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2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21화(523/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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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희한테서 코칭을 받고 나자 낙하산한테 전화 오는 순간만 기다려졌다. 눈눈이이의 교훈을 낙하산에게 심어 줄 생각에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하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꼭 이렇게 플랜을 다 세워 놓으면 귀신같이 전화를 안 하더라.
본인도 계속 나를 재촉했다가 역효과가 날 걸 인지는 했나 보지?
식사를 하면서도 옆에 놓인 휴대폰을 힐긋거리고 있자 맞은편 자리에 있던 서예현이 한 소리 했다.
“전화 오라고 고사 지내? 밥 한 숟갈에 휴대폰 한 번, 밥 한술 뜨고 또 휴대폰 한 번. 누구한테 돈 빌려줬어?”
하여간, 저 인간도 디스랩에 재능이 있다니까.
“아니면 이든이 형이 폰겜 새로 시작했을 수도 있죠. 보상 타임 놓칠까 봐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에요?”
“업무상으로 중요한 연락이라도 기다리는가 보지.”
전말을 알고 있는 류재희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도 말을 얹었다. 견하준만이 그나마 제일 가깝게 이유를 추측하는 데에 성공했다.
아무도 내가 비밀연애 중이라고 생각조차 안 하는 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그리고 긴 기다림의 끝에 드디어 전화가 걸려 왔다.
정말 반가웠지만 애써 들뜬 목소리를 내리누르고 침착한 목소리로 낙하산의 전화를 받았다. 또 곡을 달라는 앵무새 같은 소리를 들으며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음… 그래서 내가 왜 내 이름으로 곡을 줘야 한다고?”
-윤이든 씨 혹시 일부러 그래요?
어, 당연히 일부러 그러지 인마. 그러면 내가 네가 일주일 전에 했던 이야기도 까먹을 정도의 붕어대가리 빡대가리로 보이냐?
아무리 내가 눈치 없어도 지능이랑 기억력까지 딸리는 건 아니거든, 새꺄?
한숨을 푹 내쉰 정이서가 마치 어린애를 가르치듯 참으로 갸륵하고 가식적인 말투로 설명을 시작했다.
-충분히 말해 드렸잖아요. 견하준 씨가 데뷔조에서 겉돌았다는 거, 그리고 데뷔조에서 네 명이 나가야 할 사람으로 견하준 씨를 지목했다는 거. 이거 밝히면 그때 KICKS 데뷔조 멤버로 나머지 KICSK 멤버들이랑 절절한 사이었다고 이미지메이킹 되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던 견하준 씨가 대중들한테 어떻게 비칠까요.
계속 들어주기 짜증나는 소리였지만 꾹 참았다. 확실한 한방을 위해서.
-곡 써서 윤이든 씨 이름으로 주면 서로 깔끔하게 끝나는 거예요. 나도 입 다문 대가는 받아야죠. 아니면 진흙탕 싸움에 같이 끌려들어 가 보든가요. 이번에는 윤이든 씨도 깨끗하게 있지만은 못할텐데. 제일 친한 친구가 그렇게 겉도는 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씨발, 이 새끼가 꼭 아픈 곳을 찌르네.
그건 내가 견하준한테 낙하산 곡 사건과 투톱으로 미안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때의 내가 조금만 더 섬세했더라면, 조금만 더 주변을 살폈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견하준도 겉돌지 않고 어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아쉬워해 봤자 필요 없는 가정이긴 했다.
견하준이 레브에서는 겉돌지 않는 걸 보면 KICKS 놈들이 이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잠깐만, 그러면 그런 이상한 놈들과 잘 어울렸던 나는…?
내가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
소파 팔걸이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을 향해 손 하나가 뻗어지더니 망설임 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터치했다.
인상을 찌푸린 견하준이 흔치 않게 성질을 냈다.
“그걸 왜 듣고만 있어?”
“그야 당연히 협박용으로 들려줄 녹음을 해야 하니까?”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다행히 협박할 만한 부분은 녹음이 된 상태였다. 녹음 파일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자꾸 협박하면 나도 이거 풀어 버린다고 협박할 수밖에 없거든] [통화녹음0215.mp3] [이거 풀리면 누구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질까]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협박에는 협박.
정이서가 가진 소스는 충분히 견하준의, 더 나아가서는 내 약점이 될 수 있었으나 그걸로 사람을 휘두르고 자기가 원하는 걸 뜯어내려 했다는 게 알려진다면, 글쎄다. 그때도 대중들이 네 편이 되어 줄까? 애초에 견하준이 그 사건에 말려들어 갔던 게 본인이 원인인 낙하산 논란 때문인데?
이제야 좀 대화가 되네. 허를 찔린 듯 내가 가명으로 곡을 주는 걸로 순순히 합의를 마친 정이서와의 문자를 보여주자 드디어 상황 파악을 마친 견하준이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스타일이 아니라서 생각도 못 했어.”
당연히 내 스타일이 아니지. 막내 코칭인데. 일단 1단계 완료.
내 스타일이었으면 이미 휴대폰에 대고 쌍욕하고 직접 찾아가서 낙하산 멱살 잡았지.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일은 내게 한없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결국 나만 손해를 떠안은 채 이도 저도 아닌 채로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아주 잠깐의 통쾌함과 자기만족만을 남기고.
세상에는 괘씸죄라는 게 존재한단다, 낙하산아.
왜 내가 뻔뻔하게 킹갓제네럴 윤이든 님의 곡으로 컴백하려 했을까 땅을 치며 평생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내가 그런 거 하나는 진짜로 자신 있거든. 류재희가 서막을 열도록 도와줬으니 이제부터는 내 몫이었다.
“준아, 4월에 솔로곡 하나 내 볼래?”
방금 낙하산이 알려 준 일정에 따르면 4월 컴백이니 견하준 몫의 디지털 싱글 하나를 준비하기엔 충분했다. 사실 충분은 아니고, 조금 빠듯 정도?
“내가 실력으로 밀려난 게 아니라고 증명해 보라고?”
“아니, 한풀이하라고. 이미 증명은 됐잖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견하준은 정이서와의 동발을 싫지는 않아 하는 눈치였다.
자, 일단 견하준은 오케이했고. 그다음으로 끌어들일 녀석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야, 윤성아. 너희 컴백 가능하긴 하냐?”
그냥 담백하게 물어본 것뿐인데도 권윤성은 꼭 내가 시비를 튼 것처럼 반응을 했다. 우리 멤버들은 이제 알아서 딱딱 무슨 의도인지 알아먹는데.
하긴, 권윤성이랑 친하게 지냈던 것도 꽤 오래전 일이긴 하지. 예전에는, 그러니까 회귀 전에 이 녀석들이 내 뒷담을 깠다는 걸 알기 전에는 멤버들보다 더 편했던 때도 있었는데, 참…
“너희 4월에 컴백할 생각 없냐? 아니, 낙하산도 그때 컴백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내가.”
참고로 낙하산은 그렇게 폭탄을 터트려 놓고선 계약 해지하고 뉴본에서 나가 새로운 소속사로 들어갔다. 아직 KICKS는 뉴본 소속이었고.
뉴본에서 새로 런칭한 걸 그룹이 데뷔 앨범에서 딱히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터라 뉴본 쪽에서도 아직은 캐쉬카우로 KICKS가 필요하긴 할 거다. 선배 그룹인 서세스는 지금 군백기라서.
권윤성의 말을 들으니까 이제 좀 가라앉은 것 같으니 계약 기간 끝날 때까지 슬슬 해외 투어로만 돌리려고 하는 각이 보인다는데 남아 있는 팬들까지 털려고 작정한 게 아닌 이상, 뉴본에서 신곡은 내주겠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싱글 앨범이 최대일 것 같긴 하지만 과연 낙하산과의 동발 기회를 독이 바짝 오른 뉴본과 KICKS 멤버 놈들이 놓치려 할까?
권윤성은 한번 밀어붙여 보겠다는 굉장히 각오 가득 담긴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끊었다.
“KICKS까지 끌어들이게?”
견하준의 질문에 내 계획을 자세하게 브리핑했다. 내 계획은 정이서가 음악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긍정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너랑 정이서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하면 일단 여론은 네 편으로 쏠릴 거야. 아무래도 정이서랑 너와의 관계에서는 네가 명백한 피해자니까.”
일단 견하준과 정이서가 붙는다면 대중 반응도, 팬덤도 확실히 우리 쪽이 우위다.
“그런데 이게 과도해진다면 그 반감으로 자칫하면 동정 여론이 돌 수가 있단 말이지. 데뷔조에서 밀려나서 나왔어도 지금은 확실히 네가 더 잘된 건 팩트고, 정이서는 거기에서 집단 따돌림까지 당했으니까. 정이서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스로 언플을 시도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이 계획에는 KICKS가 필요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이제 KICKS까지 들이부으면 이제 포커스가 탈퇴멤 Vs 남은 그룹으로 향할 거 아니야. 그때도 한창 싸우다가 누구 잘못이라고 명확하게 결론 난 거 없이 흐지부지해졌잖아. 둘 다 이미지 소모도 심해졌고.”
아마 뉴본 쪽도 약이 올라 언플 정도는 하지 않을까. 듣기로는 정이서 빽이었던 뉴본 이사도 사퇴했다는데.
“그렇게 되면 노래 성적도 좋을 리가 없고, 대중들한테 다시 한번 정당한 사람 기회를 밀어낸 낙하산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각인시켜 준 채로 피로감만 느끼게 만들고 이미지 재구축은 이대로 나가리 되는 거지.”
더는 협박질할 생각이 들지 않도록 이 참에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오, 꼭 그거 같네요.”
옆에서 경청하고 있던 김도빈이 엄숙하게 읊조렸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김도빈이 치켜올린 손가락 하나를 보다가 떨떠름하게 물었다.
“대체 손가락은 왜 올리는 거냐?”
“이것까지 해야지 디테일이 살아요.”
“인터넷 많이 하는 사람 같아.”
옆에서 견하준이 김도빈에게 팩폭을 날렸다. 하지만 진짜로 인터넷 많이 하는 사람이 맞기 때문에 김도빈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왜 똑같이 인터넷 많이 하는데 누구는 도움이 되는 것만 알아 오고 누구는 씹덕 같은 것만 알아 오는 건지.
혀를 차다가 장례식에서 봤던 침착 음울 김도빈이 생각나 머리를 가볍게 헤집었다. 그래, 씹덕 같아도 좋으니까 이렇게만 커라, 이렇게만.
“그러면 정이서한테 넘길 곡 작사부터 참여하자, 준아. 금융 치료부터 가게.”
곡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아주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곡이었다.
어떤 심혈을 기울였느냐. KICKS 곡에서의 정이서 파트와 정이서가 솔로로 타 곡 커버한 영상들, 콘서트 때 독무대 등등 정이서가 노래하는 모든 영상을 보고 분석했다.
그리하여 정이서의 음역대와 미묘하게 맞지 않은 음역과 정이서의 음색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멜로디, 정이서가 제일 살리기 힘들어 보이는 감정선, 정이서의 창법과 어울리지 않는 그 모든 조건을 조합하여 곡을 만들었다.
정이서 헌정 특별곡이었다. 부정적인 의미긴 해도.
물론 정이서가 받아야 하니 곡 멜로디는 좋았다. 다만 똑같은 곡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어울리는 곡과 가수가 만나면 시너지가 나지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귀를 피로하게 하고 오히려 결과를 망칠 수 있다.
씩 웃으며 드디어 파이널 피의 복수 타임을 맞이하게 된 견하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고 싶은 말 싹 써, 싹. 내가 알아서 가사처럼 잘 바꿔 줄 테니까. 아, 작사란에 올릴 예명도 하나 만들고.”
나도 ED 말고 다른 예명이나 하나 지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