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1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2화(512/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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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 진짜라니까! 이든이 형이 고음을 막 자유자재로 하고 있더라니까?”
“그러면 그거 본 충격으로 쓰러진 거라고? 이든이 형이 너 작업실 오자마자 쓰러졌다고 했잖아.”
“사실 그것도 진실인지 모르겠어. 분명히 나는 녹음실 들어가서 녹음한 기억까지 있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파에서 눈을 뜨는 거야.”
김도빈의 차로 윤이든의 작업실에 향하며 류재희는 김도빈에게 그가 윤이든의 작업실에서 겪었던 공포 체험을 털어놓고 있었다.
초자연적인 걸 믿지 않는 견하준에게 말해 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게 분명했고, 서예현 역시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는 이상 그런 걸 잘 믿는 편이 아니었기에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을 잘 믿어 주는 김도빈에게만 말할 수 있었다.
“데자뷰 알지, 형.”
류재희의 진지한 물음에 김도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데자뷰가 사실 직접 겪었던 일이었다는 거, 전형적인 타임 루프 클리셰지.
“내가 경험한 것 같은 일이 계속 반복이 되는 거 있지. 분명 나는 이든이 형이 119 불러 주겠다는 소리를 조금 전에 들었던 거 같은데 눈 뜨니까 이든이 형이 내가 몇 분 전에 들었던 소리를 똑같이 해.”
“그때 시간 확인해 봤어?”
김도빈 치고는 제법 날카로운 물음에 눈을 깜빡이던 류재희가 고개를 저었다. 악몽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의 그 상황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을 정신이 어디 있었겠는가.
“아깝다, 시간 확인했으면 그게 진짜 있었던 일인지 네 꿈이었던 건지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지금 작업실 내부 CCTV 확인하러 가는 거잖아.”
류재희가 뒤늦게 생각해 낸 게 바로 작업실 내 CCTV의 존재였다.
비싼 장비들과 본인 작업물을 염려한 윤이든이 설치해 놓았던 것. 그리고 본인조차도 설치해 놓고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 본인의 목을 조르는 증거물이 될지는 윤이든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이든이 형 허락 없이는 열람 불가능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든이 형이랑 같이 보자고 해야지. 내가 겪었던 일이 진짜라면 작업실에 이든이 형한테 씌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잖아.”
류재희의 계책은 윤이든에게도 의도치 않은 배수진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사실 이든이 형이 우리를 속이고 있었다면?”
“속일 이유가 전혀 없잖아. 이든이 형이 노래 잘하면 누구한테 손해될 것도 없고, 본인도 본인이 가이드 녹음 할 수 있으니까 좋을 거고.”
정답에 가까웠던 김도빈의 추론은 류재희의 경험에 근거한 고정 관념에 의해 단호하게 부정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으로 이든이 형의 필사적인 고음을 들어본 적이 있어. 그건 절대로 실력을 숨긴 사람의 실력이 아니야.”’s>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김도빈의 차는 윤이든 작업실이 있는 건물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미 주차되어 있는 윤이든의 차 옆에 주차를 마친 막내 라인은 작업실 문을 벌컥 열었다.
“엥, 주무시나?”
작업실로 들어간 막내 라인이 제일 먼저 발견한 건, 모니터 앞 탁자에 엎드려 있는 윤이든이었다.
윤이든이 작업실에서 눈을 붙이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기에 류재희는 고개를 들어 CCTV의 위치부터 침착하게 확인했다.
‘저 위치라면 녹음실은 찍히지 않을 것 같고, 소파랑 지금 이든이 형이 앉아 있는 곳은 찍혔으려나?’
소리 녹음이 되지 않는 CCTV일 확률이 매우 높았으니 당시 그가 들었던 귀신 들린 듯한 향상된 노래 실력은 검증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 녹음실의 기억과 데자뷰가 현실에서도 있었다는 것만 증명해도 충분했다.
“이든이 형 깨면 업체에 연락해서 CCTV 확인해 보자 하자.”
“이든이 형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떡해?”
“불안해 죽을 것 같아서 그거를 봐야지만 진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할 거야.”
“내가 하면 백프로 안 먹힐 텐데 네가 하면 먹힐 거 같긴 하다.”
윤이든은 언제나 류재희한테 훨씬 유했으니. 물론 비견하준 차별과는 비할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막내 라인은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아 윤이든이 깰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휴대폰을 보던 김도빈이 혀를 내둘렀다.
“드디어 정정 보도 났네. 알테어가 6인조인데 5인조 이야기는 대체 왜 나온 거야?”
5인조 인기 아이돌 그룹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속보가 뜬 후, 두 사람의 휴대폰도 윤이든의 폰처럼 불이 났었다. 이제 6인조로 정정되고 그 아이돌 그룹이 알테어라는 게 밝혀지며 계속 울리던 휴대폰도 한층 진정된 터였다.
“한 명이 차 밑에 깔려 있던 바람에 구조가 늦어져서 먼저 구조된 다섯 명만 보고 5인조라고 했나 봐. 제일 먼저 속보 낸 곳이 연예 뉴스는 아니었잖아.”
“으으, 진짜 아팠겠다… 재활 치료 빡세게 해야겠는데?”
“알테어 교통사고가 음주 운전 차량이 와서 박은 거라는데? 차연호 선배님은 아직도 혼수상태고.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같이 먹고 자고 떠들던 사람이 갑자기 혼수상태면 무슨 기분일까.”
그들의 바로 앞에 현재 혼수상태 비슷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있었음에도 둘은 까맣게 모르고 무슨 기분일지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혼수상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던 악귀이든 사태로 흘러가고, 또 그 악귀이든에서 흘러 흘러 데뷔 초반 윤이든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때 이든이 형이 그렇게 안 나섰으면 우리 그룹은 지금쯤 대표님의 감 없는-”
“류재.”
류재희의 말을 끊은 김도빈이 엄청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를 후속곡 활동으로 밀었을 때, 그때 분위기 엄청 안 좋지 않았어?”
류재희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갑자기 겹치는 기억에 멈칫했다.
“왜 갑자기 다 같이 좋게 합의해서 해결했다는 기억이 나는 거지?”
김도빈의 떨리는 목소리가 내뱉은 말과 똑같은 기억이 류재희의 머릿속에서도 스쳐 갔다. 분명 그들은 후속곡 활동을 이렇게 평화롭게 성사시킨 적이 없… 진짜 없었나?
“다 같이 PPT 만들어서 대표님 설득한 건 기억나.”
“PPT는 때 아니었어?”
“PPT 만들었잖아, 우리. 예현이 형이 탐플렛 받아서.”
“무슨 소리야? 우리 그때 우리 둘이서 보노보노…”
갑자기 끼어든 탐플렛 PPT의 기억에 김도빈이 입을 다물었다.
낯선 기억과 원래의 기억이 혼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역설을 유발시키기에는 아주 사소한 기억이었다.
덮어쓰기만 완료된다면 완벽하게 그들의 기억으로 자리 잡을, 그런 사소한 기억들. 기억하지 않았다면 혼란을 느낄 새도 없는 그런 작은 기억들.
“이든이 형! 형! 일어나 보세요! 여기 이상해요!”
하지만 기억해 낸 이상 어떡하겠나. 덮어쓰기 전까지 혼란을 그대로 느낄 수밖에.
그걸 이 공간의 문제로 인식해 버린 막내 라인이 윤이든을 깨우기 위해 급하게 흔들어 봤지만 윤이든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계속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류재… 왜, 왜 이든이 형이 안 일어나지?”
류재희가 겪었던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데자뷰라이팅). 깨어나지 않는 윤이든.
그리고 덮어쓰기까지 남은 시간, D-6h.
***
이제 슬슬 돌아가도 되지 않나.
그놈의 위험도 시스템인가 뭔가를 막는 방화벽 구축이 이렇게 오래 걸린 일인가. 후속곡 활동을 하기 전에는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더니 후속곡 활동까지 다 끝나고 돌아가게 생겼다.
그리고 여전히 김도빈의 회귀 의심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렇게 처음 했을 때도 회귀한 상태였는데 왜 김도빈은 그때는 스폰 의심 따위나 해 대더니 지금 의심하고 난리야?
개과천선한 멤버들에게 조금 유해지기만 했지 내 성격이 드라마틱하게 180도 바뀐 것도 아닌데.
“존나 부럽네. 노래 하나 운 좋게 떠서 순서도 뒤로 빠지고. 시발, 인생은 운빨이다, 진짜.”
“혹시 그거 아니야? 스폰?”
원래 시간대가 너무 그리운 나머지, 그때 시비를 털어대던 놈들을 다시 만났음에도 밟아 줄 의욕도 나지 않았다.
어서 저놈들이 3년 차에 듣보 망돌이 되어 해체한 시간대로 가고 싶다. 미래를 알기에 과거와 달리 진심으로 상대해 줄 마음도 안 들었다.
짠해서.
그래도 이곳에서 잡도리하지 않으면 저놈들이 스폰 그룹이라는 오명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워 큰 흐름이 바뀔 위험성이 충분히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나섰다.
다만 그때처럼 최선을 다해서 밟아 주기보단 커디보이 디스전에서 깨달은 디스법을 활용했다.
진심으로 악바리 같이 상대하면 긁힌 것 같으니까 여유를 잃지 말고 디스는 짧게.
“본인이 하니까 남들도 당연하게 한다고 생각한다던데, 그쪽도 혹시…?”
부러 눈을 동그랗게 뜨고 케네신가 케네딘가 하는 그룹 멤버들을 쓱 훑다가 한쪽 입꼬리만 삐딱하게 끌어올려 픽 비웃었다.
“아, 죄송.”
인플로언서들의 최애 이모티콘처럼 손을 모아 합장하며 고개를 까딱했다.
“스폰이 들어올 면상이 아니시구나. 본인 속내 깊은 곳의 진정한 갈망을 남의 그룹에 막 덮어씌우면 곤란해요.”
뿌이뿌이뿌이-
스폰 의심을 집어치워 이 디스전을 이번에는 의심 한 점 없이 맨정신으로 듣고 있던 김도빈이 옆에서 자체 효과음을 내주었다.
그 디스에도 제대로 긁혔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놈들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누가 내 욕하나 능청 한 번 떨어 주는 건 덤이었다.
커디보이와 DTB 4는 사람 효과적으로 긁는 법을 아주 잘 배우게 해 줬다.
“케니시, 준비하세요.”
케네디가 아니라 케니시였군. 스태프의 부름에 그 그룹이 나가자 견하준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한마디 했다.
“잘했어.”
진짜 그때 내가 소파에 발길질해서 나한테 좀 참지 그랬냐고 한 거였나, 준아? 그때도 발길질만 안 했으면 칭찬해 줬을 거?
우리도 곧 스테이지에 올라가 첫 무대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첫 무대라고 나름 두근거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놀랍도록 감흥이 없었다. 한 번 경험해서 그런가.
내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지금까지 왔던 건 이전 삶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가서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까 알테어는 빼곤 계속 같은 노래로 활동하고 컴백하던데. 이 짓을 몇 번이나 한 차연호, Respect한다.
그러니까 빨리 좀 쳐 일어나서 이놈의 위험도 시스템 좀 다시 가져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