자.”
김도빈의 뽑기 운이 좋은 사실이 제법 알려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또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 주다니.
[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1차 미션 결과] [지하층-2층을 교환합니다.]타블렛 화면이 픽, 꺼지자마자 문이 벌컥 열렸다.
“방 교환하겠습니다. 나와 주세요.”
스태프의 안내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자 철문이 보였다. 문을 열자…
“이든이 형! 얼른 교대! 교대해 줘요! 와, 힘들어 죽을 뻔했네!”
‘네가 왜 여기 있냐…?’
우중충한 지하실과 산더미 같이 쌓인 인형, 두 개의 작은 화면, 그리고 열심히 싸이클을 돌리며 헐떡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고 간절히 교대를 외치는 김도빈의 모습이 보였다.
현실 부정을 하고 싶었다. 내 두뇌를 맡아 줄 류재희가 아니라 김도빈이 남았다고?
이런 젠장! 방을 바꾼 의미의 절반이 사라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