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58화(58/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8화
빌어먹을 시스템. 누구 엿 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당일에, 그것도 생일 지나기 1시간 반 전에 퀘스트 던져 놓으면 어쩌자는 거냐.
설마 멤버 생일을 잊은 괘씸죄로 페널티를 반드시 부여하겠다, 이 의미인가.
하필 오늘이 일주일 중에 유일하게 서치 퀘스트를 쉬는 날이었던 게 문제였다.
서치 한 번만 했어도 오늘이 서예현의 생일이란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혀니혀늬 @Yeah1217
예현이 생일인데 막내랑 하준이만 축하글 올린 거 실화냐?
김도빈이랑 윤이든 뭐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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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 @reveim
도빈이야 나이 차 좀 있는 맏형 어려워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윤이든은 솔직히 안 오는 거 이해 안 감;; 둘이 친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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턍 @Jlk001
얘들 사이 별로 같다고 했을 때 둘이 ㅈㄴ 친한데 무슨 소리냐고 피의 실드치던 이듡 악개들 지금 싹 사라진거 보면 답 나오지ㅎ
급히 서치해서 확인해 보니 진짜 서예현 생일은 맞았던 모양이다.
휴대폰 갤러리를 열어 서예현과의 투샷을 찾아 셀카를 휙휙 넘겼다. 있을 리가 없었다.
단체샷에서 둘만 자를까도 해 봤지만, 나랑 서예현이 가까이 붙어 있는 사진이 없었기에 자를 수도 없었다.
포토샵 좀 만지는 친구에게 자연스럽게 둘만 붙여 주라고 외주 맡길까-까지 생각이 뻗어가던 그때.
‘그냥 지금 얼른 둘이 찍으면 안 되나?’
둘 중 하나가 무슨 이역만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겨우 베개 하나 사이에 둔 거리에 있는데 못 찍을 이유라도?
“형, 우리 둘이 셀카 한 번만 찍자.”
“싫어.”
응, 있었다. 무려 쌩얼이라 찍기 싫으시단다. 거참 대단한 직업 정신이셨다.
하지만 사람 자존심이 있지, 아쉬운 건 이쪽이긴 하다만 그렇다고 굳이 매달리기도 싫었다.
“형이 지금 나랑 사진 안 찍어 주면 당장 내일부터 불화설 논란 터질 듯.”
“……협박하냐?”
“협박이라니. 여론이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조금 기다리라고 말한 서예현은 무려 30분 동안 세팅을 마치고 돌아왔다. 셀카 찍는 단 30초를 위해서.
진짜 볼 때마다 느끼지만 독기 하나는 레전드다.
내가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젓자 서예현은 세수라도 하고 오라고 나를 매트리스 위에서 쫓아냈다.
풀세팅한 놈이랑 세수만 대충 하고 온 놈의 투샷은 그래도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자고로 생일 축하하는 놈보다는 생일의 주인공이 더 돋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거로 올린다.”
“어디 봐봐.”
아무 말도 없는 걸 보니 트집 잡을 게 없는 모양이다.
당장 올리지는 않고 기다렸다가 정확히 11시 59분에 공계에 글을 올렸다.
REVE_official @LnL_reve
[이든 Dream]우리 레브 맏형 생일 축하해
마지막 생일 축하는 내가 차지함✌
#happybirthday
(윤이든_서예현_투샷.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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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빠르게 올라가는 공유와 마음 수를 지켜보며 한시름 놓았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뒤늦게 허둥지둥 올리는 것보다는 생일의 마지막을 성대하게 장식해 주는 콘셉트가 낫지 않겠나.
[▷멤버들의 생일을 챙겨 보자! ✓▶올해(20xx) ‘서예현 생일 챙기기’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초심도 5와 랜덤 티켓이 주어집니다.]
서예현 생일인데 선물은 내가 받는다니, 이거 완전 개꿀 아니야?
오른 초심도와 랜덤 티켓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인쇼 @SLFl25f4
그냥 이든이는 좀 특별하게 축하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별별 궁예 다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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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브 @luvvv
이런 거로 까판 열고 싶으면 앞으로는 하루 정도는 기다렸다가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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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오늘 몫의 서치 퀘스트까지 완료되었다.
멤버 생일도 안 챙기는 싹수 노란 리더에서 튀고 싶어 하는 관종 리더가 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전자보단 낫기에 겸허히 받아들였다.
“아, 맞다. 생일 축하해.”
담담히 던진 생일 축하 인사에 휴대폰 화면을 켜 확인한 서예현이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웅얼거렸다.
“생일 다 지나고 나서야 축하하는 놈이 어디 있냐?”
“글쎄, 있던데.”
이제는 사라진 시간 속에서 생크림 케이크와 함께 받았던 축하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서예현이 혀를 찼다.
“너 같은 또라이가 세상에 하나 더 존재한다니, 말세다, 말세…….”
지금 자기가 자기 자신을 까 내리고 있다는 걸 저 인간은 알려나 모르겠군.
* * *
W넷 모체 기업에서 주최하는 Wnet ASIAN MUSIC AWARD, 통칭 WAMA.
홍콩 엑스포에서 열리는 시상식은 지금까지 섰던 음방 무대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크기의 무대와 관중들이 있는 곳이었다.
“와, 넓다.”
리허설을 위해 오른 무대 위에서 류재희가 감탄을 터트렸다.
나야 이런 무대에 몇 번이고 서 본 경험이 있는 터라 익숙했지만, 다른 멤버들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어색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동선 조금 넓혀도 될 것 같은데요?”
김도빈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에 서서 텅 빈 관중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서예현을 툭 쳤다.
꿈에서 막 깬 아이처럼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던 서예현이 대형을 맞추어 섰다.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AR에 맞추어 리허설을 마치고, 지루한 대기시간을 거치자 마침내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가수석에 앉은 우리는 뭐…… 박수 셔틀밖에 되지 못했다.
활동 전에 이루어진 투표라 뮤직비디오상은 꿈도 못 꿨고 다른 상들도 언감생심이었다.
“올해의 신인상 발표하겠습니다.”
쓰읍, 옆에 앉아 있던 류재희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선명하게 전해졌다.
서예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초조하게 발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어차피 못 받는다니까 왜 긴장하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군.
“수상자는…… 축하드립니다, KICKS!”
우리를 비추는 카메라에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어 내며 박수를 쳤다.
여기서 본심대로 표정 구겼다가는 다시 회귀 각이다.
실버디스크와 나온차트 뮤직어워드, 두 시상식이 남아 있으니 아직 패배를 단정하기에는 일렀다. 별로 큰 기대는 안 되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 활짝 웃는 KICKS 놈들의 면상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꼴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좋댄다, 시발. 질질 짜고 있는 모습을 봐도 염병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회귀 전에는 신인상 탔다는 최현민의 자랑 문자에 축하한다고 답장 보내 줄 의리 정도는 있었는데 말이지.
그 의리를 뻥 차 버린 건 저쪽이 먼저였기에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회귀 전에는 빵 떴던 3년 차에야 겨우 올 수 있었던 어워즈.
데뷔 1년 차도 안 된 지금 시점에 발 디디게 된 거로 만족할까 싶으면서도 신인상 받았답시고 한껏 의기양양해진 모습을 보자 만족은 개뿔이.
‘그렇다고 팬 투표랑 심사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
이쪽을 돌아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는 킥스 놈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내리누르며 마주 웃어 주었다.
곧, 우리 무대 순서가 다가왔다.
가수석에서 그 수많은 객석을 채운 관객들을 보아서인지, 어째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것 같은 서예현을 힐끔 보며, 무대 뒤에서 마지막으로 인이어를 점검했다.
류재희나 김도빈이야, 천상 연예인들이라 긴장감은커녕 얼굴에 기대감만 한가득하고, 견하준이야 언제나 차분하다.
그럼 역시 문제는 서예현밖에 없군.
“실수해도 돼.”
어깨를 두드리며 가볍게 말을 건네자 숨을 작게 몰아 내쉬던 서예현이 나를 돌아보았다.
“너무 큰 실수만 아니면 실수해도 된다고. 어차피 형은 뉴 안무의 창시자로 유명하기 때문에 형이 여기서 발 방향 실수한다 한들 이슈 거리도 안 돼. 뭐, 무대 하다가 동선 꼬여 멤버랑 부딪혀서 둘이 자빠지면 이슈는 되겠지.”
“진짜 위안된다…….”
중얼거린 서예현이 오묘한 내 표정을 보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
“비꼬는 거 아니고 진심으로. 그러니까 아무 말이나 좀 더 해 봐.”
“……혹시 마조야?”
“그런 말 말고. 긴장 풀릴 만할 말.”
“이 정도 해 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 무대에서 자빠지거나 동작 통으로 까먹어서 우두커니 서 있지만 마.”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대충 긴장 풀린 것 같군.
“형들! 이거 한 번 해요! 이거!”
손등이 보이도록 손을 들어 올린 류재희가 마구 손짓했다.
“거참 귀찮게시리…….”
중얼거리며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손을 올렸다. 다섯 손바닥이 모이자 류재희가 힘차게 외쳤다.
“둘, 셋, 파이팅!”
이게 한목소리로 모이는 날이 오긴 올까. 이번에도 묘하게 어긋나는 타이밍들에 혀를 차며 손을 거뒀다.
막내 라인 녀석들은 무대 찢고 오자고 자기들끼리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었다.
스크린이 열리며 MR이 흘러나오자 망설임 없이 무대로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오랜만에 피부로 닿아 오는 공연장의 열기를 만끽하며 마이크를 고쳐 쥐었다.
그래, 무대 찢을 시간이다.
* * *
“랩 하나는 더럽게 잘해, 짜증 나게.”
뚜렷하게 귀에 꽂혀 오는 정확한 딕션과 여유로운 플로우에.
언제 카메라가 비출지 몰라 반듯하게 앉아 무대를 최대한 즐기는 척 박수를 치던 KICKS 멤버 최현민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옆에서 리듬을 타듯 몸을 흔들며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고 있던 다른 KICKS 멤버가 한탄하듯 말했다.
“솔직히 노래도 좋긴 하잖아.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이든이 형 나가지 말라고 잡을걸. 저 인간이 작곡 재능충이었을 줄이야.”
“으, 그러면 견하준부터 안 나가게 해야 했잖아. 그 씹선비 견디기-”
“쉿. 지금 카메라 돌아간다, 얘들아.”
리더의 말에 목소리 한껏 낮춰 속닥거리던 KICKS 멤버들은 입을 다물고 다시 무대를 응시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옆에서 그 속닥거림을 모두 듣고 있던 남자가 급박한 태세 전환에 픽 웃었다.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류재희의 보컬을 들으며 그가 짧게 읊조렸다.
“신기하네.”
“뭐가? 고음이? 너도 저 정도는 올라가면서 뭘 새삼스럽게.”
제 그룹 리더의 말을 웃음으로 넘기며 그는 무대의상인 반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턱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있어, 그런 게.”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도 시선을 잡아끄는 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그는.
허벅지를 약하게 치는 손길에 저를 비추는 카메라를 향해서 살포시 미소 지어 보였다. 함성 소리가 한층 커졌다.
노래는 어느새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다.
레브의 자리였던 가수석의 빈자리와 무대를 번갈아 본 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 버전이 더 좋은 건 의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