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7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73화(73/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3화
“이야, 지금 휴대폰도 화질 꽤 좋았구나?”
흐릿하긴 하지만 내가 자주 끼고 다니는 반지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화질에 의외로 발달했던 과거이자 현재의 기술을 향해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거잖아, 이거.”
왼손 검지에 낀 두꺼운 반지를 쓱 들어 보이니 류재희가 내 반지와 제 휴대폰 화면에 있는 사진 확대 샷을 번갈아 보았다.
이 반지는 그냥 남성 패션용 반지였다. 아는 형이 반지 끼고 다니는 게 멋있어 보여 따라 샀다가 의외로 괜찮아서 슬금슬금 모으기 시작했었지, 아마.
“옆 사진도 형 반지 사진이랑 엄청 비슷한 거 같은데요?”
“이게 뭔 맞춤형 커플링도 아니고. 전 지구에 나랑 같은 브랜드 디자인 산 그 사람들은 모조리 나랑 커플이게?”
조소를 내뱉으며 시트에 편히 머리를 기댔다. 뭔가 했더니 별일 아니구먼.
“헛발질이네. 이런 건 대응하면 더 불타오르니까 그냥 내버려 둬. 알아서 사그라들게.”
내가 연애를 안 한다는 걸 어떻게 입증하겠는가.
마음 놓고 잠에 빠져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류재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심각한 얼굴로 미루어 보았을 때는 기어코 무슨 사달이 일어난 듯했다.
“형, 사진 또 올라왔는데요.”
알계 @ADS5FSA15SZN
자꾸 증거자료 내놓으라고 해서 증거 공개함
#레브 #윤이든 #데이드림 #일몽 #REVE #Reve #이든 #팬기만
(연애_증거사진1.jpg) (연애_증거사진2.jpg) 공유 251 인용 1420 마음에 들어요 74
류재희가 다시 보여 준 화면 속에는 두 장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웬 여자와 나란히 걷는 사진, 그리고 여자가 주먹으로 내 팔을 툭 치는 화기애애한 사진.
첫 번째 사진은 뒷모습뿐이었지만 두 번째 사진에는 내 옆모습이 살짝 찍혀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사진의 늘어진 손에서는 둘 다 반지를 끼고 있는 걸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둘 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어 꼭 커플 티처럼 보이긴 했다.
누가 봐도 단란한 커플의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여자 측이 키가 좀 크기는 하다만.
“이거 합성 아니야?”
휴가 기간 동안 여자랑 나란히 걸은 기억은 없었기에 심증은 합성 쪽으로 기울었다.
어느새 곤히 자고 있던 멤버들도 모두 소란에 깨어 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물어보고 있었다.
“이든이 열애 의혹 떴다고? 너 휴가 때 누구 만나고 다녔냐?”
운전하던 매니저 형도 심각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내 새 작업실 걸고 진짜 맹세코 여자 안 만났다니까! 여자친구 없다고!”
“그럼 이 사진은요? 아무리 봐도 이거 합성 아닌 것 같아요, 형.”
점차 눈에 들어오는 사진 속의 익숙한 배경에 눈을 깜빡였다.
그러게, 이거 합성이 아니라 진짜잖아?
다만 이 사진의 숨겨진 비밀. 옆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아, 망할! 이거 주성이 형이잖아!”
이 고정관념에 찌든 사회가 문제로다. 긴 머리에 어깨만 좁으면 무조건 여자라고 생각하는 이 고정관념에 찌든 사회가 문제라고!
키가 큰데 혹시 남자 아니냐는 인용에 달린, 키 큰 여자는 여자가 아니냐며 머리 저 정도로 기르고 다니는 남자가 어디 있냐고 쏘아붙이는 멘션을 보고 감탄했다.
이 무슨 열린교회 닫힘 같은 말이지.
“주성이 형이요?”
“이거 남자야!”
누가 봐도 커플 티 같았던 검은색 후드티야 제일 무난템이라, 길거리에 이거 입고 돌아다니는 남자가 한두 명이 아니고.
커플링으로 오해받은 이 반지는 내가 주성이 형 반지가 멋있어 보여서 따라 산 거였다.
이 브랜드를 추천해 준 게 애초에 주성이 형이었다.
반지 취향이 우연히 겹쳐서 둘이 비슷한 디자인을 끼고 다니게 되었을 뿐이지.
데뷔 전부터 찔끔찔끔 모은 용돈으로 산 반지니, 제발 이걸로 연애 기간 오래됐다는 궁예는 자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형을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런 놈이 나한테 미쳤냐고 했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둘 중 하나다.
나를 작정하고 묻으려고 찍었거나, 아니면 누가 나 봤다고 찍은 사진을 자기 멋대로 오해해서 머릿속으로 스토리텔링 하나 뚝딱하고 열애설로 몰아가거나.
화가 치밀어 올라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짜증 어린 목소리로 내뱉었다.
“아, 진짜 개빡치네. 누가 찍었냐.”
[금지어 ‘아, 진짜’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오랜만에 느껴지는 초심통에 분노로 멍해졌던 머리와 시야가 다시 깨끗해졌다.
그 깨끗해진 시야에 퀘스트 창이 들어왔다.
[깜짝 QUEST★] [▶열애설 루머를 해명해 보자!-내용: 때아닌 열애설에 휩싸인 당신. 팬들이 실망하고 떠나기 전에 어서 열애설 루머를 해명하고 팬들을 안심시켜 보는 게 어떨까요?
-보상: 초심도 +5
-기한: 하루
※열애설 루머를 완벽하게 소멸시키지 못할 시 회귀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미친 거 아니야? 회귀 페널티?
일단 이 사진은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나올 만한 사진이고, 이 루머를 계속 방치하면 나나 그룹의 이미지에 하등 좋을 것이 없기에 최대한 빨리 이 루머를 해명해야 했다.
“지금이 이른 아침이니까 관심이 이 정도지, 더 관심 끌기 전에 얼른 해명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형. 와, 사진도 자세히 보니까 이분 손도 딱 남자 손이네.”
퀘스트를 완수하려면 아예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준으로 묻어 버려야 한다.
그냥 틱 머리 긴 남자라고 해명만 하는 건 그래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기각.
열림교회 닫힘 분처럼 믿지 않으면 어떡할 거냐.
제일 베스트는 스캔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주성이 형과 같이 같은 장소로 가서 똑같은 의상에 똑같은 포즈로 사진 찍고 앞모습까지 찍어서 같이 찍힌 이가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
하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 속초로 가는 중인데다가 촬영은 1박 2일 동안 이루어질 예정이라 곧바로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해명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플랜B가 있다.
바로 이날 주성이 형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면 된다.
네티즌들이 머리 길이와 옷, 반지 등을 토대로 잘 판단해 주실 테니까.
단둘이 찍은 셀카는 없지만 형들과 함께 찍었던 작업실들이 단체 기념샷은 있었다.
“아, 지금 전화 돌리면 욕 엄청 먹을 텐데.”
투덜거리며 일단 용철이 형 번호부터 전화번호부에서 찾았다.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 보내느니 전화로 해결하는 게 직빵이었다.
미라클 모닝 실천하는 인간들은 없었던 듯, 이른 아침부터 잠을 깨웠다고 온갖 쌍욕을 들어먹으며.
단체샷에 있는 이들에게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SNS에 사진을 게시하는 걸 허락 맡았다.
특히 나랑 스캔들이 난 주성이 형이 제일 격렬하게 동의를 표했다.
아이돌 공식 계정에 얼굴이 박제되는 게 싫을 만도 한데, 형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기꺼이 이해해 주었다.
이런 사람들이었는데 회귀 전의 나는 왜 이 사람들 말을 안 믿고, 나를 까 내리던 놈들 말을 믿었을까.
REVE_official @LnL_reve
[이든 Dream]드디어 새 작업실 마련
멤버들 및 친한 형들이랑 작업실 집들이
#레브 #Reve #이든 #작업실들이
(레브_작업실_단체사진.jpg) (언더_작업실_단체사진.jpg) 공유 인용 마음에 들어요
구색 맞추기로 레브 멤버들과의 단체 사진까지 끼워, 사진과 함께 게시글을 업로드했다.
“하여간, 아침부터 이게 뭔…….”
빠르게 공유 수와 인용 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드 @alfka
두 번째 사진 굳이 왜 올렸나 했더니 맨 왼쪽 머리 긴 남자분 이든 스캔들 사진 그분이네
사진이랑 머리 길이 비슷하고 옷 똑같고 반지 똑같음
공유 4102 인용 2021 마음에 들어요 6318
꿈♥백일몽 @revedream
ㅅㅂ 남자 아니냐고 했을 때 키 큰 여자는 여자 아니냐고 ㅈㄴ 패더니만……
아니 키 큰 여자 부정한 게 아니라 손부터 딱 남자였다고요~
공유 421 인용 242 마음에 들어요 702
RIa @riaaaaa
렙탐 아침부터 무슨 일인데
이든이가 남자랑 스캔들 났다는 건 뭔 소리야? 나 무슨 더 큰 대한민국 가는 줄
│
뚜따(TTUTTA) @double_t
@riaaaaa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든이가 올린 글 인용트 봐봐
루머 본격 퍼지기도 전에 사진 한 장으로 끝내버림
│
RIa @riaaaaa
@double_t 님에게 보내는 답글
실트 긴머리 남성 설마 이거 때문이야?ㅋㅋㅋ
뵤uj @hamzziUJ
알계 계폭튀했네
다음부터는 꼭 알계 파지 말고 본계로 나와ㅋㅋ 명훼급 루머 띡 던져놨으면 해명되고 나서 처맞을 각오도 해야지
공유 1102 인용 15 마음에 들어요 4102
남자인 게 완벽하게 밝혀지고 증명되자 여론은 금세 흐지부지해졌다.
불타오르기 전에 찬물 끼얹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열애설 루머를 해명해 보자! ✓▶‘열애설 루머 완벽 해명’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초심도 5가 주어집니다.]
회귀 페널티를 완벽하게 제거한 나는 그제야 마음 놓고 다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 * *
“와, 바다 도착!”
아직 쌀쌀함이 가시지 않은 2월 초의 겨울 바다는 정말로 할 게 없었다.
심지어 눈까지 펑펑 내리니 더더욱.
모래사장 뛰어다니면서 나 잡아 봐라 놀이를 한다거나, 모래사장 위에 낙서를 한다거나, 이 정도가 끝.
신발을 벗고 밀려오는 파도에 슬쩍 발을 담갔던 김도빈이 동상 걸릴 것 같다며 곧바로 튀어나온 이후로는 아무도 발 담그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 역대급 노잼 콘텐츠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데요.”
“이래서 바다는 여름에 와야 한다니까.”
카메라 앞에서 해변가를 천천히 산책하며 대화했다. 정말로 여기에서는 할 게 없었다.
바다를 의견으로 냈던 장본인인 서예현은 꿋꿋이 딴청만 피우고 있었다.
“이야, 여기서 저녁까지 버티라는 건 좀…….”
“그러게요. 굳이 아침 일찍 움직일 필요가 없었던 거 같은데. 아니, 그건 차라리 잘됐죠. 만약 오늘 늦잠 자다가 그 루머 대처가 늦기라도 했으면……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류재희가 진저리를 쳤다.
해변가를 보면서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고, 또 바다에서 눈을 맞으면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이만 이동하자는 스텝들의 외침을 듣고서 신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차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노는 거로 분량이 충분히 뽑히긴 할까여?”
“아니, 내 생각엔 불가능. 랜덤 게임 아는 거 다 돌리고 우리끼리 하는 게임 다 돌리고 보드게임을 몇 판을 돌려도 불가능.”
“하긴, 바다에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긴 했어요. 그것도 그냥 산책 수준으로 돌아다닌 거라 10분도 안 나올 것 같고.”
“제작 측에서 어떻게든 분량 뽑아내겠지.”
대형마트에 내려 건네받은 카드로 숙소에서 먹을 식료품을 골랐다.
이걸로 아마 분량 5분 정도는 채울 거 같았다.
“하준이 형! 냉동만두 사도 돼요?”
“치킨너겟은요?”
“얘들아, 그거 내려놓자.”
“하준아, 샐러드 사도 돼?”
“네, 카트에 넣으세요.”
제게로 쏟아지는 문의에 견하준이 정신없어하는 틈을 타 슬쩍 카트에 냉동 새우만두를 집어넣었다.
대충 장보기까지 마치자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차는 점점 거세지는 눈보라를 뚫고 산 깊숙한 곳으로 올라갔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컴컴해지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산장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낡은 펜션이었다.
“으아악!”
열쇠를 받아 들고 출입문을 열자마자 김도빈이 그만 기절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