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8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8화(488/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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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대기실에서 만난 낯익은 얼굴은 바로 <트러블 트레블>의 메인 PD였다.
“아이고, 공연 잘 봤습니다. 초대석 티켓 보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정 PD님!”
아는 얼굴을 발견한 김도빈이 반가워 죽겠다는 얼굴로 손을 마구 흔들었다.
김도빈이 두 달간 해외 투어를 나가 이번 주 <트러블 트래블> 촬영에 피치 못할 공백이 생기자, PD가 제안한 게 바로 우리 콘서트의 첫 도시인 LA 특집이었다.
이걸로 3주 촬영분 해결하고, 다음 4주 촬영분은 김도빈이 없는 상태로 진행하고, 우리 WAMA 일정에 맞추어 마카오 투어 진행하고.
WAMA 일정이 시작될 쯤이면 우리도 북미 투어 마지막 도시인 뉴욕 콘서트까지 마쳤을 터라 상관 없었다. 김도빈만 마카오에 던져 놓고 우리 넷이 귀국하면 되겠군.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김도빈은 두 달간의 공백 중 <트러블 트레블> 촬영을 한 달만 빠져도 된다는 소리였다.
본인이 하는 말로는 그 4주 공백에서도 어떻게든 얼굴 비추게 해서 공백을 줄여 준다 PD님이 약속했다고 하던데, 무인도 특집을 촬영하며 김도빈이 얼마나 얼렁뚱땅 나다니는지를 알게 된 나로서는 PD의 그 총애가 이해가 가지 않을 따름이었다.
아무튼, 그 계획을 <트러블 트레블> 측이 우리 소속사 측으로 전달하며 특별 게스트로 섭외 의사를 밝혔고, 우리 소속사는 우리한테 그걸 전해 주며 멤버들의 의견을 물었다.
우리야 만장일치로 찬성이었다. 공백기가 걱정이었던 참에 먼저 섭외 요청이 온 주말 골든타임 공중파 예능 단체 출연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트러블 트레블>은 특집이 아닌 이상, 게스트를 거의 초청 안 하기로 유명했다.
우리가 오케이하자 <트러블 트레블> 멤버들이 LA에 와서 우리 콘서트를 볼 수 있도록 초대석 티켓을 보냈다.
이게 바로 <트러블 트레블> 메인 PD님이 우리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였다.
“아, 곧 우리 멤버들 온다고 하네요. 다들 여기 앉아 계시다가 대기실 들어오면 몰랐던 척, 놀란 척 좀 해 주세요.”
다들 자연스럽게 대기실 소파에 착석했다. 똑똑,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두어 번 들리고 문이 벌컥 열리더니 셀프캠을 든 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우리도 놀란 척 소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와, 형들 진짜 오셨어요? 나 전해 듣고도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김도빈의 연기 실력이 제법 늘었다. 능청스럽게 아무것도 몰랐던 척 <트러블 트레블> 출연진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퍽 자연스러웠다.
“야, 무대에서 그렇게 멋있게 공연하고 있으니까 못 알아 보겠더라. 평소 모습이랑 갭이 너무 차이 나잖아.”
“제가 원래 무대에서는 좀 멋있긴 하죠.”
“에이씨, 말 취소.”
멀고 먼 LA에서 서프라이즈로 만난 메인 출연진인 김도빈과 나머지 <트러블 트레블> 출연진들과의 만남을 카메라가 길게 담았다.
우리가 꾸벅 인사하자 김도빈을 제외한 멤버들 중 그나마 안면이 있는 내게 반가운 인사가 쏟아졌다.
“야, 이든이 오랜만이다! 무인도에서 보고 또 보네.”
“오, 그때 약속했던 힐링 여행 시켜 주려고 오신 거예요?”
실제로 <트러블 트레블> 출연진들은 무인도 특집 촬영이 끝난 후, 내게 고생만 하고 간 게 미안하니 다음에 힐링 여행을 할 때 꼭 부른다고 약속한 전적이 있었다.
잠깐의 해후를 풀고, 두 팀 다 대기실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으므로 떠나기 전에 완장을 찬 MC가 모두에게 말했다.
“자, 오늘 밤 숙제 하나 내 드리겠습니다. 본인의 인생 영화를 두 개씩 써 오세요. 한국 영화 하나, 외국 영화 하나. 그래서 내일 아침에 저한테 전달해 주시면 됩니다.”
LA에 할리우드가 있다는 걸 미루어 보았을 때 이 숙제는 미션의 발판임이 틀림없었다.
미션을 위해 유명 배우가 나오는 대중적인 유명작을 쓸 것이냐.
그래도 예술 취향에 타협이 어디 있냐, 마이너해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을 솔직히 쓸 것이냐.
상반된 마음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잘 생각하자, 윤이든. 이건 무려 주말 황금 시간에 방영되는 시청률 높은 공중파 예능이다.
사실 관계가 어떻게 되든 내가 여기에서 적은 답이 곧 내 취향으로 이미지가 굳어 버린다는 소리다.
나중에 미션을 위해서 그렇게 적었다고 변명해 봤자 서예현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짜치는 이미지만 얻겠지.
그렇다고 예능을 아예 등한시할 수도 없고.
깊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무슨 생각일까 돌아보니 나만 고민 중인 것 같았다. 다들 얼굴에 고민 한 점 없이 표정이 평온했다.
그렇게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메인 작가 분한테 대본을 전달받았다. 밴에서 펼쳐 본 대본에는 간단한 투어 일정과 미션 여부만이 적혀 있었다.
“미션은 뭔지 안 알려줘?”
“원래 미션은 완장이 만들든 PD님이 만들든 무조건 당일 공개예요. 이거 은근, 아니 대놓고 촬영 빡세요. 이든이 형은 직접 경험해 봤잖아요.”
“그래, 그런데 그 무인도에서 고생한 건 난데 왜 부심은 네가 부리는 걸까? 엉?”
김도빈의 정수리에 손을 턱 얹고 가볍게 흔들며 묻자 김도빈이 냉큼 대답했다.
“SOS에 기꺼이 응답했으니까 그 하루쯤은 아부지한테 의지할 수도 있죠.”
“난 너 같은 자식 둔 적 없다.”
“형은 레브의 아부지잖아요…!”
“설마 감동 노리고 한 말은 아니지?”
가부장 정신은 주입식이 아니라 너희들을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내가 스스로 깨우치는 거라고, 인마.
* * *
다음 날, <트러블 트레블> 촬영 장소.
카메라를 앞에 두고 나란히 서서 오프닝을 진행했다.
“자, 이번 미션 투어는 특별 게스트를 네 분이나 모신 만큼, 개인전이 아니라 팀전으로 진행합니다. 레브 팀, 그리고 트러블 트레블 팀.”
레브와 <트러블 트레블> 팀의 경계에 있던 김도빈이 슬쩍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러면 저는 대체 어느 팀으로 가야 하는 거죠?”
김도빈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개그맨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김도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쪽에서 신나게 쪼아 댔다.
“야, 도빈아! 무슨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고 있어? 당연히 레브지! 너 레브 멤버 아니냐? 스스로의 정체성도 모르는 거야?”
“도빈이, 실망이다! 레브 형들 있으니까 이제 이 형님들은 뒷전이다 이거구먼!”
“도빈아, 레브 몇 년 했는지 떠올려! 트트블보다 지금 몇 해를 더 했냐!”
“우리 막내, 형들이 얼마나 챙겨 줬는지 기억 나지?”
“야, 도빈아! 잘 생각해라! 이 형들이랑 막내가 너를 얼마나 챙겨 줬냐!”
김도빈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래도 당연히 김도빈은 레브 팀에 합류했다.
저쪽 머릿수만 봐도 당연히 이쪽에 합류해야 하긴 했다. MC, 예능인, 개그맨, 솔로 가수, 배우, 기타리스트가 한 팀인데 김도빈까지 저쪽에 합류하면 7대 4다.
“오늘은 특별 게스트도 모셨다 보니 투어를 저희 <트러블 트레블> 평상시보다 좀 편하게 짰어요. 이전에 또 우리 이든 씨가 무인도 특집에서 꽤 고생을 하고 가시는 바람에 약속한 게 있다 보니까.”
짝짝짝, 박수를 치면서도 김도빈과 내 얼굴에 서린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냐야 무인도 특집에서 개고생한 게 있어서 그런다고 하긴 하지만, 고정 패널인 김도빈이 저렇게 나오는 건…
역시 개구라라는 소리겠지?
첫 번째 투어 코스는 산타모니카 비치와 베니스 비치였다.
산타모니카 비치에서는 단순 관광이, 베니스 비치에서는 스케이트파크 체험과 머슬비치 체험이 이루어졌는데 머슬비치 체험에서는 식사 선택권을 건 미션이 존재했다.
뮤직비디오 촬영 때 스케이트보드를 탄 전적이 있던 김도빈이 멋있는 장면 연출해 보겠다고 깝치다가 시원하게 자빠지는 걸 보며 혀를 찼다.
롤러장에서는 왕년의 롤러장 기억을 되살려 롤러스케이트를 탔다가 갓 태어난 고라니 새끼처럼 파들거리며 겨우 서 있는 게 전부인 <트러블 트레블> 출연진들을 중점으로 촬영되었다.
아, 금방 적응하고 바닥을 쌩쌩 누비는 우리 모습도 비교군으로 담기긴 했다.
식사권 미션이 존재하는 머슬비치는 해변에 있는 야외 헬스장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낯설지 않았다. 다만 이 많은 인원이 우르르 들어갈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기에 웨이트에 자신 있는 몇 명만 들어왔다.
레브에서는 나랑 서예현이, <트러블 트레블> 팀에서는 배우와 개그맨이 대표로 나섰다.
“아니, 왜 다들 상의 탈의를 하고 계시지? 이러면 우리가 벗어야 할 거 같잖아.”
전세계 헬창들만 모아 놓은 것 같은 풍경을 보며 떨떠름하게 중얼거리자 개그맨이 내 등짝을 시원하게 두드렸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팬 서비스 한번 해-. 혼자 벗고 있으면 변태지만 남들 다 벗고 있을 때 벗으면 자랑이야. 쟤는 벌써 벗은 거 봐라.”
시원하게 상탈을 한 배우를 가리키며 재촉했다.
서예현한테 기회를 토스하려 했지만 내가 벗는 게 그림이 더 산다는 조금 어이없는 이유로 결국 상탈은 내 몫이 되었다.
김도빈은 왜 쪽팔리게 밖에서 휘파람이나 불고 있는지 모르겠다.
스탠딩 바벨 숄더 프레스로 가볍게 워밍업을 하고 기구 몇 개를 더 하다가 배우와 벤치프레스로 승부를 겨루어 손쉽게 점심 식사 선택권을 가져왔다.
“한식과 햄버거, 둘 중 어느 곳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한식이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서예현이 냉큼 대답했다. 저 칼로리 집착증 환자 혼자 점심 식사라는 중대사를 결정짓는 꼴을 보지 못하는 멤버들이 앞다투어 말을 얹어댔다.
“엥, 난 햄버거인데?”
“저도 햄버거여!”
“나는 한식에 한 표.”
“저도 한식이요. 그제도 햄버거 먹었잖아요.”
결국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우리의 식사는 한식이 되었다.
젠장, 상탈한 사람도 나고 벤치프레스 내기에서 이긴 사람도 난데 왜 서예현 좋은 일만 시키게 된 거지.
그래도 LA 한인타운의 맛집에서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할리우드에서 <트러블 트레블> 출연진들과 다시 모여 다음 미션을 안내받았다.
“자, 이번 미션은 두 팀의 내일 운명을 결정짓는 미션입니다.”
완장을 찬 MC가 엄숙한 목소리로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승자 팀에게는 즐거운 추억이 주어질 것이며, 패자 팀한테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미션을 체험해야 하는 운명이 주어질 것입니다.”
분명히 편한 여행이라고 안 했나? 극한의 상황 속 미션 체험이 어딜 봐서 편한 여행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