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26화(528/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26화
본인의 착각이 쪽팔렸는지 견하준의 귀 끝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게 보여서 한 소리였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걸 보아하니 얼굴도 비슷한 색깔일 것 같았다.
얼굴에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견하준이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존심은 왜?”
“지나친 자존심이 때로는 자기 살 파먹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누군가의 사례로 문득 깨달아서.”
당장 예전의 나만 하더라도 크루 형들과의 오해에서 명백히 있었던 내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아 사이가 빠갈라졌지 않은가.
에이씨, 괜히 과거 떠오르게 해서 기분 잡쳤네. 내 흑역사나 다름없는 기억에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기왕 생각난 김에 오늘은 작업 끝나고 주성이 형 축가용 노래 작업이나 해야겠다.
당장 우선 순위로 견하준의 솔로곡 발매가 대두된 덕분에 축가 노래는 어쩔 수 없이 뒷전이 되었다. 그래도 결혼식이 5월이라 아직 날짜가 한 달 넘게 남았긴 했다.
그래서 아직 콘셉트를 고민 중이었다. 주성이 형이 형수님과 하객들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게 만들어 줄 것인가, 아니면 결혼식을 끝내주는 콘서트로 만들어 줄 것인가.
어느 쪽이든 몇십 년간은 길이길이 추억할 결혼식 축가 공연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축가 고민을 끝내고 다시 견하준과의 대화 주제로 돌아왔다.
“곡 충분히 좋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낙하산이랑 붙어서 승부욕이라도 막 일어나냐?”
장난스럽게 묻자 견하준이 볼을 긁적였다.
“나만 너무 솔로곡을 자주 발표하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해서 그래. 저번에 프젝맞선 OST도 내 솔로곡이었잖아. 다른 멤버들 기회 뺏고 내는 건데 성적으로라도 압도적으로 이겨 줘야지.”
견하준이 멋쩍게 털어놓은 속마음에 어느 면에서 공감을 해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와서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너는 한 곡을 두 번씩 발표하는 거지, 나랑 막내는 한 번에 아홉 곡에서 열세 곡씩 발표하는데 미안할 게 뭐가 있냐?”
“레브에는 너랑 막내 말고도 도빈이나 예현이 형도 있잖아. 사실 솔로 활동 기회는 그 둘한테도 공정하게 가야 하는데.”
글쎄.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걸려서 슬쩍 물어봤을 때, 댄스 장르에 의욕이 넘쳐나던 김도빈은 몰라도 서예현은 솔로 활동 욕심이 전혀 없었다.
본인은 듀엣 이상 아니면 안 한다고, 차가운 무대에 저를 홀로 버리지 말라고 하던데.
누가 들으면 솔로 활동이 멤버 유기하는 건 줄 알겠다.
그 둘은 걱정하지 말라고 견하준을 안심시켜 주고, <보이스 레거시> 2라운드 방영 시간에 맞추어 숙소로 돌아갔다.
지난주에 인기뮤직 마지막 MC를 하고 후배한테 MC 자리를 넘기고 온 류재희는 오늘 당당하게 소파 가운데에 앉아 본인이 나오는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MC: 2라운드, 음역대 미션입니다.]2라운드는 16강 토너먼트로 진행되었다. 일대일 대결을 하여 대결 상대 중 단 한 명만이 3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었다.
미션의 룰은 간단했다.
대결 상대 두 사람은 똑같은 곡을 부른다. 무대를 하기 전, 두 사람이 한 번씩 룰렛을 돌려 총 두 개의 음역대를 랜덤으로 지정한다.
그리고 무대 도중 특정 구간에서 음역대가 변경되면 주어진 음역대를 포함하여 곡을 가장 잘 소화하는 참가자가 승리한다. 물론 기준은 판정단의 투표 수였다.
팀은 공 뽑기, 경연곡은 숫자 뽑기로 결정이 되었다. 총 여덟 개의 숫자판에서 각 팀당 하나씩 숫자를 선택하면 그 번호 뒤의 곡이 그 팀의 경연곡이었다.
류재희는 인디밴드 보컬과 1:1 짝이 되었다. 류재희한테 경연곡 번호 선택을 양보하는 태도에서 묘하게 깔보는 듯한 모습이 느껴졌다.
“왜 저렇게 껄렁거려?”
나만 느낀 게 아닌 듯, 서예현도 인상을 팍 찌푸리며 경연 상대의 태도를 지적했다.
-태도 왜 저럼? 자기가 재희보다 노래 잘해?
-응 본인은 대단한 real music 하시는 분이고 울 막냉이는 아이돌따리라고 낮잡아보는 거 다 티나요ㅋㅋㅋ
-ㅅㅂ ㅈㄴ 깔보네 꿈봉으로 대가리 후리고싶음;;
-떨어지고 괜히 제 탓 하실 건덕지를 남겨드리고 싶지 않아서 선택 기회 양보 ㅇㅈㄹㅋㅋㅋㅋ
실시간으로 달리는 팬들도 많이 빡친 것 같았다. 내가 찾은 건 아니고 류재희 폰 화면에 띄워져 있어서 곁눈질로 눈팅하는 중이었다.
경연 상대 저런 놈들 때문에 시발 real music의 의미가 조롱조가 되는 거 아니야.
[유제: 8번 선택하겠습니다.]화면 속 류재희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미소를 잃지 않고 경연곡 번호를 선택했다.
“저는 오히려 고맙던데요. 제 서사 쌓아 줘서.”
상대의 도 넘은 발언에 다들 광분하자 류재희가 그런 우리를 달래며 눈을 찡긋했다.
[MC: 8번 곡은 ‘Love & Friendship’!] [한나: 저 곡 어렵지. 원래도 음정이 들쑥날쑥한데 거기에 음역대 조정까지 들어가면, 어우…]여덟 팀의 경연곡이 모두 정해지고, 첫 번째 타자는 류재희네 팀이었다.
[MC: 두 분, 룰렛을 돌려 주시길 바랍니다.]류재희와 인디밴드 보컬이 차례로 룰렛을 돌렸다.
[음역대 3키 up] [음역대 3키 down]-띠바 유제야 저번주부터 행운토템 노담포카 가져가라니까
-처음 저음 파트에서 up 걸리고 고음 파트에서 down 걸리게 해주세요…..
-저거 후렴구에서 걸리면 에반데 내가 방금 해봤는데 원래 음도 높아서 음역대 두 키 이상으로 올리기 ㅈㄴ 어려움
-우리애도 힘들긴 하겠지만 쟤도 좆됐다는 표정이라 꼬시다
[MC: 네, 상당히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과연 두 분이 어떻게 이 음역대롤 잘 소화해 낼지, 무대에서 보시겠습니다!]인디밴드 보컬의 무대가 먼저였다.
[세 번째 소절부터 불이 들어온 음역대 Change!] [노강열: 하필 저음에 음역대 다운이 들어오네.]상대는 저음을 그럭저럭 잘 소화해 냈다. 두 번째 후렴구 전에 뜬 음역대 up도 원래 파트 음역대가 그렇게 높지 않아 훅 올라가는 후렴구와 잘 연계하여 곡을 완주했다.
무대 사이드에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류재희의 놀란 얼굴이 화면에 짧게 담겼다.
-재수없는데 잘하긴 한다
-저음 흔들림 없이 소화한게 보너스 점수 받을 것 같아서 불안함…. 유제도 차라리 처음부터 음역대 다운 나오면 좋겠음ㅠ
-제발제발제발 재희가 압살 재희가 압살
인디밴드 보컬이 박수갈채를 받으며 류재희가 있던 사이드로 빠지고, 류재희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섰다.
같은 곡으로 경연 무대를 치르는 만큼, 듣는 이들에게 곡이 질리지 않도록 가수 본인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다.
낮은 도입부와 높은 후렴구. 이것이 이 노래의 특징이었다.
1절까지 음역대 변화 없이 노래가 이어졌다. 앞선 인디밴드 보컬의 무대에서는 1절에 한 번, 2절에 한 번 음역대 변주가 이루어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2절까지 미션이 떨어지지 않아 다들 초조해하고 있던 그때.
2절 후렴구 바로 다음 코러스에서 음역대 다운이 떴다. 화면 속 류재희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세 음역대를 내려 세 소절을 부르자 바로 또 음역대 업에 불이 들어왔다.
[음역대 down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이어지는 음역대 up 미션!]-시발?
-아니우리애한테왜이래
하필 고음을 요하는 코러스에서 음역대 업이 들어와 다들 주먹 쥐고 초조해하며 티비 화면만 지켜보았다.
음역대 업에 들어온 불, 놀라는 참가자들, 판정단들의 얼굴을 한 번씩 싹 보여 준 후에 또 저음이 막 끝난 부분으로 돌아가더니, 완벽하게 음역대를 세 키 올려서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음에서 확 높아지는 고음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모습은 겉으로 보이는 류재희의 보컬 능력치를 더욱 극대화시켜 주었다.
“야, 막내 미쳤다!”
“이걸 하네! 저거 3음역대 위 음 어떻게 바로 잡았냐?”
류재희의 양옆에 앉아 있던 나랑 김도빈은 류재희의 머리를 헤집으랴 등짝을 치랴 난리가 났다.
류재희의 무대는 미션 난이도도 높지만 실력 역시 극대화시켜 주는, 따지자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동네 사람들!!! 이게 바로 레브 메보에요!!!!!
-미쳤다 메보 뽕 지금 거의 치사량이다
-막내 고음 지를 때 진짜 눈물날 뻔ㅠㅠㅠㅠㅠㅠㅠㅠ
-욕해서 ㅈㅅ 하진않음 울 막냉이가 다행히 훌륭하게 소화해서 그렇지 솔직히 ㅈㄴ 어렵긴 했음
[MC: 100명의 판정단이 뽑은 첫 번째 무대의 승자는… 유제!]류재희는 86대 14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유제: 아직도 심장 쿵쾅거려요. 2절 부를 때까지 제가 혹시 미션 놓쳤나? 생각했다니까요.]“이 맛에 언더독 하나 봐요. 무시하던 사람 실력으로 밟아주는 거 재미있더라고요.”
말을 한 건 류재희인데 다들 무언의 질책을 담아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가르쳤냐? 스스로 배웠지? 나는 억울했다.
방송이 끝나고 류재희는 OA 라이브를 켜서 다시 한번 그 미친 무대를 라이브 버전으로 데이드림에게 선보였다.
“보이스 레거시 2라운드 레브 ver은 왜 안 하냐고요? 원 방송과의 능력치 차이로 인해 프로그램 조롱으로 비추어질까 봐 무서워서…”
“에에, 조롱 오해가 아니라 아이돌 보컬 평균치 오해를 하겠지.”
“그런데 솔직히 예현이 형 이제 그렇게 막 평균 이하로 못 부르는 편은 아니잖아요. 그저 류재희와 견하준이라는 괴물 보컬들 때문에 이든이 형의 눈에 안 찰 뿐.”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나는 이 셋을 통틀어 말한 거야!”
“저는 보컬이 아니라 메인래퍼입니다만.”
“그렇게 치면 나도 서브래퍼거든?”
“네, 톰과 제리 또 시작이니까 싸우라고 내버려 두시고 신청곡 받을게요. 신청 음역대도 한 번씩 말씀해 주시면 자체 랜덤으로 돌려볼게요.”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는 우리의 앞에서 OA 라이브 카메라가 돌아가는 휴대폰을 쓱 가져간 류재희는 본격적으로 신청곡과 신청 음역대를 받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차연호한테서 기다리던 답장이 도착했다. 진작 퇴원했으면서 내 문자는 지금까지 씹어?
[차연호- 네가 보낸 문자를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서 못 읽겠더라고] [차연호- 그래서 답장을 못 했어] 오후 10:10 [차연호- 이해해 줄 거지?^^] 오후 10:11그래? 그렇다면 가독성 좋게 또 보내 줘야지. 누누이 말하는 거지만 받은 만큼 갚아 줘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차연호가 내게 위험도 시스템을 넘기는 바람에 내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턱없이 모자랐다.
2. 왜 몸빵하면서 나한테 위험도 시스템을 넘기려 했는가.
2-1. 의도가 함께 시스템을 없애 보자는 긍정적인 의도였는가
2-2. 아니면 나한테 넘기고 뒈져버리려던 속셈이었는가.
3. 본인이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는가.
3-1. 나한테 홀랑 시스템을 넘겨서 나는 듀얼 시스템 체제로 살게 만들고 본인은 시스템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살려고 했는가.
3-1-1. 현재 본인한테 다시 위험도 시스템이 돌아왔는가.
3-1-1-1. 돌아왔다면 언제 돌아왔는가.
3-1-1-1-1. 의식을 차린 시점에서? 아니면 무의식 속?
3-1-1-1-1-1. 의식은 언제 차렸는가? 뉴스에 뜬 시점? 아니면 그것보다 앞서서?
4. 만약 함께 시스템을 없애 보자는 긍정적인 의도였으면 왜 나랑 미리 의논을 하지 않았는가.
4-1. 설마 4번 항목을 읽고선 나를 바보로 알고 긍정적인 의도였는데 미처 연락하지 못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할 생각은 아닌가.
4-2. 나를 정확히 지목해서 시스템을 넘기려고 한 건가, 아니면 지정하지 않고 그냥 넘겼는데 나한테 온 건가.
5. 시스템을 나한테 토스하고 본인은 무슨 목적을 이뤘는가.
6. 혹시 시스템에게서 벗어나면 조작되거나 잘리지 않은 온전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가.
6-1. 만약 되찾았다면 이전에 조작되었다는 본인의 기억은 시스템이 멋대로 만들어 냈던 기억인가, 아니면 직접 겪었는데 오묘하게 자르고 다른 회차에 있었던 일들을 무작위로 끼워 넣은 기억인가.] 오후 10:20
이 새끼 또 문자 씹네- 싶었을 때에 답장이 도착했다.
[차연호- 왜 전보다 더 늘어난 거 같지?] 오후 10:30그야 소소하게 보낼 때는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줄줄 써서 그랬고, 정리하다 보니까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겨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다시 정리해서 보내라고 했을 때부터 차연호는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판 거다.
[차연호- 1. 그 사고가 필요했으니까 정확히는 그 사고로 인한 혼수상태가2. 그래야지만 내가 시스템이 없는 상태로 무의식에 들 수 있으니까
3. 반반
3-1-1. 어
3-1-1-1-1. 무의식 속
3-1-1-1-1-1. 하루 전
4. 못 없애
4-2. 지정하지 않고 그냥 넘겼어 이번에는
6. 어
6-1. 후자] 오후 11:30
한 두어 개 정도나 답변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제법 성실한 답장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가독성 좋게 정리해 준 내 정성에 차연호도 탄복해서 감화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