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7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4화(47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4화
꼬맹이들이 가자마자 서예현이 눈에 맺힌 눈물을 쓱 닦으며 말했다.
“효륜디스랩이 이렇게 돌아오다니. 내가 너 이걸로 한 번은 호되게 당할 줄 알았다니까.”
얼마나 웃음을 참고 있었던 건지 말하면서도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와, 여기에서 효륜디스랩이 나오냐. 할아버지 팔순 잔치에서 불렀는데 대체 언젯적이야.”
평상 기둥에 이마를 박으며 한탄했다. 하필 그걸 명절에 틀어놓는 꼬맹이가 내가 민박집 임시 사장을 할 때 손님으로 와서 할아버지의 복수를 나한테 대신 해 주냐.
금세 또 고기를 다 먹었는지 꼬마들은 축구공을 안고 우르르 몰려왔다.
“형, 저희 축구 두 팀으로 나누면 한 명 부족한데 형 뛸래요?”
스스럼없이 내게 축구 참가를 권하는 꼬마들의 모습에 김도빈이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이든이 형의 ‘우리형’ 패시브 스킬이 어린애들한테도 먹히다니. 나는 애들이 이든이 형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안 무서울걸. 저 나잇대 애들이 무서워하는 건 오직 6학년 형들 아니면 중학생 형들뿐이야. 그리고 애들은 저런 타입 형들 환장해. 잘 받아 주잖아.”
밥 먹은 거 소화도 시킬 겸, 가볍게 뛰어서 우리 팀에 40:0이라는 기적을 선보여 준 나는 평상으로 가려다가 꼬맹이들한테 다시 잡혀서 9대 1로 또 한 번 경기를 뛰었다.
물론 쟤네가 9고 내가 1이었다. 잘하니까 혼자 뛰라더라.
DTB 디스전은 4대 1로 이겼다고 자랑이라도 하지, 이건 어디 가서 초등학생 상대로 9대 1로 이겼다고 자랑도 못 한다.
구경한다고 온 웬수 같은 막내 라인은 9대 1로 나를 다구리치고 있는 꼬마들을 응원해 댔다.
홀로 골키퍼 역까지 커버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20:5로 가볍게 초딩들을 처발라 주고 효륜디스랩을 까발린 꼬맹이의 어깨에 턱, 손을 얹으며 마주 보았다.
“어머니께 꼭 그대로 전달 드려라. 나는 그저 우리 집 디스를 했을 뿐인데 너희들이 찾아 들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남들 집 광역 저격 아니라고. 알았냐?”
내 이미지를 위해 마지막으로 당부한 후, 꼬맹이들과의 축구를 끝내고 평상으로 돌아오니…
“오빠 서예현 닮았어요. 서예현 누군지 알아요?”
이쪽은 서예현한테 서예현을 닮았다 하며 서예현을 아냐고 물어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소녀들은 휴대폰으로 서예현의 화보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오빠가 조금 덜 잘생기긴 했는데 진짜 닮았다며 꺄르륵거렸다.
헤어, 메이크업, 조명, 구도, 보정 5박자가 맞아떨어진 사진과 개고생한 날 저녁 LED 전구 아래에서의 맨얼굴을 비교하면 어떡하니, 얘들아.
차라리 게임 BJ로 오해받는 게 면전에서 본인의 화보 사진이랑 쌩얼을 비교당하는 것보다 덜 잔인할 듯.
역시 초등학생 애들이 제일 순수 악이라니까.
따라오지 않은 데이드림 소녀를 위해 우리가 레브인 걸 끝까지 숨기자고 다 같이 의기투합한 터라 자신이 이 화보 속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고 밝힐 수 없는 서예현의 애써 한껏 올린 입꼬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견하준한테는 엄마가 보던 드라마에 나왔던 사람 닮았다고 해서 또 한 번 우리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든 소녀들은 어머니들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갔다.
바비큐 파티를 끝낸 단체 손님들이 방으로 들어가고, 바비큐 그릴 청소는 또 우리의 몫이었다.
호스 틀어놓고 수돗가에서 그릴을 박박 닦고, 마당 뒷정리 및 쓰레기 처리까지 싹 마치고 나서야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도빈아, 내일 예약 손님 있냐?”
“설마 내일이 개학과 개강의 날인 9월 1일인데, 심지어 평일인데 있을까?”
수첩을 뒤진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있다니.
“오늘처럼 막 30명 가까이 되는 단체 손님은 아니지?”
“숙박 여덟 명이요. 숙박비는 선불 결제됐대요. 그리고… 어? 촬영 허가 받았다는데요?”
“엥?”
그 말에 다들 널브러져 있던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촬영 허가? 우리 그거 관련해서 전달받은 거 없었잖아.”
“봐 보세요. 여기 촬영 허가 적혀 있고 옆에 체크되어 있잖아요.”
김도빈이 보여준 수첩에는 내일 날짜, 숙박 인원과 함께 ‘촬영 허가’라는 단어가 부정도 못 하게 반듯하게 적혀 있었다.
“사고 때문에 경황이 없으셔서 이모랑 이모부도 까먹으신 듯요. 무슨 촬영이냐고 이모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요?”
“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전화하지 말고 문자를 넣어.”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전화를 하겠다는 김도빈을 겨우 말렸다. 사실 문자도 이 시간에 보내는 건 예의 없긴 한데 무슨 촬영인지 알긴 알아야 하니까.
“주무시나 봐요. 답장이 안 오네요.”
“티비 촬영일까?”
언제 챙겨온 건지 마스크팩을 하나 뜯으며 서예현이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갑자기 우리한테 마스크팩 봉지를 휙휙 던져 댔다.
“아니, 내일 촬영을 온다는데 어떻게 단 한 사람도 자기도 달라고 말을 하질 않아? 너희는 뽀샤시 효과가 없어서 트트블 막내가 아니라는 말이랑, 서예현 닮았다는 말이랑, 연예인도 아니고 파프리카 TV BJ와 게임 너튜버로 착각 받은 거에서 느낀 점이 없어?”
“느낀 점? 요즘 애들은 파프리카 tv랑 너튜브를 많이 본다? 우리 때와 달리 초등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다니, 신기하다?”
“에라이.”
마스크팩을 제 얼굴에 붙인 서예현이 혀를 차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옆에 ‘TV X 너튜브’라고 적혀 있는 거 보니까 너튜버 같은데요?”
“이미지 좋은 사람 왔으면 좋겠다. 렉카나 이상한 너튜버 와서 우리로 어그로 끌면 머리 아파.”
“아니면 내일 다 같이 마스크 쓰고 일하면 어때요?”
“남의 너튜브에 ‘마스크로 얼굴 가린 직원들이 운영하는 수상한 민박집’으로 박제되고 싶냐?”
걱정과 함께 밤이 깊어 갔다.
* * *
다음 날 아침.
우리가 민박집 임시 사장을 맡은 지 이틀 차.
정말 다행히도 단체 손님들은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오전 일찍이 떠났다. 매출이고 뭐고 29인분 설거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했다.
“형, 내년에 또 놀러 올게요!”
하룻밤 사이에 일방적으로 나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훅 줄인 꼬마들이 나한테 씩씩하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어엉, 내년에 나 없다.”
나도 심드렁하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받아주었다.
“헐, 진짜요? 그럼 안 올게요.”
“그래라… 가 아니고. 내년에 또 와서 능이백숙이랑 닭볶음탕 먹어, 짜식들아.”
내가 민박집의 주요 메뉴를 홍보하여 재방문 손님을 확보하는 동안, 서예현도 하룻밤 사이에 제 팬이 되어 버린 소녀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단체 손님들이 떠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수많은 빨래와 꽉 찬 재활용 쓰레기, 그리고 쌓인 쓰레기 봉투였다.
방은 손님들이 대충이나마 청소를 하고 갔기에 상태가 그나마 괜찮았다.
그래서 쓰레기 처리는 나랑 서예현, 수건 빨래 및 빨래 널기는 김도빈과 류재희, 방 청소는 견하준이 맡았다. 그래도 하루 했다고 분업이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9월이 목전인데도 아직 날씨가 더운 터라 쓰레기봉투를 양손에 들고 쓰레기장까지 왔다 갔다를 몇 번 반복하니 땀이 줄줄 흘렀다.
“이제 마지막 팀만 받으면 끝나는 건가?”
“아까 민박 전화기로 전화 왔는데 11시 반에 온대요.”
“그래? 그러면 그 전에 얼른 평상 닦자.”
오늘이 겨우 이틀째였건만 체감상으로는 하루가 일 년 같았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평상을 하나씩 맡아 평상과 식탁을 깨끗이 닦으며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자 저 멀리에서부터 민박 쪽으로 진입하는 밴이 보였다.
“요즘 너튜버들도 스타크래프트 밴 타고 다니냐?”
가위바위보에서 진 류재희한테 걸레 세탁을 모두 떠넘기고 나머지는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어느새 민박까지 진입한 밴이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손님들이 하나둘 내렸다.
“네, 드디어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오늘 저희가 하룻밤 머물 민박집이에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마침내 민박 마당에 도착하여 선명하게 보이는 얼굴과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 주인의 얼굴이 완벽하게 매치되었다.
아, 이래서 티비 출연이 아니라 너튜브만. 곧바로 이해되는 상황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 헉!”
놀란 얼굴로 우리를 보는 네이비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네이비 멤버들의 허리가 바로 90도로 꺾였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민수 형, 여기 레브 선배님들 계시는데요?”
네이비 멤버 한 명의 말에, 뒤에 있던 네이비 매니저가 당황한 얼굴로 후다닥 달려왔다.
“혹시 지금 레브 분들도 촬영 중이신 걸까요? 저희가 분명히 방 다 하루 빌렸는데, 어떻게 된 건지… 레브 측 매니저분이랑 저희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매니저분 어디 계실까요?”
“아, 촬영 중이 아니라 저희가 여기 민박 임시 사장입니다. 여기 민박 사장님이 저희 멤버 이모 부부신데 사고가 나서셔 저희가 대신 맡고 있어요.”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며 제 이모랑 한창 통화를 나누는 김도빈을 가리켰다.
“이모, 너무 늦게 말해 줬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좀 덜 그지 같은 걸로 챙겨 입었을 텐데!”
김도빈의 외침을 들으며 둘둘 말아 올려 민소매처럼 만들었던 반팔 소매를 쓱 내렸다. 조금이라도 덜 거지 같이 보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그러면 매니저도 없으신 거예요, 지금?”
“네, 저희는 지금 휴가 중이라 저희끼리 놀러 온 거라서요. 저희 다섯 명밖에 없습니다.”
네이비의 자컨 촬영 중 우리 얼굴이 비치는 상황에서의 출연료 문제랑 수익 분배 문제 때문에 LnL 소속사 측과 네이비 매니저가 한 차례 연락하여 그 문제를 조율하고 나서야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출연료든 너튜브 수익이든 돈은 안 받기로 했다.
우리랑 비슷한 중소의 기적돌이고, 대형 소속사 애들이 독채 펜션 빌려서 자컨 찍을 때 민박에서 자컨 촬영하는 후배들 돈을 뜯어먹긴 좀 그랬다.
그리고 내가 곡도 준 애들인데 기왕이면 잘 되는 게 좋지.
김도빈의 안내에 따라 두 대의 카메라와 함께 방으로 졸졸 따라 간 녀석들은 양손에 한가득 들고 있던 짐을 금방 풀었는지 펜션 밖으로 나와 평상 기둥에 붙어 있는 우리의 임시 메뉴판을 구경하고 있었다.
“뭐지. 요즘 유행하는 먹거리 다 집결이야.”
“맛은 먹어 봐야 알 것 같은데 일단 메뉴판만 보면 약간 힙해 보이려는 인별 유행 식당 같다.”
“갈치조림 빼면요.”
“해물파전은?”
“그건 이제 해물 양에 따라서 나름 힙함의 영역. 그런데 감바스도 유행 좀 지났지 않아요?”
키득거리는 후배들 뒤를 대야를 들고 쓰윽 지나가면서 한마디 했다.
“그 메뉴 다 우리가 짠 건데.”
정지 버튼을 누른 양 뻣뻣하게 굳어 버린 후배들이 짝짝 박수를 치며 급격한 태세 전환을 시도했다.
“와, 정말 메뉴 하나하나가 트렌디하네.”
“너무 맛있겠다. 전부 먹어 보고 싶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레브 선배님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메뉴 선정이네요.”
너희도 서예현과구나. 연기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