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3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1화(533/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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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이 형이 KICKS를 끌어들인 건 정말로 신의 한 수였어요.”
한참을 휴대폰에 고개만 처박고 있던 류재희가 드디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왜, 이이제이를 4월 차트에 실현하려는 나의 원대한 계획이 제대로 먹혀들었냐?”
사실 KICKS를 끌어들여 낙하산을 잡는다는 이이제이 책략은 류재희가 아니라 온전히 내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쉽사리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는데 류재희가 신의 한 수라고 말하는 걸 보니 다행히도 성공한 모양이다.
그 질문에 류재희가 엄지를 척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요. 지금 정이서 버즈량 잡아먹힌 것도 모자라서 양쪽에서 처맞고 있어요. 형이 한 번에 이해하기 쉽도록 브리핑 시작할게요.”
류재희는 내가 어떤 식으로 낙하산이 처맞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기특하게도 폰 화면을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게 정이서가 컴백 예고 올렸을 때 나온 반응들이에요.”
-솔직히 하준이가 질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서 마음은 편하다ㅋㅋ 포메수인 천벌 받는다고 생각해~
-우리애 솔로곡 억까 내려치기 보이면 바로 포메수인 팬이라고 생각하고 대가리 깡 간다
-응 솔로곡 개좋음 느이는 윤이든 곡 없지?
-비슷한 시기 컴백 오히려 좋아ㅋㅋ 이참에 저쪽 팬들 주제파악도 좀 제대로 시키자
-미친 합죽이 새끼 울 포메 다시 일어나려는데 끝까지 방해하고 지랄이야
-울 포메ㅠㅠㅠㅠ 기죽지 마 네가 최고야ㅠㅠㅠ
-아씨발 아체대 끝났을 때 입 턴 거랑 5KICKS가 원래 데뷔조 언플할 때 주둥이 꽉 다물고 있었을 때부터 알아봤는데 ㅈㄴ 음침하네 일부러 이서랑 같은 시기로 자기 솔로곡 활동 잡았을 확률 100%
-제발 이서 노래 견씨보다 더 잘 뽑혔길….. 낙하산 소리 모든 사람 입에서 쏙 들어가게 만들 만큼 뽑혔길….
“보다시피 저희 팬들은 처음에는 화내다가 여유를 되찾았지만 정이서 팬들은 여전히 화나 있고요.”
우리 팬들이 스트레스 많이 안 받아 보여서 다행이긴 한데 우리 데이드림 팬 반응 하나가 좀 마음에 걸렸다. 그… 낙하산 솔로곡도 제 곡이긴 한데.
-빽 Vs 자수성가인가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친구 좆소까지 끌고 간 피리부는 사나이는 못 이기지 않을까
-낙하산인가 뭔가하는 저 시발놈때문에 뉴본엔터 주가 떨어진거 생각하면 씹어죽여도 시원찮다 에라이 거하게 망해버려라
-아 이 매치는 못 참지ㅋㅋ
-견하준 솔로곡 ㅈㄴ 좋던데 이길수 있으려나 이기려면 피처링으로 서라온 정도는 끌고 와야 할 것 같은데
-여기에서 정이서가 이기면 이제 낙하산 타이틀 떼 주는거임?
-진짜 낙하산인지 아니면 데뷔조에서 떨어질 놈 떨어진 건지 이번에 딱 나오겠네
-그래도 피해자가 잘 됐으면 좋겠다 정의는 승리한다는 걸 세상에 보여줬으면
“대중 여론은 대충 이 정도.”
대중은 이 대립 구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 보였다. 그래도 견하준을 응원하는 반응이 낙하산 응원보다 훨씬 많았다.
“피해자 Vs 가해자 구도로 점점 흐르면서 피로감을 선사해 주기 전에 다행히 딱 KICKS가 컴백 예고를 터트려 준 거예요.”
-왕따 가해자 그룹이 이렇게 뻔뻔하게 컴백해도 되는 부분?
-얘들도 따지자면 낙하산 피해자 아님??? 견하준이랑 반응이 이렇게 다를 일임??
-ㅅㅂ 견하준이 왕따 주도해서 시켰냐고 얘네는 집단 따돌림으로 사람 하나 공황장애 될 때까지 몰아갔잖아
-아무리 그래도 피해자랑 활동시기 겹치는 때는 피해주는 게 도의 아니냐?
-낙하산도 얼굴에 철판 깔고 피해자랑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데 KICKS도 못할 건 뭐임 중립기어 박습니다~
-결국 런이서는 빽으로 낙하산 꽂아준 즈그 삼촌이랑 뉴본 가수, 연생 데리고 새 소속사로 런했던데 솔직히 왕따설도 언플이었을지 어케알어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왜 난 좋은데ㅋㅋㅋ 정이서 악개들 킥스에서 정이서 빠지면 망한다고 염불 외웠는데 정이서 빠지고 진짜 망하는지 한 번 보자ㅋㅋㅋㅋ
-왕따 가해자 그룹 피의 실드 ㅈㄴ 역겹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KICKS 논란의 장으로 바뀌었고요.”
-왜 컴백 시기를 이따구로 잡아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 건지
-이서 새 소속사가 신경 좀 써줬으면,,, 아니 아무리 신생이어도 ㄱㅎㅈ 솔로 활동 날짜 하나 미리 못 알아 와?
-에휴 그냥 뉴본에 남지 뭐하러 자기 삼촌 따라가서 괜히 뒷말만 더 나오게 만들고
“그리고 싸움판도 하준이 형이랑 정이서가 아니라 KICKS랑 정이서 구도로 바뀌면서 마플이 계속되는 바람에 정이서 컴백에 피로감을 더해 갔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로 더 터진 잭팟이었다. KICKS 녀석들이 타이밍 좋게 컴백 예고를 터트려 준 것도 한몫했다.
나중에 권윤성 솔로곡이나 한 곡 던져 줘야겠다.
“그래서 그 덕분에 지금 이 삼파전에서 제일 언급이 적게 된 하준이 형한테 엄청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브리핑 끝!”
마무리 멘트를 한 류재희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휴대폰 화면을 끄고는 나를 돌아보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형은 또 왜 그렇게 감격 어린 표정이에요?”
나는 파도처럼 훅 몰려오는 감동에 입을 틀어막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외주 맡기지 않고 내가 온전히 내 머리로 이렇게 복잡한 복수를 했어!”
받은 만큼 갚아 주는 거야 회귀해서 많이 해 봤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심오하고 고지능적인 복수는 처음이었다.
“하준이 형의 복수가 아니고요?”
이건 회귀 전부터 쌓인, 아주 오래된 원한이었기에 굳이 류재희한테 설명하지 않았다. 물론 견하준 몫의 복수도 있긴 있지.
하지만 이건 내게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곡을 뜯어 가고 나를 거하게 엿 먹였던, 그리고 이번에도 엿 먹이려 했던 몫의 복수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야, 막내야. 이 여론이 쭉 이어질 것 같냐?”
“내일 정이서 솔로곡 나오고 여론 추이를 봐야죠.”
뭐, 내가 정이서한테 선물한 유리 구두 곡을 보면 쉽게 뒤집힐 것 같지는 않았다.
왜 유리 구두냐. 볼 때는 예쁜데 막상 신으면 발 아프고 별로 예쁘지도 않잖아. 정말로 유리 구두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곡이었다. 물론 정이서한테 갔을 때만.
견하준이 불러 봐라. 그냥 존나 예쁜 구두 같은 곡이지.
* * *
월요일 6시, 정이서의 솔로곡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작곡 NMS, 작사 NMS/CB라는 여러 의미로 기가 막힌 우리의 예명을 달고.
일단 내가 들었을 때의 곡 평가는…
“욕심 많-이도 부렸다.”
듣자마자 혀를 찼다. 본인의 스타일대로 불러도 최악이었을 곡인데 데모곡으로 보낸 견하준의 가이드보컬을 따라 하려 하니 바닥 밑에 지하가 있다는 걸 친히도 보여 주었다.
멜로디는 좋았다. 당연하다, 누가 작곡한 곡인데.
그런데 가수의 목소리가 덧입혀지자 묘한 불편함이 귀를 갉작거렸다. 한 줄 평을 하자면 ‘두 번은 안 들을 노래’.
그리고 대중들의 반응 역시 내 반응과 비슷했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ㄹㅇ 기대 이하
-엥 이런 걸로 하준이랑 비비려 했다고???
-멜로디는 ㅈㄴ 좋은데 이건 그냥 가수 문제 아님?
-오늘의 속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별 의미 없음)
-노래가 약간….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한 느낌
그러면 여기에서 견하준이 CB라는 이름으로 작사에 참가한 정이서 솔로곡의 가사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지.
처음에는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은유로 담긴 가사를 써 보라니까 견하준이 도저히 쓰지를 못하고 종이를 앞에 두고 머리만 쥐어 뜯고 있어서 그냥 가사 형식 말고 낙하산한테 하고 싶은 말만 쓰라고 했다.
그랬더니 견하준은 하루, 아니 내가 그 말을 정정해 준 지 30분 만에 XX로 가득 찬 여러 문장들을 내게 가져왔다.
이 문장이 그대로 가사로 나온다면 누가 봐도 작사가 CB가 견하준이라는 걸 눈치챌 수준이었다.
이게 낙하산 디스곡이었으면 합격 목걸이는 따놓은 당상이었겠지만, 이건 낙하산이 부를 낙하산 솔로곡이었다.
내가 잡은 낙하산 솔로곡의 전체적인 가사 콘셉트는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주인공병 연인한테 질린 화자의 투덜거림이었다.
‘그래 너 다 가져라 XX’는 ‘오직 너한테만 친절한 세상 모두가 다 네 편이지’로.
‘어차피 탈퇴 엔딩 날 거였는데 왜 남의 자리 뺏고 지랄이었는지’는 ‘기껏 낸 시간 그런데 너는 또 일방적 펑크’로.
‘낙하산 XX’는 ‘우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각 그저 모양 맞추어 껴 있을 뿐이잖아’로.
‘솔로곡 하나로 재기할 수 있을 줄 알아? 꿈 깨 XX’는 ‘달콤한 꿈속에 잠겨 있고 싶어도 이제는 현실 직시를 해야 해’로.
‘곡 맡겨 놨냐? 주란다고 주는 놈도 주는 놈이지만 뻔뻔하게 곡 주라고 손 내미는 놈은 대체 뭐야?’는 ‘맡겨 놓은 듯 당연한 너의 태도 어느새 익숙해진 나’로.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노래 콘셉트에 맞게 견하준이 쓴 가사를 리뉴얼했다.
말이 리뉴얼이지 사실상 재창조나 다름없었다.
견하준은 제가 쓴 가사(?)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에 잠깐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만, 일단 이 곡이 세상에 나오긴 해야 할 거 아니냐는 나의 회유에 결국은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아도 곡 콘셉트가 연인 뒷담인데 거기에 대놓고 욕이나 센 말을 적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칫하다간 작사가가 욕먹기 딱 좋았을뿐더러, 정이서가 본인 뒷담인지 기가 막히게 알아보고 곡을 거절할 수도 있었으므로 디스곡을 생각한 견하준한테는 미안하지만 이 가사 리뉴얼은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래도 견하준의 바람처럼 알아보는 사람은 있었다.
-가사가 완전 낙하산 돌려까기 수준인데? 부르면서 안 찔렸나?ㅋㅋㅋㅋ
-사실 작사가가 다른 분야 낙하산한테 데인 적 있었던 거 아님?ㅋㅋㅋㅋㅋㅋ
비록 음모론 취급당하긴 했지만.
역시 진심을 담으면 언젠가는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정이서의 솔로곡은 차트 91위로 진입했다.
이제 정이서는 KICKS가 본인보다 더 망하기만을 간절히 기다려야 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며 견하준의 솔로 활동 첫 음방 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첫 음방인지라 특별히 내가 피처링 지원 사격으로 무대에 잠깐 같이 서기로 했다.
DTB 파이널 무대 생각나네. 그때는 우리 우정이 꽈배기처럼 존나게 베베 꼬여서 무대를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때 몫까지 마음껏 즐기고 와야겠다.
비록 장르가 힙합은 아닐지라도. DTB 파이널 피처링 빚 갚는 거지, 안 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