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0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8화(508/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08화
일단 내가 할 일은 FROM 게시판에 수록곡인 를 홍보하는 거였다.
홍보글을 언제 올렸는지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서치퀘를 하다가 노래가 존나 구린 게 장벽이라는 SNS 글을 보고 부정할 수가 없어서, 이거라도 홍보하자고 올렸지.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홍보글을 어떻게 썼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써야지 똑같은 결과가 일어나는 거 아니냐고.
-지금 팬덤명 투표하고 있는 거 아니야?ㅋㅋㅋ 벌써 이든이 마음속에는 데이드림 확정이구나ㅋㅋㅋㅋ
-이든이가 데이드림으로 우리 불러주고 싶나보당 다들 데이드림으로 투표 ㄱㄱ
-유제는 닉스 밀던데 지금 서로 본인이 미는 팬덤명 홍보중이냐곸ㅋㅋㅋ
-그러면 저는 막내한테 한 표~
아무 생각 없이 퀘스트를 이행하다가 하마터면 큰 흐름 하나를 바꿀 뻔했기에 더 불안했다.
팬덤명이 바뀌지 않아서 망정이지. 하필 또 내가 FROM 게시글에 데이드림이라고 적은 걸 본 류재희가 자기도 자기 픽을 홍보하겠답시고 본인이 밀던 ‘닉스’를 대놓고 쓰더라.
카피캣 짓도 상도덕이 있지, 인마!
데뷔 초반기에 내 초심도를 깎아 먹었던 주범들이었던 김도빈과 서예현을 제일 걱정했는데 제일 마음 놓고 있던 류재희가 내 뒤통수를 이렇게 후려칠 줄이야. 물론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나를 골로 보내 버리려 했던 류재희는 진땀 빼는 내 설득과 회유에 데이드림으로 노선을 틀었고, 팬덤명은 무사히 데이드림이 되었다.
팬덤명 때문에 대상을 탄 시간선으로 돌아가지 못할 뻔하다니. 닉스가 팬덤명이고 여신님들이 애칭인 세상을 살아갈 뻔.
대걸레 머리 용철이 형도 오랜만에 봤다. 한 달이면 미니 2집 준비 전에는 돌아갈 수 있겠지만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작업을 해 놓기 위해서였다.
“형, 진짜 힙합 서바이벌 방송 나가면 머리 자르고 가야 해. 알겠지?”
용철이 형의 헤어 스타일이 준우승자였을 때의 시간대와 우승자였을 때의 시간대 투표 수에 적어도 50표의 영향을 미쳤으리란 사실에 복층 숙소 냉장고에 있을 서예현의 저칼로리 드레싱을 건다.
내 신신당부를 들은 용철이 형이 키득거리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가볍게 헤집었다.
“짜식, 전전긍긍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주 태평하다, 태평해. 형 헤어스타일 걱정할 여유도 있고.”
“내가 전전긍긍해 봤자 성적이 갑자기 달리지는 건 아니잖아. 다들 불안해하고 있는데 나라도 정신줄 잡고 있어야지.”
그리고 나는 어차피 다시 레브가 1군이 된 시간대로 돌아갈 거라 <내 우주로 와>의 실패에 딱히 동요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이건 레브의 큰 흐름인데, 뭐.
<내 우주로 와>가 갑자기 히트하는 게 내 입장에서는 더 공포다.
…진짜 돌아갈 수 있겠지? 씨바 또 괜히 쫄리네. 내가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었나.
“리더 맡았다더니 갑자기 철이 확 들었어, 우리 막내. 자, 만두 하나 더 먹고 힘내라. 고생이 많다. 갑자기 뉴본에서 엠앤엠? 이름도 못 들어 본 소속사로 뜬금없이 옮기더니.”
“엠앤엠이면 형이 이름은 들어 봤겠지. 그건 초콜릿 이름이고, 우리 소속사 이름은 LnL이야.”
힘없이 대꾸하며 용철이 형이 짬뽕 그릇 위에 얹어 준 군만두를 다시 용철이 형한테 양도했다.
이거 때문에 초심도 깎인 건 기억 난다. 밥도 못 먹게 한다고 시스템한테 점잖게 항의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그때는 시스템이 악독하다고 생각했는데 칼로리 빌런이 된 서예현을 보니 시스템은 양반이었더라.
적어도 시스템은 군만두 칼로리 몇이냐고 내 앞에서 지랄하진 않잖아.
올린 날짜는 정확히 기억을 하고 있었기에 기억을 최대한 복구해서 내가 그때 올린 글을 미리 재현해 보았다.
[From. 이든]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날씨가 많이 더운데 데이드림은 잘 지내고 계시죠? 레브가 데뷔한 지 벌써 첫 주가 훌쩍 지났네요.
저희가 지금은 ‘내 우주로 와’라는 곡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앨범에는 좋은 곡이 더 있어요.
수록곡이라서 그런지 타이틀곡만큼 주목을 못 받은 게 살짝 아쉬워서ㅋㅋ 추천곡 놓고 갑니다.
p.s. 작사·작곡 By. 윤이든
https://yxxtu.be/SDFJPEx42
(One Chance_audio_영상)
흠, 과거의 나였으면 이렇게 썼겠지. 설마 대놓고 타이틀곡 구리다고 썼겠어.
내가 팬들한테 안부 인사를 했던가? 설마 그냥 딸랑 곡 소개만 하고 갔겠어.
나는 과거의 나 자신을 믿었다. 심지어 그때도 회귀한 다음 아니었던가.
‘잠깐, 이거 공식 SNS 계정에도 올렸었나?’
모르겠으니까 그냥 올리자. 한 사람이라도 더 봐야지 차트인 가능성이 높아지지.
지금까지 미래 지식을 거의 써먹을 생각을 안 해서 모르고 있었는데 이 회귀라는 게 굉장히 부담감이 큰 거였구나.
해답지가 있어도 그때와 답이 똑같아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게시글 복구를 마쳤으니 그다음으로 할 일은 행운 토템 만들기였다.
다행히 대표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등산 셀카였기에 행운 토템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내가 크기 조절을 실패해서 A4 한 장에 꽉 차게 프린트해 놓은 대표님 사진을 발견한 멤버들이 오해를 해서 문제였다.
“저주하게?”
“형, 아무리 그래도 대표님 사진으로 다트판은 좀…”
너희들은 참 한결같았구나. 내가 낯섦을 느끼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서 참으로 고오맙다.
***
양기미남찾아요 @kpopdol
노래가 존나 구려
헤메코도 구리고 아무래도 소속사 완전체인듯
│
하이디 @hi_everydi
Aㅏ…… 난 그럼 품기 불가능
라디오 스케줄에서 개무시당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열심히 서치퀘를 돌리다가 드디어 그때 봤던 것과 똑같은 게시글을 찾았다.
“야, 도빈아.”
김도빈을 부르자 마침 나를 보고 있던 김도빈이 흠칫하더니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에 곡 작업을 끝낸 덕분에 이번에는 밤마다 자리를 비우지 않아 스폰 의심을 받을 일이 없었음에도 김도빈은 자꾸만 수상한 눈초리로 나를 관찰해 대고 있었다.
대체 저 대가리로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아 더 호러였다. 내가 빙의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코팅까지 끝낸 행운 토템을 김도빈의 손에 꾹 쥐여 주고 김도빈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우리 수록곡 역주행, 차트인, 아무튼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등록 눌러라.”
내가 진짜 살다 살다 별짓을 다 한다. 대표님 사진으로 만든 행운 토템이랑 김도빈한테까지 의지를 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얼굴로 눈을 깜빡이던 김도빈이 순순히 등록 버튼을 터치했다. SNS 공계에도 똑같은 과정을 거치고 김도빈을 놓아 주었다.
뒤늦게 자기가 손에 쥐고 있었던 게 무엇인지 확인한 김도빈이 굉장히 미친 놈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뭐예요…? 형 설마…”
“아니야! 네가 뭘 생각하든 그거 아니라고!”
“대표님 덕질해요?”
“내가 시간이 썩어나는 줄 아냐!”
다급하게 반박했지만 이미 김도빈의 크디큰 오해는 다른 멤버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뭐라고? 윤이든이 대표님 덕질을 한다고?”
“와, 이든이 형 야망 장난 아니다. 벌써부터 소속사 핵심 권력을 잡기 위해서 밑작업을….”
“이든아, 대표님께 말해드릴까…?”
매니저 형까지 가세했다.
“아니라고! 그딴 거 필요 없다고!”
대표님 빠돌이부터 LnL 핵심 권력을 노리는 야망 넘치는 놈 취급까지 골고루 받은 후에야 차 안이 조용해졌다. 라디오 DJ한테 무시당했다고 죽상 꼴이었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게 다 내 한 몸을 희생해서 만든 결과였다. 감사 인사는 이것까지 쳐서 받아야겠다.
아무튼, 무사히 게시글을 올리고 날마다 반응을 검색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이든아, 휴대폰 그만 보고 밥 먹어.”
하루 종일 음원 차트 보고 SNS에 만 검색해 대고 있었다. 오죽하면 견하준이 내게서 휴대폰을 압수하려고 시도할 정도였다.
“수록곡 반응이 그렇게 궁금했어? 하긴, 네가 작곡한 곡이니까. 그래도 너무 매몰되진 말고 밥은 먹어야지.”
“그런데 홍보하려면 <내 우주로 와>를 홍보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류재희의 궁금증에 친절하게 답해줬다.
“노래가 구려서 진입 장벽이라는데 어떻게 홍보하냐. 그나마 멀쩡한 곡이라도 홍보해야 후속곡 활동이라도 하지.”
이참에 미리 후속곡 활동 떡밥까지 뿌려놨다.
물론 멤버들한테 를 후속곡으로 밀자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건 이 곡이 차트인 한 이후에 할 일이었지만 후속곡 활동이라는 선택지가 있음을 미리 알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걸 미리 알았으면 후속곡 활동으로 그렇게 서로 마음 상해 가면서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래서 김도빈이 읽는 웹소인가 웹툰인가가 회귀회귀 하는가 보다.
“후속곡 활동?”
서예현의 떨떠름한 대꾸에 신뢰성 가득한 미소를 얼굴에 걸치고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이번 활동에서 어느 정도의 관심을 받아야지 다음 활동에도 그 관심이 이어지지, 형. <내 우주로 와>로 그 관심을 끄는 건 힘들 전망이니까 후속곡 활동으로 관심을 끌어모으는 게 어떨까 해서.”
서예현은 바로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애매한 표정을 한 채 숙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날 늦은 밤, 김도빈이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나를 불러냈다.
쓸데없이 결연한 얼굴에 불안함이 더욱 증폭되었다. 고작 표정만으로도 나를 이 정도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놈은 세상 천하에 저 녀석 하나뿐일 거다.
“형, 진짜 미친 소리 같긴 한데요, 진짜 제가 생각해도 많이 헛소리 같긴 한데요.”
시작부터 말에 쿠션을 한 바가지 깔아 대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혹시 이 자식이 스폰 의혹을 벌써?
아니, 밤마다 나간 것도 아니고 크루 형들이랑 술자리를 즐기고 온 것도 아닌데 대체 어디에서 의심을 산 거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진지한 얼굴로 김도빈을 마주 보자,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다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부산스럽게 굴던 김도빈이 마음을 다잡았는지 똑바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 역시 호통칠 준비를 끝마친 채로 말하라고 턱을 까딱였다.
드디어 김도빈의 입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형 혹시 회귀했어요?”
시바, 뭐라고?
선택지 1. 헛소리 같은지 그렇게 잘 알면 헛소리 좀 제발 그만 해라, 이 오타쿠 자식아. 뭔 놈의 회귀는 회귀야. 내가 웹툰인가 웹소인가 아무튼 그런 것 좀 작작 보랬지.
선택지 2. 엥, 어떻게 알았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