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4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46화(44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46화
옆에 있던 서예현에게 수화기를 넘기고 키오스크로 달려가자 서예현이 다급히 나를 불렀다.
“야, 윤이든! 설마 키오스크 뽑아서 던지게? 그러지 말고 그냥 싸이클 던져! 2층까지 싸이클 들고 가는 것 정도는 도와줄게.”
-뭐라고요? 뭐, 뭘 뽑아서 던져?
경악하는 류재희의 목소리가 서예현이 들고 있는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이든이 형! 스톱! 스토옵! 아니, 형은 이든이 형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이든이 형한테 물들면 어떡해요!
“뭐라고? 내가 윤이든한테 물들었다고?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그게 왜 심한 말입니까, 형님!”
겨우 피한 불화설이 이 순간 지펴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체 뭐라는 겁니까. 제가 키오스크를 왜 뽑아서 던집니까. 제발 헛소리 좀 하지 마십쇼.”
아이템 칸을 터치하자 아이템 쟁탈전 투표 미션에서 1층이 가져간 아이템이 쫙 떴다.
“1층에 전력 공급권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2층 전기를 차단하면 지하층이랑 똑같은 방식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 해서 봐 보려고 했습니다. 키오스크를 뽑아서 키패드에 던지려고 한 게 아니라.”
내 말을 들은 서예현이 입을 떡 벌렸다.
“내가 그 생각을 못 하고 윤이든 같은 생각을 하다니…!”
-이든이 형한테 물들었다는 걸 형 입으로 인정했네요.
“무슨 소립니까. 저는 키오스크 뽑을 생각도 안 했는데. 형님 생각을 제게 덮어씌우지 마십쇼.”
투덜거리고 있자 류재희가 감탄했다.
-와, 그런데 형 정전시켜서 탈출했어요? 형 잔머리 하나는 인정요.
전력 공급권을 터치해서 2층의 전기를 끊을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안 되겠다. 이게 층 전체의 전기를 끊는 게 아니라 TV랑 전화기, 조명, 키오스크, 이렇게만 차단이 가능하네.”
하긴, 탈출 게임 할 때 티비 연결을 가능하게 해 놓고 이 상태에서 서로의 소통을 막기 위해 전력 공급권이 있었던 건데 이걸로 정전시키면 그냥 문 열고 나오지.
물론 나처럼 키패드가 외부 전원이라는 걸 파악했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래서 남이 제시하는 길만 가면 안 된다니까. 회귀 전에 이 방송 지하층에 남았던 그 친구를 봐라. 지시 착실히 따라서 싸이클로 전기 공급하고 미션 수행해서 나와서 배신자 소리 얻어 들었잖아.
-형들, 지금 제 타블렛에 미션 왔어요. 형들 타블렛은요?
타블렛 화면을 확인하고 팔로 크게 O 자를 그리자 서예현이 대신 답했다.
“우리도 왔어.”
-제가 미션 풀고 나올 테니까 형들은 안심하고 그 방에서 쉬면서 기다리…
“글쎄, 안 될 것 같은데. 형님, 막내한테 전화 끊지 말라고 해 보십쇼.”
-어, 안 되겠다. 전화 안 끊길 잘했다.
타블렛 화면을 훑으며 말을 전함과 동시에 류재희가 안도 어린 말을 내뱉었다.
[마지막 미션: 방 탈출을 위한 비밀번호 찾기] [각 질문과 퍼즐의 답을 차례로 나열하면 비밀번호 네 자리가 나옵니다.] [질문은 총 네 개입니다.] [1. 1층의 아침 식사 총 금액의 두 번째 자리 숫자는?] [2. 2층 냉장고 오른쪽에서 두 번째] [3. 대한민국 광복 연도의 끝자리 숫자는?] [4. 위 사진을 차례로 나열하면 세 번째 사진의 숫자는?] [다섯 번 이상 틀린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비밀번호가 초기화됩니다.]-하준이 형, 예현이 형. 혹시 형들, 아침 식사로 총 몇 코인 썼는지 기억하세요?
류재희의 물음에 견하준과 서예현이 차례로 대답했다.
“아니?”
“나는 내 것만 기억해. 제일 싸서. 10코인.”
“순두부찌개 가격이 기억 안 난다. 앞자리가 1이라서 식대 충분하다고 안심하고 구입한 건 기억하는데.”
견하준이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나는 선택하고 바로 빠져서 가격이 기억 안 나는데. 혹시 순두부찌개 가격 기억하는 사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타깝게도 스테이크 정식의 가격과 삶은 계란, 내가 먹은 시리얼의 가격만 어렴풋이 기억났다.
“저는 제 거 제육 덮밥 가격도 까먹었는데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그걸 잊어버리냐고 혀를 쯧쯧 차려다가 견하준도 잊어버렸다는 걸 깨닫고 혀를 원위치시켰다. 나처럼 대가리 터지게 계산하면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잊어 버릴 수도 있지, 뭐.
-제육 덮밥 가격은 내가 기억해. 140코인이었어. 그리고 내 김치볶음밥이 125코인. 그렇게 선택하니까 코인이 남았었던 거 같아, 내 기억으론.
탁자에 굴러다니던 볼펜을 잡고 앞에 놓인 종이에 숫자를 끄적였다.
“계산을 해 보자. 내가 식대 300코인에서 200코인을 더 넣어서 500코인을 만들었단 말이지? 거기에서 내 시리얼 값 50코인 빼고 삶은 계란 10코인 빼고 제육이랑 김치볶음밥 140코인, 125코인 빼면….”
“아, 계산 더럽게 느리네. 줘 봐.”
서예현이 내 손에서 볼펜을 스틸해 한 번에 쓱쓱 계산했다.
“175코인이 남거든. 그러면 이제 너희들이 메뉴를 선택하고 코인이 얼마가 남았는지를 막내들 너희가 기억을 해 내야 해.”
김도빈은 멍청한 얼굴로 눈만 끔뻑거리고 있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기억을 절대 못 할 것 같고, 이제 류재희의 기억력에 모든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으으음…
앓는 소리만 나던 소화기에서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억났다! 10코인!
“도빈아, 맞는 거 같냐? 저거 들으니까 기억 안 나?”
“글쎄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컵라면이 15코인이었잖아! 그래서 형이 5코인만 더 남겼으면 컵라면까지 시켜 먹을 수 있었을까 아쉬워하니까 내가 컵라면 나눠 먹자고 5코인 더 저렴한 죽으로 바꾸려 했잖아. 그런데 메뉴 두 개만 선택이 가능해서 그냥 김볶밥 먹은 거고.
류재희의 설명에 김도빈도 뒤늦게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순두부찌개가 165코인이네. 내 거 10코인까지 더하니까 일단 첫 번째 숫자는 7이네.”
순탄하게 첫 번째 숫자를 알아냈다.
두 번째는 딱 봐도 2층에 유리한 질문같이 보였지만…
-2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냉장고 열어 봤는데 제가 좀 많이 마셨더라고요? 물도 마시고 음료수도 마시고 막 섞어 놔서 기억도 잘 안 나고요. 게다가 이든이 형도 한 병 마셨던 상태라…
그건 어지럽히지 않는 사람 한정이었다. 그리고 류재희는 딱히 모든 걸 제자리에 둬야 하는 강박증을 가진 녀석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쨌건 물이나 음료수잖아. 이거랑 숫자랑 무슨 상관이지?”
“숫자면 칼로리는 아니겠고… 가격 아니야? 카탈로그에 음료수랑 물 가격 적혀 있는지 봐 봐.”
-어, 있어요! 카탈로그에 가격 적혀 있어요.
서예현이 머리를 쓰기 시작했기에 나는 마음 편하게 다시 두뇌 외주를 맡길 수 있었다.
“재희야, 뭐 뭐 먹었냐?”
-물이랑요, 오렌지 주스랑 제로콜라랑 포카리요.
“골고루도 먹었네. 각각 얼마냐. 잠깐만, 그런데 음료랑 물이랑 다 100코인 넘지 않냐?”
-아니요, 물이 1코인, 오렌지주스 5코인, 제로콜라는 9코인이고요, 포카리가 4코인이에요.
우리는 100코인 넘게 주고 사 먹었는데 여기는 코인 지불을 안 해도 되니 그런가. 아니면 애초에 이 미션 질문을 상정하고 가격을 책정해 놓은 것인가.
“1, 4, 5, 9란 말이지? 4번을 무조건 맞춰야지 이거를 한 번씩 눌러 볼 수가 있겠네. 다섯 번 이상이면 초기화된다고 했으니까.”
일단 킵해 놓고 3번으로 넘어갔다. 우리가 류재희를 빨리 탈출시킬수록 분량은 줄어드니 성공적으로 복수하는 셈이다.
멤버들이 모두 있고 서로 소통이 잘되는 환경이고 감정이 상하지 않고 1층과 2층이 서로를 견제할 이유도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 중 하나라도 성립을 못 했으면 회귀 전 방송 꼴 나는 거지.
그리고 3번을 보는 순간 등에 식은땀이 맺혔다.
여기에서 틀린 답을 말하면 역사의식 부족한 매국노 되는 거다.
천구백사십… 오 년? 1945 맞겠지? 나 매국노 아니겠지? 학창 시절 역사 시간의 기억을 쥐어 짜내 봤지만 졸았던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같은 생각인지 다들 조용한 가운데 서예현이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1945년 8월 15일. 이거 모르는 사람 어디 있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고 있어야지. 그렇지?”
“당연히 알죠.”
“맞아, 당연히 알지.”
“그래, 이거 모르면 매국노지.”
다들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도빈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 같이 보이긴 했지만 견하준은 진위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 비밀번호는 7X5X가 되는 거군.
-4번 터치하면 사진 다섯 개 나와요. 그리고 사진 터치하면 뒤집히면서 숫자 나오고. 아마 차례로 나열하고 그중에 세 번째 사진을 고르라나 봐요.
나온 다섯 개의 사진은 시간대도, 계절도 가지각색에 겹치기까지 하는, 순서라고는 전혀 읽어낼 수 없는 중구난방의 사진이었다.
서예현이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이거. 이게 순서가 있다고?”
-가을이 두 갠데요. 노을도 두 개고. 와, 이거 뭐야.
“이것도 하나씩 숫자 눌러 보면… 큰일인데. 이건 심지어 확률이 5분의 1인데.”
2번 문제도 지금 경우의 수가 네 개인데, 4번까지 막히면 탈출은 불가능이다.
뽑기 운 하나는 더럽게 좋은 김도빈에게 맡겨 볼까 생각했다가 김도빈의 오늘의 찍기 운이 영 별로인 거 같아서 사뭇 맡기지 못했다.
4번에서 제대로 막혀서 고민하고 있자 김도빈이 다급하게 나를 붙잡고 흔들었다.
“형, 이든이 형! 그거, 그거!”
“그거가 뭔데?”
“우리 아이템 중에 그거 있었잖아요! 힌트 요청권!”
맞다, 지하층에 두고 온 아이템들이 있었지. 그런데 문제는…
“그런데 그거 쓰려면 지하층 키오스크 켜야 하지 않냐…?”
“그러네요. 싸이클 밟아야 하네.”
지금 지하층은 정전 상태라는 것.
나랑 김도빈의 시선이 각각 서예현과 견하준을 향했다.
“형님, 지하층 내려가서 오늘의 운동 함 하시죠. 오늘 아침 운동도 생략하셨지 않습니까.”
“도빈아, 네가 말 안 해도 가려고 했으니까 그런 눈빛은 그만둬 줄래. 많이 부담스럽다.”
서예현과 견하준이 지하층 체험도 해 볼 겸 내려가 싸이클을 돌리고, 김도빈이 지하층 문을 잡고, 나는 아예 전화기를 문 앞으로 최대한 전선 팽팽하게 가져다 놓은 채로 1층 문을 닫지 못하게 막았다.
정말 완벽한 분업이었다.
“형, 힌트가 ‘새’래요!”
김도빈이 내게 힌트를 전해 줬다. 자세히 보니 사진에 정말로 새가 찍혀 있었다. 기러기 떼도 새는 새지. 그리고 새의 수는 모두 달랐다.
-한 마리 있는 것부터 일단 차례로 나열해 보고 크로스체크 해 봐요.
“그래, 나는 세 번째 사진 뒷면 숫자가 8 나왔다.”
-저도 8이요.
“그럼 7158, 7458, 7558, 7958 이 중 하나라는 소리네. 차례로 한 번 눌러 봐.”
-네, 일단 전화 끊고 열어 볼게요. 저 전화 찬스 한 번 남았으니까 만약 아니면 제 쪽에서 이번에 전화 찬스 쓰고요.
뚝, 전화가 끊겼다. 얼마나 격하게 돌렸는지 땀에 머리와 목덜미가 젖은 서예현과 견하준이 김도빈과 함께 1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잠시 후.
“열렸다!”
경쾌한 외침과 함께 류재희가 층계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원 탈출에 성공하며 세트장 촬영이 종료되었다.
“어떡하죠, 촬영 너무 빨리 끝났는데.”
음, 우리가 알 바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