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49화(49/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화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팍! 폭죽 소리와 함께 콘페티가 머리 위로 쏟아져 흩날렸다.
“축하드립니다, 레브!”
그러고 보니 1위도 오랜만이구먼.
이후 팬빨로 음방 1위를 간간이 하긴 했는데, 회귀 전 마지막 활동은 내리 세 활동 곡이 말도 못 하게 구렸던 터라 1위 후보조차 못 들고 신인 여돌과 중견 여돌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이번 활동 1위는 뭐…… 당연히 하긴 해야지. 차트나 음방 활동은 빈집이지, 상대가 KICKS에 노래는 회귀 전에도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노래 업그레이드 버전인데.
회귀하고 나서의, 그리고 레브의 공식 첫 1위지만 딱히 감흥도 감동도 없었다.
혹여나 KICKS에게 밀릴까 봐 발표 전에 조금 초조했을 뿐이지.
그래도 나는 나름 경력자라고 별 감흥 없이 담담했지만, 멤버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눈시울이 붉어진 견하준의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잠시, 서로 껴안은 채 엉엉 울고 있는 막내 라인의 모습에 입에서 바람 빠지듯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천장을 보고 있던 서예현이 결국 눈물을 주르륵 떨구며 고개 숙여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서예현의 등을 토닥이는 견하준의 눈에도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우리를 향해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박수를 치는 KICKS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순간 표정 관리를 못 하고 벌레 씹은 얼굴을 하던 리더 놈은 카메라가 저들 쪽으로 돌아가자, 후다닥 다시 웃는 얼굴을 만들어 냈다.
저 떫은 얼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자, 갑자기 편곡 작업 의지가 아주 제대로 불타올랐다.
눈물바다인 레브에서 유일하게 멀뚱멀뚱 서 있는 내게 트로피와 마이크가 건네졌다.
“잘 따라와 준 우리 레브 멤버들, 그리고 믿고 지지해 주신 저희 다섯의 부모님들께 제일 먼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항상 수고해 주시는 저희 LnL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1위 수상소감은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었기에 능숙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다들 울고 있는 터라 마이크를 넘길 상황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응원해 주시고 많은 사랑 보내 주신 우리 팬분들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들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 옆으로 다가온 류재희의 입가에 마이크를 가져다 대주자 손으로 머리 위에 크게 하트를 그린 류재희가 훌쩍거리면서 외쳤다.
“데이드림 사랑해요!”
MC들이 엔딩 멘트를 치는 걸 들으며 류재희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달래려는 의도였는데 나를 돌아본 류재희가 울먹이다가 다시 펑펑 울기 시작해서 당황했다.
어째 회귀 전 오랜 망돌 생활 끝에 활동으로 첫 1위를 했을 때보다 더 서럽게 우는 것 같았다.
그때보다 더 어린 나이 때문인가, 아직 성장기가 안 와서 유독 앳되어 보이는 얼굴 때문인가.
앵콜 간주가 흘러나오자 목을 가다듬고 곧바로 견하준의 도입부 파트를 불렀다.
역시 내가 부르면 견하준만큼 느낌이 살지 않았다.
공약대로라면 메인 래퍼인 나와 서브래퍼지만 서브보컬까지 맡고 있긴 한 서예현이 보컬을 해야 했지만 우느라 정신없는 서예현의 상태와 평소 실력을 봤을 때, 그냥 내가 다 불러야 할 것만 같았다.
나도 그다지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예현보다는 잘 불렀다. 그건 확실했다.
하지만 점점 후렴구가 다가오자 등에 식은땀이 맺혀 오기 시작했다.
우리 그룹 두 보컬 녀석들의 능력치에 맞춘 음을 한낱 래퍼인 내가 소화해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움의 눈빛을 보내니 눈물을 쓱 닦은 견하준이 마이크를 입가에 댔다.
내게는 한없이 버거운 후렴구를 가볍게 소화해 내는 견하준의 목소리에 맞추어 낮게 음을 깔아 화음을 넣었다.
‘꼭 듀엣 하는 것 같네.’
시선이 마주치자 피식 웃었다.
마이크를 쥐지 않은 손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를 꾹꾹 누른 견하준이 환하게 마주 웃었다.
평소의 잔잔한 미소와 결이 다른, 그늘 한 점 없는 미소를 보며 생각했다.
이걸로 저 녀석이 내게 가진 쓸데없는 마음의 빚을 완전히 덜었으면 좋겠다고.
우리의 현재는 회귀 전의 과거와 같지 않으니까.
견하준도 잘 부르긴 한다만 역시 이 후렴구는 류재희에게 더 잘 맞았다.
류재희의 영어 발음이 하루 만에 좋아진 게 다행이었다.
여전히 얼굴이 눈물범벅인 막내 라인은 곧 다가올 내 랩 파트를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저놈들 둘 다 몰래 내 랩 파트 연습하던 걸 똑똑히 봤는데 왜 막상 판을 깔아 주니까 뒤로 빼는지 모르겠다.
류재희한테 결국 밀렸는지 죽상을 한 김도빈이 랩을 시작했다.
물론 더럽게 엉망이었고 원래의 느낌은 하나도 못 살렸지만, 일단 적어도 서예현보다는 더 잘하는 것 같았다.
서브래퍼를 갈아 치울까 하다가 그러면 서예현의 파트가 심각할 정도로 줄어든다는 걸 상기하고 생각을 집어치웠다.
다시 돌아온 보컬 파트를 부르며 뼈저리게 느꼈다.
난 역시 평생 랩만 하고 살아야겠다. 보컬은 하던 대로 계속 외주 맡기자.
* * *
꿈♥백일몽 @revedream
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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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이거꿈아니지?
우리애들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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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강 @rytnslarhdrkdwhady
다들 울고 있는데 혼자 안 울고 멀뚱히 서 있다가 수상소감 잘 말하는 것도 울 리더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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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고영 @edenkitt
@rytnslarhdrkdwhady 님에게 보내는 답글
나 지금 이든이 캐해 갈아엎어야 해,,, 얘 외강내유가 아니고 외강내강이었음……
YHs @dPgustkfkdgo
예혀니 우느라 앵콜곡 못부르는중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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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s @dPgustkfkdgo
인용으로 내새끼 실력 그만 까세요ㅋㅋ 다 보여요ㅋ
대체 남 앓는 글에 실력 X박아서 일부러 안 부르고 있는 거라고 인용트로 쪼개는 건 왜 하는 거임?
☆★☆★축레브1위☆★☆★ @dreamday100
오 윤리다 노래 좀 하는데?라고 생각하자마자 훅 치고 들어오는 하쭌이 후렴구
덕분에 왜 보컬이 보컬인지 잘 알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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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봉 @kjs2255
김도빈이 윤이든 파트 하는 거 들으니까 윤이든 새삼 자기파트 자기만 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는 거 실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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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봉 @kjs2255
기시감 뭐지 했는데 노래방에서 올라잇올나잇 부를 때 윤이든 랩파트 하는 내모습이었음 ㅅㅂ……
(잠김)뵤U제 @ujaemom
울햄찌 못하는 게 뭐야ㅠ 어쩜 랩도 잘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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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김)하프앤하프 @reveadora
@ujaemom 님에게 보내는 답글
예혅파트라서 그런 거 아님? ㅋㅋㅋ 만약 2E파트였으면 도빉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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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김)뵤U제 @ujaemom
@reveadora 님에게 보내는 답글
그렇다고 해도 예혅보다 더 잘 부르자나ㅎ
레프 @Perfect11
견제픽무새 키백들 다 어디감?ㅋㅋㅋㅋㅋ
아 빨리 나와보라고 어떤 견제픽이 다 제치고 1위하냐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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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스 @SDAF1FA5S
키백들 빈집타령 그만
빈집이라서 레브가 1위한 거면 그 빈집털이도 못한 킥스는 뭐가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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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크흥, 이거 꿈 아니죠?”
들고 있기 귀찮아서 넘긴 1위 기념 트로피를 꼭 껴안은 김도빈이 코를 훌쩍이며 물었다.
코끝이 빨개서 평소보다 못나 보이는 얼굴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며 킬킬거리자, 김도빈은 즉시 트로피를 들어 얼굴을 가렸다.
“혀엉, 혹시 그거 후면 카메라 아니죠? 적어도 필터 카메라로는 찍어 줘요, 킁.”
“거참 요구도 많다.”
투덜거리며 후면 카메라에서 필터 카메라로 바꾸어 주었다.
어차피 SNS에 올릴 사진은 대기실에서 따로 찍었고 이건 그냥 웃겨서 찍는 개인 소장용인데 뭘 그리 따지는지.
숙소에 도착하자 옹기종기 모여서 SNS에 올릴 사진을 선별했다.
“단체샷은 이걸로?”
“아니요, 이전 걸로요. 그게 더 구도가 괜찮은 것 같아요.”
“막내 너 인마, 너만 잘 나온 거 고르지 말고. 방금 건 김도빈만 눈감았잖아.”
“야, 류재희!”
“죄송죄송, 일부러 감은 줄. 이든이 형이 눈감고 찍은 셀카 올린 뒤로 도빈이 형도 한 번씩 눈감고 찍더라고요.”
“아, 그걸 왜 말하는데!”
나랑 견하준은 딱히 자기 얼굴이 어떻게 나오든 관심이 없었고 서예현은 못 나온 사진이 한 장도 없었기에 결국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건 막내 라인들뿐이었다.
공방 끝에 다섯이 다 괜찮게 나온 단체샷과, 셀카까지 하나씩 고르고 나서야 SNS에 올릴 글을 작성할 수 있었다.
“내가 써서 올린다.”
“여얼, 역시 리더.”
그래야지 위클리 퀘스트 한번 완수하지.
내가 작성하고 내가 업로드했으니까 퀘스트 한 번으로 쳐 주겠지?
REVE_official @LnL_reve
[레브 Dream]첫 공중파 1위!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데이드림♥
#Reve #레브 #데이드림 #AllRightOrNight #올라잇올나잇 #뮤직캠프 #1위
(트로피_단체샷.jpg)(서예현_트로피_든_셀카.jpg) 공유 8712 인용 3128 마음에 들어요 15k │
REVE_official @LnL_reve
#Reve #레브
(윤이든_트로피_브이_셀카.jpg) (견하준_트로피_볼에_댄_셀카.jpg) (김도빈_트로피_뽀뽀_셀카.jpg) (유제_트로피_뽀뽀_셀카.jpg)
SNS 공계뿐 아니라 팬카페에도 각자의 셀카와 함께 From글을 업로드하고는 막 배달 온 따끈따끈한 치킨의 포장을 뜯었다.
다행히 내가 업로드한 단체 글은 내 위클리 퀘스트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저희 소속사에서 회식은 안 한대요? 1위도 했는데 기념으로 한우 안 먹어요?”
“안 그래도 방금 대표님이 1위 축하한다고 전화하시면서 회식은 활동 마무리하면 크게 하자 하시더라.”
1위 축하한다고 쏟아지는 지인들의 문자에 적당히 답장하며 대꾸했다.
내일도 줄줄이 잡혀 있는 스케줄 때문에 1위를 해도 숙소에서 먹는 치킨이 전부였다.
그래도 맥주까지는 먹게 허락해 주더라.
“내일도 스케줄 있으니까 적당히…… 됐다. 오늘 같은 날까지 이러면 안 되지.”
서예현이 치킨무 하나를 집어먹으며 말하다 말고 손을 내저었다.
저 인간이 적당히 먹으라고 했어도 신경 쓰지 말고 먹으라 하려던 참이었다.
은근슬쩍 맥주캔으로 손을 뻗는 김도빈의 손에 콜라 캔을 쥐여 주자 김도빈이 입을 비죽였다.
“오늘 같은 날 한 캔쯤은 괜찮잖아요.”
“너 민증은 나왔냐?”
맥주캔을 따 가볍게 견하준의 캔과 부딪치고는 입으로 가져가며 한 소리 했다.
축 늘어지는 어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었다.
“맛대가리 없는 술을 뭐 하러 그렇게 먹고 싶어 해?”
“그럼 형은 왜 그 맛대가리 없는 술을 굳이 드시고 계시는 거죠?”
“몰라, 인마.”
대신 닭다리는 막내 라인에게 기꺼이 양보해 주었다.
겨우 닭다리 하나에 무슨 건물 한 채 양보받은 양 감격한 얼굴로 닭다리를 집어 든 김도빈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든이 형은 왜 안 울었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