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9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6화(496/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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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마지막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레브는 잠깐의 휴식을 가지고 WAMA 공연을 위해 곧바로 홍콩으로 향했다.
두 달간의 북미 투어를 마치니 어느새 날짜는 한 해의 연말, 12월로 접어들었다.
올해 가장 일찍 날짜가 잡힌 WAMA를 시작으로 연말 시상식이 줄줄이 이어질 터였다.
레브는 한국에서 하는 앵콜 콘서트까지 잡혀 있었기에 제법 숨 가쁜 12월, 그리고 1월이 될 전망이었다.
“이든이 형, 그거 아세요? 레브 선배님들 나오신 편이 저희 자컨 역대 최대 뷰 수 나왔어요!”
“오, 진짜?”
“네, 다 선배님들 덕분이죠!”
“야, 우리는 얼굴 많이 비치지도 않았는데 무슨 우리 덕분이냐. 너희 자컨이 재미있었나 보지.”
“아니에요. 저희 자컨이 팬들 사이에서도 꿀노잼 계열로 유명한 건 저도 잘 알아요.”
“오우, 너도 모니터링 열심히 하나 보다. 너도 막 너희 써방명 이런 거 다 꿰고 있냐?”
“몇 개는요?”
가수 대기실에서 만난 네이비 맏형과 제법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윤이든을 진지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던 김도빈이 옆에 있던 류재희에게 들리게끔 중얼거렸다.
“저 형이 후배들이랑 동생들한테 살가운 편이 절대 아닌데 대체 저 친구들의 무엇이 저 형을 저렇게 유하게 만들었을까. 이건 연구 대상이야. 잘만 하면 이걸 참고해서 이든이 형이 빡쳤을 때 잘 써먹을 수 있어.”
“인사 잘하고 잘 치대잖아. 그리고 형이 하면 오히려 악재로 돌아올 수가 있어. 관둬.”
“에엥, 이든이 형한테 그랬던 용기 있던 애들이 한둘이었어? 그런데 이든이 형이 저만큼 받아 주는 건 쟤네밖에 없잖아, 일단.”
“생각해 보니까 그러게. 쟤네가 최현민 과도, 내 과도 딱히 아닌데… 이든이 형의 선호 기준에 딱 들어맞는 게 없단 말이지.”
윤이든이 곡을 준 그룹이 네이비뿐만이 아니기에 윤이든을, 정확히는 윤이든의 꼰대스러운 네 사람 내 사람 기준을 나름 잘 안다고 자부하는 류재희도 김도빈과 함께 고민에 빠졌다.
그럴 만도 했다. 류재희는 회귀 전의 네이비와 윤이든의 서사를 몰랐으니까. 윤이든이 현재 네이비에게 보이는 호의는 회귀 전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는 게 절반이었으므로.
“하준이 형, 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결국 류재희는 저보다 더 윤이든을 잘 알고 있을 만한 사람한테 생각을 외주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든이에게 물어보면 알지 않을까?”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운 지레짐작 정도는 해 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미적지근한 대답이 돌아왔다.
“형이 이든이 형 제일 잘 알잖아요.”
“잘 알지만 그게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아 버려서.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지.”
어깨를 으쓱한 견하준의 담담한 대꾸에 류재희가 아차, 했다.
그날을 어떻게 잊겠는가.
누가 봐도 서예현과 윤이든이 숙소에서 제일 먼저 주먹 다툼을 벌일 줄 알았건만 그 예상을 박살 내고 윤이든과 견하준이 숙소에서 기념비적인 첫 주먹 다툼을 벌인 날을.
서로 한 대씩만 주고받은 터라 주먹 다툼이라기엔 좀 약하긴 했지만.
“맞아요, 서로 오해하지 마시고 기왕이면 오래오래 우정 유지해 주세요.”
룸메이트라는 죄목으로 서른 살 악귀이든과 가장 가까이 지내며 윤이든과 견하준의 파탄 난 우정의 끝을 엿보았던 김도빈은 KICKS 낙하산 사건으로 인해 무너졌던 모래성이 오히려 기꺼웠다.
한껏 쌓아 올리다가 한 번에 우수수 무너지는 것보단 높이가 얼마 쌓이지 않았을 때 한 번 무너뜨리고 바로잡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에.
“얘들아.”
서예현이 한껏 초조한 얼굴로 멤버들을 불렀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만약 WAMA 무대를 보신 분이 우리 콘서트 DVD를 사서 보다가, 뉴욕콘에서 연속으로 부른 세 곡 순서랑 WAMA에서 무대를 한 세 곡 순서가 똑같다는 걸 알아채면 어떡하지?”
남들의 통찰력 기준을 본인과 같은 수준으로 잡다 보니 서예현은 가끔 많이 앞서나간 고민을 하곤 했다.
“WAMA 무대도 챙겨 보고 우리 콘서트 DVD도 구매해서 보실 정도면 부족한 시간 내에서 WAMA 무대 준비도 최선을 다했다고 우리 노력을 잘 알아주시지 않을까?”
“역시 그렇겠지?”
섬세한 견하준은 그런 서예현의 고민을 가라앉혀 주는 데에 최적이었다.
“걱정을 사서 해, 이 형은. 그런 걱정 하는 건 전 세계를 통틀어서 형밖에 없을 거다.”
네이비 맏형과의 대화를 끝내고 온 윤이든도 합류했지만 이번에는 별 도움은 안 됐다. 앞만 보고 달리는 스타일인 윤이든은 타율이 50%였다.
“아, 예, 공출 형. 진짜요? WAMA 왔어요? 비큐 형도요? 당연히 얼굴 한 번 봐야죠. 예에, 지금 나가겠습니다.”
말하다 말고 전화를 받은 윤이든은 DTB 시즌 5 준우승자 프로듀서 팀으로서 WAMA 무대에 참석한 공출과 BQ9을 만나러 휘적휘적 대기실을 나섰다.
“쟨 나만 형 취급을 안 해 줘.”
“차연호 선배님한테도 안 하던데요.”
서예현의 투덜거림에 류재희가 목소리 잔뜩 낮추어 대꾸했다.
이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건가, 언젠가 선배 무시로 터질 것 같은데 이걸 망했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서예현이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김도빈이 슬쩍 말을 얹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알테어 분위기 진짜 안 좋던데. 저 대기실 열린 문틈으로 멤버 둘이 멱살잡이 하는 거 봤어요. 열린 문틈이 하도 좁고 제가 보자마자 바로 문이 닫히는 바람에 누구누구인지는 안 보였지만.”
“씁, 그런거 말하고 다니지 마. 나중에 소문 출처 찾으면 네가 더 귀찮아져.”
서예현이 곧바로 김도빈을 저지했다.
“야, 덥넷 매정하다, 매정해. 이번에 시청률 떨어지고 화제가 좀 안 됐다고 DTB 스페셜 무대를 앞 순서에 배정해 놨네.”
“작년에는 1부 마지막 순서 아니었어요?”
공출과 BQ9을 만나고 온 윤이든이 소소한 소식을 전해 주었다. 대기 끝에 드디어 레브의 무대 순서가 다가왔다.
마지막 순서이다 보니 레브에게 주어진 무대 시간은 제법 길었고, 세 곡을 배치하니 50초라는 애매한 시간이 남았다.
그 50초는 윤이든의 제안에 따라 제일 앞에 배치되었다.
어두운 무대 위, 언젠간 나올 윤이든의 신곡 비트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형광색 조명들이 불규칙적인 순서로 사방에서 한 번씩 터졌다.
격렬한 함성과 함께 어둠 속에서 벌스 가사를 시원시원하게 내뱉는 윤이든의 목소리가 울렸다.
[각 잡을 필요 없이 아무렇게나 내뱉기만 해도 killing beat]두 번째 구절로 넘어가자 조명이 동시에 확 밝아지며 무대 위에 서 있는 윤이든한테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여유롭게 제스쳐를 취해 가며 윤이든은 계속해서 벌스를 이어나갔다.
-어??? 이 비트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DTB 4콘에서 스포했던 그 신곡 비트 아니냐?
-ㅁㅊ 솔로곡 최초공개 WAMA에서 하는 거임?????
-씨바 비트 다시 들어도 미쳤네
-어어어어 왜 여기서 끊어 왜 1절도 다 안해줘 형
-신곡 맛보기스푼 킹받네ㅋㅋㅋㅋㅋ
-DTB 홀대로 빡쳤는데 윤이든 신곡 맛보기 해줬으니까 봐준다 WAMA
-1절이랑 2절 벌스 나왔으니까 이제 훅만 남았다
50초 솔로곡 맛보기가 끝나고 곧바로 의 멜로디가 이어졌다. 입고 있던 무스탕을 벗어던진 윤이든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대형에 합류했다.(악몽)>
2절의 중반에서 곡이 끊기며 자연스럽게 의 무대가 시작되었다.(악몽)>
선공개곡이었지만 음원 차트에서 오랫동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곡이었기에 무대 호응이 제법 컸다.
밴드 버전이 아니라 살짝 편곡되고 안무가 추가되어 무대 최적화로 바뀐 로 큰 무대를 천장에서 쏟아지는 콘페티를 고스란히 맞으며 마음껏 휘젓고 다니면서 레브는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실수 하나 없이 완벽했던 무대를 마치고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며 레브 멤버들은 자축의 의미를 담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머리에 묻은 콘페티를 털어내는 윤이든의 옆으로 슬쩍 다가간 류재희가 그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형 내년에 솔로 앨범 낼 거예요?”
“어엉, 너 솔로 앨범 내고 나서 내 것도 내야지.”
“제 솔로 앨범이요?”
“왜, 싫냐?”
윤이든의 물음에 류재희가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얼굴에는 기대감에 찬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그런데 형, 왜 네이비한테 그렇게 유해요?”
“왜 내가 네이비한테 유하냐고? 걔네는 좋은 곡에 대한 감사의 태도가 딱 잡혀 있잖아! 내가 좋은 곡을 뽑는 걸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는 너희들 태도랑 비교를 좀 해 봐라! 당연한 취급 받다가 무한한 존경의 눈빛을 받으면 내 태도가 유해지겠냐, 안 유해지겠냐?”
윤이든이 눈을 번뜩이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멤버들은 그런 윤이든을 익숙하게 무시했다.
가정에서 꼰대스러운 소리를 하다가 자연스레 외면당하는 아버지의 모습 그 자체였다.
* * *
WAMA가 끝나고 홍콩에서 <트러블 트레블> 촬영이 있는 김도빈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두 달 만의 한국행이었다.
참고로 <트러블 트레블> 시청자들이 체감하는 김도빈의 공백기는 별로 길지 않을 터였다. 김도빈은 화상캠으로 간접 등장했기 때문이다.
자기는 지시 내리는 사령탑 역할이랍시고 노트북 펼쳐놓고 신나서 떠들던데.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 끓일 거야.”
저를 돌아보며 던지는 견하준의 통보에 서예현이 잔뜩 당황하며 되물었다.
“어…?”
“샐러드 안 먹고 돼지고기 김치찌개 먹을 거라고.”
“저는 찬성이요!”
류재희가 밝디밝은 목소리로 찬성표를 던졌다.
내가 솔로 앨범 작업을 맡아준다고 했을 때보다도 더 밝은 표정과 목소리였다.
김치찌개>>>솔로 앨범이냐?
“3인분만 끓일 거니까 형은 걱정하지 말고 샐러드 먹어.”
“저기, 나도 샐러드만 먹고 사는 건 아니거든…? 나 LA에서 순두부찌개 뚝배기 비우는 거 못 봤어? 그리고 미국에서도 샐러드 안 먹은 날이 훨씬 더 많았거든? 열량 충분히 채웠거든? 누구를 칼로리랑 샐러드에 미친 놈으로 만들어!”
처음에는 떨떠름한 얼굴로 견하준의 말에 반문하던 서예현은 한창 말하다 보니 억울해졌는지 눈을 부릅뜨고 반박했다.
서예현이 숨도 쉬지 않고 와다다 쏟아붓는 말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 견하준이 말했다.
“알았어, 형. 숨 쉬어.”
“후우-.”
후련한 얼굴이 된 서예현이 긴 숨을 내뱉었다. 맏형이 저렇게 무게가 없어서야. 혀를 차고 있자 곧 이륙하니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헤드셋을 써서 귀를 덮음과 동시에 한국행 비행기가 드디어 이륙했다.
올해 투어의 마지막 일정, 한국에서 하는 앵콜 콘서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