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6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67화(67/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7화
내가 견하준의 생일을 깜빡했다고? 서예현도 아니고 김도빈도 아니고 무려 회귀 전에도 꼬박꼬박 챙기던 견하준의 생일을?
“헐, 이든이 형 그렇게 봤긴 한데 진짜 무심한 사람이네. 어떻게 친구 생일도 까먹어요?”
류재희의 깝죽거림에도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자 견하준이 나 대신 대리 변명을 해 주었다.
“그럴 수도 있지. 요새 정신없이 바빴잖아.”
준아, 그러지 마라…… 지금 SNS 확인해 보니까 재희는 생일 축하한다는 글 올렸던데.
네가 그러면 나는 바쁘답시고 친구 생일도 기억 못 하고 챙기지 않은 쓰레기가 되어 버리잖아…… 심지어 개인 스케줄도 없었는데.
서예현 생일에 마지막으로 축하해 준다며 콘셉트를 잡아 놓은 게 다행이었다.
이제부터 축하 게시글은 11시 59분에 올리는 거로 밀고 가기로 했다.
멤버들 생일 때마다 그때까지 자지 않고 버텨야 하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현재 시각이 오후 2시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게시글이야 자정 전에만 투샷 셀카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지만, 다른 멤버들이라면 몰라도 견하준의 생일을 이대로 넘기는 건 좀 그랬다.
괜찮고 성의 있는 생일 선물을 정해서 사기에는 늦었고 말이다.
나중에 견하준에게 필요한 거라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지금 할 수 있는 걸 떠올렸다.
나와 마찬가지로 견하준의 생일을 챙기지 못한 김도빈과 서예현까지 끌어들여 생일 축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답은 OA 라이브다.
시스템이 랜덤 티켓으로 강제로 안겨 준 회귀 전 OA 인기 라이브에서 제법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영상 하나를 되새기며 인터넷에 검색어를 입력했다.
[미역국 끓이는 법]장을 봐 와야 할 재료 목록을 캡처하고는 쭉쭉 스크롤을 내렸다.
불리고 볶다가 물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니, 꽤 간단해 보였다.
이 정도는 요알못인 나도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시글 맨 아래에 있는 ‘초보자들도 쉽게 성공할 수 있어요~.’라는 문장이 확신과 자신감을 더해 주었다.
다 같이 우르르 움직이는 건 번거로우니 짐셔틀로 제일 편한 류재희나 데리고 나와 근처 마트로 향했다.
“형, 과자 사도 돼요?”
“어어, 사.”
“초코 들어간 과자 사면 예현이 형이 뭐라 하시겠죠?”
“뭐라 하든 알 바냐. 그냥 먹고 싶은 거 사.”
“전 형만 믿을게요.”
서예현이 내게 뭐라고 하든 과자를 먹고 싶다고 한 건 막내라고 잡아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뭐라 하는 게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대충 장을 다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슬쩍 물었다.
“그런데 재희 너는 어떻게 멤버들 생일 그렇게 다 챙기냐?”
“휴대폰 캘린더에 저장해 놨죠. 알람 설정해 놓으면 알람도 떠요.”
그러고 보니 친구들이나 언더 형들 생일은 캘린더에 저장해 놓고 멤버들 생일은 저장해 놓지 않았다는 걸 새삼 자각했다.
견하준 생일이야 외우기 쉽다고 굳이 안 해 놓은 거지만, 오늘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걸 보아하니 저장해 놓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과거의 내가 정말로 이 그룹을 성장 발판으로만 여겼다는 걸 다시 한번 마주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네 생일 언제냐?”
“9월 14일요.”
“멀었네. 김도빈 생일은?”
“5월 26일이네요.”
“예현 형 생일은 언제였더라. 12월…….”
“17일이요.”
멤버들의 생일을 캘린더 앱에 싹 입력해 놓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소매를 걷어붙였다.
“도비! 이리 와서 OA앱 라이브 좀 켜고 촬영 좀 해라!”
“도비는 자유로운 집요정-.”
“너 인마, 내가 그거 하지 말라 했지. 양말이라도 던져 주리?”
내 타박에 입을 댓 발 내민 김도빈이 제 휴대폰을 든 채로 부엌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형이 도비라고 안 하면 제가 이 멘트를 칠 일도 없는데여.”
“시꺼, 도비.”
제가 할 일은 무어냐고 물으며 부엌을 기웃대는 서예현을 향해 가만히 앉아 있다가 견하준이랑 같이 생일상이나 받으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부엌인데 서예현까지 끼면 더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모든 요리를 다이어트식으로 만들라고 지랄할까 봐 미리 치워 놓는 것도 있었다.
기껏 사 온 소고기 양지가 저 인간 때문에 냉동실의 닭가슴살로 대체될 수 있다니까?
“나 참, 내 생일 지난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생일상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생일상 못 받았던 게 내심 섭섭했던 모양이다.
다음 생일에는 인스턴트 미역국이라도 챙겨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예현의 등을 떠밀어 거실로 보냈다.
“라방 켤게요. 셋, 둘, 하나.”
김도빈이 제 휴대폰을 올리며 예고했다.
카운트다운에 맞추어 김도빈의 휴대폰을 보며 손 흔들어 인사했다.
“안녕, 데이드림.”
“안뇽, 오랜만이에요, 울 일몽이들!”
“아, 잠시만. 아직 안 켰어여. 어, 이제 켜졌다.”
카메라가 켜져서 김도빈한테 눈을 부라리지도 못하고 기껏 한 인사를 다시 했다.
“오늘은 하준이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상 차리기에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리 윤이든, 보조 류재희, 촬영 김도빈입니다.”
“예현이 형은 어디 갔냐는데요?”
김도빈이 채팅을 읽자 큰 보울을 꺼내며 대꾸했다.
“최연장자 배려로 거실에서 쉬고 있습니다. 최근에 생일이었던 관계로 하준이와 함께 생일상을 받을 예정입니다.”
소고기를 담을 그릇도 꺼내 키친 타올을 깔며 말을 이었다.
“오늘 도전할 메뉴는 소고기미역국, 계란말이, 제육볶음입니다.”
“너무 소박한 거 아녜요?”
“중요한 건 정성이란다.”
대꾸하며 도마를 꺼내 그 위에 양파와 마늘 여섯 개를 올렸다.
“먼저 마른미역을 물에 담가 불린다. 야, 10분에서 15분 불리라는데?”
“그 전에 다른 거 먼저 하고 있음 되죠. 제육볶음이라던가.”
“아, 그러네. 난 마늘 다질 테니까 너는 마른미역 좀 불려라, 막내야.”
“넵. 이 정도 불리면 사람 다섯이 먹기에 충분하겠죠?”
마른미역 봉지에서 미역을 두 주먹 꺼낸 류재희가 보울을 내게 보여 주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좀 적지 않은가 싶어 고개를 기웃했다.
“좀 적지 않냐?”
“그럼 이만큼 더.”
마른미역이 한 주먹 더 추가되었다. 채팅창을 읽고 있던 김도빈이 채팅 하나를 전달해 주었다.
“이든이 형, 재희야. 마른미역 물에 불리면 엄청 분데요.”
“그건 우리도 당연히 알지. 그건 상식 아니냐. 건포도도 물에 넣으면 불어.”
“그 양이 맞느냐는데요?”
“얼추 맞지 않을까?”
이 정도는 해야지, 이거보다 더 적으면 누구 코에 붙여.
마늘을 채썰기 하는 것처럼 열심히 칼질하다가 내가 본 것과는 다른 다진마늘의 비주얼에 견하준을 소환했다.
“준아! 마늘 다지는 거 이거 맞아?”
슬쩍 와서 내 어깨 너머로 마늘의 꼴을 본 견하준이 해답을 내놓았다.
“칼 손잡이로 으깨.”
음, 그렇군. 계속 칼로 써는 게 아니라 손잡이 끝부분으로 으깨는 거였군.
견하준은 다시 거실로 돌아가고, 나는 마늘 다지기를 완료하고는 그다음 레시피를 읽었다.
“냄비에 양지와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고 볶는다. 이건 미역 불으면 하고 먼저 제육볶음 하고 있자.”
아직 미역이 덜 불은 관계로 미역국은 잠시 킵해 놓고 제육볶음으로 넘어갔다.
방송 전에 미리 불려 놨어야 했는데, 10분이나 걸릴 줄 몰랐던 내 불찰이다.
“양파를 썰고…… 돼지고기랑 양파 같이 볶으면 되나?”
“하준이 형! 양파랑 돼지고기랑 같이 볶아요?”
“아니, 돼지고기 먼저 볶다가 고기 어느 정도 익은 거 같으면 야채 넣고 소스 넣고 볶아.”
또 빠른 걸음으로 부엌에 도착한 견하준이 맞는 순서를 알려 주고 다시 돌아갔다.
우리가 양념을 직접 만든다면 대략 90%의 확률로 망할 거라 예측해서 그냥 마트에서 시판 소스로 사 왔다.
우리보다는 기계의 계량이 더 정확할 거 아닌가. 손맛도 요리 잘하는 사람이 해야지 손맛이지.
“역시 요리할 때는 시판 소스죠. 참고로 PPL 아님다.”
상표를 손으로 가리고 소스를 붓고 있는데 갑자기 김도빈이 다급하게 외쳤다.
“헐, 형! 이든이 형! 넘쳐요! 저거 넘쳐요!”
“와씨, 이거 뭐야!”
김도빈의 손가락이 향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보울을 가득 채우다 못해 비집고 흘러나오는 미역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괴생명체를 탄생시킨 줄 알았다.
물과 함께 보울을 탈출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미역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빨리 불어나라고 물을 한가득 채웠던 게 문제였던 걸까. 아니면 한 주먹 더 넣어서?
라면과 회오리오믈렛만 할 줄 아는 놈한테 미역국은 고난이도였다.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소리만 믿고 한 게 잘못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역국라면 사다가 면만 빼고 끓일걸.
“그래서 제가 엄청 불어난다고 전달했잖아요.”
“이렇게 불어난다는 말은 안 했잖아!”
딱 봐도 5인분은 훌쩍 넘는, 엄청나 보이는 양에 뭘 어떻게 건드리거나 수습할 엄두도 못 내고 다급히 견하준을 찾았다.
“준아! 이거 어떡하냐!”
내 부름에 곧장 도착한 견하준이 미역 양식장이 되어 버린 보울을 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정말 많이도 불렸구나…… 이만큼만 불리라고 부어 줄 걸 그랬다…….”
익숙하게 보울의 물을 모두 버리고 그릇 하나를 꺼내서 미역을 적당히 옮겨 담은 견하준이 내게 건넸다.
“이만큼만 써.”
“나머지는? 버려?”
“아깝게 왜 버려. 냉장고에 넣어 놨다가 근 시일에 오이냉국이랑 미역무침이라도 해 먹어야지.”
완벽하게 수습을 마친 견하준이 다시 거실로 돌아가고, 우리는 요리를 재개했다.
아직 하나도 완성된 게 없는데 벌써 힘들어 뒤질 것 같았다.
“양지와 다진 마늘을 넣고 참기름과 함께 볶으란다. 숙소에 참기름 있다고 했지? 참기름 좀 꺼내 와라, 막내야.”
내 지시에 선반을 뒤지던 류재희가 멈칫하더니 멋쩍은 웃음으로 무마하려 시도했다.
“아, 맞다. 저번에 도빈이 형이랑 간장계란밥 만들어 먹으면서 다 떨어졌다.”
“그러면 마트에서 진작 말을 했어야지. 그러면 한 병 사 왔지.”
어린놈이 벌써부터 기억력이 저렇게 오락가락해서야, 쯧쯧. 지금 가서 사 오기에는 늦었으니 어쩔 수 없이 대체재로 요리를 할 수밖에.
“참기름 대신 올리브유로 볶아도 되나?”
“에바 아니에요?”
“같은 기름이잖아.”
“하준이 형! 미역국에 올리브유 넣어도 괜찮아요?”
견하준이 오는 동안 옆에 놓아뒀던 휴대폰을 들어 검색을 시도했다.
“야, 봐봐. 올리브유 넣는 레시피도 있잖아.”
당당하게 류재희의 앞에 검색 결과를 들이밀자 어느새 도착한 견하준이 공언했다.
“볶아도 될걸. 고소한 맛이 덜 날뿐이지. 그나저나 이든아, 고기 탄다. 강불 말고 약불로 해.”
올리브유를 두르고 열심히 양지와 미역을 볶다가 물을 넣고 그다음 레시피를 찾았다.
“간장 한 스푼 넣으라는데? 국간장? 그냥 간장이랑 다른가?”
“진간장 옆에 있어. 어, 그게 국간장.”
이제 견하준은 거실 소파로 돌아가지 않고 부엌에 남아 있었다.
“형, 거실에서 쉬시라니까요.”
“아니야, 여기 있는 게 더 마음 편할 거 같아.”
견하준이 퍽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