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6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69화(46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69화
우리는 또 하나의 트리플크라운 기록을 달성하느냐, 아니면 정규 2집 활동의 트리플크라운 한 번으로 만족하느냐의 기로에 놓였다.
그리고 우리는.
레브는.
“생방송 인기 뮤직! 8월 넷째 주 1위는…! 축하드립니다, 레브!”
알테어를 완벽하게 뛰어넘으며 또 한 번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1위 발표가 끝나자마자 발개진 눈가로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던 류재희가, MC 큐시트를 든 그대로 제일 가까이 있던 김도빈한테 와락 안겼다.
평소였으면 채신머리없이 방방 뛰어 댔을 김도빈도 오늘 느끼는 1위의 무게에 류재희의 등을 두드리며 한결 어른스레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대상 수상 소감 연습이나 미리 해 보자는 취지로 꽃다발과 트로피를 서예현한테 대충 떠넘기고선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활동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영광스럽게 장식할 수 있어서 감사드리고, 잘 따라와 준 우리 멤버들, 많은 도움을 주신 우리 LnL 소속사 관계자 분들과 저랑 같이 정말 많이 고생하신 A&R팀, 스타일리스트 팀들, 매니저 형, 그리고 그 밖에 저희가 이번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데이드림, 우리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앵콜 무대까지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며 견하준한테 물었다.
“준아, 내가 방금 했던 1위 소감 멘트에서 뭐 기억나는 거 있냐? 인상 깊었던 거.”
“아니? 그냥 평소 같던데?”
“이런 젠장! 여기에서 뭐 얼마나 더 인상 깊게 하라고!”
“굳이 시상식 수상 소감을 인상 깊게 하는 거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어?”
견하준이 봐도 유난이었나 보다.
견하준이 수상 소감을 인상 깊게 말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만 내 보컬 실력으로 살아 보면 역지사지가 되면서 바로 나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견하준한테 시스템의 극악무도함을 맛보여 주지 못해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망할 페널티를 차치하더라도… 처음 받는 대상이니까. 굳이 페널티가 아니더라도 욕심이 나긴 했다.
그래, 내 첫 대상 소감이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1위 축하해.”
복도에서 마주쳐 내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차연호는 꽤 평온한 표정이었다.
라이징을 밟아 댄다고 소문이 돌았던 회귀 전도, 레브의 성장을 밟으려 하던 회귀 후 이전 활동에서 보였던 모습과도 괴리감이 있는 터라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자 짧은 실소를 내뱉은 차연호가 덧붙였다.
“그때는 우리가 꺾이면 그게 높아지는 줄로만 알았으니까.”
그거?
“스트레스?”
“위험도, 위험도, 이 자식아.”
차연호가 이를 악문 채 누구한테 들릴세라 목소리를 최대한 깔고 읊조렸다.
“꼭 그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후배한테 꺾이는 걸 기꺼워할 선배가 얼마나 되겠어.”
그런가? 유감이지만 나는 회귀 전에 많이도 꺾여 봐서 별생각 없었다.
몇몇은 심지어 내가 작곡한 곡으로 레브를 꺾기도 했는데. 그걸로 욕 많- 이도 먹었지.
“그러면 지금은?”
“멀쩡해, 보다시피. 수치가 오르지도 않았어.”
냉소적인 얼굴로 대꾸한 차연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덧붙였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더는 짜낼 게 없다고 판단했겠지. 선배님이 메커니즘을 알아낸 이상은.”
나도 모르게 뱉어진 말에 차연호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또 귀찮게 추궁하려나- 싶어서 미간을 팍 찌푸린 순간, 차연호가 나직하게 물었다.
“있잖아, 윤이든. 혹시 내년에 일어나는 알테어 교통사고 기억해?”
“조금은. 딱히 관심이 없어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혼수 상태였던 멤버, 원태혁이 맞아?”
“아마도.”
“아마도가 아니라 확실해야 해. 맞아?”
“원태혁은 맞아. 뉴스 기사에서 봤던 기억이 나거든. 왜,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건 못 바꾸나?”
“바꿀 수 있어. 바꿨고. 이번에는 바꿀 생각이 없는 것뿐이지.”
굳은 얼굴로 대꾸한 차연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면 같은 미소를 얼굴에 덧씌웠다.
“아무튼, 이번 노래 좋더라. 정준이가 네 반만 닮았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진심인지 모를 말끝에 묻어나오는 씁쓸함은 가릴 수 없었다. 차연호의 말을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지랄을 해도 케이제이를 놓지 않는 차연호처럼 견하준도 끝까지 나를 붙들어 줬다면 서른 살의 나는 슬럼프에 그렇게까지 무너지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 * *
드디어 정규 2집과 리패키지 앨범으로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진 올해의 활동이 레브 활동 최고 기록을 달성하며 끝을 맺었다.
한창 리패키지 활동 중에 맞이한 내 생일과 레브의 4주년 데뷔 기념일도 숨 가쁜 레이스를 끝내고 돌아보니 제법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지하철역을 넘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내 생일 광고가 걸린 것. 활동 중이라 제법 빽빽한 스케줄 때문에 뉴욕까지 가서 전광판 인증샷을 찍지 못한 게 꽤 아쉬웠다.
솔직히 지하철 대형 전광판으로 생일 축하를 해주는 것도 처음 받아 보는 거라 신기했는데 무려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이라니.
회귀 전에 대형 전광판에는 서예현 얼굴만 주야장천 걸린 것처럼 이번에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도 서예현이 나보다 먼저 걸리긴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서예현은 명품 브랜드 광고로 걸리고 나는 생일 축하 광고로 걸렸다는 거?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이전에 공지했기에 내게 개인적으로 온 건 없었지만 정말 끝내주는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
참고로 지원이 형은 생일 선물로 또 내 작업실의 장비 하나를 최신식으로 바꿔 줬다. 생일마다 서로의 작곡 장비를 최신식으로 바꿔 줄 수 있게 장비 하나 정도는 신식이 나와도 바꾸지 않는 게 이제는 거의 암묵적인 약속이 되었다.
용철이 형도 DTB 5 촬영으로 한창 바쁜 와중에 생일 축하를 잊지 않았다. 용철이 형이 생일 선물로 보내준 한정판 운동화는 내 컬렉션 맨 위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4주년 데뷔 기념일은 새벽에 있었던 음방 사전 녹화를 방청하러 온 팬들과 제일 먼저 축하를 나눴다. 앵콜 무대를 하기 위해 제발 이번에 1위 좀 하게 해 달라고 얼마나 우리끼리 빌었던지.
그리고 무사히 1위를 차지하고 한 앵콜 무대에서 레브 4주년 생일 축하 노래로 를 개사해서 불렀다.
물론 즉석에서 개사해서 부를 수 있는 능력치를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에, 앵콜 무대를 위해 개사한 가사를 멤버들한테 미리 연습시켰다.
음방 녹화가 끝나고 바로 스튜디오로 가서 4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밴드 버전으로 데이드림에게 한 번 더 불러 줬다.
LnL 사옥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우리의 케이크를 항상 담당하시다가 현재는 고정 거래처가 되어 버린 도로시 사장님은 이제 레브 다섯 멤버의 뒷모습과 새벽하늘 그라데이션 배경을 케이크 위에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랐다.
4주년 기념 케이크가 공개되고 채팅에도 한동안 케이크 이야기만 나왔다. 초창기 환갑 잔치 케이크와 비교했을 때 정말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음방 막방 날에는 소속사에서 크게 회식을 했다.
이제까지의 활동 중 가장 커리어하이를 찍었기도 하고, 대형 소속사인 신월 소속 아이돌을 정말로 From the bottom이었던 LnL 소속인 우리가 꺾은 것도 소속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우리가!”
“남이가!”
우렁찬 건배사가 고깃집에 울렸다.
우리 테이블에서 너희 덕분에 이런 날도 다 온다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훌쩍거리고 있는 대표님을 위해 폭탄주를 쉬지 않고 말아 댔다. 맨정신으로 저러는 것보단 술에 취해서 저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다 같이 술 마시고 있으니까 기분 이상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막내 라인한테 술잔 뺏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당근 스틱을 쌈장도 없이 씹고 있던 서예현이 중얼거렸다.
폭탄주 한 잔 마시고선 취하는 건 딱 질색이라며 술잔을 뒤집어 놓은 견하준이 맥주 한 모금 마신 김도빈한테서 술잔을 뺏으며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첫 회식 때는 음료수만 홀짝거리고 있어야 했던 막내 라인 녀석들이 이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걸 보니 세월이 참 무상했다.
연거푸 건네진 폭탄주를 들이켜고 슬슬 취기가 도는 듯한 김노담 대표님이 또 한 번 그렁그렁한 눈물을 닦으며 우리한테 말했다.
“내 새끼들! 무능한 대표 밑에서 고생 많았다!”
알면 됐어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사회 생활을 위해서 참았다.
“에이, 대표님이 그놈의 우주 세계관 욕심만 버려도 반은 가죠.”
그래도 역시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인맥 경영은 정신 차리고 멈췄으니까 지금 시점에서 딱히 해 줄 말은 없고.
취기 오른 대표님이 신나서 우리 테이블에 한우 5인분을 추가하자 옆에서 서예현이 팔꿈치로 나를 툭 치고 폭탄주를 가리켰다.
애들 고기 더 먹고 살찌기 전에 대표님 빨리 보내게 폭탄주 제조 킵고잉하라는 뜻이군.
* * *
그리고 회식이 끝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2주 휴가!”
휴가가 끝나면 10월 중순부터 있을 북미투어 콘서트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해서 또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 쉬는 것보단 2주라도 쉬는 게 낫지 않겠나.
“다들 휴가 때 뭐 할 거예요?”
류재희의 물음에 손가락을 꼽아 가며 벌써 잡혀 있는 일정을 대략 정리해 봤다.
“친구들 만나고, 크루 형들 만나고, DTB 형들 좀 만나고, 잠깐 본가 들러서 포도 보고 오고. 와, 이러면 일주일 후딱 지나가겠는데?”
활동 끝나고 만나자고 잡았던 약속에 모두 얼굴을 내밀기만 해도 일주일은 거뜬히 지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나 하나 피곤하다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해 버릴 수도 없고. 인간관계 유지가 어디 쉬운 일이냐.
“그러면 다들 일주일은 각자 하고 싶은 거 하고, 남은 일주일간 단체로 어디 여행이라도 갔다 오는 건 어때요?”
류재희의 제안에 다들 한마디씩 던졌다.
“다 좋은데 하와이는 빼자.”
“비행기 안 타는 곳! 환승 네 번 할 일 없는 곳!”“그럼 무조건 국내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저번에 갔던 계곡 괜찮던데. 도빈이 이모님네 펜션 있는.”
“8월 말이긴 한데 아직 더우니까 그것도 괜찮을지도?”
“물론 가라고 해도 안 갈 거지만 거기 허물어서 가고 싶어도 못 가요. <포착! 엑소시스트> 무당이 이모한테 전화해서 투숙객 죽어 나가서 귀찮아지는 꼴 보기 싫으면 허물라고 하도 그래서 그냥 허물었대요.”
아무도 의견을 낼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한테 의견 좀 내 보라고 떠넘기기만 하고 있자, 결국은 총대 맨 서예현이 휴대폰 화면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다들 주목! 여기 어때?”
휴대폰 화면에 뜬 걸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진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