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9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1화(491/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1화
엎드린 상태로 타는 바람에 호흡이 부족해 랩을 못 했다는 핑계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류재희가 워낙 완벽하게 고음까지 해 낸 터라서.
그리고 이걸 실패하면 다음 미션 수행자도 이 실패에 큰 지분을 차지한 내가 될 확률이 높았다. 어쨌건 류재희는 노래를 잘 불렀으니까 실패의 원인은 랩 구간을 싹 갖다 버린 내가 되겠지.
머리를 굴리는 사이 롤러코스터는 어느새 360도 구간에 진입해 있었다. 동시에 내 랩 파트가 시작되었다.
숨을 흡 들이키고 마이크를 입가에 대며 자기 세뇌를 걸었다.
여기는 DTB 예선장이다. 이번 미션은 롤러코스터에 매달려서 랩하기다. 극한 상황에서의 랩 실력을 보는 미션이라고.
여기에서 박자 놓치거나 가사 더듬으면 바로 탈락이고!
가오가 두려움을 이기는 순간이었다.
내 랩 파트가 끝나자마자 한 바퀴를 돌고 레일을 달리던 롤러코스터가 갑자기 또 뒤집히는 바람에 화음 넣는 척 또 득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저 눈앞에 보이는 도착점 겸 출발점에 안도하는 순간.
“뭐야, 왜 안 멈춰? 이거 계속 가는데? 잠깐만요, PD님! 이거 계속 가요!”
분명히 멈춰야 하는 롤러코스터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곡이 안 끝났습니다! 파이팅!”
“아니, 1절만 부르는 거 아니었어요? 서서 부를게요! 거기 서서 부를게요! 멈춰 줘!”
이 롤러코스터를 함께 탄 운명공동체로서 나와 같이 항의해야 하는 류재희는 이 와중에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막내가 이렇게 나오니까 나도 입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더 하면 나만 겁먹고 쫄은 놈 되는 거 아니야.
젠장, 무조건 김도빈이랑 같이 탈 걸. 그러면 김도빈이 호들갑 어그로 다 떨어 줘서 나는 상대적 침착함으로 보일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이 미션에서 김도빈과 함께 탔으면 당연히 미션 실패였겠지. 고음을 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아니, 아예 첫 번째 미션에 서예현이랑 견하준을 밀어 넣지 말고 내가 할걸 그랬다. 그건 적어도 제대로 앉아서 타는 거에다가, 운행도 한 번으로 끝나기라도 했으니까.
남을 수렁에 밀어 넣으면 대가를 배로 치를 각오도 해야 하는구나.
씨바, 연속 두 번이나 타는데도 실패 뜨면 셀프 멱살이다. 셀프 멱살 잡는 미친놈으로 공중파 박제되기 싫으면 어떻게든 해내던지.
롤러코스터가 급하강 구간에 접어듦과 동시에 서예현의 랩파트가 시작되었다. 비명 대신 랩이 술술 나왔다. 서예현 파트라서 난이도도 낮았다.
빡침과 오기가 두려움을 이기는 순간이었다.
마의 360도 구간도 류재희의 쭉 뻗어 가는 고음에 더한 “호우!”로 무사히 넘기고 롤러코스터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아주 다행히도 세 번째까지는 가지 않았다.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면서도 류재희는 마무리 소절까지 잊지 않았다.
노래방 기기 화면의 점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92점]“미션 성공!”
“막내야, 우리가 해냈다!”
몰려오는 기쁨에 헤드록을 걸듯 나와 함께 치열하게 미션을 수행한 류재희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류재희는 우리의 성공이 기쁘지 않은지 영 뚱한 표정이었다.
“이든이 형이 보컬 파트에서 소리만 덜 질렀어도 100점 나왔을 텐데.”
“짜식이 화음을 넣어 줘도 난리야.”
“그게 화음이었어요? 비명인 줄…”
“화음이야, 인마.”
꿋꿋하게 화음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미 건수 하나 물은 멤버들에겐 먹히지 않았다.
“이든이 형이 화음의 새 지평선을 열었네요. 이름하여 비명 화음.”
“야, 진짜 의외다! 나 너 롤러코스터 엄청 담담하게 탈 줄 알았는데 무슨 비명 성량이 아주 막내 성량 뺨쳐!”
“이 형은 왜 또 이렇게 신났어? 자꾸 그러면 저기 식당에서 푸드파이트 해 버립니다.”
“이든이 형의 약점은 롤러코스터였구나.”
마음껏 놀려라, 놀려. 이젠 의미 없으니까. 오늘로 나는 내 안의 공포를 극복했다.
“아, 이제 미션 하나만 더 성공하면 오늘의 미션이 끝나네요.”
아무쪼록 한 번에 끝나서 내게 다시 순서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세 번째 미션은 바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듯 잠시 말을 멈춘 정 PD가 우리에게 세 번째 미션을 공개했다.
“롤러코스터 퀴즈입니다! 다섯 문제 이상을 맞추면 통과입니다.”
“한 번 틀려도 다시 답 말할 기회 줘요?”
“아니요, 틀리면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갑니다. 참, 이번 미션은 단독 미션입니다. 딱 한 분만 타시면 됩니다.”
단독 미션이라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유일하게 지금까지 롤러코스터에 탑승하지 않았던 김도빈에게 몰렸다.
“자, 형들. 우리 탑승하지 않은 놈을 향한 사감은 미뤄 놓고 냉철하게 생각을 해 봅시다. 미션 완료가 먼저잖아요. 그러면 어떤 퀴즈가 나와도 다 맞출 수 있을 만한 똑똑한 사람을 태워야죠.”
“야,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안 탄 놈 타!”
“도빈이 너 나 태우려고 지금 똑똑한 사람 떡밥 던지는 거지! 네가 타, 네가!”
“그래, 도빈아. 왔으니까 롤러코스터 체험 한번 해 봐야지.”
“도빈이 형, 레츠 고!”
무지성 몰이에 결국 김도빈은 롤러코스터에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미션 실패했다고 다들 나한테 뭐라 하기만 해 봐!”
“해 봐?”
“…요!”
바락바락 소리치는 김도빈을 태운 롤러코스터가 출발했다. 열차가 급상승 구간의 3분의 2 지점에 도달했을 때, 정 PD가 첫 번째 퀴즈를 공개했다.
“동요 ‘나비야’에 나비는 총 몇 번 나올까요?”
-나비야나비야, 이리 나아아아아아악!
김도빈이 노래를 부르다가 급강하 구간을 맞이한 상황이 고스란히 무전기를 통해 전달되었다.
-뒷부분 가사를 까먹었어요! 패스, 패스!
급강하 구간이 끝나자나마자 정신을 다잡은 김도빈이 패스를 외쳤다.
“현재 우리가 있는 미국의 수도는 어디인가요?”
“도빈아, 뉴욕이라 하지 마라. 제발, 제발.”
“괜찮아, 도빈이 트트블 들어가고 각 나라 수도 공부했어. 도빈이를 믿자.”
-뉴… 아니다! 워싱턴 D.C!
“정답!”
“김도빈! 김도빈!”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정답을 맟준 김도빈을 연호했다.
“중세 이후에 인간 중심의 사상과 예술이 꽃피웠던 시기, ‘재탄생’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된 역사적 시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퀴즈 수준이 도빈이한테 너무 어려운 것 같은데? 이거 예현이 형이 갔어야 했다.”
“에이, 설마 르네상스를 모를까.”
서예현의 중얼거림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도빈이 외쳤다.
-패스!
“모르는구나.”
서예현의 빠른 수긍과 함께 문제는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굉장히 유명한 곡이죠. ‘운명 교향곡’으로 알려진 교향곡 5번을 작곡한 음악가는 누구인가요.”
-모차르트!
“땡!”
아니, 시발 베토벤이랑 모차르트를 헷갈리냐! 그렇지만 김도빈을 퀴즈 미션에 떠민 건 우리였기에 할 말이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의 이름은?”
-사하라 사막?
“정답!”
지금까지 두 문제 맞혔고, 롤러코스터는 이제 마지막 구간을 돌고 있었다.
“인간의 심장은 오른쪽, 왼쪽 중 어느 편에 있을까요?”
-으아아아악! 못 들었어요! 다시, 다시!
정 PD가 다시 문제를 읊어 주는 동안 롤러코스터는 다시 출발점으로 도착했다.
“네, 총 두 문제 맞췄습니다. 미션 실패!”
다들 김도빈을 태웠을 때부터 ‘통과하면 좋고 실패하면 어쩔 수 없지’ 마인드였기에 딱히 아쉬워하진 않았다.
추가 미션은 우리가 직접 뽑아야 했다. 내가 대표로 정 PD의 손에서 부채처럼 펼쳐져 있는 미션지 한 장을 뽑았다.
“추가 미션은 롤러코스터 단막극입니다!”
받아 든 대본이 매우 익숙한 대사인 데다가 앞선 성공으로 인해 자신감이 붙었기에 롤러코스터를 무서워하는 겁쟁이라는 과오도 벗을 겸 자신 있게 자원했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이상하다, 분명히 극복했는데.
하필 또 견하준이랑 같이 해서. 차라리 김도빈을 끌고 갈걸. 대사 템포 차이 무슨 일이야.
그렇게 네 번 만에 미션 클리어를 한 우리는 식스 플래그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 미션의 화제성이 피곤도 이겼는지 호텔로 돌아오는 밴 안이 오랜만에 시끌시끌했다.
“아귀를 래퍼와 시도 때도 없이 소리 지르는 분조장으로 재해석한 게 정말 인상적이었어.”
“아니, 그런데 진짜 그렇게 빨리 읊어도 대사가 다 들리는 게 진짜 리스펙트였어요. 확실히 국힙 원탑은 다르구나.”
“이거이거, 장짜리아니약!”
“그믄흐르.”
오랜만에 이 깍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를 던졌지만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가장의 권위는 어디로 간 것인가. 이게 바로 가부장 해체 사회인가.
* * *
촬영 마지막 날.
단체 버스가 서 있는 아침 모임 장소에서 오프닝 토크가 이루어졌다.
“우리 레브 팀은 식스 플래그로 가셨죠. 어제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저 진짜 죽음의 공포를 느꼈어요.”
“저는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는데. 되게 스릴 있었어요.”
나름 재미있었다는 류재희만 빼고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루해서 재미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공포와 스릴이 재미를 능가해 버렸다는 뜻입니다.”
이틀 동안 굴린 걸 보상해 주기라도 하듯 마지막 날의 일정은 별거 없었다.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회 관람 후,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야경을 보고 <트러블 트레블> LA 투어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트러블 트레블> 투어에 참여해 본 소감이 어떠셨는지 한 분씩 들어 봅시다.”
MC의 유도 멘트에 가장 가장자리에 있던 서예현부터 입을 열었다.
“티비로 봤던 것보다 다섯 배는 더 구르네요. 지루한 여행이 질리신 분들은 이제 트트블식 여행 방법을 도입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굴렀다고? 나는 굉장히 힐링으로 짰는데?”
“아니죠, 형님. 이 친구들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갔으면 힐링이었을 건데 하필 딱 벌칙에 걸려 버려서.”
“아, 그러네.”
MC가 이마를 탁 치며 탄식을 내뱉었다.
“일단 미션이 굉장히 빡셌고요, 그 빡센 미션을 하면서도 웬만한 LA 주요 여행지들은 모두 돌아봤다는 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흘 동안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는 이런 여행 방식을 좋아했다는 걸 트트블 덕분에 깨닫네요.”
견하준과 류재희도 차례로 소감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멤버들이 앞에서 할 말을 다 했기에 나는 간단하게 끝냈다.
“진짜 힐링 여행할 때 한 번 더 불러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든 씨, 힐링 못 했어?”
“놀이동산이 진짜 힐링이 아니라 킬링이었어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탄했다. 내가 롤러코스터 때문에 겁쟁이 이미지까지 뒤집어쓰고 말이야.
그래도 이 망할 쫄보 이미지를 뒤집을 방법을 다 마련해 놨다. 윤이든’s 가오 네버 다이.
“오랜만에 저희 멤버들이랑 같이 이 <트러블 트레블> 촬영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요, 또 이번에 제가 해외 투어로 자리를 비우게 됐는데 형님들이 이렇게 제가 있는 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동이었어요. 정말 이번 여행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고정 페널이기도 한 김도빈의 소감까지 다 듣고 MC의 클로징 멘트와 다 함께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촬영이 막을 내렸다.
“그럼 저희는 다음 주에 또 새로운 여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트러블! 트레블!”
그리고 레브가 나온 <트러블 트레블> LA 투어편은 방송이 나간 후, 의외의 논쟁으로 화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