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57화(57/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7화
‘세상에서 제일 깜찍한 유제 Dream’ 따위의 쓸데없는 소리가 적힌 카드를 수식어 제거한 버전으로 읽어 주고 선물을 꺼냈다.
“건강 챙기기에 제일 진심이신 우리 리더 님을 생각하며 고른 선물입니다.”
“그래, 고맙다.”
멀티비타민과 오메가3, 스냅백, 피어싱, 그리고…….
“뭐냐, 이건?”
“게르마늄 음이온 건강 팔찌요.”
대체 어디에 포인트가 눌린 건지 웃음이 제대로 터진 서예현이 다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건강 챙기고 만수무강하시라는 의미에서 끼워 넣었어요.”
“야, 이거 아무 효과 없다고 뉴스 떴어. 유사 과학이래.”
“그럼 이제 건강용이 아니라 패션용으로 용도 체인지하는 거죠.”
시발 존나게 촌스러운데 패션용은 무슨 얼어 죽을 패션용이냐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카메라 앞임을 되새기며 참아 냈다.
심지어 저 멀티비타민과 오메가3는 내가 몇 달 전 처음 빌어먹을 시스템 때문에 각혈했을 때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대용량이랑 똑같았다. 단지 소용량이라는 게 다를 뿐이지.
그리고 류재희한테는 유감이지만 스냅백과 피어싱 역시 내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차라리 내가 나 자신을 뽑는 게 더 나을 뻔했다. 그랬으면 지원금 5만 원 보태서 새 헤드셋이나 샀을 텐데.
팔을 뻗어 피어싱과 스냅백을 한쪽으로 밀어낸 김도빈이 영양제와 비타민, 음이온 팔찌를 가리키며 킬킬거렸다.
“이것만 떼서 보면 어버이날 효도 선물인 줄.”
빛 있으면 잠 못 자는 사람한테 무드등 선물한 놈이 말도 많다.
선물 공개가 모두 끝나자 다시 선물상자를 곱게 닫아 품에 껴안은 채로 스몰 토킹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진짜 웃기고 신기한 게, 어떻게 다들 짠 것처럼 선물을 두 개씩 준비했지?”
“저는 두 개 아니고 다섯 개 준비했는데요.”
그래, 비록 건진 건 0개지만 말이다.
“어라, 나는 지갑 하나 아닌가?”
“오, 그 안에 든 10만 원은 선물로도 안 치시겠다? 예현이 형이 섭섭해하겠다.”
“예현이 형, 이든이 형 말뜻으로 오해하지 마세요. 현금과 지갑은 한 몸이라는 소리였어요.”
가벼운 대화 후에 몇몇 장면을 더 찍고 나서야 촬영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최종 영상을 확인하자 크리스마스 느낌도 물씬 나고 영상 속의 레브도 제법 화기애애해 보여 나름 만족했다.
최종 영상 확인까지 끝나자 드디어 통풍이라곤 하나도 안 되는 동물 잠옷을 벗어 던졌다.
한겨울인데도 땀으로 흠뻑 젖은 검정 티를 펄럭이다가, 여전히 날다람쥐 잠옷을 입은 채로 우두커니 앉아 있는 류재희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막내, 뭐 하냐. 빨리 옷 안 갈아입ㄱ…… 너 우냐?”
간헐적으로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하고 묻자 류재희가 울음을 참느라 벌게진 눈가를 하고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왜, 누가 뭐라 했어?”
“아니, 그냥…… 형들은 돈 더 보태서 멋지고 좋은 선물 사서 안겨 줬는데 갑자기 제 선물 보니까 쪽팔리고 미안해서…….”
기어코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에, 옆에 걸터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야, 성인이랑 미성년자랑 같냐? 저기 도비 생각 없는 얼굴 좀 봐라. 쟤처럼 좀 뻔뻔하게 살아. 안 떼어먹고 5만 원 딱 맞춰서 선물 샀으면 잘한 거지.”
손가락으로 김도빈을 가리키며 쯧쯧거리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심도 감점을 알리는 상태창이 떴다.
[멤버들 간의 불화를 조장하는 말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왜 나는 사람 위로만 하면 초심도가 깎이는 걸까. 위로하지 말라는 시스템의 계시인가.
초심도가 감점되며 가해지는 고통에 류재희의 등을 두드리던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몸을 뒤튼 류재희의 히끅거리는 소리가 한결 더 커졌다.
졸지에 우는 애 등짝 때린 못되 처먹은 인간이 되어 버린 나는 머쓱하게 고개를 돌리다가 눈과 코끝이 벌게진 채 입을 꾹 다문 김도빈의 얼굴을 마주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반사적으로 김도빈이 사과했다.
“지원금 떼어먹어서 죄송합니다, 크흥.”
“돌겠네. 너는 또 왜 우는데?”
“아니, 겨우 참고 있었는데 형이 매도해서……! 그런데 저 진짜 4,400원밖에 안 떼어먹었는데, 킁.”
김도빈이 코를 훌쩍이며 울음을 토해 냈다. 저 자식이 초심도 감점의 원인이었군.
지원금 삥땅 쳐 놓고 내 초심도까지 깎아 놓고선 뭘 잘했다고 울고 있어?
서예현이 류재희를, 견하준이 김도빈을 달래는 동안, 마른세수하며 이 개판을 퀭한 눈으로 바라보자, 또 따끔거리는 감각과 함께 익숙한 상태창이 떠올랐다.
[동태눈깔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제에발 업데이트 좀 하라고. 내가 스케줄 중에만 그놈의 동태눈깔 아진짜요 비속어 점수 깎으라고 몇 번을 문의하냐!
* * *
홍콩에서 열리는 WAMA AWARDS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하루 전.
캠코더를 든 류재희가 제안했다.
“리얼리티용으로 서로 공항 패션 골라 주기 콘텐츠나 찍을까요?”
“서로 골라 주는 건 너무 진부하니까 넷이서 한 명을 코디하는 방식으로 다섯 명 다 돌기, 어때.”
서예현의 말에 모두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 라인의 방은 너무 좁았기에 옷은 속옷과 잠옷으로 입는 평상복 몇 벌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 방에 놓인 옷장에 걸려 있었다.
옷장도 들여놓지 못해 다이소에서 산 조립식 간이 옷장을 쭉 훑었다.
여름옷은 둘 곳이 없어 여름이 끝나자마자 본가에 부친 지 오래였다.
드레스룸이 따로 있던 회귀 전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미치겠네. 얘는 왜 후드티밖에 없냐.”
“그야 제가 후드티를 사랑하니까여.”
형형색색의 후드티만 색깔별로 있는 김도빈의 옷걸이 구역을 뒤져, 그나마 얌전하고 무난한 검은색 후드티를 찾아냈다.
“이거에다가 롱패딩 입어.”
“너무 심플한 거 아니에요? 공항 패션이 아니라 동네 마실 패션인데요.”
“클래식 이즈 베스트 모르냐? 그리고 네가 잡고 있는 그 요란한 후드티보단 훨씬 나아. 그러니까 포기하고 손 떼라, 얼렁.”
내 말에 김도빈이 미련 남은 얼굴로 요란한 무늬의 후드티에서 손을 뗐다.
“이 형 얼려 죽이려고 그러니. 이 영하 날씨에 셔츠랑 숏코트 조합이 대체 무슨 말이야.”
다음 타자인 서예현이 류재희가 고른 옷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검지를 치켜올려 흔든 류재희가 한껏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형, 추위는 잠깐이고 사진은 평생이에요.”
“머플러라도 추가해 주라, 제발. 해외 나가서 감기 걸리긴 싫다.”
서예현은 겨우 그 초겨울 패션에 머플러를 추가하는 것에 성공했다.
“준이 너는 롱코트에…… 내일 날씨 춥다니까 안에는 니트 입어.”
견하준은 추위를 많이 타니 일부러 패션까지 고려해서 따뜻하게 골라 주니 셔츠를 쥔 서예현이 한마디 했다.
“나도 셔츠 말고 니트로 바꾸면 안 되냐.”
“그럼 둘이 패션 겹치잖아. 기각.”
서예현이 입술을 달싹거리긴 했지만, 카메라가 켜져 있어 차마 내게 무어라 하지 못하고 얌전히 물러났다.
“너는 무스탕에 목폴라 입으면 되겠다.”
그래도 카메라 앞이라 그런지 내 옷은 사심 안 담고 괜찮은 거로 잘 골라 줬다.
“바지는 블랙진 입으면 딱 맞겠네요. 근데 이든이 형, 혹시 형 옷 저랑 공유할 생각 없으신가요.”
“체감상 열 번째 대답해 주는 것 같은데. 내 옷, 너한테 안 어울린다니까. 이제 포기할 때 안 됐냐.”
대체 뭐에 꽂힌 건지 내 옷을 호시탐탐 노리는 류재희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옷걸이를 뒤적거려 옷을 골라 주었다.
“추우니까 따뜻하게 맨투맨에 패딩 입어라.”
“주황색 안 당기는데 다른 색으로 골라 주세요.”
“그럼 민트색.”
류재희의 머리를 헝클이며 민트색 맨투맨을 내밀었다.
리얼리티 분량도 충실히 확보하는 동시에 내일 입을 옷 선택까지 무사히 마치고 매트리스에 털썩 엎어진 내 귓가에 띠링- 소리가 울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푸른빛이 내 눈앞에 떴다.
[깜짝 QUEST★] [▶멤버들의 생일을 챙겨 보자!-내용: 음원만큼이나 중요한 셀링 포인트인 관계성! 멤버들의 생일을 챙기며 그룹의 돈독한 관계성을 드러내 보는 게 어떨까요?
-보상 : 초심도 5, 랜덤 티켓
-기한 : 은퇴 시까지
-조건 : SNS에 게시(투샷 첨부 필수) or OA앱 LIVE(단체 방송도 인정) [택1]
※생일을 챙기지 않을 시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돌아버리겠다. 내가 뭐 유치원 선생님도 아니고, 다 큰 놈들 생일까지 하나하나 챙겨야 해?
하지만 페널티가 걸린 이상 이쪽은 까라면 까야 하는 을이라서 순순히 멤버들의 생일을 상기했다.
일단 서예현 생일…… 관심 없어서 모름.
견하준 생일 1월 3일.
내 생일 8월 1일.
김도빈 생일도 관심 없어서 모름.
류재희 생일은 까먹음.
좋아, 다섯 명 중 두 명이나 아는군. 비록 그중 하나는 나지만.
회귀 전에도 딱히 멤버들의 생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견하준 생일에나 인별에 #happybirthday 태그 달고선 둘이서 브이하고 찍은 손 사진이나 올렸지.
타멤들은 생일 서포트 오면 그제야 아, 쟤 생일인가 보다- 했고.
류재희가 내 생일 때마다 꼬박꼬박 같이 셀카 찍어가긴 했지만, 인별에 안 올리고 SNS 공계에만 올려서 관심 없었다.
그때의 나는 인별만 했지 SNS 공계에는 거의 접속하지 않았으니까.
같은 숙소에서 먹고 자며, 서로의 생일을 축하했던 적이 정말 단 한 번도 없었던가.
기억 속 깊숙한 한구석에 묻혀 있다가 흐릿하게 떠오르는, 정말로 희미하게 남은 기억의 흔적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그래, 우리가 서로의 생일을 챙겼던 때도 있었다.
아직 사이가 틀어지기 전의 아주 초창기였던가, 아마.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프렌차이즈 베이커리에서 급하게 사 온 초코케이크.
초코케이크 칼로리가 얼만지 아느냐고 지랄하면서도 제 생일이라고 한 입 정도는 먹어 줬던 서예현.
누군가의 생일마다 식탁에 놓이던 견하준의 미역국. 미역국에 소고기 대신 들어가 있던 닭가슴살.
생일이랍시고 친구들과 잔뜩 술 붓고 새벽에 들어온 날 아침, 저녁에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다는 투덜거림과 함께 식탁에 놓이던 미역국과 생크림 케이크. 하루 늦은 생일 축하.
생크림 케이크보다는 치즈케이크가 좋다는 소신 발언에 돌아오던 쌍욕.
‘……이걸 좋은 추억이라고 미화해도 되는 건가?’
생일을 챙기려면 일단 멤버들 생일부터 알아야겠지.
매트리스에 누워서 편곡 버전 안무 영상을 보고 있는 서예현을 툭툭 쳤다.
“형 생일 언제야?”
“12월 17일.”
오, 12월이면 이번 달이네. 그리고 17일이면…….
“오늘 아님…….”
“어, 오늘 맞는데.”
현재 시각은 오후 10시 33분.
1시간 27분 안에 투샷이 첨부된 셀카와 함께 SNS에 서예현 생일 축하 글을 올리지 않으면 페널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