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6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68화(68/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8화
자기는 요리 안 한다고 태평하게 휴대폰을 들고 채팅만 읽고 있던 김도빈이 키득거렸다.
“그렇게 사람 소환해 놓고 양심 있녜. 너랑 이든이 형 때문에 하준이 형 별명 준라에몽이랑 준따뚜이 됐어, 지금.”
우리가 좀 많이 부르긴 했지, 아마……?
요리하느라 지친 나랑 류재희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쳐 보이는 견하준을 보며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열심히 나무 주걱으로 제육볶음을 뒤적이던 류재희가 불을 끄며 당당하게 외쳤다.
“일단 제육볶음 완성이요!”
“재희야, 덜 익었어. 더 볶아.”
“덜 완성이요.”
견하준의 단호한 말에 류재희가 다시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는 힘없이 제육볶음을 다시 뒤적거렸다.
“이든아, 국 한 번 뒤적여 주고 뚜껑 덮어 놔. 불은 중불로 두고.”
생일상 받을 본인이 자신의 생일상 요리를 진두지휘하는 희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남은 하나의 요리는 견하준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요리였다.
“마지막으로 계란말이만 하면 드디어 이 중노동이 끝나네요.”
“형보다 하준이 형이 한 게 더 많아 보인다는데요.”
“나도 나름 열심히 했어.”
계란물을 풀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모양을 잡았다.
이거 하나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스케줄도 없는 망돌이라 시간이 널널해서 별 쓸데없는 짓은 다 했었다. 이건 딱히 그립지 않은 추억이었다.
완성된 회오리오믈렛에 김도빈이 눈을 빛내며 요구했다.
“와, 대박! 형, 다시 해 봐요!”
“계란 없어. 이게 마지막 계란이야.”
“장 볼 때 계란은 안 사 오셨어요?”
“냉장고에 있어서 안 사 왔지. 세 개밖에 안 남아 있을 줄은 몰랐지만.”
열심히 제육 볶다가 슬쩍 옆을 돌아본 류재희가 태클을 걸어왔다.
“이건 누가 봐도 계란말이가 아니라 회오리오믈렛인데요.”
“오믈렛이든 계란말이든 다 똑같은 계란인데 그냥 먹으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고 그러냐.”
“그건 그렇죠.”
막내 녀석이 이거 참 좋아했는데. 공시 공부하던 녀석의 방에 가져다줬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대.
이번에는 공시 준비할 일이 없을 막내를 보자 기분이 묘해졌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신기한지 류재희는 회오리오믈렛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견하준이 물었다.
“탄내 안 나니?”
“야야야야, 제육 탄다!”
내 다급한 외침에 류재희가 황급히 불을 껐다.
그렇게 고난의 생일상 조리 시간이 끝나고.
식탁에 미역국 냄비와 회오리오믈렛, 탄 제육볶음이 냉장고에 있던 반찬과 장을 보면서 함께 사 온 생크림 케이크와 함께 가지런히 놓였다.
무려 바이브레이션까지 넣으며 생일 축하 노래를 열창하는 류재희와 거기에 거지 같은 화음을 넣는 김도빈에게 맞춰 박수나 짝짝 쳤다.
멍 때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동태눈깔이라고 초심도가 깎일 게 분명했기에 애써 생태눈깔을 유지했다.
견하준이 케이크의 초를 불자 여전히 촬영을 담당하던 김도빈이 불쑥 물었다.
“오랜만에 요리에서 벗어나서 생일상을 받은 소감이 어떠시죠?”
“이걸…… 내가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지친 얼굴로 헛웃음을 흘리는 견하준의 말을 서예현이 슬쩍 거들었다.
“일단 하준이가 요리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던 건 확실한데.”
거의 모 영화에 나오는, 사람을 조종해서 요리하는 생쥐급으로 열연했던 견하준을 떠올리자 딱히 반박하고 싶지도 않아져 고개만 끄덕였다.
“다음에 또 봐요, 데이드림!”
“일몽이들도 맛있는 거 먹어요!”
생일상을 한 번 담고 생일 축하한다는 훈훈한 인사를 다시 한번 견하준에게 건네고는 식사를 위해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퀘스트 최소 기준인 10분은 훌쩍 넘은 지 오래였다. 위클리 퀘스트도 OA라이브 한 번 한 거로 쳐줄지 궁금했다.
미역국을 한 입 떠먹은 견하준이 슬그머니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누가 소금 좀 가져올래?”
“재희야, 소금 좀 가져와라.”
그렇게 싱겁나? 분명 간장 두 스푼 넣으라고 해서 그대로 넣었는데.
“블로그 레시피 그대로 했는데 왜 싱겁지……?”
“그거 4인분 기준이지?”
견하준의 물음에 다시 검색창을 띄워 블로그 레시피를 확인했다. 4인분 기준이 맞았다. 고개를 끄덕이자 견하준이 다시 말했다.
“이 양은 8인분이야, 이든아.”
“……그렇구나. 왜 1.5L 넣어도 물이 부족하나 했네.”
역시 요리는 어려웠다. 그리고 내가 만들었지만 솔직히 맛없었다.
[▷멤버들의 생일을 챙겨 보자! ✓▶올해(20xx) ‘견하준 생일 챙기기’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초심도 5와 랜덤 티켓이 주어집니다.]
뒤늦게 뜨는 퀘스트 성공 창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서예현 때와 달리 생일이란 걸 일찍이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SNS에 11시 59분에 맞추어 생일 축하 글을 올리는 건 굳이 생략하지 않았다.
REVE_official @LnL_reve
[이든 Dream]하준아 생일 축하한다
다음 생일상은 정말 가만히 앉아서 받기만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happybirthday #mybf
(생일상_단체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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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E_official @LnL_reve
+) 생일 주인공의 생일상 맛 평가
미역국-싱거움
제육-탄 맛 남
회오리오믈렛-먹기 아까움
그렇다네요
* * *
견하준 생일 기념 OA 라이브는 현실판 라따뚜이(사람 ver. 생쥐 등장 X)로 조회수가 급상승했다.
그저 같은 멤버 생일상을 챙겨 주는 훈훈한 모습을 담으려는 의도만 있었던 터라 어리둥절했긴 했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팬 70,000명 달성!] [보상: 초심도 +20, 아이템 선택권]항상 내 혈압을 올리는 데에만 일조하던 상태창이 오랜만에 반가운 내용을 띄웠다.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초심 되찾기 프로젝트!] [필수 조건- 3만 명의 팬들을 실망시킨 당신, 3천만 명의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라!(73,011/30,000,000)]7만 명이면 1만 명이던 시절보다 훌쩍 오른 숫자였지만 아직도 까마득했다.
적어도 3년 안에는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1군으로 올라야지 3천만 명을 겨우 달성할까 할 텐데.
이 숫자만 확인하면 꼭 갚아야 할 돈이 두둑하게 쌓인 빚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숫자는 안 줄어드는.
[초심도 : 100]초심도 20점을 받고 나니 드디어 초심도 100을 달성했다.
100이라는 숫자는 이 시스템 도입된 이래로 처음 봤다.
회귀한 첫 순간부터 욕설을 내뱉은 터라 처음 상태창 확인했을 때도 초심도가 94인가 그랬었으니까.
‘초심 100으로 되찾기도 성공했는데 무한회귀 페널티 좀 없애 주면 안 되나?’
슬쩍 시스템을 찔러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아니면 1천만 명으로 깎아 주기…….’
[초심도 –1]이 빌어먹을 시스템이 이제는 사유도 없이 점수를 막 깎네?
최후의 양심인 듯 초심통(초심도가 깎일 때 느끼는 고통의 줄임말)은 없었지만, 다시 99로 내려간 숫자를 보고 있으니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
위클리 퀘스트가 정산되는 월요일 자정까지는 초심도를 올릴 수 없으니 다시 100으로 만드는 방법도 없고 말이다.
[깜짝 QUEST★] [▶콘셉트 재정립하기-내용: 굳이 정립해 놓았던 콘셉트를 다 깎아 먹으며 팬들에게 혼란을 주었던 당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립니다. ‘팬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로 당신의 콘셉트를 재정립하세요.
-보상: 초심도 10, 랜덤 티켓
-기한: 한 달 내
※팬들이 생각하는 콘셉트로 돌려내지 못할 시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아니, 그렇다고 깜짝 퀘스트를 주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퀘스트 반품 안 되나.
콘셉트를 깎아 먹을 만한 일은 그거밖에 없는데. 외강내유가 주류 캐해였던 판에 음방 1위에서 유일하게 울지 않아 말아먹었던 거.
신인상 타고 감동받은 척 눈물 연기 한번 해 주면 오케이겠지만, 확정이 아니기에 신인상을 탈 수 있을지도 미지수.
그렇다고 KICKS가 신인상 받을 때 질질 짜자니 가오가 상하는 건 물론이요, 여론도 안 좋아질 게 뻔하고.
음방 1위에 감격해 줄줄 우는 건 한 달 안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기각이고.
‘진짜 공포영화 보기 컨셉이라도 짜? 공포영화 보면서 식겁하는 척이라도 해야 해?’
하지만 점프 스케어 장면이 나와도 한 박자 늦게 놀라는 척하면 콘셉트 잡는 게 드러나 그저 비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와, 1월 컴백 라인업 미쳤다.”
“우리 진짜 1월에 컴백했으면 1위는커녕 걍 망할 뻔했네.”
“월운 나쁘다는 말 한 방에 이해함. 진짜 사주 믿어야 하나.”
이 퀘스트를 어떻게 완수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내 귀에 쑥덕거리는 막내 라인의 이야기가 굳이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왔다.
그거 구라다.
내가 대표님에 이어서 막내 녀석들까지 쓸데없는 거에 관심을 가지게 했구나. 하지만 1월 컴백을 막았으니 후회는 없다.
신년이 지나자 실버디스크 어워즈와 나온차트 뮤직어워즈가 훌쩍 코앞으로 다가왔다.
둘 다 논란은 있지만 일단 WAMA보다는 공신력 있는 시상식이었다.
투표는 이미 종료. 열 받을까 봐 굳이 결과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회귀 전의 레브는 한 번도 대상을 타 본 적이 없었다.
나도 회귀 전의 우리 그룹이 대상급은 절대로 아님을 알고 있긴 했다.
‘내가 작곡했던 노래가 대상을 탔던 적은 있지만.’
가수석에서 상 하나 못 받으며 박수 치는 신세로 ‘기꺼이 프로듀싱을 맡아 주신 윤이든 선배님께 감사드리고’라는 후배들의 수상소감을 듣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작곡한 노래로 이룬 성취에 뿌듯하다가도 인기는 한 사람에게로 몰빵되고 활동곡은 좆같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그룹 꼴을 보면 저게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성질이 뻗치기 일쑤였으니.
“20XX년 올해의 신인상은…… 축하드립니다, 레브!”
WAMA에서 신인상을 KICKS에게 뺏겨서 그런가, 기쁘다는 감정보다는 드디어 한 방 먹여 줄 수 있어 후련하다는 감정이 더 강했다.
KICKS 쪽을 보며 부러 비죽 웃어 주고는 꽃다발과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만약 신인상 받으면 소감 발표는 제가 하고 싶다고 며칠 전부터 징징거리던 류재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음방 첫 1위를 했을 때처럼 눈물을 찍어 내는 서예현과 코를 훌쩍이는 김도빈.
눈시울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로 나를 돌아보는 견하준을 차례로 보며 여전히 홀로 건조한 눈가를 쓱 문질렀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활동하는 레브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끝난 류재희의 수상소감에 트로피를 흔들며 꾸벅 인사했다.
‘눈물 연기는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미래의 연기돌 견하준에게 물어라도 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