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8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5화(485/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5화
나는 굉장히 상식선의 물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집들이 선물을 기대한 차연호의 생각은 아무래도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얼굴에 깃든 혼란이 사라지지 않고, 이제는 거짓말 탐지기를 보는 눈동자까지 잘게 떨리는 걸 보아하니 말이다.
“이걸 대체 왜 가지고 온 건데?”
“내가 설마 단둘이 보드게임 하자고 가져왔겠어? 진실된 대화 한번 나눠 보자 이거지.”
차연호의 손이 본인 뒷목으로 향했다.
다아 본인 업보지. 나한테 의뭉스럽게 웃으면서 흑막 코스프레만 안 했어도 오늘 내가 들고 온 것은 거짓말 탐지기가 아니라 술병이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차연호를 100% 신뢰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최근의 차연호가 독기가 빠졌다고 한들 어쨌든 차연호 시점에서 보면 나는 조용히 묻힐 수 있었던 일을 부러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간 놈이니까.
물론 이건 언제까지나 차연호 시점이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고로, 거짓말 탐지기는 진실 하나씩을 주고받아야 하는 차연호와의 대화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
물론 나도 이 거짓말 탐지기가 100% 들어맞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수사 기관에서 쓰는 거짓말 탐지기도 무용론이 심심할 때쯤 한 번씩 튀어나오는데 하물며 아무나 살 수 있는 쇼핑몰에서 산 게 뭐 얼마나 전문성이 있겠냐.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의 존재 자체가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 정도는 줄 수 있겠지. 사람이라면 자고로 도구를 활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심란한 표정을 한 차연호가 애써 날카로워 보이려고 노력하는 질문을 던졌다.
“네가 사 들고 온 걸 어떻게 믿어?”
“이렇게 말할 줄 알고 내가 또 싸구려 보드게임방 용 말고 돈 들여서 비싼 걸로 사 왔지. 이게 또 최신형 센서가 부착이 되어 있어서 판별 정확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 말이야.”
차연호가 믿지 못하자 구매 내역도 친히 인증하고 제품 설명 상세 페이지도 보여줬다.
“아니, 내 말은. 네가 여기에다가 손을 써 놨을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내가 그게 가능하면 아이돌 하는 게 아니라 공대 갔지. 트집을 잡아도 말 같은 트집을 잡자.”
“너 내가 너보다 연상에 선배인 건 알고 있지…?”
“내 목숨과 네 친구의 목숨이 달렸는데 지금 그게 중요해? 어?”
내 윽박에 차연호가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믿지 못하는 의심병 말기 환자 차연호를 위해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친히 검증용 질의응답 타임을 가졌다.
차연호가 여전히 못 미덥다는 얼굴로 거짓말 탐지기 위에 손을 얹었다.
“자, 솔직히 집들이 선물 기대했다. Yes or No?”
“아니.”
즉답이었음에도 차연호가 놀라며 화들짝 손을 뗐다.
거짓말이라는 소리였다.
그렇구나, 우리 차연호 선배님은 집들이 선물을 기대했구나. 그렇지만 거짓말 탐지기를 선물로 두고 갈 생각은 없었다. 이걸로 우리 그룹 콘텐츠 뽑아야지.
거짓말 탐지기 위에 얹었던 오른손을 왼손으로 꽉 감싸며 차연호가 날 선 도끼눈을 떴다.
“미쳤어? 전류 왜 이렇게 센데?”
“솔직하게 대답할 마음이 잘 들게 일부러 전류 강도 높은 걸로 엄선해서 골랐어. 버틸 만하면 거짓말을 하고 싶잖아. 안 그래?”
“어, 안 그래, 이 미친놈아!”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이지? 진실만 말하면 전기 충격을 받을 일도 없을 텐데. 혹시…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거짓말 탐지기 전류 강도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 건가?”
“가스라이팅 집어치워.”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린 차연호가 손을 뻗어 내 손목을 잡고 거짓말 탐지기로 끌어오려 시도했다.
응, 절대 안 끌려가죠? 운동 부족이죠?
차연호가 이까지 악물었지만 딱 봐도 비실비실해 보이는 차연호의 악력으로 내 손을 끌어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중에 가서는 순순히 끌려가 줬다가 당기기를 몇 번 반복하며 농락하다가 가볍게 차연호의 손을 털어내고 거짓말 탐지기 위에 오른손을 올렸다.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던 차연호가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다.
“본인을 또라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예, 아니오, 둘 중 하나로 대답.”
“아니?”
내가 왜 또라이야. 또라이는 음식 칼로리 다 외우고 다니면서 남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까지 잡도리하는 서예현 같은 인간이 또라이지.
당연히 전기 충격은 오지 않았다. 동시에 오른쪽의 ‘Truth’에 녹색 불이 들어왔다.
“이거 멀쩡한 거 진짜 맞아?”
거짓말 탐지기를 덥석 집어 든 차연호가 의심 한 바가지 서린 눈으로 이리저리 살폈다.
“그렇게 의심되면 하나 더 물을 수 있는 기회 준다. 얼른얼른 물어봐. 나도 빨리 댁과의 대화 끝내고 숙소 들어가서 쉬어야 하니까.”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재촉하자 차연호가 얼결에 질문했다.
“DTB 4에 대본 있었지?”
“아니, 없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진실이었다.
“…가슴골이 대본이 아니었다고? 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살면….”
악편을 피하기 위한 내 눈물겨운 노력을 겨우 대본 따위로 치부한 거냐?
“아니, 한창 방영했을 때 정준이랑 이걸로-”
내 따가운 눈길에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던 차연호는 왜 제가 이 말을 하고 있느냐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의 검증을 마치고 본격적인 정보 교환 대화 타임에 돌입했다.
여전히 차연호는 지독한 회의감이 온 표정이었다.
아니, 이것보다 더욱 확실하고 진실한 정보 교환이 어디 있다고.
첫 질문의 기회는 나한테 먼저 주어졌다. 시작부터 시리어스하게 갈 필요는 없었으므로 제일 무난한 질문을 던졌다.
“네가 기억하는 회귀는 몇 번이지?”
“여섯 번. 네가 죽은 그 세계를 1회차로 친다면 이번이 7회차야. 마지막이기도 하고.”
거짓말 탐지기에 불이 들어왔다.
진실.
“왜 마지막인데?”
“내가 시간을 더는 돌릴 수가 없으니까.”
앞선 대답과 마찬가지로 진실이었다.
좋아, 이 질문으로 6회차는 실존한다는 것과 위험도 시스템의 숙주는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가설이 사실임을 확인받았다.
첫 시작은 일단 순탄하군. 다음으로는 차연호의 질문 차례였다.
“네가 기억의 일부를 찾았다고 나한테 만나자고 요청했지. 그러면 기억은 어디까지 찾았어?”
“아직까진 조각조각 기억을 되찾은 거라 ‘어디까지 찾았다’라는 확답은 못 해 주겠네. 그래도 일단은 질문에 대답해 주자면 28살, 그리고 31살의 일부.”
거짓말 탐지기가 진실인 걸 증명해 주자 차연호의 표정이 구겨졌다.
하지만 이 질문을 한 건 온전히 본인의 선택이었기에 나한테 뭐라 하지도 못하고 순순히 거짓말 탐지기 위에 본인의 손을 올렸다.
“All Right or Night 노래를 전에도 레브 버전으로 들었던 적이 있냐?”
“있었어. 다만 이전에 들었던 것들은 지금처럼 완성도가 높진 않아서 이번 곡을 듣고 무언가 달라졌다고 의심을 했지. 기억이 불안정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거짓말 탐지기에 녹색불이 들어왔다. 진실.
“그래서 때는 처음 듣는 노래라고 시비를 털어 댄 거군.”
이제야 이해가 되는 그 당시 차연호의 생뚱맞은 시비에 고개를 끄덕이자 여전히 거짓말 탐지기 위에 손을 올린 차연호가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
“시비가 아니라 떠보는 거였거든?”
또 한 차례 초록불이 들어오자 그제야 기기 위에 아직 얹힌 제 손을 발견한 차연호가 후다닥 손을 거뒀다.
다시 차연호의 질문 차례가 돌아왔다.
“현재 네게도 보유 시스템이 존재해?”
이걸 밝히는 게 과연 내게 득일까, 독일까.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시스템이 있다는 걸 전제로 깔고 나한테 경고하던 거 아니었어? 위험도 숙주는 한 회차당 한명만 가능하나?”
“그러니까, 있냐고.”
“대답은 충분히 됐지 않나? 있어.”
거짓말 탐지기에 녹색 불이 들어온 걸 확인한 차연호가 연이어 질문을 던졌다.
“내 건 위험도면, 너는 무슨 시스템인데?”
“내 언어 습관, 음주량, 내 행동, 내 시선, 바깥으로 보이는 대외적인 모습, 식단에 제약을 걸고 도저히 완수 불가능한 퀘스트를 던져 주면서 나를 지독한 페널티와 고통, 건강 걱정에 시달리게 만드는 시스템.”
왜, 뭐.
내가 말한 것에는 거짓 한 점 없었다. 이게 다 초심도 시스템한테 당한 사실만 나열한 거다.
다시 한 차례 더 진실을 뜻하는 초록불이 들어오자 눈을 가늘게 뜬 차연호가 물었다.
“그런 시스템이 있는데도 너는 왜 그래?”
“내가 뭐.”
거짓말 탐지기에서 손을 떼며 심드렁하게 맞받아쳤다.
다시 차연호의 손이 거짓말 탐지기에 올라갔다. 이제는 차연호도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이 회의감 넘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라도 한건지 제법 평온한 얼굴로 질문에 대답했다.
“위험도가 원래 내게 있었던 걸 알고 있었어?”
“어, 그런데 다시 기억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
거짓말 탐지기에 올려진 손은 미동도 없었다. 진실이군. 거짓말 탐지기에서 손을 떼려는 차연호의 손등을 꾹 눌러 손바닥을 떼지 못하게 하며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그러면 네가 그 숙주인가 뭔가가 된 이유는?”
벗어나려 시도하던 차연호가 짜증스럽게 대답하며 손에 힘을 풀었다.
“네가 벗어났으니까.”
대답 후 짧은 침묵이 이어지더니 녹색 불이 들어왔다.
음, 원해서 된 건 아닌가 보군. 그렇다면 숙주는 위험도 시스템의 필수 조건인 건가.
그 이후로도 몇 번의 질의응답이 오갔다.
차연호가 내게 던지는 질문은 본인 기억이 맞는지 알아볼 용도의 질문들이었기에 다 대답해 주진 못했다.
이 자리를 정보 교환보다 진실 혹은 거짓 판별 회담 흐름으로 만들길 잘했다. 아직은 차연호보다 내 쪽의 정보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진 둘 다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툭, 툭. 내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가 고요한 적막 속에서 유일하게 울렸다.
“케이제이가 죽고 나서, 내가 욕 처먹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인 증거 인멸에 네가 손을 썼다. 예, 아니오.”
길게 한숨을 내쉰 차연호가 단호하게 답했다.
“아니.”
대답한 지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미간을 찌푸린 차연호가 몸을 움찔거리며 다급히 손을 거뒀다.
필사적으로 내 손길을 막으려는 차연호의 손을 털어내고 거짓말 탐지기를 반 바퀴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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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을 말하는 칸에 선명한 붉은색 불이 들어와 있었다.
“거짓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