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5화(5/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화
“쟤들도 곧 아라리오 tv랑 쇼다운 가겠네.”
“지방 복분자 축제에서 뵙겠습니다, 푸훕!”
“아, 미친 새끼. 개 웃겨, 진짜.”
대기실에서 채 나가지도 않았는데 들으란 듯 뒤쪽에서 낄낄거리는 비웃음이 들려왔다.
내 앞에 서 있는 서예현이 주먹을 꾹 말아 쥐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옆에 있는 김도빈도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인상을 찌푸리는 대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제 미래도 모르는 어리석은 중생들 같으니.
우리를 비웃은 저 두 놈은 3년 후에 음주운전과 대마로 나란히 나가리 된다.
한 놈은 집행유예 기간 내에 음주운전 재범으로 징역 1년. 다른 한 놈은 대마 흡연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너희들은 사회면에서 뵙겠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회귀 전에 아라리오 tv와 쇼다운과 지방 복분자 축제, 고추 축제, 한우 축제, 아무튼 별별 특산물 축제 무대를 다 체험했던 터라 타격은 제로였다.
아무리 그래도 깜빵보단 낫죠?
“야, 너네 미쳤냐?”
중견 그룹 리더가 한소리 했지만 미래 감방돌 둘은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비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왜요, 형. 딱 각 나오잖아.”
“맞아요, 우리가 신인 애들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우리를 저들 대기실에서 다급히 내보낸 리더가 따라 나와 대신 사과했다.
“미안하다, 쟤들이 아직 철이 덜 들어서.”
“흠, 아무리 봐도 철들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저 나이 돼서까지 철이 안 든 거면 정신과 상담을 받, 억!”
내 말에 리더의 표정이 묘해졌다. 황급히 내 뒤통수를 꾹 눌러 강제 인사를 시킨 견하준이 서예현과 합동하여 나를 우리 대기실로 질질 끌고 갔다.
우리 말고도 여러 아이돌들이 다 같이 쓰는 단체 대기실로 돌아온 나는 어두운 멤버들의 얼굴을 발견했다.
우리끼리만 있었으면 반드시 성공해서 저런 놈들 짓밟아 주자고 격려 한마디 던졌겠지만, 다른 그룹까지 있는 곳에서 선배를 짓밟자고 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저 (사전적 의미로도) 망할 선배 놈들이 3년간은 건재하다면 더더욱.
그냥 씨근덕거리는 막내 녀석의 등만 말없이 툭툭 두드려 줬다.
“저희 진짜 아라리오 tv 가는 거 아니겠죠……?”
축 처진 김도빈이 타 팀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회귀 전에는 2집까지 망하고 그대로 아라리오 tv 행이었다. 덕분에 시간이 남아돌아서 작곡이랑 프로듀싱 쪽으로 집중할 수 있었지.
“안 가. 안 가니까 걱정하지 마.”
이 작곡 천재 윤이든 님이 돌아온 이상 우리의 앞에 놓인 망돌길 미래 또한 바뀔 테니까. 그리고 회귀 끝내려면 망돌로 있으면 안 되거든.
“진짜죠? 다음 곡은 이번 곡보다는 낫겠죠?”
내 설렁설렁한 위로에 코를 훌쩍인 김도빈이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긍정의 대답을 내뱉기도 전에 우리의 차례가 다가왔기에 우리는 대기실에서 나가야 했다.
무대에서 수십 번은 춰서 몸에 익다시피 한 안무를 추면서 김도빈의 파트를 들으며 생각했다.
[저 우주의 별들은 반짝반짝내 앞의 네 눈동자도 반짝반짝]
……내가 들어도 아라리오 tv행 각이긴 하네.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나를 향해 따뜻한 손길과 칭찬이 쏟아졌다.
“형, 잘 참았어요.”
“그래, 야, 윤이든. 잘 참았다. 대기실에서 난리 칠 줄 알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멀뚱히 눈만 깜빡였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내가 리더답게 상처 입은 멤버들을 위로해 주려고 했는데 왜 얘들이 나를 칭찬하고 있냐?
회귀 전의 과거에도 일어났었던 일인 것 같은데 그때의 나는 어땠었나 과거를 뒤져 보니……
‘뭔 저런 시발새끼들이 다 있어?’
‘악, 형! 제발 입조심 좀!’
내가 수많은 사건사고 나락돌들 중에서 유독 저 두 놈의 최후만 선명하게 기억했던 이유가 있었구나.
회귀 전, 그놈들의 최후를 알지 못했던 나는 대기실에서 참지 못하고 그놈들을 향한 욕을 내뱉었고, 그걸 어떻게 전해 들은 놈들은 우리를 마주할 때마다 꼽을 줬다.
그렇게 우리가 직캠으로 역주행하고 나서도 우리를 괴롭히던 놈들은 갔다. 깜빵으로.
이번에는 대기실에서 욕은 안 했으니 저 감방돌 놈들이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일은 없겠지.
* * *
“우리 이러다가 팬싸에도 62명 오는 거 아니야?”
얼굴을 팩으로 덮은 채로 매트리스에 누워 있던 서예현이 혀를 찼다.
공식 팬카페에 올라온 팬클럽 이름 투표의 처참한 투표율을 보고 하는 소리였다.
팬클럽 회원 수가 172명인데 투표는 62명이니 당연한 걱정이었다.
“62명이라도 오면 다행이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팬카페에 접속해 회귀 전 팬덤 이름이었던 데이드림에 투표했다.
애칭은 영단어 뜻인 백일몽의 끝 두 자리를 따서 일몽이었던가. 항상 정직하게 데이드림이라고만 불러서인지 왠지 일몽은 입에 잘 익지가 않았다.
물론 이번 회차에도 데이드림이라는 좋은 이름 두고 애칭으로 부를 생각은 딱히 없었기에 애칭이 입에 익지 않는 건 딱히 고려할 건은 아니었다.
“닉스도 괜찮지 않아?”
“응, 팬덤 애칭 여신님.”
팬카페에 올라온 견하준의 말과 똑같은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읽어 주자, 견하준은 조용히 닉스를 포기하고 데이드림에 투표했다.
그런 다음 오늘도 열심히 머리를 쥐어 짜내서 온갖 미사여구로 범벅이 된 두 줄짜리 글을 팬카페에 올렸다.
이게 이번 주에 올린 4번째 글이었다.
[▶주 4회 이상 팬카페 FROM 게시판에 셀카와 글 올리기(4/4)] [초심도 2가 지급됩니다!]벌컥, 방문이 열리더니 류재희가 김도빈을 질질 끌고 들어와 메보다운 쩌렁쩌렁한 성량으로 외쳤다.
“형들! 닉스 투표해요, 닉스!”
“재희야, 남의 방에 들어올 때는 노크를 하고 들어오라고 몇 번을 말하냐.”
팀의 최연장자로서 은근 꼰대 기질이 있는 서예현이 한소리 했다.
누운 상태로 고개만 돌려 물었다.
“도비, 투표했냐? 너도 닉스에 한 건 아니지?”
“제 이름에 니은 받침까지 붙여 주심 안 될까요.”
김도빈이 나한테 투덜거리는 동안 견하준은 류재희를 붙잡고 만약 닉스가 채택된다면 팬덤 애칭을 여신님들이라 불러야 한다며 설득시키고 있었다.
물론 그 설득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여신님 애칭이 뭐가 어때서요? 우리 여신님들-.”
“팬들도 부담스러워서 기겁할 듯.”
꽃받침을 하며 어차피 채택 안 될 팬덤 예비 애칭을 간드러지게 부르는 류재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매트리스에 털썩 걸터앉아 투표 현황 보려 팬카페에 들어간 류재희가 내 글을 봤는지 매우 의외라는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이든이 형, 웬일로 팬카페에 글 꾸준히 올리네요? 평소 하는 것만 보면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
어어, 그렇게 됐다. 깎인 초심도 좀 복구해야 해서 말이야.
초심도 2가 초심도에 반영된 걸 확인하며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11시 59분이었던 시간이 12시 00분으로 바뀌며 월요일 자정이 되기가 무섭게 내 눈앞에 상태창이 확 펼쳐졌다.
[☀위클리 퀘스트 정산을 시작합니다.] [⚠완수한 위클리 퀘스트가 두 개 미만이므로 페널티가 랜덤으로 부과됩니다.]‘잠깐, 내가 오늘 팬반응 서치를 안 했었나……?’
맞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도 페널티라 해 봤자 뭐 별거겠어- 라고 마음 놓은 그 순간.
“우욱!”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뜨겁고 비린 것에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으나, 그대로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손 틈으로 붉은 것이 뚝뚝 흘러내렸다. 내가 토해 낸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악! 피! 나 피 토했어!”
붉게 물든 손을 들어 올리며 다급히 소리 지르자,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현실감이 없는지 다들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견하준이 겨우 입을 뗐다.
“혀 깨문 건 아니고……?”
“……코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간 건 아니고요?”
그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다시 울컥 피가 목구멍에서 역류했다.
쇠 비린내가 입안에 가득했다.
시스템 미쳤냐? 건강에는 영향 끼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사람이 각혈을 하게 만들어?
아이고, 시스템이 사람 죽이네! 서치 한 번 까먹었다고 사람 죽여!
“119! 빨리 119 좀 불러 봐! 나 죽는다니까? 골든타임 놓치면 나 죽는다고!”
바닥을 뒹굴며 난리를 치니 막내가 급히 제 휴대폰으로 통화를 걸었다. 나머지는 물을 가져다주고 젖은 수건을 내미는 등 나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매니저 형! 이든이 형이 갑자기 각혈했어요! 네? 일단 팔팔하게 난리 치는 거 보니까 당장 쓰러지진 않을 것 같긴 한데…….”
얼마나 급하게 달려온 건지 매니저 형이 7분 만에 숙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이든아, 너 평소에 지병이라도 있었냐?”
“아니! 그러니까 더 큰일이라고! 원래 원인 모를 증상이 더 위험하다니까!”
그대로 나는 매니저 형의 부축을 받아 응급실에 실려 갔다. 아무도 아이돌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건지.
죽는다고 손까지 덜덜 떨며 난리 치는 나를 보다 못했는지 시스템이 상태창을 띄웠다.
[몸에 이상이 가지 않는 각혈 페널티입니다.]지랄 마, 시발. 사람이 피를 토하는데 어떻게 몸에 이상이 안 가냐?
* * *
정밀 검사 결과는 이상 무(無). 입원하기도 뭐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 결과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나는 건강검진 예약까지 잡아 놓고 당일 퇴원했다.
“으, 목 아파.”
침을 삼킬 때마다 따끔거리는 목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 견하준이 따뜻한 물을 건네며 물었다.
“각혈해서?”
“아니, 하도 소리 질러서. 그런데 피를 그렇게 한 바가지 토했는데 왜 이상이 없다는 거지?”
“한 바가지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다. 체감상 한 바가지였는데.
저 빌어먹을 시스템은 몸에 이상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피를 계속 토하면 건강에 이상이 안 올 리가 없다. 앞으로 위클리 퀘스트 두 개 이상 완수는 꼭 해야겠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타민과 영양제를 미친 듯이 장바구니에 넣는 내 옆에 슬그머니 앉은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 혹시 초동 보고 피 토한 건 아니죠?”
“미쳤냐? 무슨 소설이나 만화도 아니고 그딴 걸로 피를 토해?”
투덜거리며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 올리다가 손을 멈칫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몇 장이었더라. 1,000장은 넘었나?’
초동은 음반 발매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이다.
초동 몇십 만은 기본이었던 회귀 전을 생각하며 내 기준 망돌의 초동을 떠올리고 류재희의 휴대폰 화면을 보자 뒤의 두 자리가 *로 표기된 초동이 보였다.
레브 데뷔 앨범의 초동은 바로…….
1**장.
1,000장은 개뿔.
다시 봐도 충격적인 숫자에 왠지 다시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었다. 데뷔 초의 우리는 이런 망돌이었구나.
아무래도 어차피 데뷔는 망했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