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7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5화(47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75화
갑작스레 들이닥친 타 아이돌 자컨 촬영에도 우리가 민박집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뭐, 서예현한테는 카메라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임무가 더해진 것 같긴 하지만.
이 꼴로 카메라에 찍히기 싫다고 주방에 틀어박힌 서예현을 대신하여 점심부터 먹는다고 평상에 자리 잡고 앉은 네이비한테 주문서를 가져다주었다.
“여기에 점심 메뉴 수량 적어 주세요.
“우와, 주문서도 직접 만드신 거예요?”
드디어 우리의 노고를 알아주는 손님을 만나자 괜히 감동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원래는 메뉴명만 써 놨다가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고 해서 자 대신 책자 대고 반듯하게 표도 그렸는데.
메뉴 하나씩 다 시켜 보자며 주문서 표에 하나씩 체크하는 네이비 멤버들을 지켜보며 뿌듯하게 웃고 있자 네이비 리더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선배님. 혹시 점심 아직 안 드셨으면 저희랑 같이 드시는 건 어떠세요?”
“멤버들한테 물어보고 올게요. 나 혼자 결정하긴 그렇거든.”
주문서를 가져다주며 주방에서 조리 기구 세팅을 다 끝내고 기다리고 있던 멤버들한테 식사 합석 요청을 전하자 서예현이 곧바로 팔로 크게 X 자를 그렸다.
“이 꼬라지에서 요리하면 더 거지꼴이 될 텐데 그 상태로 어떻게 카메라 앞에 서?”
평상 쪽을 가리키며 서예현이 열변을 토해 냈다. 어제 마스크팩도 하고 자 놓고 대체 무슨 걱정인가 싶었다.
“후배들 봐 봐. 헤어도 딱 세팅되고 메이크업도 다 하고 옷도 잘 차려입고 왔는데 그 옆에 이 꼴인 우리가 있으면 비교가 되겠어, 안 되겠어?”
서예현의 얼굴 한 번 보고 마당에서 열심히 튜브에 공기를 넣는 중인 네이비 후배들을 돌아보았다.
비교는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 되지 않을까? 오히려 더 잔인하게 비교될 것 같은데.
류재희도 고개를 저으며 서예현의 반대 의견에 힘을 보탰다.
“네이비 자컨인데 주객전도 안 되게 최소한으로 얼굴 비추는 편이 낫죠. 너무 막 얼굴 비쳐도 낄끼빠빠 못 한다고 욕 들어요. 이따가 식사 마치고 수박이나 서비스로 가져다주면서 잠깐 합석만 해요. 그 정도면 충분할걸요.”
결국 여론은 ‘합석하지 않는다’로 흘러갔다.
물병과 컵 다섯 개를 식탁에 가져다주며 서로의 기분이 상할 일 없게 잘 둘러 댔다.
“설거지거리 늘리기 싫다고 시켜 먹자네요. 우리가 후배님들이랑 합석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지금 29인분 설거지를 어제 겪어서 그래요.”
“아… 설거지만 29인분을 하셨으면 그럴 만도…”
“29인분 설거지라 하니까 바로 이해 갔어요.”
다행히 네이비 멤버들은 내 변명을 잘 이해해 주었다.
매니저와 촬영 스태프들은 네이비 멤버들이 식사를 마치고 계곡에서 놀 때 먹는다고 식사를 미뤘다.
완성된 김치볶음밥 위에 금방 만든 회오리오믈렛을 올려 마지막 음식을 서빙했다.
음식이 다 나올 동안 먼저 나온 음식들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네이비는 회오리오믈렛으로 덮인 김치볶음밥이 식탁에 오르자 기깔 난 리액션을 선사해 주었다.
“우와, 회오리오믈렛!”
네이비 리더가 대표로 음식 하나 하나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항공샷을 찍고 나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잘 먹겠습니다!”
“한창 유행했을 때 만두피 떡볶이 맛이 정말 궁금했는데 저희가 이렇게 원조를 먹어 보네요.”
“이게 유행의 시초가 직접 하신 음식이라니까 기분이 이상해.”
그때처럼 내가 만두피를 말고 떡볶이 양념을 서예현이 했으므로 원조는 맞았다. 다만 너희도 아이돌이라고 서예현이 배려한답시고 설탕을 덜 넣어서 오리지널 원조의 맛은 안 날 거다.
“와, 진짜 맛있다. 식당 차리셔도 되겠는데요?”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거 같은데?”
“그 칭찬은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이것도 사 먹는 거긴 하잖아요.”
“아참, 그렇지.”
잘 먹는 후배들을 흐뭇하게 보다가 주방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친 네이비 멤버들은 평상에 드러눕거나 계곡으로 내려가 물놀이를 시작했고, 계곡과 평상에 카메라를 설치한 촬영 스탭들은 그제야 식사를 주문했다.
“저희는 갈치조림 3인분이랑 공깃밥 세 개요.”
매니저와 촬영 스탭들 식사 주문까지 무사히 클리어하고 우리도 늦은 점심을 먹으려 준비했다.
“우리 점심 배달시킨다? 형은 또 해물덮밥?”
“이틀 연속 배달 음식을 먹자고? 어제처럼 29인분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까지 먹어도 겨우 13인분 설거지인데 그냥 해 먹자.”
하긴, 서예현은 이틀 연속 배달 음식을 먹으면 사람이 죽는 줄 알지. 하지만 내게는 배달 음식을 무조건 시켜야만 하는 좋은 핑곗거리가 있었다.
“이미 설거지거리 때문에 배달 음식 시켜 먹어야 한다고 핑계 대고 왔는데. 그러면 형은 후배들이랑 밥 같이 먹기 싫어서 없는 말까지 지어낸 못된 선배가 되든가.”
그 말에 굳건히 다물려 의지를 표하던 서예현의 입매가 꿈틀했다. 한숨을 푹 내쉰 견하준이 힘없이 말했다.
“그냥 배달시켜서 먹자. 이따 3인분 더해야 하는데 5인분까지 더 만들 힘이 없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요리 비중은 견하준이 제일 크다 보니 서예현도 견하준이 이렇게 나오면 어쩔 수 없었다.
서예현의 눈을 피해 견하준과 소리 없는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나이스 서포트!
다만 어제처럼 탕수육은 꿈도 못 꿨다.
기어이 다이어터 중식, 칼로리 낮은 중식 요리를 검색해 오징어덮밥과 마파두부 덮밥을 찾아낸 서예현은 그런 메뉴 없다고 주문을 거절당하고 어쩔 수 없이 후보군 3위였던 국밥으로 바꿨다.
“중국집에서 국밥 시켜 먹는 사람 첨 봤네.”
“어, 우리 아버지 단골 메뉴야.”
“그런 히든 메뉴를 찾아 드시는 걸 보면 중국집 고수 같고 그렇다고.”
여기에서 아버지 카드를 내는 건 반칙 아니냐? 엉?
어제처럼 후딱 식사를 끝내고 세 명분의 식사 빈 그릇까지 싹 수거해 와 설거지를 마쳤다. 수박을 가져다주기 전에 다들 씻고 광내고 옷을 갈아입느라 방이 부산스러워졌다.
“예현이 형, 드라이 충분히 된 것 같은데 저 머리 말리게 드라이기 좀여.”
“잠시만, 머리끝만 한 번만 더 다듬고 바로 넘겨 줄게.”
서예현은 머리 세팅까지 아주 풀세팅을 하더라.
덕분에 우리 다섯의 모습은 누가 봐도 많이 고생한 사람들이었던 아침보다 훨씬 나아졌다.
수박이 든 쟁반과 함께 다섯 명이 단체로 우르르 평상으로 몰려가자, 홀로 물에 들어가지 않고 평상에 편하게 드러누워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던 네이비 맏형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서비스입니다. 이거 수박 두 개라, 저희도 같이 먹어도 되죠?”
“세상에, 감사합니다. 당연히 괜찮죠!”
꾸벅 인사하고 쟁반을 김도빈의 손에서 받아들어 조심스럽게 평상 바닥에 내린 네이비 맏형이 계곡을 내려다보며 쩌렁쩌렁 외쳤다.
“얘들아, 올라와서 수박 먹어!”
“남우 형, 형이 여기로 가지고 내려와요! 계곡 와서 발 한 번 안 담가 보고 가는 게 말이 돼요?”
“너희 지금 레브 선배님들한테 너희들 수박 먹게 계곡 내려오라고 시키는 거야? 지금 레브 선배님들도 드시고 계시거든?”
그 말에 계곡에 있던 네이비 멤버들이 헐레벌떡 올라왔다.
큰 수건과 타월 가운으로 젖은 몸을 감싼 네이비 멤버들은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으며 우리와 함께 스몰 토킹을 시작했다. 물론 앞에는 카메라가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저희가 또 레브 선배님이랑 인연이 깊죠.”
“맞아요, 저희한테 신인상을 안겨 주었던 네이비의 최고 히트곡, 를 작사, 작곡하신 분이 이든 선배님이세요.”
“작년 [LOVE EXAM] 활동 타이틀곡인 <커닝페이퍼>도 이든 선배님 곡이죠. 항상 지나가면서 만나면 응원의 말도 해 주시고, 곡 괜찮냐고도 물어봐 주시고. 항상 감사해요, 이든 선배님껜.”
잊지 않고 언급해 주는 네이비 멤버들을 향해 따스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도 잊을 수가 없어. 우리 후배님들이 만날 때마다 감사하다고 나한테 인사를 하니까. 저작권료 잘 들어오게 해줘서 내가 더 고맙지.”
“와, 후배님들이 이든이 형을 퇴마시켰어. 포도랑 하준이 형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입을 틀어막고 감탄을 흘리는 김도빈을 향해 눈을 한 번 부라려주고 다시 네이비 멤버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회귀 전, 내가 개털이었을 때도 예의 꼭꼭 차리던 녀석들이라 더 예뻤다.
“저희가 진짜 놀랐거든요. 갑자기 선배님들을 여기에서 만날 거라곤 상상도 못 해서.”
“아, 그런데 저희는 못 들었잖아요. 왜 레브 선배님들이 이 민박집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지. 혹시 저희가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매니저와 이야기한 걸 모르는지 하는 조심스러운 물음에 김도빈이 기다렸다는 듯 냉큼 대답했다.
“여기가 저희 이모가 하시는 민박이에요. 그런데 일이 좀 생겨서 저희가 휴가차 놀러 왔다가 임시로 맡고 있습니다.”
“휴가에 다 같이 놀러 오신 거예요?”
“얘들아, 들었지? 이번 휴가 때는 다들 시간이랑 약속 비워 놔. 선배님들 본받자.”
뜨거운 요청에 버너와 프라이팬을 가져와 후배들한테 회오리오믈렛 강습도 해 주고, 깊은 계곡으로 날아간 비치볼도 뜰채로 건져 주며 그렇게 이틀째의 해가 슬슬 저물었다.
* * *
역시나 저녁은 예상했듯 바비큐 파티였다. 자컨에 바비큐 파티 빠지면 섭섭하지.
환기시킨다고 창문을 열어 놨더니 고기 냄새가 방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고기 냄새 맡으니까 배고프네. 우리도 저녁 먹으면 안 되나?”
“점심에 짜장면을 먹어 놓고?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먹으면 저녁이 아니라 야식이야.”
“저기 맏형은 저렇게 순한데 우리 맏형은 저녁밥 좀 먹자 했다고 사람을 아주 잡아먹으려고 하네.”
방바닥에 드러누워 투덜거리자 김도빈도 배고팠는지 내 편을 들었다.
“저기랑 맏형 교환해요.”
“걔가 도빈이 너랑 동갑 아니냐? 걔가 우리 그룹 오면 맏형이 아니라 막내 라인이다.”
“헐, 세월 참…”
세월의 무상함을 토로하고 있자 서예현이 눈을 부릅뜨며 우리를 휙 돌아보았다.
“야! 겨우 밥 때문에 나를 교환하자고 하고 있어?”
그게 싫으면 순순히 야식 먹기에 협조하시지.
네이비의 바비큐 파티가 끝나고, 네이비 멤버들이 후배라고 솔선수범하여 뒷정리를 도와줘서 어제보다는 그릴 청소가 편했다. 카메라가 따라붙었지만 딱히 청소를 말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 노동하는 선배를 적극적으로 돕는 착한 후배 모습이 카메라에 나오는 게 너희들한테 좋겠지.
이제 담력 체험을 한다고 들뜬 네이비 멤버들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40분 후, 네이비 막내가 울상이 된 얼굴로 우리 방을 찾았다.
“선배님, 도와주세요!”
그 다급한 외침에 순간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심장이 철렁했다.
“형들이 담력 체험 갔다가 지금 30분째 안 내려와요! 전화도 안 받고! 남우 형이랑 한세 형이 20분 전에 찾으러 갔는데 두 형들까지 안 와요!”
그 말에 다들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아니, 하필 우리가 임시 사장직을 맡고 있을 때 일이 생기고 난리야. 그것도 촬영 중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