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4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46화(548/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46화
“다른 구역 참가자들은 3초로도 충분했는데 G-TE 씨는 나를 남들보다 7초나 더 보고 싶나 봐? 누가 내 어둠의 1호 팬 아니랄까 봐.”
“무슨 내가 타X바오 헤라클레스 코스프레 꼴을 길게 보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 솔직히 적응하려면 1분도 모자라! 됐고, 그냥 10초 줘! 10초!”
갓 잡혀 낚싯배 갑판 바닥에 던져진 싱싱한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는 최형진을 그 구역 참가자들이 모두 영웅 보듯이 바라보았다.
흠, 비록 앞에 타오바X가 붙었긴 하지만 그래도 헤라클레스라는 소리 들으니까 기분은 좋네. 어떤 참가자는 인터뷰 할 때 내 꼴이 페니와이즈급이었다고 하던데. 광대보다는 영웅이 훨 낫지.
그런데 형진아, 헤라클레스는 호랑이 가죽이 아니라 사자 가죽 뒤집어쓰고 다녔다. 동물 종이 틀렸단다.
“자, 사담은 이만하고 심사 시작하겠습니다.”
힙합의 뿌리는 저항 정신이라지만 이 구역에만 시간을 더 준다면 앞선 심사 구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기에 적응 시간은 똑같이 3초를 주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최형진이랑 대화하면서 10초 넘겼더라.
그래서 형평성을 무너뜨리려고 유도한 최형진(a.k.a. G-TE)만 특별히 점수 1점 깎고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도 힙합 서바이벌에서 홀로 당당하게 힙합 스피릿을 보여 줬기에 5점 깎을 거 1점 깎았다.
참가자들이 내가 이렇게 공명정대한 심사위원이라는 걸 알아야 할 텐데.
내가 앞에 서자 그 구역 첫 타자가 된 참가자가 움찔했다. 내 팔목에 걸린 합격 목걸이 수가 적어 보여서 쫄렸나 보다.
남들이 적응 시간 3초 가질 때 이미 10초나 가져 놓고 아직도 이 패션에 적응을 하지 못한 건 아니겠지, 서얼마.
하지만 탈락한 첫 타자뿐만 아니라 그 이후 참가자들도 적응 시간 3초를 받은 다른 구역 참가자들처럼 얼타는 시간을 가지는 걸 보니까 적응 시간을 길게 줘도 하등 쓸모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형진아, 뭐 하러 네 심사 점수까지 희생해 가면서 그랬냐, 쯧쯧. 물론 쟤는 자기 점수가 깎였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겠지만.
혀를 차며 탈락 판정을 내리고 계속 심사를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를 띠꺼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녀석 앞에 도달했다.
DTB 시즌 4 라이벌끼리의 재회… 라는 자막 달고 방송에 나오게 생겼군.
사실 실력이든, 정면에서 붙었던 대결이든 유피와의 서사가 더 확실한 라이벌 구도에 가까웠고, 최형진과의 라이벌 구도는 덥넷이 밀어붙이는 느낌이라 조롱 섞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최형진은 단 한 번의 대전만으로 그 라이벌 구도를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심지어 최형진을 단 한 번도 라이벌 상대로 여긴 적이 없었던 나마저도.
그런 걸 보면 최형진도 참 난 놈은 난 놈이었다.
“와씨, 가까이서 보니까 더 괴랄하네. 야, 차라리 왕리본 머리띠가 낫다.”
규찬이는 패션 RESPECT라도 했지, 최형진은 내 패션에 시비부터 걸어 댔다. 응, 너 1점 더 감점.
“그건 팬싸템이고, G-TE 씨. 나 지금 팬싸하러 온 게 아니고 심사하러 온 겁니다. 아무리 우리 G-TE 씨가 내 어둠의 1호 팬이라지만 지금 이걸 일대일 대면 팬미팅이라고 착각하시면 곤란해요.”
팬싸인회에서 우리 데이드림 기선 제압할 일이 뭐가 있다고 이런 걸 팬싸에서 입겠어. DTB에서 입는 걸로 충분하지.
최형진은 아주 용감하게도 심사 위원 앞에서 심사 위원 디스랩을 무반주 프리스타일로 내뱉었다.
프리스타일인 걸 알아챌 만도 한 게, 내가 최형진한테 이 패션 스포를 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뭐, 시즌 4 때의 악에 받친 디스랩이 아니라 적당히 선 지킨 유쾌한 디스라 면전 디스를 들어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정규 솔로 앨범 좀 내라는 잔소리는 인별 댓글로도 충분하다, 형진아.
2년 동안 마냥 셀럽 놀이만 하고 다닌 건 아니었는지 2년 전과 비교해도 확연히 성장한 실력에 씩 웃으며 최형진한테 합격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또 한 발짝 더 올라왔네.”
내 칭찬에 삐딱한 얼굴로 중지를 올리고 등을 돌려 출구로 나가는 최형진의 발걸음이 매우 들떠 보였다.
이 구역을 마지막으로 또 휴식 및 교대 시간이 다가왔다. 아직도 심사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제법 남았다는 게 제일 공포였다.
잠시 숨을 돌리며 당 보충 명목으로 주전부리를 주워 먹는 동안, 용철이 형한테 오늘 있었던 빅이벤트를 이야기해 줬다.
“아, 맞다. 형, 나 오늘 심사하다가 박규혁 만났다.”
내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자마자 용철이 형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웃긴 새끼네, 그 새끼도.”
자기가 이간질하려 했던 놈들이 떡하니 DTB에 프로듀서로 있는데도 DTB 나오겠다고 기어 나온 게 지금 생각해 보니까 웃기긴 했다.
“우리가 뭐, 자기 심사는 피해 갈 줄 알았나? 아니면 사심 빼고 공정하게 심사할 줄 알았나 봐? 우리를 너무 좋게 봐주네.”
“아니면 호구 놈들로 봤던가. 그래서 똑같이는 못해도 비슷하게는 복수해 줬잖아. 박규혁이랑 같이 온 친구는 붙여 주고 박규혁 그 인간은 떨어뜨렸거든.”
같은 크루라서 더 비교될 거다. 그런데 나는 적어도 사기로 이간질은 안 했다.
“이야, 최고의 복수를 했네.”
“형 몫까지 내가 대신 해준 거지.”
어쨌건, 당시 박규혁의 목적은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아니라 용철이 형이었으니까. 나는 이용당했을 뿐이고.
용철이 형이 아끼던 동생한테 욕먹고 손절당하는 걸 보기 위해서 굳이 나한테 이간질을 한 거지.
뭐, 내가 망돌이었던 회귀 전에는 그저 나를 용철이 형을 엿 먹일 이용 수단으로만 여겼을지 몰라도 지금은 성공한 아이돌이라 이번에는 겸사겸사 나까지 엿 먹이려는 속셈이었을 수도 있고.
“그래그래, 잘했어. 내가 다 속이 시원하다.”
용철이 형이 키득거리며 내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어차피 계속 잠옷 후드를 쓰고 있어서 이미 머리는 소생 불가 상태였기에, 굳이 손을 뿌리치며 지킬 필요도 없었다.
“주성이 형 결혼식 축가 연습은 잘되고 있냐?”
내가 축가 연습 연혁을 좔좔 읊어 주려고 입을 연 그 타이밍에, 다시 심사 교대가 이루어져 용철이 형한테 우리의 축가 연습 과정을 말해 주지도 못하고 심사 현장에 투입되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대기하고도 흐트러진 없는 랩을 선보인 참가자에게 마지막으로 합격 목걸이를 걸어 주자 심사가 끝났다.
합격 목걸이가 다 떨어지면 남은 사람들은 다 탈락행인 줄 알았는데 여분 목걸이가 있더라. 어차피 2차, 3차 예선에서 한 번씩 더 걸러지니까 그런가.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이고, 죽겠다… 나도 이거 내년까지는 못 하겠다.”
“시즌 1, 2 때는 그날 오후 열 시인가 열한 시인가에 끝났는데. 그때가 그립다, 야.”
“와, 존나 일찍 끝났네요.”
“그때는 암흑기였잖아. PD님이 형 노려보신다. 아무리 그래도 PD님 앞에서 프로그램 암흑기를 그립다고 하면 쓰냐.”
아침 운동도 못 하고 이 소중한 아침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 버리다니. 게다가 밤샘까지. 오늘 대체 며칠 분의 수명이 깎인 거야. 솔직히 모든 밤샘 근무에는 생명 수당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밴에 타 겨우 숨을 돌리며 휴대폰을 확인하자 한창 심사 중이었던 시간대에 문자가 와 있었다.
[견하준- 아침식사 전에 와?] 오전 7:40심사가 언제 끝날지 가늠이 가지 않아 오전 7시 넘어서 들어갈 거라고만 말해 놨는데, 아침 식사 시간 전에도 숙소로 못 돌아갈지는 몰랐다.
왜 내가 시즌 4에서 1차 예선 힘들어 죽을 뻔했다고 하니까 지원이 형이랑 용철이 형이 네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고 꼰대스러운 말을 해 댔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끝없는 무반주 랩의 향연에 이어, 내가 몇몇 참가자들 랩하는 걸 보며 느꼈던 공감성 수치까지 합하면, 정말로 참가자들 고생은 고생도 아니었다.
[식사 시간 살짝 넘어서 숙소 도착할 것 같은데] 오전 8:21 [기다리지 말고 너희들끼리 먼저 먹고 있어] 오전 8:22 [견하준- 아침밥 먹을 거야? 먹는다고 하면 반찬 네 몫까지 하게] 오전 8:23 [먹어야지] 오전 8:23견하준에게 답장을 보내고 차 시트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댔다.
“해가 중천에 뜬 아침인데 왜 이렇게 컴컴하냐…”
무언가를 잊은 것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들었지만 피로감이 몸을 짓누르는 게 더 크게 느껴졌기에 생각을 그만두고 눈을 감았다.
눈 감은 지 5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로드매니저가 숙소에 도착했다고 나를 깨웠다. 짧게 눈을 붙였다가 깨니까 정신이 더 몽롱했다.
“……겠어요?”
“어엉?”
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고개를 저은 로드매니저가 나를 서둘러 숙소로 올려보냈다.
숙소로 들어오자마자 된장국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아침까지 잠도 못 자고 고생을 해서 그런지 된장국 냄새를 맡으니까 허기진 게 느껴졌다. 물론 주전부리로 야식 겸 당 보충한 건 서예현한테는 비밀이다.
“어? 방금 도어락 소리 안 들렸어요? 이든이 형 온 것 같은데요? 밥 풀까요?”
“응, 내가 국 뜰 테니까 재희 네가 이든이 밥 좀 퍼 줘. 불고기도 지금 얼마 안 남았지? 이든이 먹으라고 좀 더 덜어야겠다.”
“DTB 심사 진짜 길게도 한다. 윤이든 어제도 아침 일찍 나갔잖아. 그런데 지금 온 거면, 심사를 대체 몇 시간을 한 거야? 한 1만 명 몰렸나?”
“이든이 형한테 썰 풀어 달라 해야지!”
한창 식사 중인지 주방의 식탁 쪽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 한쪽에 놓인 슬리퍼에 대충 발을 밀어 넣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식탁으로 향했다.
“하 씨… 피곤해 죽겠다. 나 왔다.”
내가 등장하자마자 갑자기 숙소에 정적이 흘렀다.
숟가락을 든 채로, 밥그릇을 막 식탁에 내려놓다가, 컵을 입에 댄 채로, 하여간 제각각의 모양새로 갑자기 얼어붙은 채 멈춰 버린 녀석들을 향해 잔소리를 시작했다.
“너희들이 어둠의 자식들이냐? 아무리 아침이라지만 불은 켜고-, 어라? 켜져 있네? 그런데 왜 이렇게 컴컴하냐? 그리고 다들 못 볼 거 본 사람들처럼 왜 이래? 밤샘 심사한 사람 처음 봐?”
내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자 불고기를 리필한 그릇을 식탁에 턱, 놓은 견하준이 내게 한마디 했다.
“선글라스를 벗어.”
잠깐만… 선글라스…?
갑자기 퍼득 든 불안감에 슬며시 눈을 내리깔자 묵직한 체인 목걸이, 그리고 주황색과 검은색 줄무늬의 향연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내가 무얼 잊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옷을 갈아입는 걸 잊었구나!
“이런 젠장! 내가 이러고 숙소까지 왔다고?”
어쩐지 같이 엘리베이터 탄 사람이 나랑 제일 먼 구석으로 최대한 붙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