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3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8화(540/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38화
저를 향한 네 쌍의 시선에 류재희가 포크를 손가락 대신 들어 올렸다.
“하나는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좀 나오긴 할 건데 묻힐 확률 없이 100% 확실하게 복수하는 방법이고요.”
음, 100%. 아주 좋은 단어지.
“또 하나는 운이 좀 따라 줘야 하고 성공 확률이 50대 50이고 과정도 성가시긴 한데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도 안 나오고 아주 제대로 정이서를 긁을 수 있어요.”
둘 다 뭔지 감도 안 왔다. 내 머리는 <보이스 레거시>의 대히트로 인해 우후죽순 생길 보컬 경연 프로그램에 견하준을 내보내서 경연곡으로 정이서의 곡을 존나 끝내주게 부르고 내려오게 하는, 그런 단순한 아이디어밖에 짜내지 못했다.
그것도 견하준이 캐스팅되고 경연곡이 본인 자율 선택이어야 가능했기에 내가 생각해도 더럽게 엉성한 아이디어였다.
네 명의 재촉에 케이크를 한입 더 퍼먹은 류재희가 친절한 맞춤형 설명을 시작했다.
“하나는 우리 예전에 하던 거 있잖아요. 신청곡 라이브. 그 신청곡 목록에 슬쩍 정이서 곡 끼워 넣으면 돼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팬 신청곡이라, 의도적으로 갈등 재점화한다고 괜히 우리 팬들도 우리랑 같이 욕을 먹을 가능성이 있죠.”
대중은 무결한 피해자에게 공감하지만, 그 경계는 생각보다 얇다.
피해자인 견하준이 복수를 하더라도, 너무 노골적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된다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불편하지 않게 용납되는 복수는 딱 ‘음원 성적으로 보여주는 참교육’ 여기까지가 한계다.
정이서의 대중적 이미지를 재기 불가능으로 무너뜨리는 게 목적인 만큼, 우리를 향한 대중의 지지는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면 다른 건?”
“다른 하나는 블라인드 커버곡이에요. 하준이 형이 얼굴을 가리고 너튜브에 커버곡을 올리는 거죠. 문제는 그 영상이 알고리즘의 축복이든, 순수 주목이든, 뜨냐 마냐에 달려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능성은 딱 반반, 50대 50이에요.”
조금 텀을 두고 정체를 밝히면 지금 한창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대놓고 노래를 뺏어 부르는 것보단 반감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견하준이라는 걸 숨기고 새로 채널을 파야 하는데, 유입과 홍보를 오직 견하준의 노래 실력에 기대야만 한다.
독특하게 채널의 정체성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 하지만 이게 레브의 이름값 없이 주목을 받을 수 있으리란 확신이…. 없진 않고 류재희 말처럼 반반 정도.
류재희가 제시한 두 방법 다 장단점이 명확했다. 어차피 복수의 피날레는 견하준의 몫이었기에 견하준이 온전히 선택할 수 있게 견하준한테 맡겼다.
잠깐의 고민 끝에, 케이크 위의 딸기를 포크로 쿡, 찌르며 견하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 그냥 실패 확률 50퍼센트를 감수할게. 이게 필수도 아니고, 이미 추락하고 있는 놈을 확인 사살로 짓밟는 건데 그걸 굳이 팬들 욕 먹이면서까지 하고 싶진 않아.”
이번 컴백으로 인해 정이서는 ‘참교육당한 낙하산’ 이미지를 제대로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며 제 발로 제 무덤을 팠다.
뉴본의 언플로 이미지가 확 나빠진 정이서의 새 소속사도 정이서의 비호감 이미지에 한몫했다.
꼭 언플만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데뷔조 애 하나 보내고 그 자리에 낙하산으로 본인 조카 꽂아 넣고 뉴본 단물 다 빨아먹고선 본인이 꽂은 낙하산이 뉴본 캐쉬카우 터트리자마자 본인 기획사 차려서 낙하산 조카랑 다른 가수들 데려가면 뭐, 좋은 소리 안 나올 만도 하지.
덕분에 왕따설도 현 소속사 대표랑 짜고 쳐서 터트린 게 아니냐고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때싶인지, 주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이서 지인을 자처하는 이가 ‘△△ 정신과가 공황장애 허위진단서 잘 끊어주더라’라고 정이서가 말한 적이 있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려 공황장애 여부로 또 한 번 시끌시끌했고.
그리고 KICKS랑 활동이 겹치며, 이 둘은 서로한테 훌륭하게 마이너스가 되어 주었다. 워낙 큰 사건이었기에 대중들도 가볍게 말을 얹어 그저 팬덤 싸움으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게 된 것이다.
정이서가 나한테 협박질해 댄 전화 통화 음성 녹음이 나한테 있었으므로 정이서는 데뷔조에서 소원했던 KICKS 멤버들과 견하준의 사이도 함부로 폭로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기가 쫓아낸 견하준을 따라 나온 내가 그 협박질 음성으로 엮인 순간, 또 이야기가 달라지거든.
어찌 됐건 나는 데뷔조 당시에 KICKS 녀석들이랑 친했고, 친구의 약점을 무기 삼아 견하준과의 의리를 지킨 나를 협박하는 걸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패였을 ‘견하준이 데뷔조에서 내쳐진 이유’는 이제 정이서한테 놓지도, 그렇다고 함부로 써먹을 수도 없는 계륵이었다.
원래도 노래로 먹히는 놈이 아니라 대중적 이미지가 중요한데, 이번에 노래보다 비호감 이미지만 거하게 정립하여 앞날은 불투명.
비유하자면 견하준이랑 내가 판 구덩이 안에 KICKS와 뉴본이 정이서를 걷어차 떨어뜨린 셈이었다.
커버곡으로 네 곡 내 곡 시전은 이제 마지막으로 견하준이 정이서가 빠진 그 구덩이에 흙을 덮어 주려는 거고.
결국 최종적으로 블라인드 커버곡이 채택이 됐다.
소속사가 채널 개설 허가를 때려 주자마자 바로 계획 구상에 들어갔다.
“한 곡만 덜렁 올리면 너무 의도가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한 대여섯 곡 정도 올리고 커버곡을 올리는 거야.”
“첫 곡은 유행 따라가는 게 어때요? 지금 <거리의 푸른밤> 제 편곡 버전이 커버 열풍이던데.”
“그런데 얘가 무명 가수도 아니고, 가 지금 이렇게 히트 치고 있는데 사람들이 얘 목소리를 모를까?”
서예현의 걱정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도는 프로듀싱이랑 후처리로 해결 가능했다.
“톤 수정이랑 스타일 바꾸는 걸로도 충분해. 하준이 특유의 쪼만 걷어내도 헷갈릴걸?”
“엄청 철저하게 꽁꽁 숨길 필요는 없어요. 정체를 숨긴 프로 가수 의혹 정도는 있어야지 유입이 되죠.”
내 작업실 녹음 부스는 뮤비에도 등장하고 레브 자컨에도 심심찮게 등장했으므로 지원이 형에게 SOS를 쳤다.
지원이 형은 간단한 설명을 듣고 존나 재미있겠다며 흔쾌히 작업실 녹음 부스를 대여해 줬다. 나는 살짝 객관성이 모자랄 수도 있으니까 견하준 쪼 걷어내기에도 지원이 형이 최적이긴 했다.
“야, 이든아. 그런데 저거는 어떻게 붙이고 있는 거냐?”
“코끝에 양면 테이프로 고정시켜서요.”
“너네 진짜 별거 다 한다.”
몇 번의 프로듀싱을 거친 후에, 녹음 부스에서의 촬영 현장을 보며 지원이 형이 감탄했다.
6일치 업로드 영상으로 내리 여섯 곡의 커버 영상을 촬영한 견하준의 눈과 코는 스케치북으로 급조한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가면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냥 위쪽 잘라서 A4 용지처럼 만든 종이 위에 일자 작대기처럼 그은 두 개의 눈과 웃는 입 곡선이 그려진 종이였다. 일명 스마일 가면.
참고로 내가 그렸다. 김도빈한테 맡기니까 눈부터 짝짝이로 그려 놓더라.
각도를 맞춰 마이크 팝필터로 교묘하게 가린 하관. 그리고 평소 견하준의 패션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저지까지.
힙합 전사 컨포 때는 다 뱉어내더니만, 얼굴이 가려져 있는 상태에서는 내 옷이 제법 어울렸다.
“채널명은 Smile J 어때?”
내 제안을 듣자마자 고개를 단호하게 저은 견하준이 알파벳 한 글자를 수정했다.
“Smile B.”
“설마…”
갑자기 떠오르는 CB의 악몽에 나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하준아, 제발 S-i-b-a-l의 약자를 노린 건 아니라고 해 줄래?”
서예현이 떨리는 눈동자로 간절하게 말했다. 모두의 만류에 채널 이름은 겨우 ‘Smile J’가 되었다.
물론 견하준은 너무 뻔하다는 이유로 채널명을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했다. 나중에 밝혀졌을 때 왜 Smile B냐고 물어보면 대체 뭐라고 하게. 낙하산한테 하는 말로 Smile, Bastard?
채널에 첫 번째로 업로드된 영상은 <거리의 푸른밤>이었다. 류재희의 무대 영상이 천만 뷰를 찍고 커버곡 열풍이 제대로 불고 있는 중이라 유입 좀 만들어 볼 겸 내린 선택이었다.
“미친, 인급동 들어갔는데?”
<거리의 푸른밤> 커버 영상은 업로드한 지 이틀 만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라갔다.
류재희한테 맞춘 고난이도 버전을 그대로 따라 부르려 하는 커버곡들 사이에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확실히 드러내며 완벽히 편곡 버전을 소화해 낸 곡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탄생시킨 <거리의 푸른밤> 편곡 버전을 견하준의 음역대로 다시 손보고 프로듀싱까지 했으니 당연히 잘 부를 수밖에.
거기에 더해 이상하고 유치한 스마일 가면이라는 확실한 콘셉트까지.
8888-25kl • 9시간 전
지금까지 들었던 거리의 푸른밤 편곡버전 커버 중에 원톱인 듯 내 기준 다른 커버곡들 유제 버전 반도 못 따라가는데 이건 좀 비벼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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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01 • 8시간 전
내가 살다살다 얼굴에 종이 붙이고 있는 남자한테 설렐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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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afhyi • 3시간 전
짹에서 도는 영상 출처가 이거였구나ㅋㅋㅋ 진짜 예사롭지 않은 어깨춤이닼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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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 댓글을 보니 댄스를 선보이지는 못한 견하준의 어깨춤 율동이 보컬 실력, 그리고 저게 대체 뭔가 싶은 가면과 함께 SNS에서 바이럴이 된 모양이었다.
다른 커버곡들도 차근차근 업로드되며 점점 구독자 수가 늘어났다. 이 정도라면 정이서 곡 커버 영상이 빵 뜨지는 못하더라도 묻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막내야, 혹시 영상이 다 하루 만에 찍은 것 같다는 댓글은 안 달렸지?”
“에이, 설마요. 옷 바리바리 싸 가서 하준이 형 패션쇼 했잖아요.”
그리고 드디어-
“이건 하준이 형이 업로드 해야죠. 복수의 피날레!”
“나나 윤이든 인별에 링크 올리면 너무 티 날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런데 이게 <거리의 푸른밤> 영상만큼 안 뜨면 어떡하지?”
“형은 응원은 못해줄망정 무슨 옆에서 부정 타는 소리나 하고 있어. 부정 탄다고, 부정! 지금부터 안 뜬다의 ‘안’ 소리만 해 봐.”
“이 정도 걱정하는 걸로 부정 안 타거든?”
“안!”
“옘병….”
정이서의 솔로곡 의 커버 영상이 ‘Smile J’ 채널에 업로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