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5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1화(45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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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곡 데모도 다 나오고 파트 분배도 끝났겠다, 이제 녹음 전까지 Inst만 조금 더 손보면 됐다. 덕분에 매일이 스케줄 끝나고 돌아오면 숙소에 잠시 들렀다가 작업실로 가는 게 일상이었다.
오늘도 작업실에 가기 위해 간단히 짐을 챙겨 현관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거실 소파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막내 라인을 발견하고 걸음을 슬쩍 늦췄다.
무슨 대화를 하길래 사람이 일하러 나가는데도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는커녕 쳐다보는 척도 안 하는지 궁금해서가 한 70% 정도, 기왕 거실에서 이렇게 얼굴 본 거 나간다는 말이나 하고 가려는 의도가 한 30% 정도 있었다.
“나는 너무 시각적인 아이디어에 매몰되어 버렸던 거 같아. 하준이 형도 그렇고. 형의 접근 방식이 꽤 신선했어.”
“거 봐, 원래 이런 건 쫄보가 더 잘 안다니까?”
둘이 딱 붙어 수상하기 짝이 없게 주변 눈치를 연신 살피며 쑥덕거리는 꼴을 보다 못해 불쑥 끼어들어 물었다.
“뭐가 그렇게 신선해서 둘이서만 그렇게 재미있게 속닥거리냐?”
식겁하며 펄쩍 뛰어오르려 하는 김도빈의 어깨에 팔을 걸어 꾹 잡아 누른 류재희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이번 후속곡이 신선하다고요.”
김도빈도 뒤늦게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맞아요, 정규를 섹시 컨셉으로 가서 후속곡도 그 결일 줄 알았는데 360도 확 틀어서 신기했어요.”
“360도는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고, 인마. 360도가 아니라 180도겠지.”
“네, 180도.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역시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네요.”
유달리 순순한 김도빈의 모습에 이 자식들이 또 무슨 헛짓거리를 꾸미고 있는 건가 의심이 짙어졌지만 일단은 모른 척 넘어가 주기로 했다.
저 녀석들이 뭐를 하든 류재희가 있으니까 적어도 선은 안 넘겠지. 김도빈은 못 믿어도 류재희는 믿을 수 있었다.
“마냥 신나는 노래도 아니고 <’till dawn>이랑 비슷한 결인데 뭐 신선할 게 있냐?”
“그래도 온전한 록 장르로 가는 건 처음이잖아요. 저희, 댄스 록은 한 번 경험했어도 록 메탈 장르는 처음 아니에요?”
입에 침 하나 바르지 않고 매끄럽게 말을 이어가는 류재희의 모습에, 김도빈도 눈치를 살피다가 슬그머니 한 마디 덧붙였다.
“<’till dawn>보다 더 신나던데.”
“그러겠지. <’till dawn>은 얼터너티브 팝이고 는 록이니까. 둘 다 녹음일까지 목 관리 잘하고. 특히 막내.”
“에이, 당연하죠. 무슨 그런 걱정을 다 하고 그러세요.”
넉살 좋게 웃으며 대꾸하는 류재희를 빤히 보다가 지나가듯 한마디 툭 던졌다.
“그 정신 사나운 핑크 담요는 가져오지 마라.”
동요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류재희를 보며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연기 실력이 오른 거야, 아니면 내가 헛짚은 거야?
* * *
“와씨, 식겁했네. 이든이 형 눈치 왜 저렇게 빨라졌어?”
윤이든이 작업실에 간다고 숙소를 나가자마자 김도빈은 숨을 몰아쉬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꼼짝없이 들키는 줄 알고 얼마나 식겁했던지.
“저 형은 원래 자기 일에는 눈치 귀신같잖아. 빨라진 게 아니야. 옛날부터 항상 저랬어.”
열심히 아이디어 짜 내며 준비했던 납량 특집 깜짝 카메라가 무산될 위기의 문턱까지 다녀왔음에도 김도빈과 달리 여전히 평온한 얼굴을 한 류재희가 김도빈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여전히 빠르게 뛰는 심장깨를 꾹 누르며 김도빈이 누가 엿듣기라도 하는 양 목소리를 잔뜩 낮춰 속닥였다. 이제는 정말로 숙소에 단둘밖에 없음에도.
“숙소에서 웬만하면 깜카 관련 이야기하지 말자. 한 번만 더 들키면 이든이 형의 집요한 의심이 시작될 것 같아.”
“아니야, 오히려 잘됐어.”
레브의 유일한 두뇌, 레브의 제갈량을 맡고 있는 류재희의 눈이 빛났다.
“내가 봤을 때 이든이 형이 우리가 뭐를 꾸미고 있다는 것까지는 눈치를 챘는데 정확히 뭔지는 아직 감을 못 잡았어. 딱 그 상태야.”
마지막 순간에 윤이든이 그들을 떠보기 위해 던진 물음이 그걸 확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몸싸움과 음악으로는 백전백승이지만 머리 싸움은 백전일승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해 주는 순간이었다.
“이든이 형은 지금 우리가 꾸미는 게 이전에 몇 번 써먹은 핑크테라피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 같거든? 그걸로 오해하게 만들면 돼. 원래 하나에 매몰되면 다른 걸 의심하기 어려운 법이거든.”
위기를 기회로! 의심을 역이용하여 납량 특집 깜짝 카메라의 존재를 숨긴다!
“오오, 류재. 완전 악당 등쳐먹는 악당 같아.”
짝짝짝 박수를 치며 감탄하는 김도빈의 말에 류재희 표정은 오히려 떨떠름해졌다. 저게 칭찬이야, 욕이야.
윤이든의 눈을 가리는 비상 대책은 이 정도로 마련해 놓고, 그들은 이제 녹음을 앞두고 본격적인 깜짝 카메라 준비에 돌입했다.
견하준은 한창 막바지로 치닫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빠서 아이디어 제공만 열심히 했고, 준비에는 막내라인이 두 팔 걷고 나섰다.
“그런데 사운드는 찾아봤어? 비명 소리나 웃음소리는 너무 티 날 거 같지 않아?”
“어, 나도 정확히 같은 생각이었어. 그래서 내가 너튜브에서 좀 찾아봤는데 이게 괜찮을 거 같더라고? 들어봐 봐.”
너튜브 영상을 재생한 류재희가 김도빈의 귀에 휴대폰 스피커 부분을 가져다 대어 주자 10초도 되지 않아 김도빈이 온몸을 파드득 떨어 대며 류재희의 휴대폰에서 급하게 멀어졌다.
“미쳤는데? 진짜 무서운데? 이거 뭐야? 무슨 이런 게 너튜브에 다 있어? 꿈에 나올까 봐 무섭다. 아니, 꿈이 아니라 오늘 방에서 눈 감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생각날 거 같아.”
“그거, 그 공포 영화 엄마 귀신. 이게 찐 귀신 목소리랑 똑같다고 무당이 그랬다잖아.”
“류재, 오늘만 같이 잘래…?”
“자꾸 그러면 형 오늘 못 자게 영상까지 보여줄 수 있어.”
류재희의 으름장에 김도빈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학교에서 시험 끝나고 보여준 공포 영화도 아직 가끔 침대에서 눈 감고 있으면 생각나는데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하는 지금 저거 보고 잠을 설치다가 목 나가기라도 해 봐라.
김도빈에게 있어서 귀신 못지않게 무서운 게 녹음실에서의 윤이든이었다.
“류재, 이거 하준이 형 파트에 넣을 거지? 하준이 형이 연기 제일 잘하니까?”
김도빈이 구상한 시나리오에 따르자면 연기가 제일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견하준이 메인을 맡는 게 가장 베스트였다.
하지만 연기 실력 전에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김도빈이 놓친 부분이.
“아니? 무조건 형 파트에 넣어야 해. 데모곡 안 들었어? 나랑 하준이 형 파트는 고음 파트고 Inst가 커서 A&R팀 도움 받아서 밑에 깔아도 100% 묻혀. 형 파트가 제일 잔잔해서 이게 밑에 깔려 들어가 공포감 조장하기 딱이라고.”
귀신이 있다는 증거가 티가 나야 하지 않겠는가. 연기 원맨쇼로는 윤이든을 완벽하게 속이기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김도빈이 기획한 이 납량 특집 깜짝 카메라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면 내가 그 연기를 해야 해?”
“당연하지, 그리고 어차피 형이 짠 거잖아.”
본인이 짠 건데 그 정도도 못 하느냐는 눈빛으로 저를 보는 류재희를 향해 김도빈이 한껏 억울해하는 얼굴로 항변했다.
“당연히 내가 할 게 아니니까 이렇게 고난이도로 짠 거지!”
“그럼 형은 이렇게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 놓고 뭐 하려고 했는데?”
“난 이거 하준이 형이 맡고 나는 그냥 옆에서 무서워 죽겠다고 호들갑만 떨면 되는지 알았어. 나한테 이런 막중한 책임이 주어질 걸 알았으면 난이도 낮췄지!”
절대 못 한다고 고개를 연신 젓는 김도빈의 어깨를 두드린 류재희가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괜찮아. 하준이 형한테 코칭 받으면서 며칠 구르면 그 연기 하나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거야.”
여전히 확신 없는 얼굴을 한 김도빈에게 류재희가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연기를 못하는 편인 형이 완벽하게 속여야지 이든이 형의 의심이 덜하다고. 하준이 형은 연기를 잘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형은 아니잖아.”
드디어 김도빈이 납득했는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깜짝 카메라 전설을 만들어야지.”
[●REC] [이 사운드를 도빈이 형 파트에 깔 거예요. A&R팀이 기꺼이 협조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든 이든이 형이 녹음본 들어보기 전에 저를 데리고 녹음실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게 관건이거든요.] [아이디어 처음에는 정말 좋아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까 할 게 꽤 많네요?] [그래도 녹음실이 갑자기 정전되고 녹음실 부스 유리 벽에 여자 손자국이 찍혀 있는 유제 씨 아이디어보다는 나아요.] [자, 이틀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이든이 형이랑 예현이 형을 충분히 속여넘길 만한 연기, 열심히 연습 부탁드립니다.] [엌, 말 돌린다.]* * *
“이렇게 늦은 시간에 녹음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우리 낮에 시간 된다니까 야근을 자처해서 하셔.”
“나도 갑자기 일이 생길지 알았겠니.”
오늘 레코딩 디렉팅을 함께 할 LnL 전속 프로듀서와 시시덕거리며 대화를 나누다가 캠코더를 들고 있는 류재희를 발견하고 물었다.
“뭐 찍으려고?”
“녹음실 비하인드 자컨 있으면 좋잖아요. 형 프로페셔널한 모습도 담을 수 있고.”
“이번엔 핑크테라피인가 뭔가 안 하지?”
“에이, 똑같은 거 네 번 우려먹으면 다들 재미없다고 해요.”
도입부를 맡은 견하준이 제일 먼저 녹음실로 들어갔다. 가볍게 마이크 앞에서 목을 풀고 있던 견하준이 힐긋, 뒤를 돌아보기를 반복하더니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이든아, 혹시 녹음실 부스 에어컨 켰어?
“아니? 지금 안 켜졌잖아. 네가 봐도 불 안 들어왔지 않아? 전원 불 켜졌어?”
-그치, 꺼진 거 맞지? 그런데 왜 이렇게 춥지?
“누가 낮에 에어컨 켜고 있었나 보다. 담요라도 두르고 할래?”
“아니야, 여기 녹음실 오늘 쓴 사람 없었어. 너희가 예약 잡아 놨는데 누가 써.”
전속 프로듀서가 고개를 저으며 내 가설을 부정했다.
견하준은 언제나 그랬듯 깔끔하게 녹음을 끝마쳤다. 보컬 스타일을 견하준의 스타일에서 조금 틀었음에도 견하준은 본인의 쪼를 죽이고 제법 잘 따라왔다.
헤드셋을 벗은 견하준이 녹음 부스를 나오자마자 다시 녹음 파트를 재생해서 들어보고, 만족한 얼굴로 손짓했다.
“다음, 도빈이 들어가라.”
나를 찍던 캠코더가 바로 녹음실 부스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