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4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47화(549/54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47화
“옷에 먼지 다 묻어서 완전 거지꼴이잖아!”
먼지 풀풀 날리는 체육관에서 꼬박 하루를 돌아다녀서 그런지 그렇지 않아도 먼지가 잘 묻는 재질인 잠옷에 시커먼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렇게 지저분하니깐 같이 엘리베이터 탄 이웃 주민분이 피하지.
“지금 먼지가 문제냐고! 그 패션이 문제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거야?”
“이게 방송을 위한 극한의 컨셉 패션이라 이거 입고 일상을 보내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내가 무슨 공주풍 잠옷이나 나한테 안 어울리는 귀엽고 깜찍한 소동물 잠옷을 입은 것도 아닌데, 왜.”
이 패션이 진짜로 문제였으면 방송에도 못 입고 나왔죠?
“아니, 지금 잠옷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래, 호랑이 잠옷에 힙합을 접목시킨 게 중요하지. 하지만 이 정도는 해야지 DTB를 패션쇼의 장으로 알고 랩 대신 되도 않는 패션을 선보이러 온 놈들의 기를 눌러 주는 게 가능했어.”
문제는 이미지가 제일 중요한 아이돌이 이런 거지꼴로 이웃 주민을 마주한 게 제일 문제고.
이 잠옷이라도 벗었으면 계절감 없는 놈은 되었을지언정 꾀죄죄한 거지꼴 이미지는 피했을 텐데.
그분은 앞으로 ‘윤이든’ 하면 이런 먼지 구덩이에 뒹군 것 같은 그지꼴 이미지만 머리에 콱 박혔을 거 아니야.
서예현이 복장 터지는 얼굴로 무어라 씨부렁거렸지만 견하준의 손에 순순히 등을 떠밀려 늘어지라 하품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씻으며 화장실 거울을 보자 밤샌 탓에 유독 퀭해 보이는 인상이 눈에 들어왔다. 다크서클이 내려앉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인상이 더러워 보였다.
그나마 엘리베이터에서 선글라스라도 쓰고 있어서 다행이다.
대충 옷의 먼지를 털고 화장실에서 나가 식탁 의자에 털썩 앉았다. 땀 냄새 때문에라도 잠옷은 못 벗겠더라. 기왕 밥 다 차려 놓은 거 식사 얼른 마치고 샤워하는 편이 낫지.
“너는 왜 밥을 그렇게 깨작깨작 먹고 있어?”
앞자리에 앉아 밥상머리에서 고사 지내는 김도빈한테 타박하듯 한 소리 하자 김도빈이 웅얼거렸다.
“형이 그렇게 입고 앞에 앉아 있으니까 너무 부담스러워서 밥이 안 들어가요.”
“적응해라. DTB 참가자들도 3초 만에 적응해서 내 앞에서 랩도 딱딱 했어.”
내가 앞에 서면 참가자들이 좀 얼타긴 해서 그것까지 포함하면 3초보다 더 걸리긴 했지만 그것까지 구구절절 이야기하기에는 내가 너무 피곤했다.
“…합격자 하나도 없는 거 아니에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 도빈아. 세상에는 너처럼 이런 동물 잠옷에 쫄아서 밥도 못 먹는 놈만 있는 게 아니야!”
내 호통에 김도빈이 죽상을 하고 밥을 퍼먹었다.
그래도 김도빈의 편안한 식사를 위해 체인 목걸이 정도는 벗어 주었다. 사실 목걸이가 좀 묵직해서 목이 뻐근했기도 했다.
“본인이 참가자들한테 고난과 역경인 건 아는구나.”
남들이 밥 먹는 양의 반을 먹는 덕분에 식사를 제일 먼저 마친 서예현이 여유롭게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심사 결과 못 받아들이고 너한테 우기거나 난리 치는 사람은 없었어?”
내 쪽으로 불고기 접시를 밀어주며 묻는 견하준의 물음에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서예현이 선수 쳤다.
“있었겠어? 심사위원이 저러고 있는데?”
있었으면 멀쩡한 래퍼들뿐만 아니라 전국 힙찔이들도 다 몰리는 DTB 1차 예선이 만만해 보이냐고 큰소리를 쳤을 텐데, 진짜로 없었기에 할 말이 없었다.
류재희는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내가 아닌 김도빈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막내 네가 생각해도 도빈이 반응이 너무 오버하는 것 같지?”
“아니… 그건 아니고요. 분명히 도빈이 형이 이든이 형 패션 선정에 자기가 큰 도움을 줬다고 의기양양하게 자랑하고 다녔는데 반응이 왜 저러는가 해서요.”
내가 수미상관 패션을 추천해 줬던 김도빈한테 했던 말은 “야, 덕분에 입고 갈 옷 생각났다.” 이거 한마디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어제오늘 패션에 김도빈의 지분은 한 10% 정도였다.
억울해할 사람은 나건만, 본인이 더 억울해하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김도빈이 다급하게 해명했다.
“나는 베레모 유행 시즌 2인 줄 알았어! 저런 삥 뜯는 호랑이 패션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으아아악! 내가 저런 악몽 같은 패션을 세상에 나오게 하는 데에 일조를 했다니!”
머리를 쥐어뜯는 김도빈을 보며 혀를 찼다. 그거 네 과대 평가라니까. 너는 10%밖에 기여를 안 했다고. 그리고 힙합 호랑이도 아니고, 삥 뜯는 호랑이 패션은 또 뭔데.
“왜? 내 만우절 컨포 패션보다는 어울리지 않아?”
견하준의 물음에 다들 견하준을 미묘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것도 비윤이든 차별의 일종인가요. 제가 이렇게 입어도 어울린다고 해 주실 건가요.”
“하준이 형의 힙합 전사 패션은 얼굴과 패션의 미스매치 아이러니 속의 갭모에고요, 이든이 형의 저 동물 잠옷 일수 패션은 그냥 착장자의 정신머리와 얼굴의 갭인데요.”
“아니, 하준아. 그건 웃기기라도 했지, 이건 등장하자마자 다들 숙연해지던 거 안 봤어?”
멤버들이 앞다투어 견하준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을 얹어댔다. 기가 막혔지만 하도 피곤한 나머지 대꾸할 기력도 없어 식사만 계속했다.
식사를 마친 후.
밥 먹고 바로 누워서 잠들면 역류성 식도염에 걸릴 위험이 있었으므로, 샤워 및 환복을 마치고 소파에 앉았다.
혹여 목격담이라도 올라왔을까 휴대폰을 붙들고 서치퀘 겸 엘리베이터 동물 잠옷, 엘리베이터 거지꼴을 검색해 보았다.
엘리베이터 동물 잠옷은 제대로 된 글이 아예 없고, 엘리베이터 거지꼴은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거지꼴~’ 이런 글만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자 서치 고수 류재희가 친절한 충고를 던져 주었다.
“엘리베이터 미친놈도 한 번 검색해 보세요.”
“얌마, 아무리 그래도 미친놈까진 아니지.”
류재희를 타박하면서도 손은 착실히 ‘엘리베이터 미친놈’을 검색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별별 기상천외한 미친놈을 마주한 사례들을 보고 있으니 오늘 아침 사건은 정말로 별것도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좀 놓였다.
아직 서치 퀘스트 달성 시간이 부족해서 DTB도 한 번 검색해 보았다.
내 심사 구역이 아니라서 보지 못했던, 1차 예선에 참가한 유명인들 목록을 볼 수 있었다.
아이돌 래퍼들의 그룹명을 보자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았다. 시즌 4 당시만 하더라도 선배들이 제법 있었는데.
아이돌 래퍼는 보이그룹뿐만 아니라 걸그룹 래퍼들도 제법 보였고, DTB 시즌 1~3에서 본선까지 올라갔던 래퍼들, 그리고 내가 심사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국힙계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래퍼들도 보였다.
쭉 훑다가 목록에 있는 참으로 낯익은 래퍼명을 보자마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 그렇게 당당하게 DTB를 디스하던 놈이 DTB에 지원을 했네.”
바로 키디보이였다.
이거는 대체 프로듀서 중에 누가 심사했을까 궁금할 지경이었다. PD님이 방송 각 봤으면 일단 T:ZE랑 록한은 아니겠지.
시즌 3 참가자들과 프로듀서들을 아주 골고루 디스해서 T:ZE랑 록한을 제외하면 현 프로듀서들 중에서 키디보이의 디스곡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피처링으로 참가했던 내 이름 역시 디스곡에 있었지.
덕분에 솔로곡인 을 발매하기도 했고. 참 추억이었다.
다시 보니까 키디보이가 아니라 커디보이구나.
구글링을 하니 1차 예선을 마치고 온 참가자들의 후기도 조금씩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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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05-02 08:32 조회: 4,001
스포 없는 DTB 시즌 6 1차 예선 다녀온 후기
작성자:ㅇㅇ
누설 금지 각서의 벽에 가로막혀 자세한 내용은 못 풀어주지만 스포 안 되는 선에서 대충 풀어주면 DTB 락세네 뭐네 해도 지원자 조오온나 많았다 아직 거품 꺼지진 않은듯
다른 참가자들이 푼 썰 보니까 대기하면서 아이돌이랑 네임드 래퍼들 많이 봤던데 나는 같구역이었던 유피밖에 못봤음 생긴 건 그냥 평범하더라
대기 시간은 오질나게 길었는데 정작 심사 시간은 개짧음 혹시 항의하는 놈 있을까 했는데 없더라고 그런데 항의 못할만 했음
그리고 심사장에 호랑이 한 마리 돌아다녔음 진심 개무서웠음
댓글(30)
-호랑이 심사위원이면 G1? BQ9?
└둘 다 아님
└또 뉴비 프로듀서 와서 똥폼 기강잡고 다녔나 보네 tlqkfㅋㅋㅋㅋ
└똥폼 기강잡고 다니면 우습기라도 하지 ㅅㅂ….
-왜 항의 못함??? 현장 분위기 그렇게 무거움??
-지나친 컨셉충이 반려동물이랍시고 찐 호랑이 데리고 온 건 아니지?
-하 너도 봤냐 그 호랑이….. 작년 즌5때 컨셉충들 잘 비춰줬다고 방송 분량 확보의 희망을 품고 온 컨셉충들이 불쌍할 지경이더라
└그 호랑이 심사위원이 호통이라도 침?
└차라리 호통 듣는 게 덜 불쌍할 지경임
└ㅅㅂ 나도 호랑이한테 심사 받았는데 어젯밤에 호랑이 악몽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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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05-01 23:11 조회: 5,262
DTB 시즌 6 1차 예선 후기
작성자:ㅇㅇ
윤이든 미친새끼
댓글(15)
-윤이든 참가자로 나옴? 이번시즌 프로듀서 아니었음?
-대체 심사하는 프로듀서가 무슨 짓을 하면 미친새끼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감도 안 잡힌다
-젠장 이든이형 또 무슨 미친짓을 한 거야 이러면 시즌 6을 볼 수밖에 없잖아
-작성자 혹시 G-TE니?
-후기 밟는 것마다 혼돈의 연속임 작년에는 후기 안 이랬는데 대체 뭐임
└작년에는 ‘그분’이 없었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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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 서치 퀘스트를 마치고 드디어 푹신한 내 방 침대에 누워 눈을 붙였다.
일어나면 주성이 형 결혼식 전에 마지막으로 축가 연습 한 번 해야지. 주성이 형의 결혼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최고의 서프라이즈 축가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