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7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1화(47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1화
“그런데 민박집 운영은 어떻게 하는 거지.”
이게 만약 예능이었다면 운영은 신경 쓰지 않고 우리끼리 재미있는 장면을 뽑는 데에만 주력해도 되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한 민박집(겸 식당)의 리뷰 평이 달려 있었기에 진지하게 임해야만 했다.
먹을 거 다 받아먹어 놓고 남의 장사 망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그냥 방이랑 평상 청소하고, 점심이랑 저녁이랑 주문 받고 음식 해서 서빙해 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하겠는데요? 사흘만 하면 되니까.”
휴대폰 너머의 상대와 무어라 더 통화를 이어가던 김도빈이 전화를 끊고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따 이모부가 병실 짐 챙기러 오시면서 해야 할 일 알려 주신대요.”
“다행이다. 실수해서 남의 집 장사 말아먹을까 봐 걱정했는데.”
서예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택시를 타고 도착한 김도빈네 이모부는 트렁크에서 식재료 상자를 꺼내 김도빈한테 턱, 안겼다. 그 무게도 못 이기고 휘청거리는 김도빈한테서 바로 상자를 뺏어 들었다.
“이모부, 괜찮아요? 이모는요?”
“아이고, 삭신이 쑤신다. 느이 이모는 허리만 좀 삐끗했어. 안 뒤졌으면 됐지. 안 그래?”
맵기 그지없는 농담에 차마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혹시나 숙박 예약 전화 오면 당분간 예약 안 받는다고 다 쳐 내고, 방 청소랑 평상 청소만 깔끔하게 해 줘.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싹 담고, 재활용이랑 다 차면 쓰레기장에 가져다 버리고. 쓰레기장은 여기로 쭉 내려가면 있다. 귀찮다고 재활용까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지 말고. 빨래는 수건이랑 이불이랑… 이불은 냅두고 수건만 해.”
쓰레기장과 쓰레기봉투의 위치를 알려주신 김도빈네 이모부가 또 김도빈한테 작은 수첩을 건넸다.
“그리고 여기 노트에 네 이모가 레시피 다 적어 놨으니까 음식은 이거 보고 하면 돼. 식료품 냉장고에 넣어 놓고, 혹시 식료품 떨어지면 이 카드로 마트 가서 사고 아, 닭장은 저어기 뒤에 있다. 도빈이, 닭장 어디 있는 줄 알지?”
카드를 받아 든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음식 못 따라 할 것 같으면 너희들 잘하는 거 있지? 김치볶음밥, 제육볶음, 이런 건 다 할 줄 알 거 아니야. 그런 거 만 원씩 받고 팔아 버려도 돼.”
가격 책정도 친절하게 해 주셔서 부담이 조금 덜어졌다.
“그래도 돼요?”
냉큼 묻는 김도빈의 옆구리를 툭 친 견하준이 웃는 낯으로 대답했다.
“최대한 비슷한 맛으로 내 보겠습니다.”
“너무 부담은 갖지 말고. 먹어봐서 알겠지만 우리 집사람 손맛 따라가기 힘들어.”
휘휘 손을 내저은 김도빈 이모부가 자리를 옮겨 바비큐 그릴 세트가 있는 곳을 알려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바베큐 한다고 하면 먼저 그릴, 숯, 석쇠 이렇게 세트로 대여하는 거 만 원이라고 고지해 줘. 그리고 너희들이 다 조립하고 불 피워서 가져다줘야 해. 바비큐 이거 조립해 봤지?”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전에도 나랑 견하준이랑 류재희가 다 하긴 했다. 이번에도 우리 셋만 고생하고 있겠지. 안 봐도 눈에 훤했다.
“그리고 식당 예약은… 만약 백숙이랑 닭볶음탕 못 하겠으면 받지 말아 버려. 우리 백숙이랑 닭볶음탕만 예약제로 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한 번 물어보고. 그거 두 개는 안 되는데 그래도 괜찮으시냐고.”
대략적으로 할 일 설명을 마친 김도빈 이모부는 우리의 손을 붙들고 연신 악수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을 하시고 다시 병원으로 떠나셨다.
“혹시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바로 전화해라! 사고 치지 말고! 그리고 진상 손님 오면 쫓아내 버려! 알았지?”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신신당부를 남기고 택시가 민박을 떠나자마자 김도빈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약간 타이쿤 게임이랑 직업 체험 합친 것 같지 않아요? 두근두근하네요.”
그리고 그 순간 김도빈이 이 상황에 두근거림을 제대로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다.
“사장님, 사장님! 어휴, 어디 가셨대?”
사장님을 찾는 손님의 부름에 우리 다섯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가 얼떨결에 다 같이 우르르 손님 앞으로 몰려갔다.
갑자기 자기 앞으로 몰려든 다섯 남정네 때문에 흠칫한 손님은 견하준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
“김유환! 김 팀장! 맞죠?”
중년 여성이신 손님의 입에서 나온 <프로젝트 맞선> 배역 이름과 호칭에 견하준이 어색하게 뒷목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 얼굴에 건 미소는 완벽한 프로의 미소였다.
드라마 너무 잘 봤다고, 티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고 흐뭇하게 웃으며 견하준을 향해 칭찬을 늘어놓은 손님이 주변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여기 무슨 촬영 왔어요?”
촬영은 아니고, 민박 주인분들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입원하게 되어 조카 일행인 우리가 임시 사장을 맡게 되었다는 설명을 들은 손님이 염려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조카분. 어머, 사장님 내외 입원하셨다고? 괜찮으시대요?”
“네, 다행히 많이 다치시진 않았어요.”
“다행이네. 그럼 식사는….”
“가능합니다. 저희가 할 거라서요.”
얼굴이 한결 밝아진 손님이 점심 메뉴를 주문했다.
“그러면 저희 점심으로 능이백숙 하나랑 닭볶음탕 하나, 해물파전 하나, 그리고 닭죽 나오죠? 그러면 밥은 세 공기만 주시고요, 11시 반에 맞춰서 먹을 수 있게 준비 좀 부탁드려요.”
<프로젝트 맞선>을 정말 인상 깊게 보셨는지 견하준과 함께 사진까지 한 장 찍으신 손님이 떠나자 우리도 식료품 박스를 들고 주방으로 향하면서 견하준을 툭툭 치며 키득거렸다.
“이야, 역시 드라마 유명세 못 이긴다.”
“바로 김유환 나와 버리네.”
“견 배우님, 휴가지에서 본인 드라마 애청자를 만난 기분이 어떠십니까?”
물론 견하준은 우리의 놀림에도 끄떡없는 얼굴로 말을 씹었다. 하지만 견하준의 걸음이 빨라진 건 기분 탓일 거다. 암암, 그렇고말고.
주방에 도착해서 우리가 식료품을 정리하는 동안, 레시피 수첩을 들고 냉장고를 살피던 견하준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냉장고에 닭이 없는데?”
닭이 없으면 손님이 방금 주문한 식사의 3분의 2는 나가지 못한다. 김도빈이 물어보겠다고 전화를 거는 동안, 류재희가 퍽 진지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모님이 닭 직접 잡아서 요리하신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우리 첫날 백숙 먹을 때 들었잖아요.”
“에이, 그래도 미리 잡아놓은 거 몇 마리 있겠지.”
통화를 끝낸 김도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전해주었다.
“직접 잡아야 한대요. 산 닭 바로바로 잡아 주는 걸로 유명해진 거라 그냥 닭은 못 쓴대요.”
“우리가 닭을 직접 잡으라고?”
갑자기 타이쿤 운영 게임에서 원시시대 체험 게임이 되어 버렸는데?
“산 닭 잡아 본 적 있는 사람?”
내 물음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왜 시선은 다들 나를 향하고 있는 거냐. 나도 산 닭은 잡아 본 적이 없다고.
저 네 쌍의 시선에 담긴 참으로 굳건한 믿음이 이렇게 부담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일단 요리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닭 잘 잡아 와. 닭백숙이랑 닭볶음탕 해야 하니까 두 마리면 충분하겠다.”
견하준이 자애로운 미소를 띤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닭 잡기 레이드에서 빠지려고 하다니.
하지만 견하준이 아니면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므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했다.
“나도 요리 도와야 하니까 잘 다녀와.”
서예현도 슬그머니 닭 잡기 레이드에서 빠져나가려고 시도를 해 보았으나….
“형, 닭백숙이랑 닭볶음탕 칼로리 높은데 만들 수 있어?”
“헛소리하지 말고 형은 얼른 따라와. 세 명이서 어느 세월에 닭 두 마리를 잡아.”
어림도 없지. 세 명의 손에 이끌려 닭장까지 질질 끌려갔다.
꼬꼬꼭-
그리고 우리는 닭장에 들어가자마자 크나큰 난관에 부딪혔다.
닭은 우리한테 순순히 잡혀 주지 않았다.
코너로 잽싸게 도망가는 녀석들이 반, 푸드덕거리며 날아서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반항하는 녀석들이 반이었다.
나를 향해 날아오는 한 마리의 목덜미를 덥석 잡고, 닭을 쫓는 건지 닭들에게 쫓겨 다니는 건지 구분이 안 가는 셋을 향해 외쳤다.
“일단 한 마리 잡았다! 셋이 얼른 한 마리 더 잡아! 나 지금 얘 붙들고 있느라 손 없어서 못 도와줘!”
“닭이 난다! 닭이 날아!”
“그러면 닭이 샌데 날지!”
“닭은 대표적인 못 나는 새잖아! 그런데 얘들은 날잖아! 야, 닭발, 아니 닭 발톱 날카로운 거 봐! 맹수, 아니 맹금류 아니야?”
저 녀석들은 현대인으로 태어난 걸 감사하게 여겨야겠다. 사냥하는 시대에 태어났으면 굶어 죽었을 듯. 세 명이서 닭 한 마리를 못 잡고 저러고 있다니.
시끄러운 와중에 김도빈의 휴대폰이 더욱 시끄럽게 울렸다.
“형들, 잠시만요! 숙박 단체 예약 손님 오셨대요! 방 좀 안내해 드리고 올게요!”
“야, 김도빈! 그 꼬라지로 손님 받지 말고 닭 털 좀 떼고 가!”
머리를 마구 털며 닭장을 빠져 나가는 김도빈의 발걸음이 묘하게 가벼워 보였다.
김도빈이 빠지자 닭 포획 난이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래도 고행 끝에 류재희와 서예현도 닭 한 마리 사냥을 가까스로 성공했다.
닭장 뒤쪽에 도마와 칼, 수도꼭지, 호스가 마련되어 있는 곳으로 포획에 성공한 닭 두 마리를 들고 갔다.
여전히 힘차게 퍼덕거리는 닭을 들어 올린 류재희가 물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잡아요? 그리고 잡은 다음에 깃털 뽑고 하는 건 어떻게 해요?”
“문제없다, 막내야.”
“오, 역시 이든이 형! 할 줄 아시는구나! 저는 형을 믿었어요.”
“너튜브 보면 다 나와. 얼른 산 닭 잡는 법 쳐 봐. 그거 보고 따라 하면 되지.”
영상으로 볼 때는 쉬웠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잡는 건 영 못 할 짓이었다. 둘 다 도움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서예현은 잘했다. 류재희는 차마 못 보겠다며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이 고생을 손님들이 닭 요리를 시킬 때마다 해야 한다고…?”
“진짜 진지하게 닭 요리 뺄까?”
“막내야, 물 좀 끓여라! 이거 데쳐야 한단다!”
닭을 잡고 껍질을 벗겨 내는 것까진 어찌어찌 성공했어도 그다음 난관이 남아 있었다.
“야야야야, 그렇게 가지고 가면 어떡해! 내장도 빼야지!”
“이런 젠장! 무인도에서도 산 닭 잡으라곤 안 했어!”
또 한 번 너튜브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어정쩡하게나마 닭을 손질하는 것에 성공했다. 손질한 닭은 깨끗하게 한 번 더 물로 씻어 견하준한테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맛이 안 나.”
닭볶음탕 국물을 숟가락으로 한 스푼 떠먹어 본 견하준이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분명 레시피대로 똑같이 했는데 왜 그 깊은 맛이 안 나지? 2%, 아니, 5% 부족해.”
“그게 바로 손맛이라는 거지. 세월의 격차가 있는데 어쩔 수 있냐.”
“하준아, 닭 손질을 우리가 좀 엉망으로 해서 그럴 수도 있어. 너무 자책하지 마.”
“내 요리 때문에 여기 소문이 안 좋아지면? 맛이 변했다고 소문나면? 그래서 손님이 끊기면?”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 임시 사장 요리 담당 부담이 컸나. 하긴, 김도빈 이모님 요리가 워낙 맛있긴 했지.
넋 나간 견하준의 중얼거림에 서예현이 견하준의 등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겨우 사흘로 소문이… 날까? 나지 않을까? 날 것 같기도…?”
“아, 형.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지금 준이 멘탈 나간 거 안 보여?”
그렇지만 일단 주문을 받은 이상은 어쩔 수 없이 이걸 내가야만 했다.
닭백숙 냄비와 닭볶음탕 냄비를 들고 평상으로 다가가자 우리에게 시선이 꽂혔다.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혜라 할머니네 병실 옆 할머니 손주!”
“맞네, 맞네!”
노래는 나랑 류재희가 다 했는데 서예현만 알아보는 이런 더러운 세상.
서예현이 찍은 몇 개의 광고도 손님들의 입에서 오갔다. 견하준이 듣고 오라고 신신당부했던 음식평을 듣기 위해 서빙을 다 하고도 괜히 옆 평상을 치우는 척하며 귀를 기울였다.
“음… 어째 맛이 어제보다 살짝 부족하네.”
“그러게, 어제는 정말 맛있었는데 말이야.”
“사장님 오늘 사고로 입원하셔서 젊은 애들이 했대. 그냥 먹어. 20대 남자애들이 이만하면 엄청 잘하는 거지. 우리 아들은 나이 서른 먹고도 미역국도 자기 손으로 못 끓이는데.”
“이 집 마지막 식산데 아쉬우니까 그러지, 아쉬우니까. 다음에 또 오려고 했는데.”
신랄한 음식평을 들으며 서예현과 시선을 교환했다.
다가오는 점심시간, 너무나도 힘들었던 산 닭 잡기, 우리의 힘겨웠던 노동에 비해 영 좋지 않은 음식 평가.
이대로는 안 된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