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0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2화(502/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2화
* * *
“와우, 회식 진짜 호텔 뷔페에서 한다는데?”
“진짜요? 어디 비즈니스 호텔 조식 뷔페는 아니죠?”
“아침부터 회식하는 회사가 어디 있어.”
우리가 대상을 두 개나 받아서 기쁘셨는지 대표님은 무려 호텔 뷔페 회식이라는 약속을 지켰다.
회귀 전의 삼겹살집, 회귀 후 첫 회식 장소였던 저렴한 가격의 소고기 집에서 회식했을 때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을까.
내심 할아버지 팔순연이 이루어진 그 호텔 뷔페이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그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성비 대비 맛이 괜찮기로 유명한 호텔 뷔페였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직원들뿐만 아니라 연습생들까지 회식에 참석한 걸 보니, 그 호텔 뷔페는 예산으로 힘들긴 하겠더라.
이번에 백댄서로 우리 연말 시상식 무대에 섰던, 낯이 익은 남자 연습생들 몇 명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눴다.
데뷔를 앞둔 걸그룹 데뷔조 연습생들의 접시는 슬쩍 보니 서예현의 접시와 똑같았다. 다 풀때기, 메추리알 아니면 소스 안 뿌린 훈제 연어였다.
다만 이제 접시에 담긴 음식 양, 그리고 뒤에서 매니저가 살찌는 음식을 집나 안 집나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는 게 서예현과 다른 점이었다. 그래도 서예현이 걸그룹보다는 좀 더 많이 먹더라.
“영진이 형, 형도 얼른 저렇게 감시해.”
반면교사 거울 치료가 될 줄 알았건만, 저 인권 제약의 현장이 서예현한테는 퍽 감명 깊게 다가왔는지 서예현은 우리 매니저 형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
“너희들이 내 말 듣냐.”
물론 우리 매니저, 영진 형은 시도도 하지 않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우리와 함께 반지하 시절부터 하나뿐인 매니저로 모든 일을 도맡아 했던 영진 형은 이제는 실장급이 되었지만 소속사가 쥐뿔도 없을 때부터 함께 짬밥 먹은 사이라 우리와의 관계는 꽤 수평적이었다.
그러므로 영진 형이 저렇게 걸그룹 데뷔조 매니저처럼 우리가 접시에 무엇을 담는지 감시하고 쪼아 대도 우리가 콧방귀 뀌며 먹금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예현이 너는 오늘 같은 날에 동생들 마음 놓고 먹으라고 좀 냅둬라. 네가 그러면 애들이 밥이 잘도 넘어가겠다.”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영진 형을 응원했다. 물론 서예현이 저러든 말든 밥은 아주 잘 넘어갔다.
“나는 레브가 대상을 로 받을 줄 알았는데 가 대상을 받을 줄이야.”
“그래요? 저는 확실히 가 받을 것 같던데. 대중 반응은 좀 더 가벼운 곡이었던 가 더 좋았긴 한데 기록은 가 확실히 더 탄탄해서.”
“솔직히 본상이랑 최고 음원상까지는 예상을 했어도 대상은 진짜 생각도 못 했지. 너희 울 때 나도 티비로 보면서 같이 울었다니까. 그런데 이든이는 진짜 안 울더라.”
“그래도 이든이 형, 술 취해서 거실 소파에서 대상 트로피 껴안고 잤잖아요.”
생글생글 웃으며 A&R 팀에게 내 흑역사라고 본인이 굳게 믿고 있는 썰을 푸는 류재희의 말을 심드렁하게 정정해 주었다.
“안 취했다고 서른 번째 말한다.”
내가 진짜로 술 취했으면 본가로 갔지. 나는 제정신이었다. 나는 그저 대상 트로피를 안고 자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 딱히 흑역사도 아니었다.
류재희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나를 보며 물었다.
“차라리 술 취해서 그랬다는 게 낫지 않아요? 술 취해서 그런 거면 눈물과 함께 꾹꾹 숨겼던 본심이 술기운에 드러난 거라서 정상 참작이라도 되지, 맨정신으로 그런 거면 그냥 대상 트로피에 미친 놈 같잖아요.”
“그래, 나 대상 트로피에 미친 놈이다.”
[애매한 범위의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감점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본인에게 한 말이므로 초심도 감점 X]LnL도 많이 발전했지만 우리집 초심도 시스템도 많이 발전했다. 예전에는 비속어 비스무리한 말만 해도 막 초심도를 깎아 대며 사람을 초심통으로 지지더니 이제는 나름 검토라는 것도 하잖아.
시스템이 융통성 있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서 참 다행이었다.
“이든 씨, 혹시 시간 나면 여기 이 친구, 작곡이랑 프로듀싱 공부 좀 한 번씩만 도와줄 수 있어요?”
A&R팀에게 인사하러 온 신인 개발팀 팀장님이 마침 우리를 발견하고, 저기 연습생들이 모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이해원을 손짓으로 부르더니 내게 은근한 말투로 운을 띄웠다.
회귀 전에는 그냥 썩히더니 이제는 적극적으로 재능 개발을 시켜 주네. 그런데 LnL 전속 작곡가들이랑 프로듀서들 두고 왜 하필 나?
이해원이 신인 개발팀 팀장님한테 직접 나를 콕 짚어 배우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할 만한 성격이 아니란 걸 잘 알았기에 괜한 의문이 들었다.
“듣기로는 A&R팀이 이든 씨한테 저번에 한번 말했었다고 하던데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초면이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불려 와서 꾸벅 허리를 숙이던 이해원이 신인 개발팀 팀장님의 초면이냐는 말에 뻣뻣하게 굳었다. 슬며시 든 앳된 얼굴에 서린, 숨길 수 없는 불안감에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작곡으로 오디션 본 친구 있다는 건 들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내가 초면이라고 긍정하자마자 대놓고 안도하는 표정이 조금 웃겼다. 저 표정 변화를 바로 옆에 있는 팀장님이 못 봐서 망정이지.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설마 사람 없는 연습실 문 좀 따고 들어갔다고 퇴출시키겠냐.
“그런데 레브랑 그룹 스타일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라면 딱히 추천은 안 합니다. 걸그룹도 아니고 저희랑 같은 보이 그룹인데 레브 아류 그룹 소리 듣는 것보다는 시행착오 거쳐 가면서 본인들 그룹 색을 확실하게 만들어가는 게 훨씬 낫죠. 당장 1년 뒤에 어떤 컨셉이, 어떤 장르가 먹힐지 모르는 게 이 바닥인데.”
이해원을 볼 때마다 드는 껄끄러운 감정은 일단 제쳐두고, 진심 어린 충고를 던져주었다.
아무리 같은 소속사 그룹이라고 해도 OO 아류 소리가 나올 정도로 스타일이 겹치는 건 레브에게도, 후배 그룹에게도 독이다.
비슷한 콘셉트와 스타일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은 오리지널한테도 피로감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신선한 콘셉트가 괜히 각광받는 게 아니다.
“이든 씨 바쁜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공부야 당연히 저희가 시키죠. 그냥 이든 씨가 한 번씩 봐주면서 지금부터 선후배 간 서사 쌓아 놓으면 어떨까 싶어서요.”
“이 친구가 소속사 옮기면 남 좋은 일 시키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의식하지 않고 흘러나온 말에 나 스스로가 놀라 멈칫했다. 하지만 내 이상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신인 개발팀 팀장님은 사람 좋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에이, 기왕이면 LnL에서 데뷔시켜야죠. 요즘 이만한 능력치 되는 프듀멤 귀하거든요. 보이 그룹 런칭하면 해원이는 무조건 확정 멤버예요.”
회귀 전에는 열여덟 살까지 주목받지 못한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연습생 주축까지 되다니, 세상 참 모를 일이었다.
나비 효과라고 하나. 한 사람이 과거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게 바뀔 수가 있는 건가. 그렇다면 왜 버그로 봤던 이전 회차들의 나는 지금 같은 성공을 하지 못한 거지?
“물론 이든 씨 의견이 제일 중요하죠.”
내게 선택지를 넘긴 신인 개발팀 팀장님의 말에 잠깐 고민하다가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던 찰나.
[분기점에 다다랐습니다.]시스템이 상태창을 띄웠다.
분기점?
회귀 전의 나는 이해원에게 작곡과 프로듀싱을 가르쳤다. 본격적인 가르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그게 바로 나랑 이해원이 엮였던 가장 큰 접점이었다.
만약 내가 여기에서 이해원을 가르치는 걸 택하지 않는다면 다른 루트가 펼쳐진다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기억의 파편을 얻기 위해서는, 민박집에서와 같은 버그 발생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서는…
“그러면 시간 날 때만 소소하게 가르쳐 보죠.”
[선택지에 의해 ‘기억의 파편(28)’이 주어집니다.] [기억의 파편(28): 조건을 달성하면 관련 기억이 해금됩니다.]스물여덟 살 때의 기억이면 그때다.
내가 곡을 뺏긴 신월 연습생의 자살을 폭로하고 케이제이가 사망한 해.
내가 저 녀석과 어떻게 엮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억을 무조건 열람해야지만 애꿎은 생명의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케이제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신월 연습생을 말하는 거였다. 케이제이는 차연호가 알아서 살리라고 해. 케이제이를 살리는 게 차연호 본인 삶의 목표 같은데 누군가의 삶의 목표를 내가 뺏으면 쓰나.
조건은 견하준과의 절연 당시의 기억을 봤을 때처럼, 내가 달성하기 전까지는 오픈 조건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차근차근 과거의 스텝을 밟아 가며 알아내야 했다.
어째서 나름 아꼈다고 말할 수 있었던 녀석이 이렇게 껄끄럽게 느껴지는 건지, 그 이유를.
시스템이 기억의 파편을 던져 준 건, 내가 이 기억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이제는 그래도 나와 나름 신뢰 관계 비스무리한 걸 형성한 시스템이었다. 사람 시야를 시뻘겋게 물들여서 일상 생활도 영위도 방해하는 위험도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한 번씩만 지지는 게 훨씬 나은 듯.
“우리가 영운상가 3층에서 시작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무대 의상도 직접 발로 뛰어 가면서 공수해 오고, 우리 애들 뮤직비디오 잘 좀 찍어 달라고 내우주 찍은 거기 스튜디오 감독한테 커피랑 점심 도시락이랑 다 사다 바치고, 우리 애들 음방에 얼굴 좀 비치게 해 달라고 그렇게 방송 관계자들한테 굽신거리고…”
놀랍다. 그 스X지 실험복이 직접 발로 뛰어 가면서 공수해 온 거라니. 어디 헌옷수거함에서 주워 온 줄.
그리고 내우주 뮤직비디오를 맡은 스튜디오 감독님은 커피와 점심 도시락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헤메코도 한몫 했다지만 서예현의 얼굴마저 묻히게 만든 그 저화질 구린 색감 뮤직비디오 퀄리티를 떠올려 보면, 음….
우리 테이블에 앉은 대표님의 레브와 함께 한 눈물 섞인 LnL 성장 연대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앞으로의 플랜을 세웠다.
좋아, 이제부터의 플랜 A. 똑같이 스텝을 밟아 갈 이해원과의 과거 떠올리기.
플랜 A의 첫 단계부터 벽에 부딪혔다. 부분 부분밖에 기억이 안 난다.
요즘 과거 기억이 영 가물가물한데 기억 회복 아이템이라도 던져 줄 시스템 어디 없나?
[ㄴ]융통성 탑재는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