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5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2화(45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2화
서예현이 내가 하사한 가이드 녹음 덕분에 만년 녹음 열등생 라인에서 벗어났기에 이제 잡도리할 만년 녹음 열등생은 김도빈 하나였다.
그래서 김도빈의 레코딩 차례에서 조금 더 날카로워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열등생이라고 해도 내 기준이라 회귀 전에 프로듀싱 했던 그룹의 평범한 멤버들보단 실력이 나았지만 100을 뽑아낼 수 있는 걸 자기가 70만 내보내고 있으면 어쩌겠는가.
달달 볶아서라도 100을 뽑아내도록 만들어야지. 이게 다아 외부 자극이 없으니까 70에 안주해 버리는 게 아닌가.
김도빈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녹음실 부스에 들어갔다.
-형, 여기 너무 추운데요?
마이크 앞에 선 김도빈은 팔을 몇 번 문지르더니 견하준과 똑같은 소리를 했다. 얼마나 추운지 확인이나 한번 해 볼 겸 담요를 가져다주겠다는 핑계로 녹음실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서늘하다 못해 싸늘한 공기가 나를 감쌌다.
“진짜 추운데? 이게 에어컨 켜 놓은 거 아니라고?”
“문 잠겨 있었다가 우리 오고 오늘 처음 열었다는데 설마요.”
담요를 받아 어깨에 두른 김도빈이 소심하게 대꾸했다. 무언가를 찾듯이 주변을 둘러보던 김도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형, 그리고 지금… 에어컨 찬 공기랑 좀 다른 거 같지 않아요?”
“다른 것 같다고? 전혀 모르겠는데?”
다른 걸 느껴 보려고 해도 그냥 찬 공기였다.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지. 혹시 견하준이나 김도빈이나 둘 다 감기 기운이라도 있나? 몸이 으슬으슬해서 에어컨 찬 기운이랑 다르다고 하는 건가?
“아니, 집중해서 느껴보시면 조금 다르단 게 느껴질 수도…”
횡설수설하던 김도빈은 녹음실 부스 유리창을 한 번 보더니 갑자기 빠른 태세 전환을 실행했다.
“그냥 녹음 시작할게요. 담요 둘러서 좀 괜찮아진 거 같아요.”
“그래, 잘 생각했다. 아주 현명한 선택이야.”
김도빈이 여기에서 더 갔으면 열정으로 몸을 따뜻하게 데워 보라고 평소의 배로 잡아 댔을 테니 말이다.
물론 아프면 컨디션 찾고 하자고 봐줬겠지. 그런데 낮까지 쌩쌩했던 김도빈을 보니 아픈 건 확실히 아닌 것 같이 보였단 말이지. 녹음실에서만 아픈 게 꾀병이 아니면 뭐겠냐.
“녹음실 추우니까 딱 열 번 안으로만 끝내자. 괜히 오래 있다가 감기 걸리지 말고.”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도빈이 마이크 앞에서 준비를 마친 걸 확인하고 Inst를 켰다.
[푸르른 하늘 창백한 새벽 공기의 서늘함이]오, 컨디션 괜찮나 보다? 웬일로 저렇게 첫트부터 마음에 쏙 들게 부르지?
굳이 끊을 이유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까딱이며 계속 레코딩을 이어갔다.
김도빈이 드디어 만년 열등생 그룹에 자신만 남았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빡세게 연습을 해 온 모양이었다. 기특해서 오늘은 피드백을 덜 험악하게 주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만족도 잠시.
[내게 파랗게 닿아오, 끄아아악!]노래를 끊고 쩌렁쩌렁한 비명이 녹음실에 울려 퍼졌다.
내가 놀라서 벌떡 일어남과 동시에 헤드셋을 급하게 벗어서 내팽개친 김도빈이 벌컥, 부스 문을 열고 뛰쳐 나왔다.
최대한 녹음 부스에서 멀어진 김도빈이 벽에 딱 붙어 몸을 덜덜 떨어 댔다. 다급하게 김도빈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기, 저기에서…”
숨을 다급하게 헐떡거리며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연신 녹음실 부스만 떨리는 손으로 삿대질해 대는 모습이 퍽 심상치 않았다.
“귀신, 귀신 목소리 들었어요. 귀신 목소리가…”
치솟았던 걱정이 무색하게 내 안에서 팍 곤두박질치는 게 느껴졌다. 귀신 같은 소리 하네.
퉁명스럽게 변한 내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은지 김도빈은 출입문 쪽으로 몸을 휙 돌렸다.
“저 여기 못 있겠어요! 저 진짜로 무서워서 여기에 못 있을 것 같아요! 저 나갈래요!”
“귀신 목소리가 아니라 음향을 잘못 들은 거겠지. 네가 귀신 목소리 애초에 들어 봤어? 지금 들어 보고 귀신 목소리라고 확신을 하는 거냐? 지금 녹음본 확인시켜 줄까?”
김도빈을 끌고 모니터로 가려 하자 김도빈이 갓 낚아 올린 활어처럼 거세게 팔딱거리며 저항했다. 그 팽팽한 신경전을 보다 못했는지 견하준이 나섰다.
“이든아, 일단 나가서 도빈이부터 먼저 진정시키고 오자. 여기에 못 있겠다잖아.”
“아니, 무슨 귀신은 얼어 죽을 귀신.”
깊은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등을 떠미는 견하준의 손길에 따라 김도빈과 함께 순순히 녹음실 밖으로 나왔다.
* * *
[●REC] [뭐, 무슨 귀신이 있다고 그래? 귀신이 있었다고?] [예현이 형, 형도 얼른 나가서 도빈이 형 좀 진정시켜 봐요. 이든이 형 화내면 말려 줄 사람은 있어야죠. 이든이 형 또 이런 거 안 믿으셔서 도빈이 형한테 100프로 화낼 텐데.] [하준이 갔잖… 하긴, 하준이도 그런 거 안 믿는 스타일이었지.] [네, 이렇게 예현이 형을 보냈습니다. 이제 저랑 미리 섭외해 놓은 A&R팀 협조자, 우리 디키 프로듀서만 남았네요. 에어컨도 미리 A&R팀에서 협조해 주셨어요. 사실 미리 틀어놓은 거 맞아요.] [여기에다가 이거 사운드 깔면 되지?] [네네, 기왕이면 도빈이 형이 비명 지르기 직전에 깔아 주세요.] [와, 그런데 도빈이 연기 진짜 실감 나긴 하더라. 나 진짜로 도빈이가 귀신 본 줄 알았어.] [하준이 형의 지도 아래 엄청난 스파르타 훈련을 거쳤죠.] [얼마나 심하게 굴렸길래 저렇게 실감 나?] [촬영도 하면서 본인의 연기를 직면하게 하고, 녹음실도 빌려서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동선 다 짜 놓고.] [이야, 진짜 고생했다.] [도빈이 형 파트도 이제 다시지옥을 좀 많이 겪고 하면 이든이 형이 힘들어서 헛소리가 들린 게 분명하다고 아무렇지 않게 치부하고 다시 녹음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서 파트 연습도 빡세게 굴렸어요.] [들으니까 도빈이가 제일 고생했네.] [그렇죠. 어휴, 이든이 형 안 보이게 부스 바깥에서 뇌절 끊으라고 신호 보내느라 고생했네. 거기서 더 하면 이제 이든이 형이 수상함을 느끼기 시작한다고요.] [이제 우리도 슬슬 나가야 하지 않아?] [과연 이든이 형은 녹음된 귀신 목소리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자, 사운드도 잘 깔았겠다, 그럼 저는 바깥 상황을 먼저 살펴보기 위해 나가 보겠습니다.]* * *
대체 왜 따라 나왔는지 모를 서예현까지, 총 세 명의 다독임을 받고 나서야 김도빈은 겨우 진정했다.
어느 순간 류재희도 슬그머니 캠코더를 들고 녹음실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디키 프로듀서도 혼자 있으니 왠지 무섭다며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고.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면 갑자기 유독 싸했는데 그때 헤드셋을 뚫고 귀신 목소리가 들렸다?”
내 깔끔한 정리에 김도빈이 고개를 미친 듯이 주억거렸다. 서예현의 얼굴이 그 말을 듣고 창백하게 질렸다.
“귀신? 귀- 이- 신? 귀신 목청이 아주 좋은가 보다? 헤드셋이랑 Inst도 다 뚫고 너한테 그렇게 선명하게 들린 거 보니까? 그런데 왜 나한테는 안 들렸을까? 그 정도 목청이면 충분히 들렸겠는데.”
절로 목소리가 삐딱해졌다. 내가 더 입을 열려고 하자 서예현의 손이 다급히 내 입을 틀어막았다.
“읍읍 읍 읍! 읍읍읍!(이거 안 놔? 미쳤어?)”
“너 선배님들 녹음실 귀신 목격담도 안 들어봤어? 진짜 귀신이면 어떡해!”
“푸하! 내가 숨 막혀 뒈져서 귀신 되겠다! 녹음실 귀신 하나 더하려고 아주 작정을 하셨습니다, 형님?”
혹시 나 하나 속이려고 다 같이 짜고 치는 건가 싶어 서예현을 돌아보자 진실된 쫄보의 얼굴이 보였다. 서예현의 연기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았기에 일단 다 같이 짜고 치는 깜짝 카메라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귀신 목소리를 들었다는 건 헛소리 같았다.
겨우 헛것을 듣고 내 얼마 안 되는 행복을 망친 김도빈을 다시 잡도리하려고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돌리자 견하준이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도 녹음하면서 싸하게 추운 거 느꼈거든. 그런데 도빈이가 똑같이 느꼈다니까 좀 그러네.”
“준이 너도 느꼈다고?”
“응, 내가 녹음 시작 전에 춥다고 했잖아. 그게 그거였어. 아마 도빈이도 똑같이 느꼈나 봐.”
견하준의 연기 실력은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이게 진실인지 아니면 짜고 치는 연기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일단 방금 녹음본을 들어보면 알지 않을까요? 이든이 형 말대로 도빈이 형이 헛것을 듣고 호들갑을 떤 건지, 아니면 도빈이 형 말대로 진짜 녹음실 귀신이 있는 건지.”
류재희의 제안에 뒷머리를 헤집으며 고개를 저었다.
“귀신 목소리가 녹음되는 것도 좀 웃기지 않냐?”
“녹음 돼! 나 전에 그거 토크쇼에서 말한 거 봤어! 듀엣 녹음됐댔어!”
정작 귀신 목소리를 들었다는 김도빈보다 부스 바깥에서 눈만 깜빡이고 있던 서예현이 더 난리를 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난리를 쳐 댔으면 당연히 의심을 했을 테지만 하필 그게 연기를 더럽게 못 하는 서예현이라 긴가민가했다. 심지어 연기가 아니라 100% 진심 같아서 더더욱.
“그래, 일단 들어보기나 하자.”
내 주도에 따라 다 같이 다시 녹음실로 들어갔다.
“왜 이렇게 을씨년스러워 보이지…?”
“아니, 전혀.”
“진짜 조금 그러긴 한데요.”
내 눈에는 평소와 똑같아 보이는 녹음실이건만 다들 눈깔에 무슨 필터라도 낀 건지 평소보다 을씨년스럽네, 소름 끼치네, 춥네, 난리를 치고 있었다.
들으란 듯 한숨을 푹푹 내쉬며 방금 레코딩을 끝냈던 김도빈의 녹음본을 재생했다.
[푸르른 하늘 창백한 새벽 공기의 서늘함이]다시 들어도 앞부분은 차암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야. 이걸 날려야 한다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내게 파랗게 닿아오, 끄아아악!] [끼기긱 끼긱 끼기긱]비명 직전, 김도빈의 목소리 밑에 낯선 목소리가 깔려있었다. 누가 봐도 ‘나 귀신이오’를 주장하는 소름 끼치는 사운드가.
“미치이인! 진짜 귀신인가 봐! 진짜 녹음실에 귀신 나왔나 봐! 오늘 녹음 끝내면 안 돼? 나 저기 못 들어가겠어!”
“제가 말했잖아요! 진짜 들었다니깐요!”
혼비백산하며 나를 붙드는 서예현에 이어 김도빈까지 펄쩍펄쩍 뛰어 댔다. 류재희도 제가 녹음실 귀신 현장을 촬영한 거냐고 손을 덜덜 떨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귀신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낯선 목소리였긴 하지만 낯선 귀신 소리는 아니었다는 소리다.
“야, 여기에다가 기담 엄마 귀신 사운드 집어넣은 놈 나와.”
나를 놀라게 하려면 귀신 목소리를 직접 녹음하는 성의라도 보여 봐라, 이 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