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16.1) SS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외전 1화(517/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외전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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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크리스마스.
류재희의 로망이자 바람이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며 어릴 적 크리스마스트리 여부의 추억을 상기한 레브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추억 회상에 나섰다.
이야기의 서두를 끊은 건 본인의 유년기 크리스마스 썰을 풀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 김도빈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다들 몇 살 때부터 산타는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아이들이 자라며 한 번씩 거쳐 가는 관문과도 같은 산타 존재의 진실. 사실 산타는 부모님이었다는 아쉬운 진실을 들으며 아이들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잠깐만, 설마 지금까지 산타 믿는 사람 있는 건 아니지?”
서예현의 조심스러운 말에 모두의 고개가 견하준을 향해 돌아갔다.
“왜 다들 날 봐?”
멤버들에게 돌릴 크리스마스 선물 가닥을 잡기 위해 인터넷에 ‘20대 남성 크리스마스 선물’을 검색하고 있던 견하준은 저를 향해 꽂히는 네 쌍의 시선에 당황하여 눈을 깜빡였다.
물론 견하준은 겉으로만 보면 본인이 산타를 믿기는커녕 아이들한테 나긋하게 웃으면서 산타가 존재하지 않는 100가지 이유를 말해 줄 것 같이 생겼지만.
그는 집안에서 애지중지하는 늦둥이였다.
그리고 사랑받는 늦둥이의 로망은 가족들에 의해 꽤 오래 지켜지는 법이다. 해장 햄버거의 까다로운 취향까지 다 맞춰 주는 집에서 막내의 산타 로망 하나 안 지켜 줬을까.
“아무리 내가 늦둥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산타를 믿지는 않거든?”
시선의 의미를 한발 늦게 알아챈 견하준이 한숨을 푹 내쉬며 그들의 의심을 부정했다.
“그럼 하준이 형은 몇 살 때 산타 없는지 알았는데요?”
“어… 초등학교 3학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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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하준의 경우⛄
“막둥아, 아직 선물 못 정했어? 양말에 산타할아버지한테 전해 줄 선물 쪽지 안 넣어 놨던데.”
도리도리.
누나의 은근한 말에 견하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양말에 갖고 싶은 거 적어서 얼른 넣어 놔야, 산타할아버지가 딱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줄 수 있게 준비하지.”
누나가 살살 구슬려서 받고 싶은 선물을 써서 양말에 넣도록 유도했지만 견하준은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었다.
벽에 걸린 녹색과 빨간색의 크리스마스 양말은 산타할아버지와의 소통 수단이었다. 작년까지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걸 신나게 써서 넣어 놨지만 올해 그가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너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까지 산타 믿냐? 완- 전 바보 같아.’
평소에 바보 같다고 생각하던 반 친구한테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은 충격은 제법 컸다.
믿지 못해 다른 반 친구들한테까지 물어봤지만 다들 산타의 진실을 깨닫고 크리스마스 선물의 진정한 물주인 부모님과 직거래 딜을 시작한 지 오래였다.
3학년이란 그런 나이였다.
오직 견하준만이 가족들이 만들어 준 안락한 울타리 안에서 진실을 모른 채로 살아가고 있었을 뿐.
“누나.”
“응?”
“산타는 없대. 다 엄마 아빠였대.”
열 살의 견하준은 바보 같은 친구한테 바보 소리를 듣게 된 원망까지 꾹꾹 눌러 담아 누나한테 투정 부리듯 투덜거렸다.
“진짜 산타 있으면 내가 가지고 싶은 게 뭔지 알아서 맞추라고 해. 전 세계 돌면서 남의 집에도 몰래 들어오는데 가지고 싶은 선물 하나 못 맞춰?”
입을 비죽이며 피아노학원으로 향하는 늦둥이 막내의 조그마한 뒷모습을 보며 누나는 입을 떡 벌렸다.
“오빠, 어떡해! 큰일 났어! 울 막둥이가 산타의 비밀을 알아 버렸어!”
“뭐? 벌써? 요즘 애들 왜 이렇게 빨라?”
어떻게든 막둥이의 산타 로망을 지켜 주고 싶었던 가족들은 걸국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바로.
“오호호! 내 존재를 믿지 않는 어린이를 위해 산타 할아버지가 직접 찾아왔다! 올 한 해 착하게 지낸 어린이한테 이 할아버지가 무슨 선물을 준비했을까?”
일일 알바 산타 섭외였다.
이미 의심에 물든 견하준조차도 긴가민가할 정도의 고퀄리티 분장이었다. 산타가 막 선물을 그에게 전달하려던 순간-
“어? 이거 아빠 차 타면 나오는 노랜데.”
“…….”
산타의 주머니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견하준도 알 만한 한국 가수가 부르는 최신 가요가.
“그러고 보니까 산타클로스는 외국인인데 왜 한국말 해요?”
그렇게 일일 알바 산타 청년은 K.O 되고 견하준은 그날 이후로 산타를 믿지 않았다.
훗날, 누나는 그날을 회상하며 “산타에게 5개 국어는 필수야”라고 변명했으면 막둥이가 얼마나 더 산타를 믿었을까 궁금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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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하준의 이야기가 끝나자 박장대소가 터졌다.
“와, 대박이다. 산타 섭외까지. 가족 분들이 진짜 지극정성이셨네.”
“그러니까 그 산타 벨소리가 그때 기준 최신 가요라서 진짜 산타가 아니란 걸 눈치챈 거예요?”
“아, 산타는 한국인이 아닌데 벨소리가 우리나라 최신 가요라서? 야, 준아, 산타도 K-pop 러버였을 수도 있지.”
킬킬거리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해 대는 윤이든의 장난스러운 말에 견하준 역시 웃으며 가볍게 받아쳤다.
“그땐 케이팝이 이 정도까지 글로벌 유행을 타지 않아서 말이야.”
“그런데 알게 된 경위가 나랑 비슷한데? 나도 같은 반 친구가 말해 줘서 알았거든.”
본인의 추억이 떠오른 서예현이 불쑥 끼어들었다.
“오, 형도 그럼 초 3 때?”
“아니?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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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현의 경우⛄
다들 무슨 선물을 받을까 한껏 들떠 있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윤림초등학교 1학년 7반 교실.
“사실 나 혼자 알고 있으려고 했는데 니한테만 특별히 말해주께.”
서예현만 보면 얼굴을 발갛게 붉히는 짝꿍이 몸을 기울여 아주 중대한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목소리 낮춰 속닥였다.
“산타는 아빠다.”
서예현의 세상이 무너졌다.
“아닌데… 진짜 산타 있다 캤는데.”
학교에서 산 크리스마스 씰과 실버벨을 만지작거리며 소심하게 반박해 봤지만 짝꿍은 잔인하고 확실하게 서예현의 동심을 박살 냈다.
“맞다, 내 작년에 봤다. 우리 크리스마스까지 말 잘 듣게 할라고 일부러 산타 있다고 뻥친 기다.”
서예현, 여덟 살에 의도치 않게 세상의 차가운 진실을 깨우치다.
“오빠야, 어데 아프나?”
하교하고 나서도 그 충격에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자 여동생이 그런 그가 걱정됐는지 답지 않게 살갑게 물어왔다.
“나현아.”
“와?”
“내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었다. 산타가 아빠랜다.”
여동생도 처음 짝꿍한테 산타는 아빠라는 말을 들은 그처럼 놀랐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던 서예현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빠 오면 물어보까.”
“오빠야, 니는 와 그리 생각이 없노!”
여동생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무지게 서예현의 등을 후려쳤다.
“바보 아이가! 아는 거 들키면 이제 선물 안 준다이가!”
여동생의 말에 서예현이 큰 눈을 깜빡였다.
“현이 니 알고 있었나? 언제부터?”
“일주일 전부터? 유치원 친구가 말해줬다. 걔네 집은 처음부터 산타 안 믿었다캤다.”
남매는 일단은 선물을 계속 받아야 하니 산타의 진실을 깨닫고도 입을 꾹 다물고 있기로 작당 모의했다.
하지만 그래도 서예현은 여전히 산타가 부모님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대체 역대 크리스마스 아침에 그의 머리맡에 놓여 있던 레고와 과학 상자 등 그가 이제까지 가지고 싶었던 선물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을라모 얼른 자야제. 늦게 자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못 놓고 간다?”
부모님의 으름장에 몰래 챙긴 믹스커피 한 봉지를 슬그머니 등 뒤로 숨긴 서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없이 뜨거운 물을 받을 수는 없었으므로 서예현은 믹스커피 가루 반절을 씹어먹는 고행을 거쳤다.
덕분에 평소였으면 진작 곯아떨어졌을 시간에 서예현은 쓰디쓴 입맛과 함께 아주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을 수 있었다.
눈을 꾹 감고 있자 방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 머리맡에 선물을 내려놓은 이가 멀어지자 서예현은 아주 슬쩍 실눈을 떴다. 그러자 몸을 돌려 나가는 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뒷모습은…⛄
아빠랑 똑 닮아 있었다.
그날 서예현은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해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마음속의 산타할아버지를 보내며 밤새 눈물 바람으로 훌쩍거렸다.
다음 날, 크리스마스 아침.
“편식하믄 내년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고 가신다.”
또 1년을 인질 잡는 엄마의 으름장에 대놓고 반항하듯 젓가락으로 볶음밥 속의 피망을 골라 내며 서예현이 속으로 씩씩거렸다.
산타할아버지는 없어! 없다고! 삐뚤어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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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 나는 사투리 재현까지 한 서예현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때도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안 일어났나 보네. 문소리로 아버지 들어온 거 알았다고 하는 거 보니까 형 안 깰 거 알고 그냥 막 들어오신 거 같은데?”
“들키면 선물 못 받을까 봐 믹스커피 씹어먹은 게 진짜… 독하다, 독해.”
다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서예현의 면모에 감탄했다.
“남이 말해 줘서 말고 스스로 깨달은 케이스는 없는 거예요?”
류재희의 물음에 아직 이야기를 풀지 않은 두 사람이 손을 들었다.
“아마 나는 여기에서 제일 일찍 알았을걸? 나보다 더 일찍 안 사람은 없다고 자부한다.”
트리 장식을 던졌다가 받으며 윤이든이 송곳니가 드러나도록 씩 웃었다. 본인은 그걸 나름 자랑거리라고 여기고 있었다.
“몇 살 때 알았는데요?”
제게로 던져진 질문에 윤이든이 자랑스럽게 손바닥을 쫙 펼쳤다.
“5학년… 은 아니겠고.”
“다섯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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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든의 경우⛄
“바둑아! 바둑아! 바둑이! 바둑! 바둑! 일어나!”
미래의 DTB 우승자답게 떡잎부터 다른 딕션을 선보이며 다섯 살 윤이든은 푹 자고 있던 바둑이(골든 리트리버, 1살)를 깨웠다.
잠기운 하나 없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비몽사몽하게 눈을 깜빡이는 바둑이와 비슷한 눈높이에서 시선을 마주한 윤이든이 잔뜩 들떠서 외쳤다.
“오늘 밤만 지나면 크리스마스야! 오늘 밤은 산타할아버지 오는 날이라고!”
거실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큰 소리를 들은 엄마가 밖으로 나왔다.
“잘 자고 있던 바둑이는 왜 깨워. 엄마가 바둑이는 네 장난감 아니고 동생이라고,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안 괴롭혔는데. 같이 산타할아버지 보자고 깨운 건데.”
“빨리 바둑이 자라고 놔주고 너도 얼른 방에 들어가서 자.”
엄마한테는 귀가 밝은 강아지와 선물을 받아야 하는 이 꼬맹이를 아빠가 선물을 들고 오기 전에 미리 재워야 하는 아주 중대한 미션이 있었건만, 미운 네 살을 지나 미친 다섯 살이 된 윤이든은 협조는커녕 바둑이까지 깨워 대는 미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왜? 바둑이도 산타할아버지에게 받을 선물 적어 놨잖아.”
베개 밑에다가 넣어 놨던 종이를 꺼내어 윤이든이 마구 흔들어 댔다.
크고 삐뚤삐뚤하게 적힌 ‘축구공’ 밑에 작게 써진 ‘개껌’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그건 또 왜 꺼냈어.”
“산타할아버지 오면 직접 주게. 왜? 직접 주면 안 돼?”
와락, 이제 제 덩치를 넘고 있는 바둑이를 양팔 가득 껴안은 윤이든이 해맑게 엄마 아빠 복창 터트리는 소리를 했다.
“오늘 형아랑 밤새자. 꼭 산타할아버지를 보고 자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