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0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7화(507/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7화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지금 서예현은 정확한 원인 분석이나 본인 얼굴이 언젠가는 뜰 것이라는 미래 예지를 바라는 게 아니다.
현시점 비주얼 원툴인 서예현은 그저 본인이 비주얼로라도 팀에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한탄을 하고 있는 거다.
예전에는 이 말을 듣고 이 역주행했을 때처럼 자기 얼굴만 뜨길 바라는 이기적인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예현의 불안감을 이해한 지금은 서예현의 속이 투명하게 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리더이자 정신적 연장자로서 서예현한테 보여야 하는 반응은 하나다.
“그렇구나, 얼굴이 나왔는데도 조회수가 오르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구나.”
바로, 마음 읽기를 통한 공감적 반응 보이기다.
마음을 자세히 읽지 않아도 된다. 끝말만 반복하면 꽤 공감하는 것처럼 보인단다.
미간을 팍 찌푸리다가 웃음기 한 점 없는 내 진지한 얼굴을 본 서예현이 구겨진 미간을 펴고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사람 놀려…?”
“놀리는 것처럼 들렸구나.”
“그런 표정으로 그렇게 진지하게 그런 말 하지 말아 줄래? 지금 굉장히 긴가민가하거든…?”
여기에서 “긴가민가하구나.”라고 하면 초심도 깎이겠지. 내가 그 정도 눈치는 있다.
조롱 한 점 없이 맑디맑은 눈으로 서예현과 마주하자, 서예현은 진짜 왜 저러냐고, 세상 말세라고 중얼거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초심도는 깎이지 않았다.
이야, 초심도 유지 쉽다, 쉬워! 자화자찬하고 있자 노트북을 덮은 견하준이 물었다.
“이든아, 넌 괜찮아?”
“안 괜찮을 게 뭐 있냐. 다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삼세번은 부딪혀 봐야지. 이 정도쯤은 다들 각오한 거 아니었어?”
씩 웃으며 내뱉은 내 말에 잠깐 멈칫한 견하준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충분히 각오했지.”
“사실 데뷔곡 데모 들을 때부터 이런 결과를 각오하긴 했어요. 그 상상이 실제로 닥치니까 더 속이 쓰려서 그렇죠.”
“안무 받아 보고도요.”
류재희와 김도빈도 슬그머니 한마디씩 보탰다. 그때도 이렇게 불안 토로의 장을 가졌던가?
‘…이것도 혹시 루트가 바뀌는 거냐?’
[큰 흐름만 바꾸지 않으면 됩니다.]‘그러니까 이렇게 흘러가는 게 큰 흐름을 바꾸는 거냐고.’
[큰 흐름의 기준: 레브 커리어]‘그러면 이렇게 불안 토로의 장을 가져도 큰 흐름이 안 바뀌어?’
[ㅇ]계속 물어보는 게 귀찮았는지 시스템은 나름의 기준을 제시해 줬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므로 일단 시스템한테 물어보고 대답하기 전략은 계속 고수하기로 했다.
이미 일이 벌어진 뒤에 후회해 봤자 늦는다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몰라? 오죽했으면 조상님들이 속담으로 박아 놨겠어.
나를 향한 세 개의 시선에 시스템과의 질의응답을 마치고 안도한 가슴으로 입을 열었다.
“데뷔 때부터 빵 뜬 그룹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그래. 다아 때는 오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굉장히 의외라는 눈으로 나를 보는 녀석들에게 하나하나 시선을 맞추다가 바닥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반지하라 층간소음 걱정은 없어서 좋았다.
“나한테 적극적으로 협조할 준비나 단단히 해라.”
를 후속곡으로 밀 때를 대비해서 미리 기강을 잡아 놔야 한다.
우리 미래의 후배 그룹은 얼마나 야무지게 의견 맞추고 자료 정리를 해 왔는데 그걸 보고 또 우리 그룹의 개판 상황을 마주하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내 기개에 눌린 듯,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셋을 뿌듯한 얼굴로 보다가 막내라인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어 주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저 형 왜 갑자기 구마당하셨지? 악귀가 몸에서 빠져나갔는데?”
“재희야,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사람 보고 악귀라니. 이든이는 그냥 철이 좀 급속도로 들었을 뿐이야.”
“하준이 형, 객관성을 되찾으세여. 저건 철이 급속도로 든 정도가 아니라 인격이 바뀐 거라고요!”
“이든이가 지금까지 많이 힘들었어서 그래. 그래도 지금은 데뷔해서 마음이 한결 놓였나 봐.”
“이든이 형이 아닐지도 몰라요…!”
“뉴본에서랑 똑같아. 여기 오고 좀 지나치게 예민해졌던 거지. 내가 설마 내 친구를 모르겠니. 그리고 이상한 소리는 그만하자, 도빈아. 귀신 이런 거 진심으로 믿는 거 아니지?”
등 뒤로 막내라인의 기겁과 견하준의 눈물겨운 필사적인 실드가 들렸다. 떠올려 보니 대충 그때랑 비슷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놓였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내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서예현은 몸을 일으켜 얼굴의 팩을 떼고 화장실로 향했다.
위클리 퀘스트부터 먼저 해치우자는 일념으로 매트리스에 누워 서치 퀘스트부터 돌입했다. 한 개의 뉴스 기사를 제외하곤 언급이 거의 없어서 1분이 뭐야, 30초도 되지 않아 끝났다.
세상에, 이게 겨우 5년 전이었다니. 지금은, 아니 최근 시간대는 서치퀘 한 번 돌리면 10분은 기본으로 잡아먹는 걸 생각했을 때 기분이 묘했다.
FROM 게시글에 셀카와 함께 ‘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당연히 기본으로 다섯 줄은 넘겼기에 이번에는 공식 게시판에 2줄 이하의 성의 없는 글 작성 어쩌고로 초심도가 깎일 일이 없었다.
실실 웃고 있자 방으로 들어와 수많은 기초 화장품들을 야무지게 바르고 있던 서예현이 한마디 했다.
“너 오늘따라 이상해.”
“그렇구나, 이상하구나. 그런데 앞으로 일주일… 아니, 한 달간은 더 이상할 거니까 형이 적응해.”
서예현과 두 마디 이상 섞었는데 지금까지 초심도가 한 번도 감점되지 않았다니. 정말로 서예현의 멘탈과 성격이 아니라 내 화법이 문제였던 건가.
아직 진솔한 대화도 나누지 않은 데뷔 극초반대라서 서예현이 내게 가진 감정은 부정적인 것만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나는 그냥 내가 싫어서 입만 열어도 불화를 생성하고 싶다는 게 서예현의 속마음인 줄 알았는데 알게 된 진실이 꽤 의외였다.
서예현이 내 생각만큼 멘탈이 약하고 쪼잔한 인간은 아니었다는 소리다.
“어, 뭐야? 이든이 형, 팬카페에 글 올렸어요?”
그때처럼 팬카페 1등으로 글 올림 타이틀을 뺏긴 류재희가 득달같이 달려와 대충 내 기억 속과 비슷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때처럼 베개를 집어던지는 대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지금 삭제해 줄까? 네가 1등으로 글 올릴래?”
“아,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그런데 왜 저를 볼 때마다 그렇게 기특한 자식 보듯이 보시는지….”
왜긴 왜야. 지금부터 열심히 외주 지능 쌓아 놓으라고 그러지.
갑자기 변한 내 모습이 영 적응이 안 되는지 그렇지 않아도 매트리스 끝과 끝을 차지한 서예현이 꿈틀거리며 벽에 착 달라붙었다.
이제 하루가 갔다니.
눈을 가볍게 감으며 시스템이 띄워 줬던 상황 설명 요약 상태창 내용을 떠올렸다.
내게 아직 잔여 악성 시스템이 내재되어 있으면, 그렇다면 민박에서 경험했던 그 버그. 5회차 기억은 남아 있던 악성 시스템이 보여 준 건가.
맥락상 초심도 시스템이 ■■ 시스템인 것 같은데 왜 두 글자지. 이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체 뭐지. 처음에는 나를 괴롭히려는 징벌적 목적인 줄 알았는데 왜 나를 돕는 것만 같은지.
왜 초심도가 0이 되면 새로운 루트가 개척된다는 거지? 단순히 시간을 돌리는 페널티가 아니었나? 대체 초심도라는 게 정확히 뭐지.
수많은 의문을 품으며 피곤한 정신을 수면의 늪으로 깊숙이 추락시켰다.
* * *
1주 차 활동이 슬슬 끝나갔다.
그 말인즉슨, 시스템이 내게 공지해 주었던 가장 짧은 현실 컴백 기간인 1주일이 코앞이라는 소리였다.
“쟤들도 곧 아라리오 TV랑 쇼다운 가겠네.”
“지방 복분자 축제에서 뵙겠습니다, 푸흡!”
“그렇구나, 우리 선배님들이 연차 더 쌓인 선배님들도 올라가시는 지방 축제 무대를 막 무시하시는구나.”
“뭐?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이제는 선배 그룹의 시비도 초점 없는 눈으로 흘려 넘길 수 있었다. 응, 너희는 사회면 1면 그룹이고 우리는 미래 대상 그룹.
시비 걸던 놈들의 말문이 막힌 사이 선배 그룹 리더가 식은땀을 흘리며 우리를 곱게 대기실에서 내보냈다.
멤버들이 뭐라하긴커녕 다들 나를 존경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침 식사를 차려 놨으면 재깍재깍 나와서 수저도 놓고 반찬도 차리고 해야 할 거 아니야! 밥상 차리는 사람 따로 있고 밥만 먹는 사람 따로 있냐! 그리고 누가 화장실에서 30분 동안 샤워를 하고 있어! 샤워가 아니라 목욕하냐?”
혹여 멤버들이 나를 너무 낯설게 여겨서 새로운 루트가 열려 버릴까 봐 가끔씩 초심도가 깎이지 않을 정도로 지랄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녹음실에 들어가면 이렇게 섬세한 지랄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역시 1주일 만에 돌아가는 건 불가능이었나.’
아직 데뷔 1주일 차라서 그런지 아직까지 흐름이 크게 바뀐 건 없었다. 바뀔 흐름도 없었고 말이다.
갑자기 <내 우주로 와>가 역주행하면 그건 이 세상이 정상이 아니라는 증거지.
이야 이제 눈 감고도 작사·작곡할 수 있는 곡이니 용철이 형한테 작업실 1주일만 대여해도 충분하다만, 문제는 였다.
큰 흐름을 유지하려면 가 무조건 역주행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과거와 똑같이 흘러갈 거라고 확신하지를 못하겠다.
의 역주행은 정말 운이 따라 줬다고밖에 할 수 없었으니까.
From에 올린 글, 데이드림의 홍보, 그게 대중픽이 되는 과정까지.
만약 그게 이번 시도에서는 먹히지 않으면…?
그때 이 곡을 From에 홍보하면서도 나조차도 반신반의했지 않았나. 뜨면 좋고 안 떠도 다음 앨범으로 승부 보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올린 거였지.
하지만 지금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었다.
이걸 역주행시키는 걸 성공하지 못한다면 덮어쓰기가 불가능해지니, 나는 최근 시간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번에는 오직 외길밖에 없다는 소리다.
내가 과거로 돌아오고 처음으로 직면한 위기이자 공포였다.
그래도 시발 어쩌겠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 봐야지.
시도하면 성공과 실패 가능성은 50대 50이지만 두렵다고 시도하지 않으면 0대 100이다. 실패의 50을 두려워하느니 성공의 50에 걸어 보련다.
아, 그 전에 대표님 사진으로 행운 토템 좀 만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