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5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3화(45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3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류재희와 김도빈이 기겁을 했다.
“이, 이, 이든이 형한테 귀신 들렸나 봐!”
“귀신이 아니라 신들린 거 아니야?”
“악법도 법이고 사이버대학도 대학인데 귀신도 신이지!”
“그런가? 아니, 그런데 어떻게 바로 안 거지? 이거 진짜 말도 안 되는데?”
혼비백산하여 서로를 붙드는 막내 라인을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보고 있자 이번에는 서예현이 슬금슬금 옆걸음질로 내 옆에서 멀어졌다.
이제까지 보여 준 진실된 감정들을 보면 분명 서예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게 분명한데 왜 저러나 싶었다.
혹시 내가 자기까지 갈굴까 봐 그러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유 없이 사람을 갈구지는 않는데 말이다.
“형님은 왜 또 그러십니까. 찔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아니, 뭔가 귀신 소리를 듣고 무슨 귀신 소리인지 알아맞히는 게 너무… 너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것 같은… 혹시 진짜 귀신 들려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서예현의 중얼거림에 김도빈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 동조했다.
무슨 일을 꾸민 건 자기들이면서 내가 무슨 귀신이라도 부리면서 자기들을 놀라게 한 양 펄쩍거리며 더 놀라는 꼴을 보고 있으니 기가 막혀서 치려던 호통도 싹 들어갔다.
“그래서, 녹음실에서 녹음본에 왜 그 사운드를 삽입한 건지-”
“짜잔, 납량 특집 깜짝 카메라!”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어색하게 웃은 김도빈이 박수를 치며 이 헛짓거리의 이유를 밝혔다.
“-는 이렇게 거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견하준이 여상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약간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는 둘째치고, 녹음실이 추웠다고 밑밥을 깔던 견하준의 모습이 생각나 반신반의하면서도 물었다.
“…준아, 너도?”
“제 연기 지도 과외 선생님이셨어요.”
김도빈이 대신 긍정해 주었다. 준아, 너마저…!
이게 나를 대상으로 한 깜짝 카메라라는 걸 밝힌 후, 공모자 셋은 깜짝 카메라의 주제와 트릭을 밝혔다.
“납량 특집이었어요. 이든이 형한테 공포 체험시켜 주기. 귀신 음성이 삽입된 녹음본으로 형을 공포에 빠뜨리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죠. 이거라면 형도 놀랄 줄 알았는데.”
“도빈이가 연기 연습이랑 파트 연습을 엄청 했어. 일단 네 마음에 들어야지 녹음이 안 끊기니까.”
“그럼 내가 하준이랑 도빈이 데리고 녹음실 밖으로 나갔을 때 우리 디키 프로듀서가 막내랑 같이 사운드 깔고 나온 거야?”
“그래서 계속 나한테 나가 보라고 했던 거구나. 나는 왜 나까지 도빈이를 위로해야 하나 싶었네.”
서예현도 큰 깨달음을 얻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뚱한 얼굴로 고개 숙인 채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류재희가 번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영화, 무슨 장면인지까지 딱 짚어 낸 게 말이 안 돼. 여기 기획한 사람 중에 스파이가 있는 거야. 이든이 형, 이제 밝혀 주세요. 누가 형한테 귀띔했어요?”
“아무도 귀띔 안 했는데?”
“그러면 그걸 진짜 듣자마자 알았다고요? 형, 이거 다 여기에 찍히고 있어요. 이거 올라가면 형 NASA에 잡혀 가요. 진실을 말해 주세요.”
캠코더를 가리키며 헛소리를 해 대는 김도빈에게 헤드록을 빙자한 목 마사지를 선사해 주며 투덜거렸다.
“그거 영상미가 좋아서 몇 번 돌려본 영화거든. 그리고…”
학창 시절에 나 겁먹는 꼴 한 번 보겠다고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내 귀에서 이어폰 빼고 이 영상이 재생되는 이어폰을 들이민 웬수 자식들 덕분에 아주 선명하게 각인이 됐다.
나는 그 당시 기준으로 며칠 전에 생일선물로 부모님께 뜯어낸 내 100만 원짜리 이어폰이 벌써 맛이 간 줄 알고 비명을 지르면서 일어났다가 드디어 공포영화에 굴복한 윤이든 따위의 오명을 얻었지.
그래서 그 사운드는 더욱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 딱 가져오냐.
“아무튼, 그 장면 소리는 못 잊지. 차라리 거꾸로 뒤집어서 가져오지 그랬냐.”
굳이 나의 흑역사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자 류재희가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공포 영화 딱히 안 좋아하셔서 당연히 모를 줄 알았어요.”“나는 호러랑 오컬트 장르도 영상미만 좋으면 다 봐.”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액션을 제외하곤 모두 영상미였다. 액션 장르는 뭐… 액션만 잘 뽑히면 되지.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진짜 귀신 목소리라고 믿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사운드가 얘 목소리랑 안 겹치잖아. 마이크에 대고 같이 불렀으면 몰라. 배경음처럼 깔려 있더만.”
“그건 진짜 귀신을 데려오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잖아요. 어우, 상상만 해도 무서워.”
김도빈이 팔을 문지르며 진저리 쳤다.
그런 김도빈의 어깨에 턱, 팔을 올리고 김도빈의 고개를 꾹 당겨 마주 보았다.
부드러운 미소에 눈을 깜빡이던 김도빈이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듯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래 봤자 내 손아귀 안이라 김도빈의 탈출 시도는 맥없이 실패로 돌아갔다.
“오, 무서워? 귀신은 무섭고 나는 안 무서워?”
김도빈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 오랜만에 옛 향수 한 번 느껴 보자. 녹음실에서 깜짝 카메라를 기획할 만큼 요새 녹음실이 많- 이 편해졌지.”
뚜둑, 가볍게 손마디를 꺾자 서예현의 얼굴까지 창백하게 질렸다. 정작 공모자인 류재희와 견하준의 얼굴은 평온했다.
“막내야, 왜 그랬어! 왜 나를 다시 지옥에 다시 빠뜨렸어!”
눈동자만 굴리고 있던 류재희의 어깨를 붙든 서예현이 잡고 마구 흔들며 원망을 토로해 댔다.
“A&R팀도 와, 너무하다. 내가 제일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나 대상으로 깜짝 카메라 한다는 거에 홀랑 넘어가서 협조해 주고.”
“아이, 컨텐츠, 컨텐츠.”
디키 프로듀서가 넉살 좋게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자, 다시 녹음 시작하자. 도빈이부터 이어서 다시 가자.”
내 호명에 김도빈은 죽상을 한 채로 녹음 부스 안으로 다시 비척비척 들어갔다.
그 모습이 꼭 옛날 성북동 친가에 끌려가던 나를 생각나게 했다. 그럼 녹음실이 지금 그 급이라는 거냐? 어?
다시 김도빈의 파트 레코딩이 시작되었다.
“도빈아, 형한테 깜짝 카메라 할 때는 잘하면서 지금은 왜 이러냐?”
“형 놀려 먹을 생각을 할 때만 막 실력이 오르고 그러냐? 연습했다며. 그대로 해 봐. 왜 지금은 또 실력이 연습 안 한 상태로 돌아왔어?”
“야, 네가 깜짝 카메라 한다고 비명 지르기 전에 그 수준으로만 했어도 오늘 너 녹음 일곱 번이 뭐야, 다섯 번 안으로 끝났다.”
“이거까지 각오하고 한 거 아니었어? 연습실에서 했으면 내가 말을 안 해! 세상에 내놓을 우리 얼굴과도 같은 음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네가 말아먹은 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전까지 오늘 녹음 부스에서 나올 생각하지 말자.”
“도빈아, 그렇게 해서 오늘 안에 나오겠냐. 예현 형님, 미리 거기 소파에 담요 깔아 놓으십쇼. 형님 아무래도 오늘 여기서 주무셔야겠습니다.”
납량 특집인지 영화 및 흑역사 투어 특집인지 모를 깜짝 카메라만 기획하지 않았어도 오늘 녹음은 역대급으로 순탄하고 빠르게 끝났을 것을, 쯧쯧.
김도빈은 내 애정과 정성이 듬뿍 담긴 디렉팅을 거듭하여 듣고 나서야 겨우 깜짝 카메라 때의 페이스를 찾았다.
“이제 그때 폼이 나오네. 바로 이만큼 했으면 아무리 녹음실에서 깜카로 장난을 쳤어도 내가 이렇게 잡았겠냐.”
틱-
만족스럽게 턱을 까딱하고 있는데, 갑자기 녹음 부스 안의 조명이 한 차례 깜빡거렸다.
마이크는 멀쩡히 잘 작동하고 있었기에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하라고 손짓하자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를 이어나갔다.
“됐어, 이만하면 합격. 앞으로도 이 정도로만 해라.”
드디어 내가 마음에 쏙 들었던 처음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김도빈에게 녹음 부스에서의 해방 선언을 내렸다.
“뭐하냐, 안 나오고. 다음으로 예현이 형 녹음해야 하니까 빨리 나와.”
마이크 앞에 뻣뻣하게 서 있는 김도빈을 향해 재촉하니 김도빈이 고개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상태 그대로 눈동자만 굴려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떨리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부스에 울렸다.
“형…”
“아, 이제 안 속으니까 밑밥 깔지 말고 나오라고.”
시야에 들어오는 김도빈의 얼굴이 유난히 새하얗게 질려 있는 게 보였다.
“혹시 역 깜짝 카메라 이런 거 기획 안 하셨죠…? Inst에 아무것도 안 깔려 있죠…?”
“내가 너냐. 음악으로 그런 짓하게.”
내 심드렁한 대꾸에 떨리는 손으로 팔을 문지르던 김도빈이 거의 속삭이는 수준으로 말했다.
“누가 저랑 같이 노래 불렀는데…”
“이제 재미없다, 도빈아. 1절만 하자.”
경고성의 말에도 김도빈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어 댔다. 문을 한 번 보고 깜빡였던 조명을 한 번 조심스럽게 올려다봤다가 바로 시선을 원위치시킨 김도빈이 간절하게 말했다.
“누가 좀 녹음 부스 문 좀 열고 잡아 줘요. 갑자기 문 잠기고 불 꺼질까 봐 여기에서 못 움직이겠어요.”
공포에 질린 숨소리와 잔뜩 떨리는 목소리가 연기 같지는 않았지만 김도빈은 방금 나를 연기로 속인 전적이 있었으므로 믿지는 않았다.
견하준이 녹음 부스 문을 열어 주자 김도빈이 무언가에 쫓기듯이 뛰쳐 나왔다.
“형, 왜 그래. 우리 이제 깜짝 카메라 끝났잖아. 그만해, 이제. 이러다 이든이 형 진짜 화내겠어.”
“진짜 들었다니까!”
류재희의 진지한 만류에 파리하게 질린 김도빈이 역으로 버럭, 화를 냈다.
“연기하는 건지 실제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싸우지 말고. 녹음본 다시 들어 보면 아무도 도빈이 너랑 같이 노래 안 불렀다는 거 알 거 아니냐.”
막내라인 둘을 중재하고 방금 녹음한 사운드를 재생했다.
[내게 파랗게 닿아오는 그 환상 속에서] [끼긱 끼기긱 끽 끼기긱 끼긱]김도빈의 목소리와 함께 방금처럼 낯선 소리가 겹쳐 들렸다.
“이거 내 깜짝 카메라지? 나 대상으로 하는 거 맞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 줘.”
김도빈이 손을 덜덜 떨면서 간절하게 류재희를 붙잡고 말했다.
반사적으로 류재희를 돌아보자 김도빈과 마찬가지로 새하얗게 질린 류재희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희 아니에요. 저희 진짜 아니에요. 형도 계속 지켜보고 있어서 이거 사운드 삽입할 틈도 없었잖아요.”
“잠깐만… 이거 분리된 사운드가 아니라 김도빈 보컬이랑 붙어 있는데?”
그리고 이 귀신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초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