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6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69화(69/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9화
가수석으로 돌아온 류재희가 의자에 앉자마자 꼬치꼬치 캐물었다.
“형은 눈물 안 나요? 진짜? 굳이 참는 게 아니라 진짜 눈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왜요?”
“몰라, 감동보다 한 대 돌려줬다는 후련함이 더 커서 그런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보며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이는 KICKS 놈들을 향해 밝디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음은 평소보다 자알 나온다.”
“제가 봐도 그런 거 같아요. 아주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으시네.”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빨갛게 달아오른 눈가를 문지르며 류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WAMA 때 저 녀석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이런 시원하고도 상쾌한 기분을 저 녀석들도 느꼈을 거라니,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지는군.
코를 훌쩍이는 김도빈이 콧물이라도 흘리기 전에 휴지를 건네주며 구겨지려는 표정을 애써 폈다.
대체 또 어디에서 핀트가 나간 거냐고 서예현이 짧게 고개를 저었다.
숙소에 장식장이 없었기에 신인상 트로피는 레브 제41회 회의를 거쳐 내 책상 위에 잘 전시해 놓았다. 어쩌다가 회의가 41회까지 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소속사에서는 응원봉과 정규 앨범 이야기가 나왔다.
다행히 응원봉은 빠루와 망치 대신 내가 그린 시안이 채택되었다.
빠루가 대표님이 낸 의견이 아니었다는 건 좀 놀라웠다.
“일단 당장 앨범에 수록할 수 있는 곡은 네 곡 정도 있고요, 열 곡 채우려면 여기저기서 곡을 받아 온다고 해도 넉넉히 넉 달쯤은 잡아야 할 것 같슴다.”
“그럼 정규활동은 7월 정도로 잡으면 되려나?”
“그러지 말고 차라리 리패키지 앨범을 곡 두 개 정도 추가해서 3월쯤에 내고 9월에 정규로 컴백하는 편이 더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도 이든이 형 의견에 한 표요. 시간에 쫓겨 가면서 날리느니 퀄리티에 중점을 두고 뽑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올해 3월이랑 9월에 무슨 이슈 있었던가?
아이템 선택권으로 차트를 보는 게 경쟁을 피하기에는 제일 베스트이긴 하지만, 차트 열람 아이템이 뜨지 않을 경우의 수도 있으므로 마냥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슬슬 빈집털이에서 벗어나 체급 되는 놈들이랑 부딪혀 보며 위로 올라가야 했다.
빈집털이만으로는 회귀를 끝낼 목표인 1군에 도달하기는 무리니 말이다.
나머지 멤버들도 차례로 내 의견에 힘을 실어 주었다.
회귀 초반만 해도 다들 의견을 내거나 내게 동조하긴커녕 입 꾹 다물고 있어 내 속만 터지게 했는데, 이렇게 성장한 모습들을 보니 내가 다 감개무량했다.
“혹시 조모님께 9월 월운 좀 어떻게…….”
슬그머니 운을 떼는 대표님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러다가 대표님이 무속에까지 빠져 버리시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지금도 노답인데 여기서 더 노답이 되어 버리면…….
“사기꾼이었다는데요.”
진짜 죄송합니다, 할머니. 할머니를 멋대로 사기 피해자로 만든 이 불효손을 용서하세요. 가자마자 대가리 박을게요.
“그, 그래? 사기꾼치곤 용했는데…….”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잖아요.”
대표님이 무속에 돈을 부을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단 대략적인 일정만 잡아 놓고 구체적인 건 남은 스케줄까지 마무리한 후에 의논하기로 결정 났다.
실버디스크 어워즈로부터 대략 2주 후에 개최된 나온차트 뮤직어워즈.
“올해의 신인상은…… 축하드립니다! 레브!”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라갔다.
꽃다발과 트로피를 건네받을 때까지는 멀쩡했다. 오히려 오늘은 반드시 명 눈물 연기를 선보여 퀘스트를 완수해 줄 것이라 다짐하기까지 했다.
눈물점이 있으면 자주 울 팔자라는 낭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눈물 질질 짰던 기억도 딱 세 개였다.
초등학생 때 말벌 집 떨군다고 나무 타다가 떨어져서 뒤통수가 찢어졌을 때.
중학생 때 맹장이 터졌을 때.
고등학생 때 학교 자퇴하고 힙합 한다고 부모님 앞에서 선언하다가 아버지에게 비 오는 날 먼지 나듯 두들겨 맞았을 때.
마지막은 아픔보다 자식의 꿈을 응원해 주지 못할망정 후드려 패는 부모님을 향한 원망과 서러움이 더 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부모님 입장이라도 나를 뒈지게 두들겨 팼을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살아왔지만, 그런데 지금은……
뜨거워진 눈시울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건네받은 트로피를 꽉 쥐었다.
한 곳이라면 모를까 두 곳에서 신인상을 받으니 그제야 좀 실감이 난 모양이다.
신인상 후보조차 들지 못했던, 아니, 시상식조차 초대받지 못했던 레브가 신인상을 받았다는 게.
이제 와서 뒤늦게 감격이 밀려와 눈가가 뻑뻑해진 나와 달리 실버디스크에서 한바탕 눈물을 뺀 멤버들은 오히려 담담했다.
내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걸 발견한 서예현이 웃음을 터트리며 내게 마이크를 넘겼다.
류재희와 김도빈은 무슨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고 견하준은 웃음을 참으며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하씨, 쪽팔리게…….’
퀘스트 완수를 위해서라면 눈물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각오는 진짜 눈물 앞에서 사그라졌다.
건네받은 마이크를 잡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목이 메어 와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드니 관객석에서 울지 말라는 격려 섞인 외침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그 우렁찬 목소리들을 들으며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불가능해 보였던 오늘을 맞이하게 도와준 우리 멤버들과 LnL 식구들, 응원해 준 가족들 모두 너무 고맙고.”
온갖 형형색색 한 응원봉의 빛이 넘실거리는 관객석을 바라보았다.
이 중 어딘가에 있을 우리들의 팬들을 향해 다시 수상소감을 이어 나갔다.
“항상 과분한 사랑을 보내 주시는 우리 데이드림.”
언급하자마자 들리는 함성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회귀 전의 당신들이 왜 내게 실망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음악만이, 내 실력만이 온전히 레브의 성공 이유가 아님을.
당신들이 보내 주는 관심이, 응원이, 사랑이 있었기에 레브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음을.
“보내 주신 사랑만큼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흔한 수상소감으로 가볍게 입에 올리던 감사가 처음으로 무게를 지니게 된 순간이었다.
* * *
가수석으로 돌아온 나는 눈물이 살짝 맺혔던 대가로 끝없는 놀림을 당해야 했다.
“이야, 우리 리더가 이렇게 감성 넘치는 사람이었다니.”
“이든이 형도 사람이였군여. 저는 형이 차가운 금속 심장의 프로듀서형 안드로이드인 줄.”
“저건 또 뭔 소리야. 내가 애니 작작 보라고 했지.”
“실디 때는 눈물 참고 있었던 거 맞죠? 그쵸?”
“아오, 아니라고.”
“에이, 기왕 운 거 솔직해져도 돼요, 형.”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안 울었다고.”
리더의 권위가 고작 눈물 한 방울에 무너지다니.
히죽거리며 깝죽대는 막내 라인 녀석들의 머리에 시원한 두피 마사지를 내리고 싶은 욕구를 카메라가 있는 걸 상기하며 겨우 참아 냈다.
신인상을 받지 못한 KICKS는 WAMA 때의 우리처럼 박수 셔틀행이었다.
그리고 알테어는 올해의 가수상 앨범 부문에서 1분기 본상을 받았다.
5년 만의 보이그룹 런칭으로 주목을 받은 대형기획사 소속에 데뷔곡부터 음방 1위, 신인상과 음원상을 동시 수상한 괴물 신인으로 불리고 3년 차에 대상을 받음으로써 명실공히 1군이 되어 승승장구하던 알테어.
‘그래 봤자 내가 그걸 알고 있는 한은 레브의 1군 루트 방해꾼도 못 될 텐데.’
박수를 치며 심드렁하게 생각했다.
축하 인사를 받으며 가수석의 저들 자리로 돌아오는 알테어를 지켜보다가 차연호와 또 시선이 마주했다.
회귀 전에, 알테어가 라이징인 저들을 견제했다고 KICKS 놈들에게 들은 바는 있었다.
자기들 기록을 넘지 못하고 자리를 넘볼 정도는 못 되자 다시 유해졌다는 것도.
그걸 건너 건너 전해 들을 때는 그냥 꼴깝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당하니 상당히 좆 같았다.
그러고 보니 최현민이 차연호를 이렇게 칭하긴 했지.
‘웃는 얼굴로 사람 개무시하는 좆 같은 놈이라고.’
뭐, 내 앞에서는 애써 웃는 얼굴이나 분에 못 이겨 일그러진 얼굴만 보여 줬지만. 그전에는 아예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물론 깜빵돌 둘의 히스테리를 겪었던 그때의 내겐 그런 류의 무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차암 피곤하게도 산다.’
혀를 차며 먼저 시선을 거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밴 안에서 확인한 메시지들은 대부분 내 눈물 그렁그렁한 얼굴 캡처해서 놀리는 내용들이었다.
축하 인사는 그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망할 놈들.
-수상소감 안에 감정 너무 꾹꾹 눌려 있어서 듣고 있던 나까지 울컥함ㅠ
-이든이 우는 거 처음본다 ㅠㅠ 내새끼 외강내유 맞다니까ㅠㅠㅠ
-음방 1위랑 실디때 안 울었다고 천하의 싸패 취급한 새끼들 다 어디 숨음? ㅋㅋㅋ
-이든이도 내우주 때는 신인상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구나……
-실디에 이어서 나온까지 땅땅했으니까 신인상 레브꺼란 건 부정 못하겠네 이제
[▷콘셉트를 재정립해 보자! ✓▶‘팬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외강내유)’로 당신의 콘셉트를 재정립하기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초심도 10과 랜덤 티켓이 주어집니다.]
다시 캐해 흐름이 외강내유로 정립되며 퀘스트 완수 창이 떴다.
[초심도가 100을 초과하였으므로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아이템 ‘너의 스탯을 보여 줘!(2회권)’이 나왔습니다.]다시 초심도가 100으로 돌아오며, 초심도 100점 초과 보상으로 아이템을 받을 수 있었다.
마음에 더럽게 안 드는 행보만 보이는 시스템이었지만 그래도 보상 하나는 확실했다.
‘너의 스탯을 보여 줘!’는 한 사람을 지정하여 그 사람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일단 스탯을 볼 한 명은 정해져 있다.
대체 얼마나 스탯이 개판인지, 대체 어느 정도까지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고 끌어올려야 하는지 반드시 알고 싶은 단 한 명.
[서예현]외모: S+
노래/랩: D+/D (성장 가능: C/C-)
댄스: D- (성장 가능: B)
예능: C (성장 가능: C+)
체력: A (성장 가능: A+)
특성: 모델
‘특성이 모델이라.’
회귀 전에 저 인간이 뜨고 나서 CF를 휩쓸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지금도 벌써 화장품 로드숍 회사에서 단독 모델로 광고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저 인간은 모델이 아니라 무대에 서야 하는 아이돌이다.
예능은 그렇다고 쳐도 제일 중요한 노래와 춤이 D? 심지어 노래는 최대치로 성장시켜도 C다. C.
외모와 체력 빼고는 답이 없는 능력치를 훑어보다가 댄스 성장 가능성이 무려 B나 되는 걸 발견하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체력이 A니까 죽어라 굴리면 안무는 어떻게든 따라올 수 있게 만들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