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7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72화(72/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2화
드디어 나만의 작업실이 생겼다.
덕분에 휴가의 대부분을 작업실 정리와 장비 설치에 써야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작업실을 대여하기 위해 용철이 형의 눈칫밥을 먹던 세월은 이제 안녕이었다.
물론 내 중얼거림에 용철 형은 자기가 제 작업실에서 눈칫밥을 먹으면 먹었지. 네가 언제 눈칫밥을 먹었느냐고 내게 뭐라 했다.
저 주둥이에 들어간 건 소고기가 아니라 눈칫밥이었나 싶어 매애애애우 억울했다.
언더 인맥 형들보다 먼저 내 새로운 작업실을 구경 왔던 멤버들은 반응이 미약해서 재미없었지만, 이 형들은 장비 하나 볼 때마다 죽이는 리액션을 보여 줘서 구경시켜 줄 맛이 났다.
“짜식, 그냥 내 작업실 위층으로 들어오라니까 기어이 다른 곳으로 구했네. 하여간 예전부터 고집 하나는.”
“윤이든이 고집이 어지간하냐? 그러니까 다들 뜯어말려도 아이돌 한답시고 뛰쳐나갔지. 그러고 보니까 우리끼리 쟤 언제 연습생 생활 때려치우고 돌아올지 내기도 하지 않았냐?”
“엌, 맞아. 기억난다. 데뷔 날짜 잡혔다니까 괜히 똥줄 타서 니 미래라고 남돌 애교 영상 링크 열 개씩 보내고.”
“저 새끼 지도 할 수 있다면서 애교 영상 찍어서 우리한테 보내 준 게 레전드였지. 하필 점심시간에 보내서 씨발, 밥 먹다가 얹힌 거 아직도 못 잊는다, 내가.”
오, 내가 그랬었나. 내 기억 속에는 없는 일화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 전에 형들 손절 칠 때 그런 자잘한 일화들도 머릿속에서 겸사겸사 싹 날려 버린 모양이었다.
“아, 형 작업실은 너무 숙소랑 멀어서 택시비 부담 장난 아니었단 말이야.”
“곧 이사 간다고 안 했냐?”
“당연히 그 이사하는 숙소 위치까지 고려해서 잡았지.”
물론 회귀 전의 작업실과 지금 작업실을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버는 돈의 단위가 다르니 일단 이 작업실로 만족하기로 했다.
“야, 배고픈데 근처에 중국집 없어?”
“없던데. 치킨이나 시킬까?”
“치킨은 어제 먹어서 별로.”
“그럼 피자? 근처에 피자스쿨 있던데.”
“피자 좋네. 픽업해 와라, 이든아.”
“내가? 나는 여기 작업실 주인인데, 형들?”
“그래, 짜식들아! 집주인을 그렇게 막 부려 먹으면 되겠냐? 적어도 같이 다녀오기라도 해야지!”
다른 놈 하나를 떠미는 한이 있어도 나만은 어떻게든 부려 먹겠다는 소리잖아.
이래서 막내는 서럽다니까. 하여간 류재희는 복 받은 줄 알아야 한다.
“아, 씨이발…….”
“주성아, 잘 갔다 와라!”
결국 치열한 가위바위보에서 져 버린 형 하나랑 피자스쿨까지 동행했다.
“그런데 형은 머리 언제 잘라요? 뒤에서 보면 누가 봐도 단발이 잘 어울리는 여자분이신데.”
“어깨 이야기는 하지 마라.”
“저는 어깨의 어 자도 안 꺼냈는데요.”
자기가 콤플렉스가 있는 신체 부위를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지레짐작으로 동생을 때리는 행위는 과연 옳은 것인가.
어깨만큼이나 좁은 마음의 소유자 같으니.
뭐, 그쪽도 힘 조절해서 살살 쳤는지 아프진 않았다.
괜히 욱신거리는 척 팔을 문지르며 엄살을 부리자 이게 어디서 엄살이냐며 뒤통수가 꾹꾹 눌렸다.
단발을 살짝 넘는 제법 긴 머리끝을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그런데 이 정도는 기부 안 된대요?”
“기준이 25cm 이상이랜다.”
“와, 빡세네. 2년은 더 길러야겠네요.”
이 형은 같은 크루멤과의 쓸데없는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무려 ‘머리카락 기부하기’라는 벌칙을 수행 중이었다.
“아오, 내 말이. 안 그래도 울 엄마도 사내새끼가 남사스럽게 하고 다닌다고, 동네 쪽팔리니까 당장 자르라고 난린데.”
“어머니께 300만 원이 달린 문제니까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시는 건?”
“너 울엄마 성격 모르지. 내가 이해받는 거보다 그딴 거에 돈 300만 원 걸었다고 두들겨 맞고 집에서 쫓겨나는 게 먼저겠다.”
“제가 형 어머니 성격을 어떻게 알겠슴까-. 그럼 래퍼 말고 록커로 전향했다고 해요. 걔네 긴 머리 많잖아.”
“먹히겠냐?”
미리 시켜 놓은 피자를 픽업하여 다시 작업실로 돌아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내가 막내였기에 세팅도 모조리 내 몫이었다.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며 슬쩍 말을 꺼냈다.
“혹시 DTB 이번 시즌 나가는 분?”
DTB. ‘Drop The Beat’의 줄임말로, 같은 케이블인 Wnet에서 먼저 냈다가 시즌 2를 마지막으로 장렬히 망한 힙합 서바이벌의 후속작이었다.
지난 서바이벌의 단점과 문제점을 보완하여 작년에 시즌1을 방영했으나, 대중들의 관심은 끌지 못한 채 힙합씬의 그사세로 끝났다.
그리고 올해 6월에 시즌 2가 방영될 예정이었다. 참고로 시즌2도 잘된 편은 아니었다.
덕분에 회귀 전 용철이 형은 거의 벼랑 끝에 선 처지였던 시즌3을 나갈까 말까 고민했었고, 한번 나가 보라는 내 등 떠밂에 나갔다가 흥행 대박을 터트린 시즌3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로도 일이 잘 풀려서 시즌4 심사위원도 하는 등, 쭉 잘 나갔지. 나랑 손절한 이후로도 쭉-.
“나, 그런데 그건 왜? 너도 나가게? 혹시 라이벌 사전 조사 중?”
“아니, 지원이 형이 물어보더라고요. DTB 심사위원 겸 프로듀서로 섭외됐는데 혹시 아는 놈 나오냐고.”
이지원이 내게도 혹시 나올 생각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망시즌에 나와 봤자 얻는 거 없이 아이돌 래퍼가 힙합판 물 흐린다는 욕만 들어먹을 게 뻔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나가도 이슈몰이 좀 하는 시즌3, 4에나 나가야지.
“네가 말하는 그 지원이 형이 혹시 내가 아는 프로듀서 G1이냐? 이 신디도 G1이 줬다고 하지 않았냐?”
신디사이저를 툭툭 치는 손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신제품 하나 살 거라고 쓰던 거 넘겨준 건데요.”
“그건 님 부담 갖지 말라고 하는 핑계 아님? 이거 꽤 최신 모델 아닌가?”
“이거 후속 모델 출시됐는데, 뭘. 나도 그거 살까 이거 살까 하다가 이거 준다 하니까 감사히 받은 거구먼.”
G1이 최신 장비만 쓰는 건 회귀 전에도 유명했다.
회귀 전의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지금 자금 상태에서 그렇게 산다면 뱁새가 황새 따라 하려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 날 게 분명했기에 자제 중이었다.
물론 정말로 저 형 말처럼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핑계 대고 양도한 거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면 김칫국 거하게 들이켜는 거잖아. 그래서 괜한 설레발은 치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혹시 나가서 지원이 형한테 심사받으면 제 이름 대시라고. 지인 찬스로 프리패스 줄지 누가 알아요?”
“그럼 이제 방송에 인맥 팔아서 합격하려는 놈으로 박제됨.”
“심지어 그 인맥은 아이돌 래퍼.”
“G1 그냥 먹금하고 탈락 줌.”
“오, 집 가는 길이랑 취준생 되는 길 프리패스긴 할 듯.”
“이야, 방송국 놈들은 쭉쭉 올라갈 시청률 생각에 입 찢어지겠다.”
농담으로 한 말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킬킬거리며 말 한마디씩 얹는 형들을 향해 혀를 내둘렀다.
“거참, 동생 놀릴 때만 아주 죽이 척척 맞아.”
시즌2도 망시즌이라는 미래를 굳이 말해 주지 않기로 했다. 흥행기 말고 암흑기에 나가는 것도 다아 자기 복이지, 뭐.
용철이 형이 머리를 긁적이며 진지하게 고찰했다.
“그래도 G1이 프로듀서로 섭외된 거면 방송 측에서 이번 시즌 신경 좀 쓴 거 같은데. 나도 이번 시즌 나가 볼까?”
“에이, 형은 다음 시즌 나가. 나갈 때 머리 좀 꼭 자르고 나가고.”
굳이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용철이 형이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를 건넸다.
우스갯소리로 머리만 깔끔하게 자르고 방송 나왔으면 우승했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이 머리가 그렇게 보기 싫냐. 전에도 그렇고 계속 머리 자르라 하네.”
“그러다 그 머리, 용철컷이라고 불린다?”
용철이 형은 또 자기를 용철이라 하지 말라고 펄펄 뛰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D.I컷보단 용철컷이 입에 더 착 붙었다.
* * *
꿀 같던 휴가가 끝났다. 물론 작업실 장비 설치 및 정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긴 했지만.
지금 우리는 새벽부터 리얼리티 촬영을 위해 속초로 가는 중이었다.
하여간 누가 바다 같은 의견을 냈는지.
이 날씨에 바다라니. 입수는 심장 마비 올까 봐 꿈도 못 꾸고 해변만 걸어 다니는 게 전부일 텐데, 과연 촬영분이 재미있게 뽑힐 수가 있으려나.
옆좌석에 탄 류재희는 아까부터 심각한 얼굴로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니터링이 취미인 녀석의 특성상,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물어보려 했으나 어두운 얼굴로 나를 돌아본 류재희가 선수를 쳐 내게 질문했다.
“형, 혹시 연애해요?”
갑자기 무슨 생뚱맞은 질문인가 싶어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말을 뱉었다.
“어어-”
“형, 미쳤어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거 모르냐?
당연히 real music이랑 열애 중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류재희가 잔뜩 날 선 말투로 내 말을 끊었다.
졸지에 데뷔 초부터 생각 없이 진짜 연애나 하고 다니는 놈이 되어 버려 존나 억울했다.
너 인마, 내가 진짜 연애질하고 다녔으면 시스템이 이미 초심도 90점 깎았어. 진작 회귀 한 번 더 겪었다고.
하지만 류재희는 내가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지금 뭐가 올라왔는지는 알고 형은 그렇게 태평하게-”
“재희야.”
“야, 류재희.”
견하준과 내 목소리가 겹쳐 류재희의 말을 끊었다.
마침 자리도 옆좌석이겠다, 머리 좀 식히라는 의미로 류재희의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주며 해명했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음악이랑 연애 중이라고, 음악이랑.”
애꿎은 사람 잡았다는 걸 드디어 깨달은 류재희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새빨개졌다.
“죄송합니다…….”
머리를 푹 숙이고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한 류재희가 별안간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면 아니라고 해야죠! 왜 긍정을 하고 그래요!”
“어어? 목소리 올라간다?”
다시 입을 꾹 다물고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막내에게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애 이야기는 왜? 뭐가 올라왔길래 그렇게 과민반응이야?”
“형, 아직 모니터링 안 하셨죠.”
“어, 나 모니터링 시간 오후 10시잖아.”
내 대꾸에 무거운 한숨을 내쉰 류재희가 제 휴대폰을 내밀었다.
알계 @ADS5FSA15SZN
이든아 연애하니까 좋아?
#레브 #윤이든 #데이드림 #일몽 #REVE #Reve #이든 #팬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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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ADS5FSA15SZN 님에게 보내는 답글
어그로 먹이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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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계 @ADS5FSA15SZN
@revedream 님에게 보내는 답글
어그로 아닌데? 증거자료도 다 있는데? ㅋㅋ
(손가락_반지_크롭사진1.jpg)(손가락_반지_크롭사진2.jpg)
화면에 뜬 게시글은 나도 모르는 내 연애를 꼽 주고 있었다.
이건 뭐 너무 비밀이라 당사자도 모르는 비밀 연애, 이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