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1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4화(514/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4화
“어어, 오랜만이다, 현민아.”
유감 어렸던 감정을 다 털어 낸 만큼, 기왕이면 좋게 좋게 대해 주고 낙하산 관련해서 경고도 해 주고 싶지만 나도 나름 운명이 걸려서 말이다.
회포는 내가 무사히 최근 시간대로 돌아가고 난 다음에 풀자.
회귀 전의 나와 견하준의 사이를 빠그라뜨린 결정적인 한 방을 내리쳤던, 그리고 회귀 후에도 우리에게 큰 엿을 선사해 주려 했던 낙하산한테도 유감이 많았지만 큰 흐름이 어긋날까 봐 꾹 참았다.
그때 내가 어느 말로 서문을 열었는지 정도는 기억한다.
“너희 이번에 컴백했냐?”
“티저랑 음원 뜬 지가 언젠데! 우리한테 관심이 없구먼? 실망이야, 형!”
최현민이 퍽 자연스럽게 내게 치대 왔다. 그때보다는 덜 가증스럽게 보이는 건 내 마음에 달린 문제인 건가.
하긴, 그때는 회귀 전 과거에 쌓였던 앙금을 풀지 못한 상태로 마주한 거라 뻔뻔하게 치대는 모습이 가증스럽게 보였을 수밖에.
최현민을 향해 부러 다정한 미소를 지어 주며 대꾸했다.
“얌마, 내가 무슨 너희한테 관심이 없다고 그래. 나랑 우리 그룹 뒷담 하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
최현민이 눈을 깜빡이며 최대한 당황을 숨기려 시도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애써 순진무구한 얼굴을 꾸며낸 최현민이 되물었다.
“우리가?”
“의리 넘치는 척하며 뛰쳐 나가더니 저딴 노래로 데뷔하고 망해서 꼴좋다.”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뒷담 내용을 친절하게 읊어 주자 KICKS 놈들이 흠칫하는 모습, 그리고 낙하산이 눈에 이채를 띄는 모습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라고 했다던가?”
굳은 KICKS 멤버들의 얼굴과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한 낙하산의 표정에 마음을 놓았다. 이 정도면 내가 이전에 만들었던 큰 흐름이랑 똑같이 흘러가겠지.
내가 떠보듯 흘린 말에 KICKS는 서로 의심을 시작할 거고, 계획을 세운 정이서는 내게 내부고발자가 누군지를 물으며 접근할 것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나게 둬야만 하는 건 퍽 입맛이 쓴 일이었다.
“이든이 형, 그거 누구에게 들었어?”
“괜히 찔려서 누가 일러바쳤는지 궁금해하지 말고 형이랑 형 그룹 뒷담 적당히 해라, 인마.”
턱, 최현민의 정수리에 손을 얹자 최현민이 움찔하는 게 손바닥을 통해 아주 잘 전달되었다.
“윤성아, 너는 멤버 관리 잘 좀 하고.”
진심 어린 내 충고에 권윤성이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구나, 이때의 권윤성은 아직 멱살잡이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지 않은 허세 가득하고 나한테 반감도 있는 권윤성이구나.
한풀 꺾인 권윤성이 내 최근 기억을 차지하고 있는 터라 지금의 권윤성은 꽤 신선했다.
KICKS가 서로를 불신 어린 눈으로 힐끔거리며 우리 임시 칸막이 대기실을 떠나자마자 김도빈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었다.
“그런데 형은 KICKS가 저희 뒷담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이 형이 다 전달받는 루트가 있다. 그나저나 역지사지의 맛이 아직 부족했냐? 아직도 그놈의 회귀 염불을 외우는 거 같네?”
의심 한 바가지 담긴 김도빈의 물음에 눈을 부라리며 윽박 한 번 질러 주자 싹이 핀 김도빈의 의심은 다시 사그라들었다.
의심 소멸에는 윽박이 답이었다니. 우리 마음 속에 있었던 파랑새처럼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쓸데없이 해명 고민할 시간에 윽박이나 한 번 더 질러줄 걸 그랬다.
내가 오늘도 잠들지 못하고 있자, 시스템이 안도하라는 듯 중간 보고를 띄웠다.
[돌아가는 루트는 현재까지 이상 無] [남은 시간- 최근 시간대: 5h이 시간대: 1d]
좋아, 하루만 버티면 집에 갈 수 있다!
시스템이 제시해 준 정확한 날짜는 불안감을 대폭 감소시켜 주는 데에 큰 몫을 했다. 오늘부터는 불면증으로 밤을 지새우지 않고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그놈의 잔여 위험도 시스템도 해결한 거냐?’
그 찝찝한 시스템이 내게 남아 있다는 게 영 거슬렸다. 그게 남아 있는 이상 나는 계속 차연호한테 이런 식으로 방해받고 휘둘릴 수밖에 없겠지.
비록 그게 차연호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도 해도 내가 그 위험도 시스템의 전 숙주였던 이상은.
[외부 방화벽 구축은 완료했으나 잔여 위험도 시스템은 현재까지 탐색 중…⛭]잔여 위험도 시스템을 아직 없애지도 못했는데 돌아간다고? 하루 만에 없앨 수 있다는 소리인가?
모르겠다, 우리집 시스템이 알아서 해 주겠지. 얘가 설마 내 몸을 위험도 시스템에게 의도적으로 넘기기야 하겠어.
* * *
한편.
윤이든의 작업실에서는 아무리 깨워 봐도 일어나지 않는 윤이든 때문에 난리가 났다.
“119! 119!”
무슨 일만 있어도 119를 찾는 윤이든의 건강 정신을 이어받아 김도빈 역시 119부터 찾아 대기 시작했다.
“잠깐만, 119는 너무 일러.”
“뭐가 이르긴 일러! 지금 안 불렀다가 골든 타임을 놓치면 어떡해!”
“봐 봐, 숨은 안정적으로 잘 쉬고 있잖아.”
류재희가 숨을 새근거리며 엎어져 있는 윤이든을 손으로 가리켰다.
흔들어 봐도 일어나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윤이든은 마치 잠을 자는 듯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의 위급성을 축소시키는 것에도 한몫했다.
막내 라인이 힘을 합쳐 낑낑거리며 겨우 윤이든을 소파로 옮겨 눕힐 때까지 윤이든은 깨지 않았다.
“음, 딱 다섯 시간만 더 기다렸다가 병원 데려가자.”
“골든 타임.”
“그래, 네 시간.”
만약 윤이든이 본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면 지금 골든 타임을 이렇게 흘려보내느냐고 난리를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골든 타임을 중시하라는 본인의 가르침을 잘 이행하는 김도빈을 보며 뿌듯해하다가 깨어나기까지 1시간을 남기고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뜨게 생겼다며 이마를 짚었겠지.
“혹시 모르니까 일단 형들도 부르자.”
류재희의 연락에 서예현과 견하준까지 도착하자 오랜만에 윤이든의 작업실에 레브 다섯 명이 모두 모였다.
물론 한 명의 의식은 이곳에 있진 않지만 과거에서 다른 멤버들과 함께 있었으므로 다섯 명이 모인 건 모인 거였다.
“이든이가 안 일어난다고? 당장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니야?”
견하준이 왜 병원으로 당장 안 옮기고 그들을 불렀냐는 눈빛으로 막내 라인을 바라보자마자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게 윤이든이 잠꼬대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다섯 시간….”
시스템은 최선을 다했다.
“뭐야, 잠꼬대하네. 그냥 자는 거 같은데?”
서예현이 김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목소리에는 은은한 안도가 묻어 나왔다.
“이든이가 요즘 무리하더니 많이 피곤했나 봐.”
견하준도 한결 마음을 놓은 얼굴로 윤이든의 머리를 피해 소파에 털썩 앉았다.
“엥? 이든이 형 요즘 수면 시간 칼 같이 지키던데요? 수면 부족이 수명을 깎아먹는다나 뭐라나.”
막내 라인 역시 리더의 부활에 안도하며 119를 바로 부르지 않은 본인들의 선견지명을 자화자찬했다.
“아, 확실하게 비교하게 형들이 숙소에 있을 때 물어볼걸. 경황이 없어서 물어볼 생각을 못 했네.”
때 아닌 리더 혼수상태 소동이 진정되자 뒤늦게 생각난 기억의 혼잡 이슈에 류재희가 침음을 흘렸다.
“형들, 혹시 후속곡 활동 정할 때 우리 어땠는지 기억나요?”
김도빈이 확인용 질문을 던졌다. 제일 먼저 냉큼 대답한 이는 당시에 쌓인 게 제일 많았던 서예현이었다.
“그걸 어떻게 잊어. 그때 진짜 전쟁이었잖아. 윤이든 막 독재하고, 막말해서 나한테 60만 원 뜯기고. 그런데 윤이든이 나한테 그 60만 원 줬던가?”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 보던 서예현이 멈칫했다.
“어? 잠깐만…”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멤버들을 돌아본 서예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낯선 기억의 내용을 읊었다.
“이 기억 뭐야? 우리가 언제 이렇게 평화적으로 해결을 했어?”
“형도 있어요? 그 이상한 기억?”
김도빈과 류재희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서예현도 ‘낯선 기억’이 있다. 이로써 막내 라인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다.
“거봐! 여기가 문제라고! 이 작업실이 문제라니까! 지금 당장 어디 무당집이라도 가서 부적이라도 받아 올까요?”
이곳에서 이미 초자연적 현상(실상은 윤이든표 데자뷰라이팅일지라도)을 겪은 류재희의 머릿속에서는 이 작업실의 문제라고 땅땅 결론 지어진 지 오래였다.
“너무 무속에 의존하지 마. 지금 다들 집단적 착각 현상이라도 일으킨 모양인데 이든이는 그때도 나름 소통하려고 했어.”
항상 윤이든에게 유한 견하준이 말한 시점은 윤이든이 대표님 앞에서 통보하고 개판이 난 이후, 윤이든이 소주 사 들고 들어온 때였지만 나머지 멤버들이 받아들인 시점은 조작되고 있는 이상한 기억 때였다.
“이미 하준이 형은 이곳의 삿된 기운에 잠식되어 기억이 조작됐나 봐요.”
“아니야, 하준아! 네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라고! 걔는 우리한테 의견도 안 묻고 혼자서 무대포로 밀어붙… 였나? 왜 자꾸 의견을 먼저 물어보던 윤이든 모습이 막 머릿속에 가물거리는 거지?”
“일단 여기를 벗어나서 판단해 보죠.”
“윤이든은 어떻게 해? 그냥 여기 냅둬?”
“당연히 데리고 가야죠!”
“쟤 무거운데… 그냥 자기 발로 걸어 가라고 깨우면 안 돼? 야, 윤이든! 숙소 가서 다섯 시간 더 자!”
서예현이 아무리 흔들어도 굳건히 눈을 감고 있는 윤이든은 결국 멤버 세 명이 달라붙어 김도빈의 차까지 옮겨야 했다.
비윤이든 차별로 인해 나머지 멤버들에게 의도치 않게 혼란을 준 견하준은 슬며시 겹치는 두 개의 기억에 고개를 기웃했다.
이게 뭐지? 우리가 이랬던 때가 있었나?
* * *
드디어 돌아가는 날 D-day.
“이든아,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침부터 싱글벙글한 내 표정을 보고 견하준이 물었다. 차마 너랑 주먹 다툼했단 시간대로 돌아가서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가 없었기에 그저 고개만 짧게 저었다.
오늘은 큰 사건이 있는 날도 아니었기에 이렇게 긴장하지 않고 마음을 놓고 있어도 큰 흐름이 어긋날 일이 없었다.
[⏳Loading…]오늘 돌아갈 수 있다는 시스템의 말이 공갈은 아니었는지 시스템이 로딩 창을 띄웠다.
제에발 막내 라인이 내가 일어나기 전까지 작업실에 오지 않았길 바라며 경견한 마음으로 대상 받은 최근 시간대로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자 시스템이 드디어 로딩을 끝내고 새로운 상태창을 띄웠다.
[위험도 시스템 방화벽을 해제합니다.]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