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1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9화(521/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9화
주성이 형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눈치챈 형들이 술렁거렸다.
“혹시 결혼 소식이 중대 발표는 아니지?”
“에이, 설마. 전남친까지 이 자리에 불러 놓고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려고.”
주성이 형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자 입을 틀어막은 형들이 건수 하나 잡은 얼굴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설마… 아니지…?”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러는 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얼마 안 됐긴. 꽤 많이 됐지. 4년인가 되지 않았냐?”
“와, 그게 벌써 4년 전 일이라고? 시간 더럽게 빠르네. 하긴, DTB가 올해 시즌 6이니. DTB 거품 빠지기 전에 얼른 나가긴 해야 하는데.”
“용춸아, 믿고 있어.”
“안 봐줘요. 인맥 심사 이런 거 없습니다. 무슨 욕을 먹으라고.”
전남친 드립에서 DTB로 대화 주제가 빠지는 게 아주 자연스러웠다. 미간만 꿈틀거리던 주성이 형이 버럭 외쳤다.
“결혼한다, 결혼! 그놈의 전남친 드립을 결혼 발표하는 날까지 들어야겠냐!”
나도 고개를 주억이며 주성이 형의 역정에 거들었다.
“제 말이요. 결혼 앞둔 예비 유부남이랑 엮지 마쇼, 이제. 누구를 골로 보내시려고.”
드디어 저 전남친 드립을 더는 듣지 않아도 되는구나! 모임 전마다 반지 빼고 가는 귀찮은 짓도 이제 안녕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오늘 모임의 목적이 청모라는 걸 알게 된 형들이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얌마, 오려면 제수씨랑 같이 와야지. 새끼, 센스가 없어.”
“그래? 아연이가 청모는 그냥 각자 지인 챙기는 거라 하던데?”
문득 회귀 전에는 형들이랑 갈라져서 이 청첩장을 받을 일이 없었다는 걸 자각하자 새삼 또 입맛이 씁쓸해져서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머저리 같은 고집으로 놓친 인연이, 미래이자 과거가 얼마나 많은지.
새로운 기회가 아니었으면 평생 몰랐을 테지.
“주성이가 제일 먼저 가는구나.”
“누가 들으면 저승 가는 줄 알겠수.”
더럽게 아련한 기정이 형의 말에 한 소리 했다. 나야 아직 20대 중반이기도 하고 아이돌이라 별 생각은 없지만 주성이 형의 결혼 소식이 30줄인 형들에게 와닿는 의미는 좀 다른 모양이다.
“난 여기에서 유부남 안 나올 줄.”
“그러니까. 나는 이 모임만큼은 미래 독거노인들 모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시발, 저주를 해라, 저주를 해.”
“아니, 봐 봐. 상열이 형은 일에 미쳐서 결혼해 봤자 이혼당할 상이지, 기정이 형 솔직히 여친 맨날 갈아치우는 거 보니까 결혼해서도 한눈팔다가 이혼당할 상이고, 용철이 형은… 이 인간 일 집중하고 싶다고 모델 고백도 찼어. 상열이 형은 그래도 한 번은 다녀올 상이면 이 인간은 한번 갔다 오지도 못할 상이여.”
저주를 하라니까 진짜로 판 깔고 본격적인 저주를 해 대는 세민 형의 꼬장꼬장한 평가를 들으며 입을 떡 벌리다가 끝까지 나오지 않은 이름에 슬쩍 물었다.
“형, 나는?”
“너는 연애도 못 하면서 결혼은 하겠냐?”
세민 형이 굉장히 갸륵하다고 해야 할지 짠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눈으로 혀를 차며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자 주성이 형이 챙겨 온 청첩장을 돌렸다.
“오, 식이 5월이야? 아직 석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주네.”
“돌릴 사람 많아서 일찍 시작했어. 야, 그래도 너희가 첫 번째다. 감동해라.”
나를 제외하고 청첩장을 모두 돌린 주성이 형이 바로 맞은편에 있던 나를 향해 직접 청첩장 한 장을 건네주며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아, 이든아. 혹시 결혼식 축가 좀 맡아 줄 수 있냐?”
주성이 형이 그 말을 하자마자 또 염병 시즌 2가 시작되었다.
“야! 주성아! 내가 가만히 있으려 했는데 이든이한테 너무한다, 진짜!”
“참아라, 참아. 이든이가 축가 부르다가 울기라도 하면 무슨 소리가 돌겠냐. 얘 아이돌이야. 얘 이미지 어떡할 건데.”
이제는 익숙하게 먹금하며 주성이 형과 대화를 나눴다.
“못할 것도 없죠. 그런데 저는 보컬이 아니라 랩 전문이라 보컬은 좀 그럴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형?”
축가로 랩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뭐, 결혼식 디스랩이라도 해 드려? 문케이한테 했던 것처럼 고백 디스랩을 할 수도 없고.
또 열심히 내 음역대에 맞는 축가용 곡 작업을 해야 하게 생겼군.
“아연이가 연예인 축가 결혼식 보면서 막 부럽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서프라이즈로 보여주게 부탁하고 싶었어. 어차피 뭐 다른 결혼식도 노래 좀 잘 부르는 일반인 세우던데 노래 잘 부르는 일반인보다 노래 평타 치는 연예인이 낫지 않겠냐?”
역시 헛소리엔 먹금이 답이었는지 놀려대던 걸 그만두고 형들도 슬금슬금 대화에 합류했다.
“서프라이즈? 형수님은 이든이랑 형 친한 거 몰라요?”
“어어어… 말을 안 해서. 그런데 언제 아연이가 한 번 얘 인별에 전에 그거, 아무튼 그거 났을 때에 올렸던 우리 단체 사진 보여주면서 이거 혹시 나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맞다 했나?”
“아니, 또 정떨어진다고 차일까 봐 다른 사람인 척했지. 희정 누나가 나한테 트라우마를 존나 깊이 새겨줬어.”
“그래서 니 머리 쫌만 길믄 빠싹 자르는기가?”
형수님은 놀랍게도 내가 주성이 형이랑 같은 크루인 줄 모르고 계셨다. 웃긴 건 주성이 형 전 여친 분은 예전에 크루 모임에 한 번 오셔서 알고 있었다는 거다.
주성이 형이 내기 벌칙으로 머리 기르면서 차였지. 듣기로는 단발 정도 길렀을 때 얼굴 보면 정떨어진다고 차였다나.
이게 다 전 여친 이야기 나올 줄 알아서 지레 찔린 주성이 형이 형수님을 데려오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이드이, 기왕 이래 된 거 축가로 그거 불러라.”
나는 형들이 저렇게 낄낄거리면서 말하는 걸 보니 <잘못된 인연> 정도나 권하려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형들은 보법이 달랐다.
“.”
“야, 좋다! 좋다! 이 상황에 딱이다!”
댁들이 부르면 되겠네. 한 소절씩 열창하는 형들을 보며 혀를 찼다. 물론 축가를 저렇게 부르면 남의 결혼식을 망치기 딱 좋아 보였다.
“미쳤냐! 양가 부모님들이랑 친척들, 나랑 아연이 지인들 다 모인 곳에서 무슨 소리를 들으라고!”
“그래, 그거 신부 좋아하는 노래잖아. 사정 모르고 듣는 사람들은 쟤 신부 짝사랑남으로 오해한다고. 실상은 신랑 전남친인데.”
“그럼 신랑으로 편곡해, 편곡. 그 정도는 껌이잖아. 안 그러냐, 이든아?”
시발, 그 알계인가 뭔가 저주한다. 왜 대체 팩트 체크도 안 된 열애설을 막 터트려서 나랑 주성이 형을 영원히 고통받게 하는 건가.
보컬 실력이야… 아이템 쓰면 되겠지. 보컬 실력 늘려주는 아이템 하나 없겠어? 속 편하게 생각하다가 그 아이템이 내게 한때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이런 젠장, 내가 그 아이템을 왜 썼지? 존나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도 모자라서 그 아이템 때문에 작업실에 동생 놈들 눈치 보면서 부적 붙였다 뗐다 하는 신세나 되어 버리고.
며칠 전에는 류재희가 갑자기 작업실 CCTV 이야기를 해 대는 바람에 식겁하며 CCTV를 내 손으로 때려 부수고 고장난 상태로 만들어서 겨우 넘겼다. 덕분에 수리비만 더 나가게 생겼다.
이걸 다 시스템 탓으로 돌리기에는 양심이 아주 좀 찔리니 시스템과 나의 반반 공동 책임이라 하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숙소로 돌아와 레브 단체 채팅방에 거실로 집합 문자를 보냈다.
다들 문자를 보낸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거실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싸랑하는 멤버들아.”
짝짝, 박수를 쳐서 시선을 모으자 서예현이 질색하며 물었다.
“술 먹고 왔어?”
“와인 딱 두 잔? 안 취했거든.”
내가 평소에 애정 표현이 부족했구나. 앞으로도 부족하게 살아야지.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견하준이 물었다.
“그런데 왜 불렀어?”
“축가 코러스 맡을 생각 없냐?”
코러스라고 쓰고 보컬 파트 전담이라고 읽는다. 생각해 보니까 부족한 부분은 내가 굳이 하려고 해서 망치지 말고 외주를 주면 되는 것이다.
나 혼자 부르면 1이지만 멤버들을 다 같이 동원해서 부르면 10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왜 안 써먹어?
사례금이야 내가 주성이 형 대신 주면 되는 거고.
“오, 재미있겠다! 축가 불러 보고 싶었는데! 저 할래요! 저! 저!”
김도빈이 한껏 손을 들고 축가를 부르고 싶은 마음을 어필하자 서예현이 그런 김도빈을 조용히 잡아끌었다.
“도빈아, 아마 우리보다는 막내랑 하준이가 필요할 거야.”
“다 같이하면 되지.”
어르신들 맞춤형 공중파 예능 얼굴마담 한 명, 비주얼 얼굴 마담 한 명, 보컬 코러스 두 명, 그리고 나.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축가대였다.
* * *
축가대는 모두가 흔쾌히 오케이하며 그렇게 5인팟으로 완성되었다. 이건 주성이 형한테도 말하지 않고 서프라이즈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류재희와 함께 작업실로 걸음한 탓에 류재희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부적을 벽에 붙여 놓았다.
하지만 이 수고가 머쓱하게도 류재희는 부적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내 수첩의 명단을 읽고 있었다.
“형, 이 그룹들은 왜 적어 놨어요?”
“나중에 곡을 주든 프로듀싱이든 해 주려 마음먹은 그룹 명단.”
“기준이 뭐예요? 음색?”
뭐긴 뭐야. 내 장례식에 얼굴 비췄던 기준이지.
류재희는 장례식장으로 갈 때부터 울었으니 플러스 점수가 있었다. 기분이다, 앨범에 넣을 솔로곡 한 곡 더!
“그런데 아무래도 제 솔로 앨범 메인 컨셉은 여름 감성이 나을 것 같아요.”
그때 앨범 발매 시기에 맞춰 메인 콘셉트를 정한다면서 여름으로 확정해 버린 류재희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제 솔로 앨범이 빠르면 6월, 늦어도 한 7월 정도에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러면 딱 여름이잖아요.”
“그러면 시기가… 흠, 내 솔로 앨범을 내기가 애매한데. 왜 6월이야. 그 전에 무슨 일 있어?”
8월에는 레브 완전체로 컴백을 해야 하니 류재희의 솔로 앨범이 6월에 나온다고 해도 활동을 3주 정도로 잡으면 내 솔로 앨범 활동 기간이 애매해진다.
자칫하면 활동 없이 앨범만 발매해야 할 수도. 완전체 컴백 준비가 먼저니까 말이다.
“왜냐면요, 제가 봤을 때는 형 솔로 앨범이 늦어도 5월에는 나와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저보다 형이 먼저 내야 한다는 소리예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를 찾지 못해서 눈살을 찌푸렸다.
뭐지, 어째서 우리 레브의 두뇌가 내 솔로 앨범이 5월에는 나와야 한다고 판단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