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9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7화(497/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97화
* * *
레브의 북미 투어 앵콜 콘서트이자 [In Reve]의 마침표를 찍는 공연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사흘간 개최되었다.
콘서트 첫날.
김 모 양은 스탠딩 A 구역 줄 앞쪽에 서서도 계속해서 뒤를 힐긋거렸다.
그녀는 또 스탠딩 옆자리에서 팔순이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를 두고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내 새끼들의 콘서트 무대에 정신 팔리는 아주 당연한 일에 괜한 초조함과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녀가 서 있는 줄과 그 옆줄에는 노약자가 없었지만 혹시나 해서 그녀는 입장하기 전에 트윗을 남겼다.
꿈♥백일몽 @revedream
혹시 꿈콘 스탠딩 다른 구역에 할아버지(+노약자 분들) 안 계시죠?
저번 콘서트 무개념 손주 때문에 혹시나 해서…
공유 1001 인용 298 마음에 들어요 547
그 할아버지는 손녀, 그리고 손녀 친구들과 함께 초대석에 아주 잘 앉아 계신다는 걸 초대석과 멀리 떨어진 스탠딩 A 구역 앞쪽 펜스에 있는 김 모 양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윤이든이 제 조부한테 콘서트 초대석 티켓을 보낸 건 아니었다. 이런 일에 섬세함이라고는 없는 윤이든은 본인의 조부한테 콘서트 한 번 보여주고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아주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티켓을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본인 사촌 동생인 윤정아한테나 부탁받은 그녀의 친구들 몫까지 콘서트 티켓을 보냈을 뿐.
윤이든의 조부에게 콘서트 초대석 티켓을 보낸 건 바로 류재희였다.
공연장도 저번보다 더 커졌는데 빌보드까지 든 이든이 형 노래 한번 라이브로 들으셔야 하지 않겠냐는 예쁘고 정성 어린 손 편지, 그리고 홍삼 세트와 함께.
어쩌다 보니 효도까지 막내한테 외주 준 윤이든이었다.
이곳저곳 설치된 스크린에 계속 재생되던 뮤직비디오가 공연 시간이 되자 뚝 끊겼다. 조명이 하나둘 꺼져 공연장이 어둠에 잠기며 콘서트의 시작임을 알렸다.
견하준의 보컬과 어우러지는 신디사이저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불이 켜지며 vcr 영상 대신 무대 위, 정확히는 연주자들이 있어야 하는 무대 뒤쪽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큰 화면에 비쳤다.
하지만 익숙했던 의 구성과는 조금 색달랐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드럼 스틱을 잡고 있는 건 김도빈이요, 무심한 얼굴로 베이스 기타 줄을 튕기고 있는 건 윤이든이었다.
‘기타! 베이시스트 이든이!’
밴드 콘셉트에서 윤이든의 기타 포지션을 간절히 원했던 팬들은 우렁찬 환호성에 기쁨까지 흘러 보냈다. 김도빈을 최애로 둔 팬 역시 비장한 김도빈의 표정에 응원하는 감정을 실어 함성을 내질렀다.
악기 연주자가 달라졌다 보니 곡의 느낌도 오리지널과 달라졌다.
기존 곡이 드럼 사운드가 아마추어 사이의 프로로 어쩔 수 없이 두각을 나타냈다면 현재 연주는 드럼 사운드가 살짝 묻히고 베이스 사운드가 이전보다 탄탄하게 곡 멜로디를 받쳐 주었다.
마이크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뽑아 무대를 홀로 누비는 서예현의 립싱크 및 제스쳐 실력은 몇 번의 연속된 콘서트 투어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곡이 끝나고 밴드 연주자들이 오자 김도빈은 드럼 스틱을, 류재희와 윤이든은 주섬주섬 기타를 벗어 꾸벅, 인사와 함께 건네주고 먼저 무대 앞으로 간 멤버들을 따라 후다닥 합류했다.
무대의 프로다운 모습과 이 순간 보이는 엉거주춤한 모습의 갭이 관객들한테서 웃음을 유발했다.
“Long time no see!”
곧바로 정규 1집의 수록곡인 와 싱글 2집 의 무대가 이어졌다.
팬들이 열심히 흔드는 응원봉의 민트색 빛이 물결치며 넓은 고척돔을 꽉 채웠다.
연속으로 네 곡 무대를 마친 멤버들이 숨을 돌리고 관객석을 향해 시원시원한 인사를 보냈다.
“오랜만에 를 밴드 버전으로 보여 드린 것 같네요.”
투어 동안 계속 무대 버전으로만 해 왔기에 레브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이렇게 악기를 잡은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원래는 이번 앵콜 콘서트에서 무대를 할 때 좀 신선함을 선사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또 완벽하게 보여 드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조금 더 연습을 하고 선보이는 편이 낫겠다고 저희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였어요.”
서예현이 마이크를 잡고 멋쩍게 웃었다. 김도빈의 어깨에 손을 얹은 윤이든이 자연스럽게 멘트를 이어받았다.
“그래서 오늘은 언젠간 선보일 밴드 포지션 체인지 프로토타입으로 간단히만 선보였습니다. 도빈이가 박자감이 있어서 드럼을 굉장히 빨리 익히더라고요.”
윤이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특유의 입 모양으로 웃으며 당당하게 브이 자를 만들어 치켜올리는 김도빈의 모습에 다시 여기저기서 웃음이 쏟아졌다.
짧은 토킹 타임이 끝나고 다시 무대가 이어졌다.
이번 콘서트에서 견하준은 최초로 <프로젝트 맞선>의 OST이자 본인의 솔로곡 를 선보였으며, 윤이든도 그 분위기를 이어받아 이 넓은 공연장에서 무대를 DTB 파이널 무대 못지않게 해 냈다.
그렇게 잔잔한 느낌의 두 솔로 무대가 끝나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콘서트장의 분위기를 멱살 잡고 끌어올려야 하는 사명을 받은 두 사람이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상태로 무대 위로 등장했다.
바로 김도빈과 서예현의 듀엣 무대 차례였다.
“이든이 형이랑 하준이 형처럼 솔로곡도, 저희끼리만 하는 듀엣곡도 없지만 이든이 형 곡이 곧 저희 곡이고 저희 곡이 곧 이든이 형 곡이죠.”
백스테이지에서 김도빈의 멘트를 듣고 있던 윤이든이 이래서 네이비를 예뻐하는 거라고, 거 보라고 이놈들은 곡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없다고 투덜거렸지만 이건 넘어가도록 하자.
“그래서 저랑 예현이 형이 오늘 선보일 무대는…. 비트 주세요!”
DTB 시즌 4의 최고 인기곡 중 하나, 의 비트가 공연장을 가득 울렸다.
특히 윤이든이 맡은 훅 부분이 상당한 수준의 랩 스킬을 요하는 만큼 이 곡의 무대는 자칫하면 숙연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맞춘 윤이든의 약간의 편곡, 가사 개사, 가이드녹음으로 가이드 제시, 훅 부분에 어쩔 수 없이 살짝 끼워 놓은 AR 등으로 서예현과 김도빈의 맞춤 곡으로 재탄생한 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달궈 놓았다.
중앙 통로 무대를 가로지르며 벌스 가사를 부르는 서예현의 눈동자에는 이 무대를 향한 자신감이 한가득 차 있었다.
데뷔 초. 실수 머신, 뉴 안무의 창시자라는 멸칭 같은 별명을 얻고 본인의 아주 짧은 랩 파트마저도 레브 곡의 옥의 티라며 혹평당했던 서예현.
얼굴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무대 위에서는 다른 멤버들의 끼와 재능에 밀리는 서예현.
그리하여 무대 위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여 주던 서예현이었기에 여유롭고 자신만만하게 이 무대를 즐기는 지금의 모습이 정말로 빛나 보였다.
지치지도 않고 넘치는 에너지로 무대 이곳저곳을 방방 쏘다니는 김도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원 부문 최약체, 녹음실 ‘다시’ 형제들이 멱살 잡고 끌어올린 분위기를 막내, 류재희가 바톤 터치했다.
고음 열전으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OST, 복면 쓰고 나와서 노래 실력을 겨루는 예능 프로에서 우승자가 불러 유명해진 그 노래를 승부곡 못지않은 기교를 넣어 부르는 류재희의 무대는 레브 메인 보컬의 저력을 온전히 보여 주었다.
솔로 무대가 끝나고 <청류가(淸流歌)>를 시작으로 다시 단체 무대가 휘몰아치듯 이어졌다.
“감사합니다!”
다섯 명의 우렁찬 마지막 인사, 꺼진 조명.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팬들의 후렴구 떼창.
다섯 번째 반복했을까.
“그럼 다시 자정까지 달릴까요, 데이드림?”
의 전주와 함께 레브가 다시 무대 위로 등장했다. 앵콜 무대의 시작이었다.
* * *
“봐라, 형진이 진짜 안 왔잖아. 50만 원씩 내놔, 얼른.”
“계좌 이체 되죠?”
첫콘 티켓을 줬는데도 보이지 않았던 최형진의 모습은 ‘안 온다’에 50만 원을 걸고 멤버들과 돈 내기를 했던 나를 기쁘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진짜 안 왔다고? 말도 안 돼! 팬싸까지 왔던 그 까빠 친구가 정말로 안 왔다고?”
“최형진이 DTB 파이널에서 대체 뭐라고 나를 깠길래 저 형은 최형진을 맨날 내 까빠로 언급해?”
“인상 깊었긴 했죠. 그때 KICKS 멤버 둘도 있었는데 지테 형 때문에 솔직히 좀 묻혔어요.”
서예현은 결과에 쉬이 탄복하지 못했으나 진짜 안 왔냐는 내 확인 문자에 온 답장 ‘ㅇㅇ’, ‘바쁨’으로 K.O 되었다.
형진이가 아무리 내 stan이어도 정규 앨범 작업으로 정신없는 상태에서 콘서트를 올 정도는 아니지.
아쉬움? 없었다!
75만 원이 한 번에 생겼는데 아쉬움이 있을 리가?
견하준도 나랑 같이 ‘안 온다’에 걸어서 나머지 세 명한테 뜯은 150만 원을 견하준과 잘 나눈 상태였다.
“그런데 준이 너는 왜 ‘안 온다’에 건 거냐? 나 따라서?”
“그것도 있지만, 지테가 네 팬으로 너한테 인정받은 게 아니라 음악으로 인정받은 거잖아. 그래서 중요한 시기에 팬심 때문에 음악을 내팽개치는 사람을 네가 인정해 주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오, 타당성 있어. 나중에 형진이 만나면 이 해석 진짜냐고 물어볼게.”
“아니, 물어보지 마. 물어봐도 굳이 내 해석이라고 말하지 마.”
견하준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급했는지 손도 같이 내젓고 있었다. 쩝, 궁금한데.
[티켓 어쨌냐? 팔았냐?] 오후 11:39 [최형진- 아는 동생 줌] [최형진- 니 팬이라고 해서] 오후 11:55초대석 티켓으로 플미나 창조 경제를 일으키지 않고 관객 수까지 채워주다니, 역시 차 값만큼 앨범 사서 팬싸 온 놈다웠다.
콘서트 둘째 날도 별다른 이슈 없이 무사히 지나가고, 드디어 [In REVE] 투어의 진정한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있었다.
막콘은 마침 서예현의 생일과 딱 겹쳤다.
“예현이 형, 내일 무슨 날인 줄 알아요?”
“콘서트 마지막 날.”
“그리고요?”
“드디어 숨 좀 돌릴 수 있는 날!”
너무 숨 가쁜 나날을 보내서인지 서예현은 본인 생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드디어 쉴 수 있다고 웃으면서 박수 치는 모습은 바보 형처럼 보여 왜인지 모를 짠한 감정까지 불러일으켰다.
나도 하마터면 당일에 알 뻔했으나 일주일 전, 서치 퀘스트 중에 보였던 ‘막콘 서예현 생일 이벤트’ 글과 멤버들의 생일 날짜는 모두 꿰고 있는 류재희 덕분에 불화설 논란 참사는 면했다.
아무튼 생일 당사자가 본인 생일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말은 뭐다?
아주 서프라이즈하기 그지없는 생일 이벤트를 선사해 주기 딱 좋다는 소리다.
물론, 감동적이라는 소리는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