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6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64화(46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64화
“왜 나한테 패를 다 까고 있는 거지?”
-기억만큼 조작되기 쉬운 게 없거든.
차연호가 레브의 회귀자로 착각했던 견하준한테 했던 소리였다. 내가 내 기억에 끊임없이 경각심과 의심을 가지게 만들었던 그 말.
-내 시스템은… 내 성공을 바라는 게 아니라 실패를 바라고 있었던 거야. 위험도는 경고가 아니야. 나를, 그러니까 숙주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일종의 위장이었지.
그 순간 내게 양도되었던 위험도가 떠올랐다. 언뜻 꿈에서인가 보았던 붉은 시야도.
-네 탈퇴가 리셋의 조건이 아니었어. 한 번 더 정준이의 죽음을 마주한 내가 그 이후에 네 탈퇴 후 족족 시간을 돌린 거지. 또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굳이 따지자면 조건은 원하는 날로부터 한 달 후였거든.
첫 번째 폭로를 막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차연호가 힘없는 웃음을 흘렸다. 꼭 내가 탈퇴 직전에 터트리고 나갔다나 뭐라나.
-이 빌어먹을 시스템이 기억의 인과관계를 비틀고 굳이 정준이랑 너를 뒤섞어 놓은 것만 봐도… 이번에 내가 정준이를 살리지 못하면 끝이야. 그게 본질적인 내기의 시작이었으니까.
이상하긴 했다.
내 탈퇴가 회귀 조건이라면서 탈퇴한 지 훌쩍 넘은 시간대의 내 죽음을 차연호가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적어도 차연호가 기억하는 회귀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차연호였던 거다. 내가 보유한 초심도 시스템의 회귀는 차연호에게 적용되지 않지만.
그렇다면, 회귀가 차연호로부터 시작되고 몇 번의 회귀도 차연호의 의지대로 해 왔다면, 왜 이번에는 시간을 돌리지 않는 거지?
“왜, 또 돌리시지? 이만큼 막아냈으니까 다시 처음부터 하기가 싫어지기라도 했어?”
그렇지만 또 돌린다고 하면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차연호의 기억을 깔끔하게 날려 줄 의향이 있었다.
다시 그 개노답 좆소 소속사 운영 방식과 툭하면 쫄고 삐지고 멀쩡한 사람한테 악귀 들렸다고 하는 초창기 멤버 놈들을 겪으라고?
-못 돌려. 이제는 권한이 나한테 없거든.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차연호가 갑자기 내게 협조를 구하고 있는 꼴이 한 절반 정도는 설명도 되고 말이다.
“내 죽음까지 엮여 있다는 걸 어떻게 믿는데? 기억을 되찾는 법을 알려준답시고 공갈쳤던 것처럼 또 공갈칠지 어떻게 알고?”
-네 불면증. 그게 정준이 자살의 결과이자 네 죽음의 원인이었으니까. 유언장 하나 없이 죽어서 자살이 아니라 사고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거야 과거의 너만이 알 일이고.
수면제 거부 반응.
그게 차연호의 저 소리를 마냥 헛소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였다. 만약 정말로 수면제가 회귀 전 내 죽음의 원인이었다면…
-아무튼, 내가 기억을 찾았긴 해도 내 시스템이 어디까지 개입되어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가 없기에 네 도움이 필요해. 만약 네가 보유한 시스템이 네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억을 온전히 돌려주겠지. 과거 기억이 있긴 있는 걸 보면 너도 무언가가 있을 거잖아.
“그렇게 말은 해도 나도 스물여덟 살 이후로의 기억이 없다니까? 댁도 나한테 들었잖아. 그걸 빌미로 나를 휘두려고 한 건 이미 머릿속에서 싹 지운 건가?”
-내가 처음에 너한테 내 패로 네 탈퇴와 교환하려 했던 방법은,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극한 상황과 마주하는 거였어. 그게 나한테는 2회차에서 다시 마주했던 정준이의 죽음이었고.
차연호가 순순히 패 하나를 더 깠다.
-그런데 내가 숙주가 되면서 기억을 엉망으로 헤집어놨더라고. 다행히도 그 극한 상황과 마주하기 전에 온전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모르겠어, 이것 또한 내 시스템의 농간일지도 모르지.
힘없는 실소를 흘린 차연호가 속삭였다.
-기억을 찾을 수 있는 키워드가 있어. 그걸 기억해 내.
우연인지 아니면 메커니즘이 비슷한 건지 모르겠지만 초심도 시스템이 내게 기억을 던져 주는 방식도 이와 비슷했다. 키워드, 그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다른 결과.
“네 키워드는 뭐였는데. 예시라도 들어야지 키워드를 찾든 말든 하지.”
-…숙주.
망설이다가 겨우 대답한 차연호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숙주나물을 떠올리다가 키워드를 기억해 낸 건지, 아니면 기생충 영상을 보다가 떠올린 건지 궁금해졌지만 물어봐 봤자 차연호가 씹을 게 뻔했기에 그냥 궁금증 중 하나로 남겨놨다.
-위험도가 너한테 계속해서 양도되는 걸 보아하니 너도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야. 그러니까 협조하자고, 우리.
벗어나? 뭘 벗어나? 내가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관련 기억을 차단합니다.]시스템이 칼 같이 기억을 차단함과 동시에 차연호가 전화를 끊었다.
아니, 이대로 넘기기는 찝찝한데. 차연호가 가지고 있는 정병메이커 실패바라기 기억 조작 시스템이 나하고도 연관이 되어 있다고? 관련 기억을 차단했다는 건, 나도 차연호의 시스템이랑 엮여서 회귀한 기억이 있고?
차연호한테 들었던 말과 회귀 전의 내 기억을 기반으로 천천히 타임라인을 정리해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2년 후, 스물여섯 살인 내가 터트린 일로 당시 스물여덟이던 케이제이가 군대로 런.
지금으로부터 5년 후, 스물아홉 살인 내가 터트린 일로 인해 당시 서른한 살이던 케이제이가 자살.
그리고 나는 군 복무 마치고 어찌어찌 살다가 서른두 살에 슬럼프 및 불면증으로 수면제 먹다가 죽었다는 거지?
내 불면증이 케이제이의 자살의 결과라면 스물아홉의 내가 터트린 폭로가 내게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엮여 있을 확률이 꽤 높았다.
케이제이가 단지 자기 잘못이 부끄러워서 죽었다면 내가 굳이 불면증에 안 걸렸겠지?
일단, 초심도 시스템이 확실하게 내 편이라는 확신부터 있어야겠는데.
[저는 언제나 프로젝트 대상자님의 편입니다.]흠, 초심도로 사람 지지고 몇 번이나 데뷔 초로 무한회귀시키면서 그렇게 말하면 잘도 믿기겠다.
내가 믿을 수 있도록 초심도부터 없애 주는 건?
[ㄴ]* * *
기억을 되찾는 것도 되찾는 거였지만 현재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알테어와 정면으로 맞붙은 현 리패키지 활동이었다.
이번 활동이 바로 레브가 1군으로 올라가냐 마느냐의 분기점이었으니까.
3천만 명 채우려면 일단 1군부터 되어야지. 케이제이고 뭐고 내 무한 회귀를 끝내는 게 최우선이다.
그래, 공동 작곡가로 표기라도 해 준 게 어디냐. 아주 많- 이도 발전했다, 많이도 발전했어. 내가 장하다고 칭찬이라도 해 줘야 하냐?
내 이름까지 공동 작곡가로 올리면, 만약 음원 성적이 뒤집힐 시 쓴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나 이길 자신이 충분히 있었기도 하고 케이제이에게 흘러 들어갈 저작권료도 아까웠기에 올리라고 했다.
물론 갑자기 추가된 이름에 알테어 쪽 팬덤이 술렁거리긴 했다지만 내 알 바는 아니었다.
회귀 전에 우리 그룹 두고 남의 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으로 욕을 얻어먹은 기억이 새록새록했기에 우리 팬들 반응을 걱정하긴 했으나.
-이든이 곡 Vs 이든이 곡
-공동작업이라니 이든이가 케제랑 친했나?
└공동작곡가가 이든이랑 협업했던 곡 일부를 썼는데 협업곡이라고 말하는 걸 깜빡했대
└와 그래서 이름 늦게 올라갔구나ㅋㅋㅋㅋ 먹튀 시도 ㄹㅈㄷㅋㅋㅋ
└엥;; 깜빡할 게 따로 있지
-와, 그러면 1, 2위가 다 이든이(가 참여한) 곡이라는 거네
-아니씨발 우리애 이름 들어갔으면 우리애 곡이기도 하지 즈그리더 지분은 얼마나 들어갔길래 우리애 곡이라고 하면 아득바득 공동작업이지 윤이든 곡 아니라고 떼거지로 몰려와서 이지랄
-자기 자신조차도 이기는 울 윤리다 bb
역시 승자의 여유, 음원 1위가 우리 곡이라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음원 성적뿐 아니라 버즈량에서도 우리가 알테어보다 위였다.
일단 한창 방영 중인 <프로젝트 맞선>이 현재 드라마 중 제일 가는 상한 가도를 달리며 견하준의 얼굴과 이름이 잘 알려졌다.
[내 앞에서 다른 사람 이름 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그게 또 내 이름이네요.] [맞선 대타? 이번에는 굳이 필요 없는데. 음, 그렇게 형이 가고 싶다고 하면 양보는 해 줄게. 그렇게 형이 혜라 씨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네.] [내가, 유환 형을 대타로 보내지 않고 그날 그 맞선 자리에 갔었다면…]견하준이 맡은 배역은 서브남과 후회남, 류재희의 말을 빌리자면 덕후들 환장하게 하는 캐릭터로 주연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남주인공이 자유로운 예술가 영혼에 걸맞는 날티상 외모라서 그런지 그와 대조되는 단정한 상의 견하준이 그 반대 취향을 다 끌어들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견하준 다음으로 많이 언급되는 게 바로 나였다.
DTB 시즌 5 방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매주 방영분마다 나를 찾아 대고 있었다.
-윤이든 2탄 되고 싶어 하는 아이돌 래퍼들 다 기어나왔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상 윤이든이 DTB에 낙서 남기고 간 게 아니라 폭탄 던지고 간 거임
-윤이든 같은 범접 불가능한 또라이가 나온 게 아니라 추구미가 또라이인 나대는 찐따들이 대거 출연해서 보기 힘들다
아이돌 래퍼들과 튀어 보이려는 인간들이 대거 출연했던 1차 예선장을 보여 준 1화부터,
-대가리에 토끼 모자만 쓰고 왔다고 ALL PASS 안 준다고 새끼들아 윤이든 패션 따라하기 전에 랩이나 잘하라고
-와 저거 북극곰 모자는 거의 유물 아니냐 ㅅㅂ 때 탄 거 봐
-저러고도 꼴값이 아니라 그저 미친놈처럼 보였던 윤이든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전 시즌의 나처럼 토끼 모자 및 여러 동물 모자를 얹고 나온 래퍼들을 보여준 2차 예선 2화.
-아 윤이든 vs 유피 대전이 레전드였는데
-꼴찌가 1위를 이겨야지 유잼이지 꼴찌가 1위에게 발리면 무슨 의미냐고
-씨발다모르겠고윤이든데려와악!!!!!
1대1 랩 대결을 보여준 3차 예선이 나온 3화까지.
나도 시즌 5를 시청하고는 있지만 시즌 3, 4와 달리 방송 재미와 흥미를 멱살 잡고 끌어올릴 만한 스타성 있는 참가자가 없긴 했다.
두 시즌 만에 다시 암흑기인 노잼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회귀 전에도 시즌 5가 시즌 4에 최고점 찍은 DTB의 하락세 시작이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혹평을 듣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가 너무 임팩트가 컸던 모양이다.
DTB 5와 엮인 내 언급량만 보면 거의 출연자급이었다. 내가 나온 시즌 4에서 전 시즌 우승자였던 용철이 형도 이렇게 언급이 안 됐는데.
물론 나 말고도 시즌 4에서 나한테 완전히 묻히지 않고 살아남은 스타성을 보여준 스코언, 유피, 세븐킥, 형진이 등이 언급되긴 했으나 내 언급량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음방 1위 후보에 오르기 하루 전, 이 두 언급이 교집합을 갖는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