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6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62화(62/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2화
오늘은 M사의 가요빅매치에서 스페셜 스테이지를 하는 그룹의 리더들이 모여, 무대 전에 짧게 방영할 VCR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어차피 곡을 체인지할 상대는 진작 전달받았었기에 조작 영상 찍는다고 생각하면 됐다.
스페셜 스테이지에 서는 그룹은 모두 여섯 그룹.
올해 데뷔한 신인과 1년 차 아이돌이 섞여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미간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는 KICKS 리더를 향해 픽 웃었다.
“친한 척 달라붙지 말고 제발 카메라 앞에서도 그렇게 티 팍팍 내 주라?”
“뭐라는 거야. 개소리할 시간에 현민이 사진이나 지워.”
“내가 왜? 최현민만 얌전히 있으면 나도 그 사진 퍼트릴 일 없으니까 너희 멤버 관리나 똑바로 해. 그리고 개소리는 내가 아니라 최현민이랑 네가 지껄이는 게 개소리고.”
목소리를 한껏 낮춰 살벌한 속닥거림을 주고받고 있자 스태프들이 방에 들어왔다.
위에 원형으로 구멍이 뚫린 상자와 여섯 개의 공이 우리 앞에 놓였다.
상자는 불투명해서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조작하기 딱 좋다는 뜻.
“한 컷씩 촬영하실게요.”
제일 먼저 공을 뽑은 이는 KICKS 리더였다.
레브가 적혀 있을 공 하나만 상자 안에 있을 게 분명했지만, 뒤적거리면서 공을 고르는 척하던 KICKS 리더가 마침내 손을 뺐다.
카메라 앞에 공을 가져다 댄 KICKS 리더가 자리로 돌아오자 제작진이 새로운 공을 툭, 상자 안으로 집어넣었다.
앞의 네 명이 내리 공을 뽑고 나서 내 순서가 다가왔다. 상자에 손을 넣자마자 하나 있는 공을 집어 들었다.
역시나 KICKS라고 써진 공을 내려다보다가 카메라 앞에 쓱 가져다 댔다.
곡 선정과는 다르게 선공과 후공은 조작이 아니라 진짜 뽑기였다.
선공은 매치 상태에서 먼저 무대를 하는 그룹, 후공은 나중에 무대를 하는 그룹이었다.
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먼저 하든, 나중에 하든, 잘한 놈이 장땡이지.
뽑은 제비를 카메라가 있는 쪽을 향해 들어 올리는 걸 마지막으로 촬영이 끝났다.
참고로 레브는 후공이었다.
자리를 뜨기 전, KICKS 리더가 얼굴에 비웃음을 담고 내게 말을 걸었다.
“연습은 많이 했어? 너희 그룹 보니까 칼군무는커녕 군무도 요원할 것 같은데.”
시발, 서예현!
저 말을 듣게 만든 지분 99%를 차지하는 놈을 향해 마음속으로 욕설 한 번 내뱉어 주고.
저 말을 굳이 내 면전에서 하는 쓰레기 새끼를 향해 마음속으로 쌍욕을 퍼부어 주었다.
눈썹을 치키자 놈의 얼굴에 걸린 비웃음이 한층 짙어졌다.
“참, 너희 노래 안무는 조금 많이 뜯어고쳤어. 너희 안무 영상 보니까 너무 밍숭맹숭해서 보는 맛이 안 살더라고.”
그럴 수밖에. 몸치 서예현이 일주일 만에 익힐 수 있는 안무를 만들어야 했으니까.
안무로 뭐라 떠들든 노래로 까는 거 아니면 내게는 타격 0이었다.
당연하다. 안무는 김도빈이 만들었고 노래는 내가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래, 수고 많았다. 서커스 기대할게. 서커스용으로 만든 곡은 아니지만, 뭐.”
나 역시 입가에 삐뚜름한 웃음을 걸고 맞받아쳤다. 내 빈정거림에 KICKS 리더의 눈가가 꿈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놈의 비꼼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참, 나도 너희 노래 좀 많이 뜯어고쳤다. 너희 노래 들으니까 너무 밍숭맹숭해서 들을 맛이 안 나더라고.”
어깨를 툭툭 치고는 그대로 놈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게 왜 까불어.
* * *
반짝이는 네온 장식이 나무에 걸리고 거리에 캐롤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12월 말.
김 모 양의 휴대폰에 알림창이 떴다. 일주일에 네 번씩은 꼬박꼬박 두 줄 이상의 글로 출석 체크를 해 주는 윤이든의 From 글이었다.
[From. 이든]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저희가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하니 깜짝 선물을 준비했는데요. 선물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레브 공식 너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곧 있을 가요 축제 무대들도 열심히 준비했으니 기대해 주세요.
(크리스마스트리앞_전신샷.jpg)
댓글 517
-헐 뭐지? 너튜브 채널 공개면 뮤비인가? 아니면 음원?
-못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울 와기들 벌써 보고싶다……
-옷 따뜻하게 입고다녕 이든아 감기걸린다
크리스마스이브 너튜브 채널에 업로드될 만한 거야 뻔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한창 촬영하는 중이니 크리스마스 기념 팬송 뮤직비디오겠지.
이브에 미리 뮤직비디오 풀고, 크리스마스에 방영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메이킹 영상과 비하인드가 나올 게 분명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kpop 덕질 10년이면 이 정도 예측 정도야 껌이었다.
하지만 빤히 보이는 선물이라고 해도 역시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크리스마스이브.
정오, 레브의 너튜브 공식 채널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Reve(레브) – ‘Snow Dream’ Official M/V]썸네일은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동물 잠옷을 입고 모여 있는 다섯 멤버들.
재생하자 오르골 사운드의 캐롤 멜로디와 함께, 생크림이 담긴 보울을 들어 올려 이리저리 살피는 이든의 모습이 제일 먼저 등장했다.
옆에 있던 유제한테 거품기를 건네받아 열심히 휘젓던 이든은 시트에 크림을 바르려 하자마자 주르륵 흘러내리는 크림에 당황한 얼굴로 유제를 돌아보았다.
하준의 목소리가 인트로를 장식하며 카메라는 앞치마를 맨 채로 카나페를 만들고 있는 하준의 모습을 비쳤다.
크래커 위에 햄과 치즈, 반으로 가른 방울토마토를 올리거나, 작게 자른 양상추를 깔고 그 위에 소스를 버무린 참치를 올리자, 제법 맛있게 보이는 카나페가 완성되었다.
화면이 전환되며 열심히 바질 잎을 씻고 있는 예현이 등장했다.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탁탁 썰고 차례대로 차곡차곡 접시에 담고선 바질 잎을 올리고 발사믹 식초를 뿌려 카프레제 샐러드를 완성한 예현이 카메라에 접시를 내보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도빈이 자신의 파트에 맞추어 등장했다.
칠면조를 오븐에 넣고 버튼을 누른 도빈이 쓱쓱 오븐용 장갑을 끼고 오븐을 열자, 잘 구워진 칠면조가 오븐 밖으로 나왔다.
후렴구는 쭉쭉 뻗어 나가는 유제의 보컬이었다.
자기 파트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화면에 등장한 유제는 딸기를 다지고 있었다.
어……?
옆에 있던 이든이 한숨을 내쉬며 칼을 유제의 손에서 가져갔다.
역할을 바꾼 두 사람이 무어라 대화하다가 다진 딸기를 생크림에 넣었다.
그런 두 사람의 손에서 완성된 케이크의 비주얼은 다진 딸기가 표면에 덕지덕지 묻어 상당히 괴랄했다.
딸기 케이크를 가리키며 예현과 도빈이 무어라 하고, 약간 빡친 표정으로 웃은 이든이 도빈에게 포크 가득 케이크를 떠먹여 주었다.
유제와 도빈이 카나페를 서로에게 먹여 주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이든의 랩과 함께 장소가 부엌에서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각자 이미지에 맞는 동물 잠옷을 입고 등장한 레브 멤버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동물 잠옷 뒤에 달린 꼬리가 흔들거렸다.
검은색 고양이 잠옷을 입은 이든이 마치 진짜 고양이라도 된 듯 양 장식을 툭툭 건드렸다.
가장 키가 큰 하준이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별 장식을 올리자, 곧바로 화면이 페이드아웃 되며 이불 위에 옹기종기 누워 있는 다섯 멤버와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여 있는 다섯 개의 선물상자를 차례로 비추었다.
불이 꺼진 밤중을 표현하려 한 건지 배경이 어두웠다.
제일 먼저 이든이 슬며시 일어나 살금살금 크리스마스트리로 가더니, 선물상자 하나를 들고 조심스럽게 예현의 머리맡에 놓았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이불 위에 푹 누웠다.
하준은 유제에게, 예현은 도빈에게, 유제는 이든에게, 도빈은 하준에게 선물 배달을 마치고 나자 불이 환하게 켜졌다.
멤버들은 부러 기지개를 켜며 기상하는 척을 했다.
제 머리맡에 놓인 선물들을 품에 안고 한 사람씩 선물상자를 여는 장면이 지나갔다.
선물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verse 2 후렴구와 함께 레브 멤버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율동 같은 안무를 추는 장면과 한 사람씩 얼굴을 비추며 두 손 가득 모은 눈을 흩뿌리거나 불거나 던지는 개인 컷이 지나갔다.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엉겨 누운 레브 멤버들의 단체 샷을 마지막으로 뮤비가 끝났다.
-아미친 케이크 뭔데 거의 비주얼이 지옥에서 온 케이크
└도빈이 먹기 싫어 보였는데 이든이가 떠줘서 억지로 먹었어ㅋ큐ㅠ
└맛 어땠을지 궁금하다 라방 뜨면 저거 물어봐야지
-울 햄찌 왜 날다람쥐 입어쏘ㅠㅠㅠ 이든이는 저거 재규어야?
└고양이 잠옷이 재규어로 보이는 착시현상
└이걸 이제 이든현상이라고 명명하자
-카나페랑 카프레제 샐러드 진짜 맛있어 보인다 저 식탁에서 먹고 싶지 않았던 건 케이크밖에 없었어 케이크가 메인이었음에도,,, └대체 딸기를 왜 다졌던 것이며, 다진 딸기는 왜 생크림에 넣고 섞어서 지옥에서 올라온 딸기케이크를 만든 것인가
└딱봐도 저 둘은 얼굴에 요리가 없잖음
-저 선물상자 공계에 올라왔던 그 상자들 아니야? 멤버들끼리 주고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올라왔던?
-다행이다 눈의 요정 표현한답시고 스펀지 실험복 다시 입히는 거 아닌지 걱정했는데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내우주의 악몽…
-노래 잔잔한데 캐롤송답고 좋네 노래도 잘뽑히고 뮤비도 잘뽑힌 듯
-비하인드나 뮤비 메이킹 필름은 안 올라오나?
└아마 마이돌에서 풀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방영이라 백퍼 그때 풀 거 같은뎅
너튜브 공식 채널에 뮤직비디오가 올라오고 1시간 후, 유제의 From 글이 업로드되었다.
[From. 유제]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울 일몽이들! 크리스마스이브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내일도 눈이 와서 2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네요! 물론 저희는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못하고 고척돔에 있어야 하지만…… ㅎㅎ 그래도 우리 일몽이들을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기대되고 좋네요☺
저희가 준비한 깜짝 선물은 마음에 드시나요? 녹음실 비하인드랑 뮤비 메이킹 영상 및 선물 공개식 비하인드는 내일 방영하는 <마이돌 관찰카메라-레브 편>에서 확인 가능하니 많관부~
참, 이든이 형이 은 일몽이들 생각하면서 작사 작곡했다고 전해 달래요
그럼 Merry Christmas!
(크리스마스트리앞_레브_단체셀카.jpg)
댓글 642
-유제도 메리 크리스마스! 진짜 최고의 선물이었어!
-헉, 작사작곡 윤이든 이제봤다
-유제야 이든이한테 노래 진짜 좋다고 최고의 캐롤송이라고 전해 줘~
-악 미치겠다 뮤직대전이랑 리얼리티 방영 시간 겹치잖아
-와 마이돌 그렇게 안 봤는데 치트키쓰네 녹음실 비하인드랑 뮤비 메이킹 영상이랑 선물 공개식 비하인드를 어떻게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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