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5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6화(45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56화
“아무리 무대에서는 우리 연주가 아니라 Inst가 메인이라지만 무대 위에서 악기를 쥐고만 있을 수는 없잖냐?”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악기를 쥘 일이 없는 서예현까지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학창 시절 밴드부 수준 정도는 달성하자. 그래야지 적어도 Inst랑 불협화음은 안 만들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김도빈의 얼굴이 죽상이 되었다.
“저희 학교 밴드부는 실음과가 해서 베이스가 거의 준프로 수준이었는데요.”
“아, 맞다. 너 예고였지. 중학교 때는?”
“기억이 안 나요.”
반대로 서예현의 얼굴은 눈에 띄게 환해졌다.
“형님 표정은 왜 그렇게 밝습니까? 혹시 형님 학교 밴드부 수준이 어떻게 되시는지…?”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중학교 때는 밴드부 보컬 실력이 나랑 비슷했던 건 기억하거든. 네가 학창 시절 밴드부 수준이라니까 안도가 좀 되네.”
“말이 돼? 대체 그러면 보컬을 어떻게 맡은 거야?”
“나도 노래방에서는 노래 잘 불렀어. 고음 들어간 노래 제외하면.”
뻔뻔하기 그지없는 서예현의 말을 들으며 이마를 짚었다.
“학교가 다들 다르다는 걸 깜빡했군.”
나야 당연히 기준점을 내 학창 시절 밴드부로 잡아 놓고 있었기에 서예현네 학교 밴드부 수준이 기준점이 되어 버리면 곤란했다.
“아마추어 수준 정도로는 하자고. 무대 위에서 허접하게 보이지는 말고.”
이 정도로 설명해 줬으면 충분히 알아 들었겠지.
“아마추어와 허접의 차이가 뭐예요?”
“보면서 ‘막 잘하지는 못해도 열심히는 하는구나’ 미소라도 지어지면 아마추어, 보면서 ‘저것들 뭐야’ 인상 찌푸려지면 허접.”
“미소라도 지어질 수준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징하네.”
결국은 내 학창 시절 밴드부 연습 동영상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지우지 않고 드라이브에 저장해 놓은 게 다행이었다. 추억으로 보려고 저장해 놨는데 이렇게 교본이 될 날이 있을 줄이야.
“자, 이게 최저 기준점이다. 이거 이상으로는 하자고.”
“와, 동영상 화질 진짜 구리다. 이거 폴더폰으로 찍었어요?”
“야, 나 학창 시절 때는 스마트폰 쓴 기간보다 폴더폰 쓴 기간이 훨씬 길어. 그리고 폴더폰 아니고 카메라로 찍은 거거든?”
두 살 차이 난다고 어딜 옛날 사람 취급을. 김도빈의 정수리를 꾹꾹 누르며 투덜거렸다. 사실 스마트폰 없이 살아온 세월이 전생같이 느껴지는 터라 언제부터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는지 기억이 흐릿하긴 했다.
“드럼 치는 사람이 형이에요?”
“지금이 인상이 훨씬 나아진 거였구나. 이때는 진짜 시비 붙으면 드럼 스틱으로 사람 머리 내리칠 것 같이 생겼다.”
“인마, 누구를 깡패로 몰아가고 있어?”
학교 축제에서의 공연 연습을 하며 촬영해 놓은 동영상을 노트북으로 재생하여 보여 주자 이 망할 놈들은 들으라는 합주는 안 듣고 동영상 화질과 내 학창 시절 인상이나 평가해 대고 있었다.
내가 연주나 들으라고 으름장을 내린 후에야 다들 동영상의 본질에 집중했다.
일렉 연주를 주의 깊게 보던 류재희가 질린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렉 수준 너무 높은 거 아니에요?”
“괜찮아. 빡세게 연습하면 막내 너도 이 정도 수준은 돼. 고작 고등학생이 하는 연주를 못 이기면 쓰냐.”
이렇게 말은 했지만 연습 동영상에서 일렉 기타 및 보컬을 맡은 친구는 초등학생 때부터 기타 잡고 살아온 친구였다.
듣기로는 지금 복학하고 실음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 겸 일하고 있다고 하던데.
일렉 연주자의 경력을 참작하여 내 기준점에서 일렉 기타 기준만 살짝 내려주었다.
드럼은 이 동영상에서도 나니까 상관없고 피아노야 견하준이 잘 치니까 이거보다는 더 잘할 테고, 베이스는 여기 동영상에서 베이스 잡은 녀석도 2개월인가 3개월 배우고 합류한 거니까 김도빈이랑 비슷할 테니 류재희만 잘 따라오면 되겠군.
“자, 일주일 후에 합주 맞춰 볼 테니까 일주일 동안 빡세게 연습해라. 소속사에서 만약 원하면 강사님 붙여준다더라. 강사님한테 배우고 싶은 사람은 지금 말하고. 내일까지는 영진이 형한테 말해 줘야 하니까.”
매니저 형한테 전달받은 내용을 말하자 곧바로 김도빈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 붙여 주세요. 저도 준프로의 세계로 가보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배워서 이 영상 베이스 정도는 따라잡아 봐라.”
“아, 질문 하나 해도 돼요? 악기는 개인 악기 들고 올라가는 건가요, 아니면 소속사에서 사 줘요?”
“소속사에서 구입은 해 준다는데 개인 악기 쓰고 싶으면 쓰란다.”
“그럼 저는 당연히 제 거 들고 가죠. 비싼 걸로 샀는데 드디어 무대에 들고 올라갈 일이 생기는구나!”
김도빈이 베이스를 산다고 내게 모델을 보여줬을 때 초짜가 쓸데없이 비싼 거 사냐고 갈궜던 터라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우리가 밴드 콘셉트로 무대에 설 일이 있을지 알았겠냐.
“막내 너는. 너는 일대일 강습 필요 없어?”
“저는 형한테 배우면 안 돼요?”
“오, 그럴래?”
그 김도빈이 작곡을 1인분 정도는 하게 만들어 놓은 걸 보았을 때 나는 가르치는 것에도 재능이 있는 게 분명했다. 전에 통기타를 가르칠 때로 류재희가 제법 잘 따라오기도 했고.
어차피 나는 초보인 녀석들과 달리 오래 전부터 쌓아 놓은 기본 실력이 있으므로 연습에 그렇게까지 매진하지 않아도 되는 터라 류재희를 지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견하준이야 악보 보고 알아서 잘 연습할 거고.
멀뚱하게 눈만 깜빡이고 있던 서예현이 슬쩍 물었다.
“나는 뭐 연습해?”
“형님은… 너무 우두커니 서 있지 않는 거? 스탠딩 마이크 잡고 자연스럽게 고개 까딱이는 거?”
“그걸 굳이 연습까지 해야 해?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이 보기 짠할 정도로 뻣뻣해 보여 혀를 찼다. 이렇게 쉬운 동작도 안무 연습급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니, 불쌍한 몸치 같으니.
* * *
“5월 마지막 주 뮤직센터 1위는…!”
MC 자리에서 마이크와 트로피를 든 류재희가 멘트를 치며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멤버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었다.
“네, 축하드립니다! 레브!”
다른 MC 둘이 멘트를 치자마자 제가 들고 있는 트로피를 번쩍 치켜올리는 류재희의 모습이 제법 웃겼다. 다른 MC에게 꽃다발을 건네받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로써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회귀 전부터 꿈의 기록이었는데 드디어 이루는구나!
물론 내 곡으로는 이뤘었지만 레브로는 못 이뤘다.
어느새 가수들이 다 빠져나가고 우리만이 앵콜 무대를 위해 스테이지에 남아 있었다.
“데이드림! 1위 공약 어떡하죠? 우리 데이드림한테 추천받는다고 했어요! 우리 머리로는 이제 생각을 못 짜내겠어!”
우리가 친 SOS에 방청 팬석 여기저기에서 별별 외침이 다 나왔다.
“뭐? 섹시 댄스? 우리 안무가 섹시 댄스 아니었어? 우리 안 섹시했어? 뭐라고? 저질스럽게? 여기 공중파야! 우리 큰일나!”
가장 많은 의견으로 나온 팬들의 뜻에 따라 오랜만에 공약 없이 각 잡고 제대로 된 앵콜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를 내려가기 전, 서로에게 하이파이브 한 번씩 날리는 것도 잊지 않고.
[From. 이든]데이드림, 기체후 일향만강하셨어요?
오늘 뮤직센터를 마지막으로 정규 2집 [NOX]의 활동이 끝을 맺었습니다.
두 번째 정규앨범이고 레브가 지금까지 보여드린 것과 거리가 있는, 장르도 컨셉도 과정도 모두 하나 실험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던 앨범이었기에 세상에 내놓으면서도 꽤 긴장이 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과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타이틀곡인 도 공중파 3사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는데요, 꿈의 기록을 달성하게 되어 영광이고 트리플크라운의 영광을 함께해 주신 데이드림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데이드림 덕분에 레브의 곡으로 트리플크라운을 다 이뤄 보네요.(악몽)>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테니 활동 마무리로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고 또 무대에서, 음악으로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
p.s. 다시 읽으니까 너무 작별인사처럼 썼네요… 프롬은 꾸준히 올 테니까 걱정 ㄴㄴ
(트로피_키스샷.jpg)
댓글 9842
-레브 트리플크라운 달성 축하해!!!! 이제 대상 가수 가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테니 드르륵 탁……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테니 드르륵 탁……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테니 드르륵 탁……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테니 드르륵 탁……
-왜 머리 벌써 덮었어ㅋㅋㅋㅋㅋ 반반머리 특이하고 예뻐서 좋았는데ㅋㅋ
-이제 네 음악에 확신만 가지고 언제나 성공길만 걸어 이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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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휘몰아치듯 지나간 정규 활동이 끝나고.
바로 리패키지 앨범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잠깐의 휴식 시간.
평소였으면 본가에 다녀오거나 친구들을 만나 놀거나 했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어디 가지 않고 다들 숙소 거실에 모여 있었다.
짧은 휴가만 받아도 밖으로 나도느라 텅텅 비었던 회귀 전 및 데뷔 초의 숙소 풍경이 생각나며 새삼, 이 변화가 감개무량해졌다.
당장 막 데뷔 날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이 녀석들이랑 이렇게까지 가까워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남보다도 못한 사이였다 보니 그저 적당한 팀 비즈니스 사이만 유지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회귀 전 관계로 돌아가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때는 숙소에 붙어 있기가 싫었을 정도라니까. 내가 오죽했으면 집을 샀겠냐고, 집을.
“두 달 동안 우리 데이드림 심심하겠다. 스포라서 밴드 연습하는 걸 올릴 수도 없고.”
끌어안은 소파 쿠션에 턱을 묻은 류재희가 중얼거렸다.
“글쎄다, 적어도 하준이 팬분들은 덜 심심할걸. 드라마도 나오지, 드라마 OST로 솔로곡도 나오지.”
내 옆에 앉은 견하준을 힐긋 보고선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견하준이 내 손에 들린 리모컨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나 역시 리모컨을 꽉 쥐고 있었기에 리모컨은 견하준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대신 팽팽한 힘겨루기의 희생물이 되어 있었다.
“이걸 꼭 봐야 할까?”
“당연하지. 네 첫 드라마 데뷔작인데. 그런데 이러다가 리모컨 부러지겠다, 준아. 좀 놔라.”
“먼저 놔.”
“이거 놓으면 너 티비 끄고 리모컨 들고 우리가 이 드라마 못 보게 방으로 튀어서 문 잠그고 있을 거잖아. 내 말 중에서 틀린 부분 있으면 말해 봐.”
“방으로 안 들어가. 그냥 산책만 가볍게 다녀오려고.”
“리모컨 들고?”
결국 제풀에 지쳐 리모컨을 먼저 놓은 견하준이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꼭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봐야 할 이유가 있어…?”
“한 팀이니까 당연하지. DTB 4는 이렇게 안 봤냐.”
“아니, 그건 당사자인 이든이 네가 불러 모은 거잖아. 이번 드라마는 당사자인 내가…”
“어, 시작한다!”
견하준의 항변은 김도빈의 잔뜩 들뜬 목소리에 의해 묻혔다. 회귀 전 히트를 쳤던 드라마가 견하준의 첫 연기돌 데뷔작으로 드디어 서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