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50화(50/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화
“눈물이 나와야지 울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맥주를 한 입 들이켰다.
“왜요? 형은 안 기뻐요? 제가 형이었으면 들어올 저작권료 생각에 절로 기쁨의 눈물이 치솟을 거 같은데.”
들어올 저작권료라. 김도빈의 말에 절로 비소가 나왔다.
‘……너 내가 회귀 전에 벌던 저작권료가 얼마인지는 아냐.’
회귀 전의 나는 한국 음악 저작권료 수입 top10에 들었다.
그래서 강제 회귀한 덕분에 사라진 저작권료만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나긴 했다.
기뻐서가 아니라 억울하고 열이 뻗쳐서.
이놈의 강제 회귀는 나한테 무대의 즐거움을 주고, 내가 번 수익과 저작권료를 빼앗아 갔다.
거참 빌어먹게도 끝내주는 등가교환이었다.
그랬던 과거의 소유자인 내게, 지금 들어오는 저작권료는 푼돈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저희 첫 1위잖아요. 안 놀랐어요, 형은?”
“딱히…… 당연히 우리가 1위 할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갑자기 적응 안 되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너희들의 능력치를 믿은 게 아니라 회귀 전의 빅데이터를 믿었다고 정정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학습 능력이 있는 인간인 터라 솔직하게 터놓고 말한다면 초심도가 깎일 것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냥 입을 다물고 멤버들이 1위의 기쁨을 즐기도록 놔두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번에는 빈집 털이라 운이 좋았다.
1위 후보 경쟁자였던 KICKS의 곡이 우리 곡보다 퀄리티가 확실히 떨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회귀 전에 우리의 1위 후보 상대 팀이 우리 노래를 듣고 지금의 나처럼 얼마나 기뻐했을까 생각하니, 새삼 배알이 꼴려 남은 맥주를 원샷했다.
만약 원래대로 1월에 컴백했으면 노래가 회귀 전처럼 처참하게 묻히지 않았겠지만, 1위는커녕 1위 후보에 드는 것조차 꿈도 꾸지 못했을 터였다.
아이템 선택권에서 계속 회귀 전의 차트 아이템이 나올지 확신하지 못했기에 다음번에는 이 같은 요행을 기대할 수 없다.
이번 노래는 컴백 일정이 촉박해서 회귀 전에 보증된 성공 공식이었던 걸 그대로 들고 왔지만, USB에 담긴 노래는 한정되어 있었고, 멤버들 실력과 음역대를 고려해서 만든 노래는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야 아이돌 문화가 대중성을 가지고 남돌이 메인스트림으로 우뚝 서 있지.
레브 5년 차부터 슬슬 아이돌 문화는 마이너틱해지고 메인스트림은 남돌에서 여돌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래서 역주행 차트인도, 차트 1위도 지금 시점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아직 틱톡도 프라이빗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지만, 남돌 노래가 차트 상위권 달성이 손쉽게 가능할 때로 돌아온 건 그나마 시스템이 회귀를 끝내 줄 마음은 있다는 소리다.
만약 우리 7년 차 때 웬 좆소 소속사 신인 아이돌로 데뷔하라고 했어 봐라. 한 1천 번은 무한 회귀했지.
‘다음 활동은 프로듀싱에 신경 좀 써 볼까. G1에게 공동작업 부탁이나 한번 해 봐?’
턱을 괴고 상념에 잠긴 내 앞에 불쑥, 맥주캔 하나가 들이밀어졌다.
“또 편곡 작업 생각하냐? 오늘은 작업 부담 내려 두고 1위 기념이나 즐겨.”
내게 맥주캔을 내민 서예현이 가볍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낯간지러운지 어색하게 피하는 시선에 나 역시 뒷머리를 긁적이며 맥주캔을 받아 들었다.
제 손에 들린 맥주캔만 빤히 내려다보던 서예현이 망설이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네 음악으로는 성패를 의심해 적이 없다면서. 무슨 걱정이야.”
내 고민에서 한참 포인트를 벗어난 그 말에 맥주캔을 따며 피식 웃었다.
“물론 내 음악의 성패는 의심해 본 적이 없지. 그런데 지금 작업하는 건 KICKS 곡이지 내 곡이 아니라서.”
“네가 편곡했으면 네 음악도 되는 거지, 뭐.”
“푸핫! 뭐, 맞는 말이긴 하네.”
오랜만에 날 선 대화가 아니라 편안한 대화가 우리 둘 사이에 오갔다.
역시 문제는 내가 아니라 저 인간에게 있었나 보다.
“그래요, 형들. 바로 이거예요. 이렇게만 대화하시라고요.”
기특하다는 표정과 감격 어린 어조로 박수를 치며 끼어드는 류재희의 말에 즉시 표정을 구겼다.
서예현의 미간 역시 한껏 좁혀져 있었다.
“네가 이러니까 갑자기 싸우고 싶어졌어.”
“어, 진짜. 내가 얘랑 낯간지러운 대화를 했다는 걸 자각시켜 줘서 고맙다, 재희야.”
“형들은 진짜 왜 그렇게 살아요……?”
류재희가 눈초리를 한껏 늘어뜨리고는 한탄 조로 물었다.
저놈은 내가 기껏 성격 죽이고 살아도 뭐라 하네.
“됐고, 건배나 한 번 하자. 막내야, 건배사나 외쳐 봐라.”
내 요구에 류재희가 양손을 가지런히 모아 내게 내밀었다.
“신에게 맥주 한 캔을 내려 주신다면 아주 기깔 난 건배사를-”
“까불지, 또? 괜히 논란거리 만들지 말고 미성년자는 입 다물고 주스나 마셔.”
그 손 위에 맥주캔을 얹어 주는 대신 녀석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에이…… 저 완전 분위기 축축 처지는 거로 건배사 할 거예요.”
“그래라. 분위기 어두워지면 치킨 먹다가 체하는 게 너지 나겠냐?”
“자자, 제일 간단하고 파이팅 넘치는 건배사 가겠습니다! 제가 레브 선창하면 파이팅 외쳐 주심 됩니다!”
오렌지 주스를 가득 채운 제 유리잔을 든 류재희가 벌떡 일어나 선창했다.
“레브-”
“파이팅!”
다섯 목소리가 좁은 반지하 숙소에 우렁차게 울렸다.
뱉는 타이밍 한 번 제각각이던 이전과 달리 이번 목소리는 제법 하나로 모였다.
가볍게 부딪힌 세 개의 맥주캔과 두 개의 주스잔.
치킨 한 조각이라도 더 먹겠다고 싸우는 성장기 두 녀석과 안주로 치킨무만 씹는 뚝심을 보여 주는 서예현.
똑같이 나누는 중재를 시도하는 견하준을 구경하다가 픽 웃으며 맥주캔을 입가로 가져갔다.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미래에 짓눌려 서로를 챙길 여력조차 없었던 과거와는 꽤 달라진 풍경이 뭐, 나쁘진 않았다.
* * *
“11월 다섯째 주 뮤직센터 1위는 레브의 All Right or Night! 축하드립니다!”
펑! 머리 위로 콘페티가 쏟아졌다. 그래도 어제 1위 한번 해 봤다고 다들 의연한 표정이었다.
아, 또 펑펑 눈물 터트리고 있는 김도빈만 빼고.
1위 소감 한 번 꼭 말해 보고 싶다더니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받아서 아는 사람 이름은 다 말할 기세로 고마운 사람 목록을 줄줄 늘어놓는 류재희의 옆구리를 적당히 하라는 의미로 살짝 찔렀다.
이름이 스무 명은 넘어가는 이 와중에도 우리 김노담 대표님 이름은 안 나왔다.
앵콜 곡까지 끝나고 CP 인사를 위해 이동하는 복도에서 KICKS를 마주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사람도 없겠다, KICKS는 한 사람 빼고는 원수 보는 듯한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서예현이 들으란 듯 중얼거렸다.
“와, 눈빛 살벌한 것 좀 보소. 누가 보면 우리가 지들 트로피 강탈해 간 줄.”
“예현이 형, 좀 작게 말해요. 들으면 어쩌려고.”
“흥, 내가 틀린 말 했어? 들으라고 해. 우리가 꿀릴 게 뭐 있다고.”
“형, 싸움 잘해요?”
“윤이든 있잖아.”
저 인간은 하다 하다 싸움도 외주 맡기네. 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건가 했더니, 역시 자기 자신을 믿는 건 아니었다.
“그래, 예현이 형. 그냥 넘어가.”
자기편을 들어 줄 거라 굳게 믿고 있기라도 했던 건지 배신감 담긴 눈으로 나를 돌아보는 서예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운빨로 겨우 뜬 그룹이 자기들 제치고 1위 한 게 그리 꼬우시다잖아.”
KICKS 리더가 컴백 전 축제 때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자 표정을 한껏 구긴 KICKS 리더가 빈정거렸다.
“빈집털이 주제에 존나 기고만장하다?”
그때, 가만히 있던 견하준이 입을 열었다.
“윤성 형, 아무리 빈집털이도 못 했대도 왜 리더가 멤버들 앞에서 자기 그룹을 셀프로 깎아내리고 그래요. 기껏 열심히 한 그쪽 멤버들 기죽게.”
정말 진심으로 충고하는 듯한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달리 가시 돋친 내용에 눈을 크게 떴다.
‘쟤, 쟤가 원래 저런 성격이었던가……?’
나를 말리면 말렸지 이런 기 싸움에 굳이 참전할 놈이 아닌데.
KICKS 역시 분쟁을 싫어하고 조용하던 견하준이 자기들에게 짱돌을 던질 거라곤 예상치 못했는지, 벙찐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내 팔을 꾹 잡고 있는 견하준의 손에 왜 그가 돌발행동을 했는지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튀어 나가기 전에 선수를 친 거다.
회귀 전 나름 7년간 연예계에서 구르며 몸보다 생각이 먼저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정립해 갔지만, 그걸 모르는 견하준은 지금 시점의 나를 아직 일단 몸부터 나가는 애송이로 기억하고 있는 게 당연했다.
프리스타일 디스에 의외의 재능이 있었는지 그렇지 않아도 바닥이었던 분위기를 지하로 내리꽂은 견하준을 향해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며 삐딱하게 웃었다.
“어쩌냐. 너희가 져 버려서 내 입으로 우리 레브가 운빨로 겨우 떴다고 인정을 못 하겠네. 다음번에는 인정 좀 하게 꼭 이겨라. 파이팅.”
가볍게 파이팅 포즈까지 취해 주자 KICKS 리더 놈의 눈초리 각도가 더 올라갔다.
무어라 입을 열려고 하던 놈은 발소리가 들려오자 즉시 입을 꾹 다물었다.
웅성거리는 말소리까지 들려오자 먼저 여유롭게 걸음을 옮김으로써 대치 상태를 종결지었다.
스쳐 지나치기 전, KICKS 쪽을 느긋하게 둘러보다가 KICKS의 낙하산과 눈이 마주쳤다.
회귀 전의 내부고발자긴 하지만 리셋된 지금 시점에서는 그저 껄끄러운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놈에게서 시선을 떼려 하자 낙하산이 짐짓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썹이 절로 꿈틀했다.
……뭐야, 저거?
* * *
-아 울애들 올해 가기 전에 1위 한 번은 꼭 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ㅅㅂ 아주 축제 나셨네 키백 전체가 견제픽그룹이라고 지네 가수 까 내린 것도 아닌데 저 팬덤은 왜 싸잡아서 지랄임?
-담주 1위도 가망없지……?
└응ㅠㅠㅠ 음반 발매일도 저쪽이 일주일이나 늦기도 했고 음원 점수 격차도 이제 쫌 나서ㅠㅠㅠ
-우리 애들 1위는 못 만들어 줘도 신인상은 받게 해 주자
-1위 이어서 신인상까지 뻇기면 나 진짜 오빠들 볼 면목이 없을 거 같음……
-WAMA 투표 끝났으니까 나온이랑 실디 신인상 투표에 화력 몰빵 ㄱㄱ
└맞아 차피 WAMA 상 요즘 쳐주지도 않잖아 백퍼 소속사발 선정픽이라고 후려치기 들어갈 건데 그 둘에서 신인상 타야 뒷말 안나오지
└하긴 ‘그 팬덤’ 벌써부터 지들 컴백 1주 차에 WAMA 투표 종료됐다고 셀프 한처먹기 하면서 후려치기 시동 걸고 있더라
-그런데 나락이랑 합죽 KICKS 데뷔조였다는 거 찐이야?
└합죽은 모르겠고 나락은 ㅇㅇ 윤성이랑도 친했다는데
└왜 나갔대 나락 있었으면 노래로는 안 밀렸겠는데 ㅈㄴ아쉽
└나간 게 아니라 퇴출 아님? ㅋㅋㅋ 대가리에 총맞지 않은 이상 뉴본에서 ㅈ소로 제 발로 갔겠냐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