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9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0화(490/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0화
식스 플래그(Six Flags).
스릴이 넘치다 못해 무시무시한 롤러코스터가 드글거리는 미국의 놀이공원.
셋째 날의 일정이 놀이공원이라는 걸 대본에서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하기는 했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기준이었지, 세계에서 제일 무서운 롤러코스터, 두 번째로 높은 롤러코스터가 있는 곳이 기준은 아니었다고.
“어제 미션에서 패배하신 우리 레브 팀은 이곳에서 총 세 개의 미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동시에 정 PD의 손에 들린 미션지가 부채처럼 펼쳐졌다.
오, 3개? 겨우 3개면 할 만할지도? 우리의 안도한 표정 아래의 속내를 읽어 낸 것처럼 정 PD가 덧붙였다.
“하지만! 미션을 실패할수록 새로운 미션이 추가되니 롤러코스터를 많-이 탑승하고 싶으시지 않은 한은 한 번에 꼭 성공을 시켜야겠죠?”
방금까지만 해도 분명히 세 개였는데 갑자기 미션지 수가 확 늘어났다. 저게 바로 마술 원리인가.
“그러면 미션 세 개만 성공시키면 끝인가요?”
<트러블 트레블> 짬밥이 있는 김도빈이 정확한 규칙을 묻자 정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디즈니랜드 키즈 놀이기구를 타게 해 주세요… 그런 수치에 시달리는 게 낫지, 이건 사람 죽으란 거잖아요!”
“안 죽어요.”
김도빈의 절규에 정 PD가 단호하게 대꾸했다.
힐링 어디 갔어, 힐링!
무인도에서도 나를 개고생시키더니 LA에서까지 나를 이렇게 괴롭히다니. 잊지 않겠다, <트러블 트레블>.
사람마다 무서운 게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김도빈과 류재희의 귀신 공포증, 서예현의 음식 고칼로리 공포증, 견하준의 곤약 떡볶이 공포증처럼 나 역시 롤러코스터에 약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걸 무서워하는 게 아니다.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모두 내게 있어서 껌이었다. 일례로 에서 레펠 체험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해 내지 않았던가.
아무렇지 않은 척 멋있게 해내면 가오가 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체험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는 내게 그 자체로 공포로 각인되어 있었다.
어릴 적의 트라우마나 공포는 오래 간다고 하지.
나 같은 경우는 아주 예전에 너튜브에서 본 롤러코스터 사고 영상이 그 원인이었다.
제목이나 댓글이 모조리 영어였기에 영어를 잘 못 하던 그 시절에는 이게 무슨 영상인지도 모르고 진짜 사고 장면을 담은 줄로만 알았지. 영상이 하도 실감 나서.
그게 진짜 사고 영상이 아니라 고어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장면임을 알고 나서도 언제 풀릴지 모르는 안전바에 온몸이 구속된 채로 얼굴 정면으로 바람을 맞으며 추락하고 360도 도는 이 행위의 위험성은 내 머릿속을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하필 또 이걸로 악몽을 꾼 적도 몇 번 있어서 더더욱.
그리고 그 두려움은 무려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360도 구간이 진짜 잔인하긴 했지.
겨우 그런 이유로 롤러코스터를 못 탄다고 빼는 건 내 기준으로 가오가 상해 보이는 일이었기에 친구들이랑 놀이동산에 가도 빼지는 않았지만 터져 나오는 득음은 불가항력이었다.
그때야 옆 사람, 앞사람, 뒷사람한테 내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에 윤이든 비명 지른다고 몰아가는 놈들에게 ‘아오, 스릴도 못 즐기는 새끼들. 니들은 롤러코스터를 존나 재미 없게 입 다물고 타냐?’라고 당당하게 나는 그저 롤러코스터를 즐긴 놈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게 가능했다.
실컷 비명 지르고 끝에 ‘호우!’ 한 번 날려 주면 나름 내가 이걸 즐기고 있다는 신빙성도 더해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명을 마구 질러 댔기에 은근슬쩍 묻어 갈 수도 있었고.
하지만 지금은 예능 촬영이다. 앞에 카메라가 설치되어서 내 얼굴을 찍을 게 분명하다는 소리다.
이전에 <레브 Time>이었나, 아무튼 리얼리티를 촬영할 때 간 적이 있는, 지옥 미궁이 있던 그 놀이공원에서는 홀수라는 이유로 멤버들을 무서운 롤러코스터에 태우고 나는 비교적 약한 걸 타는 꼼수를 부려 가오 빠지는 모습을 숨길 수 있었지만.
이 망할 놀이동산에는 비교적 약한 롤러코스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지옥행 특급열차 급이었다.
“자, 첫 번째 미션은 바로… 제시어 만들기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롤러코스터 앞에서 첫 번째 미션이 주어졌다. 저 까마득한 높이와 급격한 경사면은 보기만 해도 손에 땀이 찰 정도였다.
롤러코스터에 타서 몸으로 표현하기라도 하라는 건가? 멤버들의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에, 자세한 미션 보충 설명이 이어졌다.
롤러코스터 좌석 앞에 셀카 모드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총 네 번의 셔터 타임이 있다.
카메라 화면에 타이머가 뜨면 제시어 단어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완성시키면 미션 성공이었다.
“레일에 걸린 카메라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에 한몫했던 거 같은데…”
좌석 앞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고 갑자기 영화 내용이 떠올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김도빈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보며 물었다.
“네? 형, 뭐라고요?”
“어엉, 아무것도 아니야.”
“형 혹시 미래 보고 온 건 아니죠? 저 열차 지금이라도 멈춰야 해요?”
“내가 미래를 알면 이러고 있었겠냐. 당장 어제 미션부터 성공시켜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갔지.”
미래고 뭐고 이제 미션을 수행할 두 명을 선정해야 했다.
“이번 미션은 사진 잘 찍는 이든이 형이?”
“나는각도를잘맞추는거지저렇게고정되어있는카메라에서사진을잘찍는게아니야.그런이유로나를보내려는건정당하다고볼수가없구나,막내야.”
“알았으니까 숨 좀 쉬고 말하세요. 형이 우리 그룹 메인 래퍼인 건 다들 알고 있어요.”
“풉, 뭐야. 윤이든 쫄았냐? 말이 길어진다?”
서예현이 입을 가리고 비웃는 그 틈을 타서 아주 자연스럽게 막내 라인과 시선을 교환하고 서에현 몰이를 시작했다.
“야, 얘들아. 예현이 형은 겁 안 나는가 보다. 예현이 형 가자. 자자자자, 탑승합시다.”
“오, 예현이 형! 역시 우리 맏형!”
“예현이 형, 얼른 타요!”
심리적뿐만 아니라 세 명의 몸으로 물리적으로도 몰아간 덕분에 서예현은 맥없이 몰리다가 얼결에 롤러코스터에 탑승했다.
“어, 어? 뭐야! 나 왜 여기 있어!”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안전바를 내려주자 뒤늦게 상황 파악을 마친 서예현이 안전바를 마구 잡아 흔들며 내려 달라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견하준도(롤러코스터 좌석으로) 보내 버렸다.
이해해라, 친구야! 그래도 내 엽사가 공중파 주말 골든타임에 박제되어 널리 널리 퍼지는 것보단 낫잖냐.
견하준은 이전에 일본 놀이동산에서도 그랬듯이 롤러코스터 타면서도 담담한 편이니 괜찮을 거다.
“제시어는 LOVE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정 PD가 제시어를 알려 주고, 드디어 열차가 출발했다.
“이 자식들아! 가만안둬어어어!”
서예현의 원한 어린 외침만이 메아리처럼 남았다.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도 훤히 보이는 미친 높이의 레일을 보며 김도빈이 진저리 치면서 물었다.
“저기 꼭대기에서 멈추면 어떡해요? 진짜 걸어 내려와야 해요?”
“그래야지. 고장 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보단 걸어서 내려가는 게 훨씬 낫잖아. 그런데 저기를 걸어서 내려오느니 차라리 헬기 오길 기다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야.”
“형, 왜 그렇게 진지하게 공감하는 건데요! 평소의 형처럼 헛소리하지 말라고 윽박을 질러 줘요!”
“공감이 되는데 어떡하냐.”
우리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롤러코스터가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서예현은 아예 멘탈이 나간 상태였고 견하준마저도 넋을 살짝 놓고 있었다. 안 타길 잘했다.
“결과물을 확인할 시간이네요. 과연 성공일지, 실패일지!”
먼저 공개된 건 서예현의 결과물이었다. 급하강 부분에서부터 촬영이 시작되었는지 잔뜩 까진 앞머리와 정신이 나간 표정, 떡 벌린 입, 손가락으로 겨우 만든 알파벳들과 E를 표현 못 하고 숫자 2로 표현한다고 만든 V 자까지.
“서예현, 실패!”
그 사진을 보면서도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저게 내 미래 같아서.
다행히 견하준이 담담한 표정으로 LOVE를 손가락으로 모두 표현하는 것에 성공하면서 우리는 첫 번째 미션을 성공적으로 패스할 수 있었다.
“자, 이번 미션은 롤러코스터 노래방 미션입니다! 90점 이상을 맞아야지만 미션 성공입니다.”
산 너머 산이라더니, 더 극악 미션이 주어졌다. 더 극악 롤러코스터에서.
“노래는 레브 곡 중에서 하나를 골라 주세요.”
우리 곡 중에서 랩 파트 없는 곡이 뭐였더라. 내 파트가 없어서 내가 굳이 부르지 않아도 되는 곡이…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한 곡 만들어 놓을 걸 그랬다. 미래를 알면 뭐 하냐. 이런 미래는 모르는데.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견하준이 선수 쳤다.
“활동은 끝났지만 그래도 홍보도 할 겸 제일 최신곡 하자.”
…준아?
최신곡은 랩이 상당히 빡센데?
“PD님, 저희 할게요.”
그렇게 내가 의견을 낼 새도 없이 곡은 로 정해졌다.
“그러면 이제 이번 노래방 미션을 수행할 멤버 두 명을 골라 주세요.”
미션 1 수행 멤버들을 고를 때는 서로한테 떠넘기려는 분위기가 만반해서 긴장감이라도 존재했지,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메랩이랑 메보로 가죠.”
레브 곡으로 하는 노래방 미션이라고 할 때부터 이 운명을 나는 직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냥 노래방 미션이었으면 보컬 라인이 하라고 나 대신 견하준을 한 번 더 떠밀었을 텐데.
“자, 오늘부터 레브 메인 래퍼는 예현이 형이다. 모두 박수.”
“뭔 소리야. 헛소리 좀 하지 말고. 내가 랩 파트 하면 90점 이상 못 나와. 윤이든 네가 해야지.”
메인 래퍼 자리를 서예현한테 떠넘기며 미션 수행자 자리도 떠넘기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여기에서 더 몸을 빼면 가오 빠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기에 노래방 기기용 마이크를 받아 들고 순순히 탑승했다.
그냥 롤러코스터도 환장할 지경인데 내가 당첨된 것은 엎드린 상태로 매달려서 타는 롤러코스터였다.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첫 소절을 류재희가 담담하게 부르는 게 옆에서 선명히 들려왔다.
저 높이 올라가면서도 류재희는 목소리 하나 떨지 않고 침착하게 노래를 이어가고 있었다. 엎드린 채 매달린 이 상황에서도 저렇게 보컬을 뽑아 내다니.
나는 급하강 구간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밑밥을 깔아 놓기 시작했다.
“랩을 하라고? 이 상태에서 랩을 하라고? 이건 테이커가 살아 돌아와도 못 하겠다아아악!”
드디어, 급하강 구간.
흔들림 없이 내지르는 류재희의 시원시원한 고음과 내 외침이 섞여들었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누가 봐도 겁먹은 게 아니라 분통을 터트리는 것처럼 보일 거다.
“혀엉!”
“왜애아악!”
때마침 또 나를 불러주는 류재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목소리 높여 고함조로 대답하는 척하면서 또 마음껏 비명을 내질렀다.
“그렇게 소리 지르려면 마이크 떼고 질-, 푸르른 새벽 너와 나 단둘이!”
“마이크 내렸어, 인마아아악!”
전주 구간 동안 나한테 훈수를 두던 류재희는 전주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노래를 이어나갔다.
랩 파트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제일 공포스러운 360도 회전 코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