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0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6화(506/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6화
갑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재앙에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자 또 다시 낯설어진 열일곱 살 젖살 빵빵한 류재희는 혀를 차며 견하준을 부르면서 방을 나갔다.
그것마저 내 기억 속 장면이랑 똑같아서 소름이 다 돋았다.
시발, 그래도 그때는 몸을 일으킬 힘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상체를 일으킬 힘조차도 없었다.
시스템 이 시발 새끼야! 초심도 95점인 이 모범 프로젝트 대상자인 나를 데뷔 초로 보내 버려?
“당장 나와!”
눈을 부라리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시스템을 소환하자 류재희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네…?”
“너한테 한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저기 가 있어라, 막내야.”
한 주먹 반 거리에서 다시 한 주먹거리로 돌아온 류재희한테 부드럽게 말해 주자 사색이 된 류재희가 다급하게 견하준을 찾으며 방을 나갔다. 이것까지도 똑같군.
류재희가 나가자마자 뒤늦게 시스템이 튀어나왔다.
아주 뚱뚱한 상태창과 함께. 왜 늦게 나왔는지 상태창을 보자마자 바로 이해가 되는 수준이었다.
[상황 설명
숙주를 일시적으로 잃은 악성 시스템이 이전 숙주의 몸을 장악하려고 시도. 이전 해킹 시도는 돌아갈 숙주가 있어서 상관이 없었지만 현재는 현 숙주에게 돌아가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번 해킹 시도가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더욱 격렬해진 것으로 추정. ■■ 시스템의 방화벽이 이전 해킹 시도 수준으로 맞추어 있었던 터라 비상 루트 1을 이용하여 시간대 교란으로 악성 시스템의 눈을 잠시간 피해서 잔여 악성 시스템 제거 및 방화벽 강화 시간을 벎.
원인
대상자한테 아직 잔여 악성 시스템이 내재되어 있음
해결법
잔여 악성 시스템 제거 및 방화벽 강화에 성공하면 덮어쓰기를 이용하여 최근 시간대로 다시 돌아가기가 가능
성공률: 99.9%
기간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최근 시간대로 돌아가면 10분~하루 정도의 시간이 소모되어 있을 것으로 예정
주의점
초심도가 0이 되어 버리거나 이번 루트와 너무 많이 달라지면 새로운 루트 개척으로 판단, 이번 루트가 삭제되며 덮어쓰기가 불가능하니 주의 바람]
한 번에 딱 보기 좋게 깔끔하게 설명을 마치니 내가 거듭 물을 필요도 없어서 만족스러웠다. 더해 빠른 멘탈 수복에도 도움이 되었다. 집 나간 정신이 다시 돌아오며 머릿속이 맑아졌다.
새끼, 데뷔 초로 돌려보내기 전에 말하지! 그러면 좀 덜 욕했을 텐데. 물론 미안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결국은 차연호의 혼수상태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는 소리다.
‘혼수상태 되기 전에 그 위험도 시스템을 나한테 먼저 넘기긴 한 거 아니야?’
그리고 이제 차연호 본인이 의식을 잃었으니 위험도 시스템이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하고 나한테 온 거지. 그에 관한 진실은 차연호 본인만이 알 터였다.
하지만 차연호도 올해 일어날 교통사고를 의식하고 있었고, 이전에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미래를 틀었었다고도 말을 했으니 이번 교통사고와 차연호의 혼수상태는 본인이 의도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건 일단 무사히 돌아가서 알아볼 말이고.
지금은 초심도를 지키고 이번 루트와 달라지지 않게끔 최대한 똑같이 데뷔 초 일주일에서 한 달을 구현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지금 내 인상 가장 암흑기였던 데뷔 초로 돌아온 이상, 가장 중요한 게 하나 있었다. 그건 시스템이 설명에 포함을 안 해 줬다.
‘지금 시스템 최신 버전이냐? 업데이트 안 된 구버전 아니지?’
더럽게 깐깐하고 가만히 멍만 때려도 사람을 초심통으로 지져 대던 그런 융통성 없는 시스템 컴백 아니지?
[최신 버전입니다.]그렇다면 초심도 감점도 걱정 없었다. 나는 무려 석 달 연속 초심도 90점 이상을 유지해 온 모범 프로젝트 대상자였다. 시스템이 초반의 더럽게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이상 나는 무적이다.
어차피 다시 최근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는 했으니 어떻게든 또 회귀 없이 이번에 끝내야만 한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5년 했는데 다시 돌아온 걸로도 이렇게 정신적 타격이 큰데, 한 70년 더 했는데도 또 다시 시작하라고 하면… 오우.
데뷔 초 일주일에서 한 달이면 이 시간대의 가장 큰일은 멤버들과 대표님을 설득하여 를 후속곡 활동으로 밀어붙이기밖에 없었다.
지금 이 시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초심도 감점은 ‘멤버들과의 불화 조장’이다.
이 시기의 멤버들은 아직 무두질이 되지 않은 연한 가죽 멘탈들로, 내가 한 마디만 해도 불화 조장이라고 점수를 깎던 팀킬 지뢰들이었다.
그리고 위클리 퀘스트는 꼭 잊지 말 것.
내가 주의점을 천천히 머릿속으로 되새기고 있는 사이, 그나마 이 시기에 불화 조장을 거의 띄우지 않아서 상대하기 제일 속 편한 상대인 견하준이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든아, 괜찮아? 재희가 아무래도 네가 헛것 보는 것 같다는데?”
“어어, 우리가 대상 받는 모습 좀 봤어.”
진짜 대상을 받았으니 따지자면 헛것을 본 건 아니었다.
“많이 긴장했나 보네. 따뜻한 물이라도 가져다 줄까? 아직 시간 많이 남아 있으니까 누워서 더 쉴래?”
물론 지금 이 시기의 견하준에게는 충분히 헛소리로 들릴 만도 했지만. 걱정 어린 친구의 말을 들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진실을 진실이라 하질 못하다니.
이런 걸 계속 반복하면 사람이 정신이 나갈 만도 하다.
데뷔 직전에 앓아누운 리더의 모습이 멤버들에게 큰 부담감이라도 줄까 봐 손을 내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긴장 때문에 헛걸 본 게 아니라 미래 예지야, 준아. 내가 미래를 봤다니까.”
“요즘 도빈이랑 좀 친해진 모양이네.”
차마 내 면전에서 씹덕 같은 말이라고는 하지 못하고 돌려 돌려 말하는 견하준의 익숙한 모습에 조금 더 안정이 됐다. 어디 별천지 평행우주 어쩌고 세상이 아니라 확실히 내가 아는 세상은 맞는 것 같아서.
“이든이 형, 우리 숙소에서 대형 한 번만 맞춰 보고 가요.”
“헐, 연습실 가기 애매했는데 그러면 되겠구나! 맞아요, 형. 우리 게속 ‘눈부신 은하수가 쏟아지는~’ 이 부분 동선 꼬였잖아요.”
<내 우주로 와>는 언금곡이 되며 방송이나 콘서트에서도 부르지 않은지 좀 된 탓에, 안무가 영 가물가물했다.
이게 다 언금이 되어 버린 데뷔곡 때문이다. 였어 봐. 당장 눈 감고도 췄지.
“도빈아.”
김도빈을 부르자 녀석이 한 박자 늦게 화들짝 놀라며 나를 돌아보았다.
“네? 저요?”
“그럼 여기 너 말고 다른 도빈이가 어디 있냐.”
“아니, 맨날 도비라고 부르셔서…”
…음, 내가 그랬구나. 본명으로 불리는 게 어색할 정도로 우리 짭막내가 싫다 했던 별명을 고수했구나.
우리 짭막내 앞에서 ‘나쁜 이든! 나쁜 이든!’ 하면서 벽에 대가리라도 박아 줄까.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김도빈이 경악을 넘어 또 그놈의 빙의인가 뭔가 했다고 겁먹고 내 앞에서 까무러질 것 같아서 참았다.
“그렇게 불리는 거 싫다며.”
감동을 먹긴커녕 오히려 공포로 물들어 가는 눈동자에 터져 나오는 한숨을 꾸역꾸역 속으로 삼켰다. 씨바, 또 뭐가 문젠데.
대상의 감동에 젖어 잠시 잊고 있었는데 우리 그룹은 원래 노답이었다.
“서, 설마… 형… 혹시 밤에 저희가 방에서 말하는 거 들으셨어요…?”
그래, 악귀이든이라는 내가 몰랐던 별명이 괜히 뚝딱 생긴 게 아니지. 밤마다 저 방에서 뒷담화의 장이 열렸구먼? 회귀가 이건 좋긴 좋다, 어? 내가 몰랐던 새로운 국면도 알려주고.
평소처럼 헤드록을 걸어 주려다가 지금은 불화 조장 어쩌고로 초심도가 깎일까 봐 관뒀다.
“아무튼, 휴대폰에 안무 영상 있지? 그거 좀 틀어서 줘 봐. 그거 한 번만 보고 다 같이 대형 맞춰 보게.”
더 심문받을까 봐 무서웠는지 바로 휴대폰을 바친 김도빈이 잽싸게 튀었다.
두어 번 돌려보자 안무는 생각보다 더 쉽게 딸 수 있었다. 방금까지 북미투어 콘서트 뛰고 바로 연말 시상식 무대들 섰던 현역이라 다행이었다.
그리고 데뷔 무대에서 다시 마주한 <내 우주로 와> 무대 의상은 내 기억보다 더 답이 없었다. 그건 내 정신을 보호하려 나름 기억에서 자체 미화를 시킨 거였다.
와 의 무대 의상이 너무나도 그리웠다.(악몽)>
“정말 같이 데뷔하네, 네 말대로.”
견하준의 아련 담백한 말에 어깨를 힘차게 두드리며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래, 인마! 우리 대상까지 탄다니까? 그러니까 제에발 부채감이건 자책이건 갖지 말라고. 우리는 무조건 성공하니까. 마음에 안 드는 일 있으면 속에서 썩히지 말고 바로바로 말하고, 알았냐?”
이 말을 원래 내 시간대에서도 일찌감치 해 줬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우리가 주먹질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견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아무래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시간대의 견하준이 내 정신 상태를 오해하든 말든 어차피 덮어쓰기 된다고 했으니 상관 없었다. 이걸로 루트가 많이…
‘바뀌냐? 혹시 바뀌냐? 야야야야, 시스템! 바뀌냐?’
바뀌면 장난이라고 견하준한테 태세 전환해서 안도시켜 줘야 하니까 빨리 말해!
[ㄴ]짤막하고 싸가지 없는 대답이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마음이 놓이는 대답이었다.
“자, 세상에서 한 번뿐인 데뷔 무대니까 다들 최선을 다하고 오자.”
참고로 나는 데뷔 무대만 네 번째라 포함이 안 된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앳된 얼굴들을 대충 격려해 주고 먼저 무대 위로 성큼성큼 올라가자 뒤에서 류재희와 김도빈의 속닥거림이 들려왔다.
“저 형이 갑자기 왜 저렇게 리더 같지…? 어제까지만 해도 저런 성격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너무 낯선데. 류재, 혹시, 진짜 혹시…”
“왜왜? 형 뭐 짐작 가는 거 있어?”
“누가 이든이 형한테 빙의한 거 아니야…?”
그래, 이게 레브지, 하하.
훈훈할 틈을 안 줘요.
* * *
데뷔 무대 끝나고 음원 순위와 뮤비 조회수를 찾아보는 것도 내 기억과 똑같았다.
“형들도 빨리 스밍 돌려요! 울 엄마가 망하면 공시 준비하라 했단 말이에요!”
류재희의 자세한 가족사를 알게 된 이후로 저 말도 이제는 곱게 안 들렸다.
시발, 애를 응원해 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든 애한테 돈 뜯으려고. 그 지독했던 학벌주의자에 직업차별주의자 울 할배마저도 데뷔도 전에 망하면 대학 입시나 공시 준비하라고 초 치는 소리는 안 했다. 물론 했어도 귓등으로 쳐들었을 테지만.
아니면 혹시 했는데도 내가 그냥 귓등으로 들었거나.
김도빈이 공무원 시험 준비 카페를 띄우고 류재희한테 깝죽거리는 것도 똑같았다.
“얌마, 막내한테 그러면 쓰냐!”
우리 소중한 두뇌 외주 담당한테 어딜 겨우 운빨 담당이 깝죽대?
“우리 막내는, 어? 딱 마음 다잡고 공부에만 매진하면 3년이 뭐야! 1년 안에도 붙을 영재라고!”
회귀 전에는 류재희가 심란해서 공부에 집중을 못 했던 게 분명했다.
내 호통에 눈을 굴리던 김도빈이 조용히 공무원 시험 준비 카페를 끄고 다시 뮤직비디오를 띄웠다. 어쩐지 나를 힐끔거리는 눈동자에 이상한 확신이 비쳐 보였다.
그런 김도빈의 이상 현상에 불안해진 것도 잠시, 얼굴에 팩을 붙인 상태로 화장실에서 저벅저벅 걸어 나온 서예현이 노트북 화면을 보고 혀를 찼다.
“아니, 어떻게 내 얼굴이 나왔는데도 조회수가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있지?”
자, 이제 여기에서 불화 조장 어쩌고로 초심도가 깎이지 않을 만한 대답을 고르시오(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