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4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43화(44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43화
전화기를 잡으려는 내 시도를 저지한 건 김도빈이었다.
“뭐, 인마! 네가 라면 양보하고 순대국밥 먹어 줄 거 아니면 말리지 마!”
“형, 진정하고 저기 화면 한 번 봐 보세요. 제가 설마 저는 워스트 음식 먹는 걸 피했으면서 형한테는 먹으라 하겠어요?”
솔직히 너는 그러고도 남을 녀석 아니냐. 안 그럴 거면 너도 순대국밥 싫어한다는 밑밥은 왜 깔아 놨던 거냐.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견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순대국밥 먹을게. 이든이 순대국밥 싫어해.
-진짜? 걔 국밥 좋아하지 않아?
-형이 랜치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를 싫어하는 거랑 같은 결이겠지.
-아, 바로 이해됐어.
서예현이 1타 강사 설명을 들은 학생마냥 깨달음을 얻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견하준의 손이 순대국밥으로 향하는 걸 보며 안도하고 있다가 서예현이 다시 입을 열자마자 다시 전화기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윤이든이 야채 비빔밥 선택한 거 아니야? 걔가 2층 올라갔잖아.
사람 관찰은 잘하면서 왜 내 입맛 관찰은 안 했냐. 내가 라면 두고 야채 비빔밥 고를 사람으로 보이냐? 심지어 라면 칼로리 얼마냐고 지랄할 칼로리 집착증 환자도 옆에 없는데?
-이든이가 골랐으면 라면을 고르지 않았을까 싶은데. 굳이 라면을 두고 야채 비빔밥을 고를 애가 아니라.
“준아! 역시 너밖에 없다!”
견하준에게 닿지 않을 감동의 외침을 내뱉었다.
류재희는 벌써 도착한 야채 비빔밥을 열심히 비비고 있었고, 견하준과 서예현은 여전히 키오스크 앞에서 선택을 내리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윤이든은 2층에서 내려온 건가? 우리가 X 눌러서 바로 꺼진 1차 미션이 방 바꾸기 미션이었지? 그때 윤이든이 방 바꾸면서 내려갔나 보다. 그러면 지금 2층에는 누가 있지?
-아마 막내이지 않을까? 도빈이가 야채 비빔밥을 먹을 리가 없으니까.
역시 견하준은 식사 담당답게 멤버들의 식성을 모두 꿰고 있었다.
덕분에 순대국밥이라는 지뢰를 피한 건 물론이요, 아무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1층에서도 변경된 층의 인원 구성 파악을 끝냈다.
“이야, 하준이 머리 잘 돌아가네. 역시 섬세하다니까.”
내가 감탄을 터트리는 동안, 김도빈은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와, 평소에 편식하는 모습 자주 보여 줘서 다행이다.”
“도빈아, 이럴 때는 ‘멤버들이 서로에게 관심이 많아서 다행이에요.’라고 해야 하지 않겠냐? 네 편식 습관 빈도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와, 멤버들이 서로에게 관심이 많아서 다행이다.”
“늦었어, 인마.”
견하준이 제 손을 뻗어 키오스크 화면을 터치했다.
1층도 그렇게 점심 메뉴 선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우리 지하 층의 키오스크가 켜졌다.
발사믹 소스를 뿌린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야채 비빔밥, 순대국밥은 품절 표시가 되어 있고, 고등어 구이 백반과 떡치즈파송송계란탁라면만 남아있었다.
“메뉴 선택 거부는 없나? 아니면 전력 공급을 끊어서 키오스크를 꺼 버린다든지.”
“왜요? 형 고등어 구이 싫어해요?”
“아니, 만약 우리가 싫어하는 메뉴를 받았을 때 안 먹고 내버려 두면 냄새도 그렇고 위생상으로도 영 찝찝하잖아.”
“홈으로 안 돌아간다. 이거 무조건 선택해야 하나 봐요.”
남은 두 메뉴를 터치하고 10분 후, 식사가 문 앞까지 배달되었다. 라면 냄새와 고등어 구이 냄새가 이 좁고 텁텁한 지하층에 가득 찼다.
싫어한다고 적기까지 한 메뉴를 굳이 꾸역꾸역 메뉴판에 넣어 놓은 것도 그렇고, 환기 안 되는 이런 텁텁한 공간에 우리를 박아 놓은 것도 그렇고.
우리가 너무 무난하고 화기애애하게 위기를 헤쳐 나가 이 프로그램 폐지 청원이 안 들어오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마 이거 방송 나가면 데이드림이 내 몫까지 욕을 해 줄 거다. 난 그걸 보며 대리만족을 하면 된다.
“야, 진짜 환기 정도는 시켜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새삼 또 느끼지만 지하층 환경 최악이네.”
“형, 라면 좀 드릴까요?”
“드디어 네가 철이 들었구나, 도빈아.”
“이거 드시고 싸이클 열심히 힘내서 돌리세요.”
“그럼 그렇지, 하하.”
김도빈의 머리를 꾹꾹 누르고 라면을 받아먹었다. 라면은 죄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최대한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빈 그릇을 최대한 한쪽 구석에 몰아넣고 자판기로 향했다.
“생수가 100코인이네. 두 개 뽑아서 하나씩 먹어도 되겠다. 그런데 무슨 생수보다 볼펜이 더 비싸냐.”
“현실에서도 그러지 않아요? 생수 싼 게 700원인가 하잖아요.”
“그런가?”
인형 눈 붙여서 벌어 놓은 코인도 충분히 쌓였겠다, 1인 1생수라는 사치를 좀 부려 봤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먹는 류재희가 참 부러웠다. 음료수는 500코인이더라.
식사를 마치고 잠깐 숨 돌릴 틈도 없이 벨 소리가 울리며 다음 미션을 알렸다.
이번 미션은 처음에 경험했던 미션처럼 타블렛으로만 하는 미션이었다.
[미션 3: 아이템 쟁탈전] [질문이 뜨면 본인이 생각하는 곳에 투표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투표권은 다섯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졌으며, 본인의 층에 투표가 가능합니다.] [지하층 참가자] [윤이든: 1표] [김도빈: 1표]다른 층이 받은 투표권 개수는 보이지 않았다.
“한 표씩 줬네? 나는 너 0.5표, 나 0.5표 해서 1표 나올 줄 알았더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권은 모두 똑같이 한 표라는 걸 고증한 게 아닐까요?”
오, 듣고 보니 그럴싸한데? 김도빈의 가설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류재희가 모니터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형들, 들리죠? 저한테는 3표가 주어졌거든요? 만약에 형들이 1표씩이라면 1층에는 2표가 주어졌을 가능성이 커요. 1층 한번 모니터링해서 제 말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민주주의 사회 고증은 개뿔.
-표를 왜 두 표씩 주지? 다 지금 두 표씩인가? 아니면 우리만 두 표인가?
류재희의 추측대로 1층의 표는 두 표였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2층은 총 3표, 1층은 총 4표, 지하층은 총 2표를 가진 셈이다.
류재희가 우리에게 투표권을 몰빵해 주면 우리가 우세하겠지만 만약 류재희가 본인을 위한 선택을 하면 1층에 제일 유리하고 우리가 제일 열악하다.
우리의 상황을 알고 있는 류재희의 선의에만 온전히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
“막내야, 믿는다…!”
[아이템 쟁탈전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페널티 면책권은 어느 곳에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2층] [1층] [지하층]김도빈과 나는 망설임 없이 지하층에 두 표를 던졌다. 지금 이 투표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전기 끊길까 봐 싸이클 돌리는 걸 멈추지 못하고 있는데 페널티까지 걸려 봐라. 여기에서 살겠냐.
[투표가 종료되었습니다.] [투표 결과] [2층: 0표] [1층: 4표] [지하층: 5표]페널티 면책권은 우리에게 들어왔다.
류재희는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김도빈과 함께 나란히 2층 모니터 쪽을 향해 열심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페널티 면책권: 무슨 페널티이든 1회 면책받을 수 있습니다. 면책받을 페널티의 선택이 가능합니다.]1층도 투표 결과로 인해 슬슬 상황이 공평하지 않음을 깨달아 가는 모양이었다.
-뭐지? 왜 사람은 다섯인데 표는 아홉 표지? 우리가 네 표라도 세 명이서 다섯 표라는 소리잖아.
-한 명이 세 표고 두 명이 한 표씩이거나, 두 명이 우리처럼 또 두 표고 한 명이 한 표거나.
-와, 이건 둘 중에 뭔지 예측하기가 어려운데? 전화 찬스 쓸까?
-아직 쓰지 말고 아껴 놓자. 여기에서 쓰기는 아까워.
견하준의 만류에 서예현이 수화기를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타블렛 화면의 질문이 바뀌었다.
[전력 공급권은 어느 곳에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2층] [1층] [지하층]“이 전력 공급권이라는 게 전기 통제권인가? 우리는 계속 전기를 생산하긴 해야 하고?”
“전기 생산하는 개고생을 넘기는 거 아니에요?”
“이게 둘 중에서 정확히 뭔지를 모르겠어!”
“일단 저희한테 투표해 봐요. 통제권이면 좋은 거고, 생산권이어도 어차피 지금도 생산하고 있으니까 덜 억울하잖아요.”
김도빈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우리 층에 두 표를 던졌다.
[투표 결과] [2층: 3표] [1층: 4표] [지하층: 2표]다 각자의 층에 투표했는지 1층이 승자가 되었다. 아이템 설명을 확인해 보는 견하준과 서예현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이걸로 각 층의 전력을 통제할 수 있대.
-그런데 통제해서 뭐해? 나중에 층별로 뭐 하나?
지금도 층별로 뭐 하고 있거든. 온실 속 화초로 편히 지내는 1층 놈아. 서예현의 말에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런데 1층에서 전력을 통제해도 우리가 이걸로 우리 층 자체 전기 생산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우리는 저 아이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겠네.”
다른 아이템 투표도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류재희가 웬만한 아이템들은 다 우리 층으로 표를 몰아 준 덕분에 우리의 아이템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질문부터는 앞선 질문들과 결이 좀 달랐다.
[저녁 식량 분배는 어떻게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균등하게] [2층이 60%, 1층이 30%, 지하층이 10%] [2층이 20%, 1층이 30%, 지하층이 50%]……
잠깐의 투표 시간이 지나고.
[투표 결과] [균등하게: 3표] [2층이 60%, 1층이 30%, 지하층이 10%: 0표] [2층이 30%, 1층이 60%, 지하층이 10%: 4표] [2층이 25%, 1층이 25%, 지하층이 50%: 2표]“균등하게라는 선택지가 있었구나. 왜 당연히 막내가 우리가 제일 많이 받는 선택지에 투표해줄 거라고 생각했지?”
“아니, 예현이 형은 평소에는 소식하면서 왜 이럴 때만! 그냥 25%만 드시지!”
-와, 판단 미스다. 나는 형들이 당연히 ‘균등하게’에 투표할 줄 알았는데.
우리의 한탄과 류재희의 한탄이 섞여 들었다.
타블렛 화면이 한차례 깜빡였다. 우리의 타블렛 화면에는 아무 지시도 뜨지 않았지만 1층과 2층은 또 다른 모양이었다.
-채널 7번이랑 8번 틀어 보라고?
-티비? 전기 엄청 나가는 거 아니야?
1층과 2층에서 동시에 티비를 틀자 하나씩 꺼지기 시작하는 조명에 김도빈까지 다급하게 싸이클에 앉아 둘이서 미친 듯이 밟아 댔다. 다시 조명이 켜졌다.
모니터 화면 속, 우리의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는 1층과 2층의 모습이 비쳤다. 서예현과 견하준이 저거 지하 감옥 아니냐고 경악했다. 서예현이 리모컨으로 채널을 올리자 이번에는 호화스러운 2층의 풍경이 1층 텔레비전에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마지막 질문이 타블렛에 떴다.
[누가 지하층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윤이든] [김도빈]얘네 확실히 폐지될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