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8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6화(486/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6화
숨 막히는 침묵 속, 차연호와 내 시선이 허공에서 끈질기게 맞붙었다. 먼저 시선을 거둔 건 차연호 쪽이었다.
“그게 제대로 작동을 안 했나 보지.”
붉게 달아오른 손끝을 매만지며 차연호가 태연하게 대꾸했다.
“거짓말 탐지기가 항상 100% 들어맞는 건 아니잖아? 설마 이런 장난감으로 하는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
아, 이렇게 나오시겠다?
일단은 거짓말 탐지기가 판단해 준 대로 거짓으로 판별하기로 했다. 증거 인멸에 차연호가 손을 쓴 건 이제 확실히 기정사실화됐다.
본인도 이게 어떻게 비칠지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내게 거짓말로 대답한 거겠지.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거짓말 탐지기를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적당히 느슨했던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팽팽하게 날이 섰다.
다시 차연호가 질문할 차례.
얼어붙은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손을 거짓말 탐지기 위에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 사실을 네게 전해 준 연습생이 누군지 기억해?”
“아니.”
거짓말 탐지기에 녹색불이 들어왔다. 차연호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거짓을 판단하는 불만큼 붉은 피가 차연호의 입술에 맺혔다.
손을 떼려고 하자 다급한 손길이 내 손을 다시 거짓말 탐지기에 내리 눌렀다. 간단히 털어내고 손을 뺄 수 있었지만 또 무슨 질문을 할까 싶어 일단 내버려뒀다.
“그렇다면…”
거의 속삭임이나 다름없는 목소리가 달싹거리는 차연호의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자살한 연습생은?”
“그것도 모르겠는데. 증거 인멸한 네가 더 많이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나를 보며 차연호가 순순히 내 손등 위에 얹어놓은 손을 치웠다.
“기억이 안 나. 기억할 필요가 없었거든. 적어도 그때는.”
속눈썹을 내리깐 차연호가 고해성사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면 죗값 치르는 거지. 억울한 죽음을 방조하고 기억하려고도 하지 않은 죗값. 네가 케이제이가 만든 피해자가 누군지 제대로 기억하기만 했어도 몇 회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이 쇼가 한 번으로 끝났을 거 아니야.”
얼마나 세게 깨물고 있었는지 결국 터진 차연호의 입술 상처에서 피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거짓말 탐지기 위에 올려진 차연호의 손을 보다가 느릿하게 시선을 올리며 피식 웃었다. 내가 차연호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었다.
“권정준을 살리기 위해서 나를 나락에 내리꽂아야 한다면 기꺼이 처박을 수 있다.”
드디어 우호적인 조력자의 가면을 집어던진 차연호가 나를 노려보며 냉소를 내뱉었다.
“뭘 그런 걸 다 묻고 그래. 당연히 가능하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차연호를 마주하며 속 시원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진작 이렇게 나오지 그랬어! 이제야 좀 믿을 만하잖아.”
이제 정말로 마지막, 차연호의 질문만이 남았다.
깔 수 있는 패도, 깔 생각이 없던 패도 모두 깐 상태. 긴장감이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차연호의 마지막 질문이 날아들었다.
“내게 협조할 마음이 있긴 해?”
“뭘 그런 걸 다 묻고 그래. 당연히 있지.”
전류가 손바닥에 따끔하게 흘렀다. 이야, 거짓말 탐지기 성능 한번 확실하네. 더해, 이전 차연호의 답변 거짓 판단에도 신빙성을 한결 더해 주는 결과였다.
차연호는 움찔거려서 결국 들켰지만 나는 미동도 없이 전류를 버티는 게 가능했다.
초심통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정말 껌이었기 때문이다. 망할 시스템이 뭐만 하면 초심도를 감점시키면서 지져 대고 찔러 대는 통에 현재 내 고통의 역치는 쓸데없이 높아졌다.
이야, 우리집 시스템이 나를 존나게 강하게도 키운 덕에 이렇게 도움도 다 주고.
아주 고오맙다, 고마워.
차연호의 신경은 내 얼굴에 집중되어 있던 터라 거짓말 탐지기를 집어드는 내 움직임을 곧바로 따라갈 수 없었다. 천연덕스럽게 거짓말 탐지기를 툭툭 때리며 전원을 슬쩍 껐다.
“아이고, 계속 녹색불만 들어오더니 벌써 여기 전구가 나갔나. 불이 안 들어오네.”
미간을 찌푸린 차연호가 헛웃음을 내뱉으며 거짓말 탐지기를 가리켰다.
“빨간 불이 보였는데?”
“착각입니다, 선배님. 벌써 노안이 오셨나 봐요.”
삐딱하게 대꾸하자 차연호의 미간에 파인 골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설령 진짜로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들, 설마 이런 장난감으로 하는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는 건 아니죠?”
차연호가 했던 말을 똑같이 돌려주며 거짓말 탐지기를 차연호의 눈앞에서 두어 번 흔들어 주고는, 유유히 거짓말 탐지기를 다시 쇼핑백에 챙겨 넣었다.
몸을 일으켜 여전히 앉아 있는 차연호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
“서로가 못 미덥더라도 내 목숨이랑 네 친구 목숨을 위해서 자알 해 보자고.”
물론 거짓말 탐지기가 딱 잡아냈듯이, 둘이 협조하자는 소리는 아니다. 차연호가 알아서 내게 맞추라는 소리다.
아무래도 그 비극의 시작을 막을 열쇠는 나한테 있는 것 같으니까.
차연호의 손이 매섭게 내 손길을 쳐냈다. 내가 차연호의 집 현관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따로 배웅은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계속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 굳게 닫힌 현관문을 한번 힐긋 돌아보았다.
류재희는 악마의 유혹을 자연 자해라고 표현했지만, 글쎄. 그 유혹에 인간의 거부권이 없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악마와의 내기를 받아들이는 건 온전히 본인의 의지였다는 뜻이다.
대가 없는 계약은 없다.
파우스트가 최종적으로는 악마한테 영혼을 뺏기지 않았어도 그는 이미 1부에서 악마와의 계약을 체결한 대가를 치렀다.
사랑하는 여인, 그레트헨과 그녀와의 사이에 낳은 제 자식의 목숨으로.
짐작건대, 나는 아마 내 인생을 성공의 반대 길로 처박는 오답의 길을 걷는 걸로 대가를 치른 거 같고.
그러면 차연호 너는 과연 무엇으로 대가를 치르게 될까.
그게 참 궁금할 따름이었다.
***
“형 벌써 왔어요? 친구 만나고 오신다더니 일찍 왔네요? 형은 밖에서 먹고 올 줄 알고 저녁 4인분만 준비했는데. 한 사람은 닭가슴살 토핑을 포기해야 해요.”
“하나를 더 구우면 될 거 아니야. 그리고 내가 언제 친구 만난다고 했냐. 지인 만난다고 했지.”
“그게 그거 아니에요?”
“다르지, 인마.”
김도빈에게 쇼핑백을 넘기며 투덜거렸다.
내가 차연호랑 친구라니. 나는 그런 친구 둔 적 없다.
내가 먹을 걸 사온 줄 알고 좋아라 하며 바로 쇼핑백 안의 거짓말 탐지기를 꺼낸 김도빈은 그게 간식이 아님을 깨닫고 실망했지만 금방 회복하고 류재희와 거짓말 탐지 게임을 시작했다.
“내 짭막내라는 별명을 듣고 나한테 막내 포지션을 뺏긴 것 같아서 슬펐던 적이 있다?”
“없어.”
류재희가 단번에 대답하자 거짓말 탐지기에 녹색불이 들어왔다.
“엥, 진짜네?”
“그런 거에 슬플 것 까지야… 짜증은 좀 났어도.”
“음, 내가 질문 방향을 잘못 잡았구나.”
견하준도 끌려와서 강제 참가했다.
“프젝맞선에서 우리가 까메오로 갔을 때 우리의 무대를 보고 쪽팔렸다, 아니다!”
“아니다…?”
떨떠름하게 대답한 견하준이 식겁하며 급하게 손을 뗐다. 선명한 빨간 불에 김도빈이 입을 떡 벌렸다.
“하준이 형이 우리 무대를 쪽팔려 했어!”
“쪽팔린 것까진 아니라 좀 부끄러운…? 내가 없어서 다행…?”
견하준이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꽤 희귀했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서예현도 어느새 슬쩍 끼어들었다.
“나도 한번 해 볼래. 나 진짜 궁금한 거 있었거든. 윤이든 너 얼른 손 올려.”
서예현의 재촉에 한숨을 푹푹 내쉬며 지겹도록 만졌던 거짓말 탐지기에 손을 올렸다.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서예현이 진지하게 질문했다.
“내가 사 준 샐러드 안 버리고, 자, 여기에서 안 버렸다는 말은 단순히 음식물 쓰레기로 버렸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준 것도 포함이야. 알겠지? 그 샐러드 안 버리고 다 먹었어?”
시발, 차연호가 질문할 때와 비교도 되지 않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겨우 평정을 유지하며 시원하게 즉답했다.
“당연하지.”
손 아래에 전류가 흘렀다. 오우, 찌릿찌릿하네.
“저거 참을 수 있어? 저렇게 평온하게 참을 수 있는 수준이야?”
“아니, 절대 못 참아. 나 반응한 거 봤잖아. 저거 전류 진짜 세. 이따가 형도 한 번 해 봐.”
“진짜? 그 말 듣고 나니까 내가 직접 하기에는 좀 무서운데.”
와중에 서예현은 거짓말 탐지기 전류 경험자인 견하준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저렇게 빈틈을 주면 나야 고맙지.
“이제 그만하자. 나 피곤하다.”
이전의 실패를 발판 삼아 빨간불이 들어오는 곳을 손바닥으로 자연스럽게 잡아서 막고 재빨리 전원을 껐다.
눈을 가늘게 뜬 서예현이 턱, 거짓말 탐지기의 반대편을 붙잡았다.
“수상한데…? 너 거기 손 떼 봐.”
“짠.”
다시 전원 코드를 밀어 당김과 동시에 손바닥을 떼어 불이 확실히 꺼진 거짓말 탐지기 ‘Lie’ 전등을 보여 주자 서예현이 혀를 차며 수긍하고 물러났다.
서예현의 시선을 피해 류재희가 엄지를 들어 올렸다. 씩 웃으며 마주 들어 올려주었다.
역시 세상살이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니까. 실패도 결국 성공의 어머니다, 이 말이야.
***
북미 투어 최종 준비 일정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일본이랑 중국 콘서트 앞둔 거랑은 또 느낌이 다르네요. 안 그래요, 하준이 형?”
“그러게. 아마 대륙이 달라서 그런가 봐.”
“미쳤다! 형들, 이거 봤어요? 6개 도시 전석 매진! 텅텅콘 될까 봐 엄청 걱정했는데 이제 마음 놔도 될 것 같아여.”
“진짜? 전석 매진 맞아? 나 이제 관객 없는 콘서트장에서 공연하는 악몽 안 꿔도 돼?”
서예현 이름발이 그룹 정체성의 대부분이었던 2군 시절에도 텅텅콘은 한 번도 못 겪었는데 별걸 다 걱정한다.
잔뜩 설레어 하는 멤버들한테 회귀 전 후반기에 겪었던 뺑뺑이 해외 투어의 기억을 되돌려주고 싶었다.
나 혼자 그 개고생을 기억하는 게 결코 꼬와서가 아니라,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아니겠는가.
뭐, 이번에는 북미 6개 도시만 두 달 정도 도는 거라 5개월 동안 월드투어를 돌았던 그때의 빡센 일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지모드겠지만.
REVE_official☑ @LnL_reve
[레브 Dream]울 일몽이들, 잘 다녀올게요!
See you soon, Daydream!
#Reve #레브 #데이드림 #북미투어 #InReve
(레브_공항_단체셀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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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레브의 첫 북미 투어가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