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59화(59/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9화
무대에서 내려온 우리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채 식지 않은 무대에서의 열기가 일렁이는 눈으로 서예현이 씩 웃었다.
“나 이번 무대에서는 실수 안 했다.”
아니, 당연한 말을 무슨 대단하고 대견한 일 한 것처럼 하고 자빠졌어. 무대 위에서 실수를 안 하는 게 정상이라고, 안 하는 게.
하지만 나의 소중한 초심도를 위해 그 말을 꾹 눌러 참고 칭찬의 말을 내뱉어 주었다.
“그래, 잘했어.”
성질 많-이 죽었다, 윤이든.
저 인간한테도 시스템의 저주, 아니 축복을 내려 주는 게 어떨까 건의해 봤지만, 자기가 튀어나오고 싶을 때만 나오는 이 빌어먹을 시스템은 묵묵부답이었다.
아니, 누구는 무대 위에서 실수하면 초심도를 무려 7점이나 깎아 드시더만, 왜 누구는 뉴 안무의 창시자라는 별명이 붙어도 그냥 내버려 두는 건지?
동태눈깔과 습관성 아진짜요보다 실력 부족 및 무대 위 실수가 더 심각한 아이돌 실격 사유 아닌지?
나는 그저 리얼뮤직 하면서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죽을죄였는지?
내 심란한 속도 모르고 김도빈이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우리도 나중에 이런 큰 콘서트장에서 단독공연 할 날이 오겠죠?”
“어어, 그래.”
“형, 좀 더 진심을 담아서 대꾸해 주세여.”
“어어, 그렇겠지.”
“그 대답 대체 어디에 진심이 담겨 있는 건데요.”
“두 글자나 더 늘려 줬잖아.”
그날이 안 오면 난 또 회귀해야 해, 인마. 회귀해서 이 짓거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설렁설렁 대꾸하며 가수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빈자리에 앉자 옆에서 생수병이 불쑥 내밀어졌다.
“무대 잘 봤어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는 낯설지 않았다. 내 마지막 기억보다 젊어 보이는 얼굴을 마주하고는 구겨지는 인상을 애써 펴며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시발, 뭔데 친한 척이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차연호를 보며 생수병을 받아 들고는 티 나지 않게 어금니를 짓씹었다.
친목질하곤 거리가 먼 저쪽에서 먼저 인사를 건네서 그런지 알테어 멤버들이 눈동자에 흥미를 담고 나를 쳐다보았다.
알테어. 레브보다 2년 먼저 데뷔한 선배 보이그룹.
그리고 회귀 전 1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가 한순간에 보기 좋게 추락한 그룹. 그 추락에 내가 한몫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아무쪼록, 회귀 전의 알테어와 나는 악연이라면 악연이었다- 이 말이다.
그중 차연호는 알테어의 메인 보컬이자, 음…….
[뭐, 댁 음색은 내 취향이라 공손하게 부탁하면 곡 하나쯤은 줄 수도 있고?] [너, 이제 내가 만만하나 봐?] [충고 하나 해 줄까, 선배님? 자존심 세울 시간에 주제 파악이랑 상황 파악부터 좀 해. 아직도 내가 네 아래로 보여?]그랬었지.
음색은 정말로 견하준 다음가는 내 취향이었는데 어쩌다가 사이가 그렇게 되어 버려서.
물론 이건 전적으로 알테어 측의 잘못이었다.
“형, 차연호 선배님이랑 아는 사이에요?”
류재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니?”
물론 즉각 부정했다.
회귀 전이면 몰라도, 일단 지금 시간대에서는 모르는 사이가 맞으니까.
그런데 왜 계속 쳐다보고 있는 거지.
라이징과의 친목을 쌓고 싶어서라면 그 옆에 신인상 받은 KICKS한테도 저래야 하는 거 아닌가?
눈이 마주치자 차연호가 웃었다. 결코 호의적이지는 않은 얼굴로.
여유롭게 마주 웃어 주며 생각했다.
‘이 새끼, 지금 우리 견제하나?’
레브 체급이 많이 커지긴 했구먼. 4개월 차에 이렇게 알테어한테 견제받는 걸 보니.
회귀 전에는 빵 떴던 3년 차에도 견제보단 개무시를 받았던 것 같은데 말이야.
* * *
WAMA가 끝난 다음 날, 레브의 리얼리티 <마이돌 관찰카메라-레브 편>의 첫 방송이 송출되었다.
어떻게 뽑혔나 궁금해서 옹기종기 TV 앞에 모여 앉아 리얼리티를 시청했다.
휴대폰 화면에는 류재희가 링크 보내 준 불판인가 뭐 시긴가가 떠 있었다.
[오늘의 기상 알림 담당, 유제!] [그럼, 멤버 형들을 깨우러 출발해 보겠습니다.]서예현의 자는 척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아직 잠이 덜 깬 예현]자막과 함께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모습이 나왔다.
당시 콘셉트였던 비몽사몽인 모습보다는 그냥 멀뚱히 앉아 있는 모습에 더 가까웠다.
역시 저 인간이 연기는 하면 안 된다는 것만 다시 상기해 주었다.
-미쳤다 잠자는 숲속의 왕자님 그 자체
-와 대박 어떻게 자고 일어났는데도 하나도 안 부어 있을 수가…… 역시 다른 종족인가벼
-방금 깬 건 맞나요ㅋㅋ 얼굴에 잠기가 하나도 없는데ㅋㅋㅋ
그야 저 인간이 미리 일어나서 풀 세팅을 했으니까요.
그다음은 나로 초점이 옮겨졌다.
내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얼굴이 화면에 비쳤다.
물론 자는 척이긴 하지만 잠든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고 있으니 무언가 기분이 묘했다.
[……일어났어.]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자막과 함께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 내 모습이 나왔다.
-이든이 아침에 약하구나ㅋㅋㅋㅋ
-일어났다고 하면서 다시 눈 감는 건 역시 국룰이었군
-후드 뒤집어쓰는 거 봐 ㄱㅇㅇ
[오, 하준이 형. 제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난 거예요?] [레브의 제일가는 부지런쟁이]깨우기 전에 미리 일어난 견하준은 부지런쟁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저거 임진왜란아~ 그거 아니냐고ㅋㅋㅋ
-하준이가 레브에서 제일 부지런할 거 같은데 솔직히 방송 말고 실제는 하준이가 기상 순서 1등이라는 거 민다
유감이지만 서예현이 1등입니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면서 늦잠 잘 줄 알았더니 의외로 제일 아침잠 없는 인간이더라고.
-막냉이 늦잠자는구나 학생이 다 그렇지 뭐
-주작방송이라는 걸 이렇게 드러내면 어떡해 이든앜ㅋㅋㅋ
[형도 팬분들께 아침 인사 한 번 해요.] [좋은 아침.]-이든아 눈 떠
-진심 잠 더 자고 싶어서 비몽사몽한 고영
다행히 내 모습은 의도한 대로 잘 나왔다. 이 웃기지도 않는 아침 기상 연극의 대미를 장식한 건 김도빈이었다.
[마지막으로 기상한 도빈]“으아아악! 저게 뭐야!”
자막과 함께 뜨는 제 빵떡 같은 얼굴에, 손에 얼굴을 묻은 김도빈이 절규했다.
화면으로 보니까 유난히 더 붓고 못생겨 보이는 바람에 다들 김도빈을 달래기는커녕, 웃기 바빴다.
“그러게 미리 일어나 있으라고 했지.”
“이야, 잘 나왔네. 우리 도비가 한 몸 바쳐서 리얼리티 최고의 장면을 선사해 줬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품하는 거 봐 ㅋㅋㅋㅋ 다른 애들은 미리 일어나 있었던 것 같은데 도빈이는 찐이다 ㅋㅋㅋㅋ
-강강쥐 얼굴 부었엌ㅋㅋㅋㅋ
-차마 보다 못했는지 이불 덮어 주는 이든이ㅋㅋㅋ 역시 멤버 내리사랑은 리더라니까
기상 장면을 모두 공개한 화면은 리얼리티에서 레브 멤버들이 하고 싶은 걸 정하는 회의로 넘어갔다.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 정밀 건강검진] [아, 형, 제발요.] [왜? 그거만큼 유익한 콘텐츠가 어디 있어?] [건강이 최우선! 강력하게 주장하는 리더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도빈]“나 왜 저렇게 1호선 광인처럼 나왔냐?”
“편집 방향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때도 충분히 1호선 광인 같았어요.”
-아니 이든아 건강검진은 유잼 콘텐츠가 아니라 노잼 콘텐츠라고 니들이 내시경 수면마취 덜 깨서 랩하거나 헛소리 하지 않는 이상은
-왤케 건강검진 집착함?
-근데 응급실 실려 갔다던 거 고려하면 이든이 이해감……
└아……
-애들 리더 말 먹금하는 거 개웃기네ㅋㅋ
그래도 적절히 끊어 준 편집 덕분에 진상보다는 조금 유난스럽게 건강 챙기는 녀석 정도로 비쳤다.
-농촌체험은 하도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어서 이제 질림 차라리 주말농장 콘텐츠를 해라
└아 벌써 몸빼바지랑 챙모자 떠오름
-겨울바다도 솔직히 노잼이지 않나;;; 모래사장 뛰어다니는 거밖에 뽑을 거 있음?
-하준이 그렇게 압살이냐고ㅋㅋㅋ 하준이가 요리를 잘하는 거야, 다른 애들이 처참한 수준으로 못 하는 거야?
└전에 라방에서 이든이가 밝혔는데 하준이 빼고 타멤들이 할 수 있는 요리가 회오리오믈렛, 라면, 다이어트식 요리, 이러더라……
└나보다 잘하는디?
-유제 공포영화 못 보나 봐ㅋㅋ 누가 햄찌 아니랄까 봐
-작사작곡 및 프로듀싱 체험ㅋㅋㅋㅋ 도빈아 프듀멤이 되고 싶어?
-아깝다 락밴드 체험 보고 싶었는데
└예현아 지금부터 키보드라도 연습하자
└보컬은요?
└에바임
회의 끝에 바다와 요리 두 주제를 정한 과정이 휙휙 지나가고,
[다음 주! 우당탕탕 크리스마스 대소동!] [레브의 깜짝 선물 전격 공개!]크리스마스가 있는 다음 주 예고편을 띄우며 리얼리티 방송 1화가 끝났다.
-약간 꿀노잼 재질이긴 한데 아직 1화니까 다음 화 기대해 봐야지
-도빈이가 웃수저였을 줄이야,,, 의도하지 않은 개그에 특화되어 있었구나
-애들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잼썼음!
-그래도 다들 친하네ㅎㅎ
-2화부터 크리스마스 치트키라니 1화 꿀노잼이라도 2화 볼 수밖에 없잖아
-크리스마스 선물 뭐지? 팬송이라도 녹음했나?
-다음 주 ㅈ
└ 기대된다 빨리와라
우다다 올라오는 이번 주 방송 감상평과 다음 주 방송을 향한 기대감을 쭉 보고 있는데,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휴대폰 상담에 떴다.
발신인은 KICKS 낙하산이었다.
[정이서(KICKS 낙하산)- 아무리 기어올라 봤자 그쪽 그룹이 신인상급은 아니라고 비웃고 있는 중이네요] 오후 8:32낙하산은 착실하게 내부고발자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이 연예계에서 사람을 온전히 믿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알고 있으므로 적당히 걸러 들었다.
[와 징하다 또 언제 뒷담으로 단합했대] 오후 8:39서로 의심하다가 분열 좀 하라니까 귀신같이 다시 단합한 꼴에 아주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뒷담으로 하나 되는 우리 사이도 아니고, 뭔…….
[곡 체인지 스페셜 스테이지는 그대로? 아님 편곡?] 오후 8:40슬쩍 떠보자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꽤 자세한 답장이 왔다.
[정이서(KICKS 낙하산)- 키만 낮추고 나머지는 그대로예요] [정이서(KICKS 낙하산)- 안무는 군무랑 아크로바틱으로 수정했고요] 오후 8:42 [정이서(KICKS 낙하산)- 그쪽은요?] 오후 8:43KICKS 놈들이 우리 곡을 편곡하든 그대로 가든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무엇을 택해 봤자 비교가 되는 길은 피할 수 없으니까.
안무야 원곡보다 더 빡세진다고 해도 결국 남는 건 안무보다는 음악이니까.
[뜯어고침] 오후 8:47구구절절 설명해 줄 의리도 필요도 없었기에 짧게 답장을 보냈다.
그래도 노코멘트보단 낫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