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75화(7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5화
“문이 안 열려.”
해가 뜬 아침, 몸이 찌뿌둥하니 산책 좀 갔다 오겠다며 문을 열려고 시도하던 서예현이 내뱉은 말이었다.
열리지 않는 문을 보자 숙소 고립 당시의 기시감이 느껴졌다.
곧바로 창문으로 달려가 바깥을 내려다보자 두툼하게 쌓인 눈이 보였다.
어느 정도로 쌓인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아 직접 나가 보기로 했다.
창문 높이가 낮긴 했지만, 다행히 숙소 고립 때처럼 눈이 창문까지 쌓인 게 아니라 굳이 눈을 파내지 않아도 되었다.
“막내야, 형 패딩 좀 가져다주라!”
내 외침을 듣곤, 소파에 걸려 있던 내 패딩을 들고 온 류재희가 그걸 건네며 물었다.
“밖에 나가시게요?”
“어어, 눈 얼마나 쌓였는지 확인 좀 해 보게.”
창문을 타고 바깥으로 나가자 발이 눈밭에 푹 빠졌다. 쏟아지는 눈보라가 시야를 방해했다.
“와, 눈이 내 종아리 3분의 2 정도까지 오는데? 차는 들어올 수 있나?”
이 정도로 쌓였으면 현관문이 안 열릴 만도 했다.
금세 머리와 어깨에 소복이 쌓인 눈을 털고 난로 앞에 털썩 앉았다. 때마침 마이돌 관찰카메라 PD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라, 인터넷 왜 안 되지?”
“와이파이 끊긴 거 아니야? 데이터 써.”
“데이터도 안 되는데?”
“폰을 껐다가 켜 봐, 형. 어, 나도 안 되네? 이거 왜 이래? 하준이 형! 인터넷 안 돼요!”
시끌벅적한 막내 라인을 피해서 무당집 컨셉 방으로 들어갔다.
방 분위기는 여전히 으스스했지만 지금 내가 받는 통화 내용보다는 아니었다.
“네, 그럼 멤버들한테도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예.”
PD와의 통화를 끝낸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방 밖으로 나가 멤버들을 불러 보았다.
“얘들아, 모여 봐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 먼저 듣고 싶냐.”
“나쁜 소식이요.”
김도빈이 냉큼 대답했다. 보통은 좋은 소식부터 먼저 듣는다고 하지 않나?
“눈이 너무 쌓여서 여기까지 차가 진입을 못 한단다. 지금도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제설 작업을 하려면 내일 정도나 가능하대.”
“저희가 걸어서 내려가는 건요?”
“너 길 아냐?”
이 펜션까지 올라올 때 차 안에서 곤히 자고 있던 김도빈이 길을 알 리가 없었다. 눈 때문에 길이 묻히기도 했고.
“좋은 소식은요?”
“음산한 소리 나는 녹음기 배터리 곧 닳아서 꺼질 거래.”
“그게 끝?”
“어, 이게 끝.”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귀신의 집에서 하루 더 묵어야 한다고……?”
중얼거리며 머리를 부여잡은 김도빈이 덜덜 떨며 무당집 콘셉트의 방을 삿대질했다.
“이건 산장의 저주야! 이 귀곡산장의 저주라고!”
“또 헛소리한다.”
혀를 한 번 차고는 패닉 상태로 보이는 김도빈을 진정시켰다.
“야, 어제 한번 방 싹 돌아서 오늘은 별로 안 무섭잖아. 그리고 저 방에서 자는 것도 아니고 거실에서 다 같이 모여 자는데 뭐가 무서워.”
“어제 재희랑 예현이 형이랑 동시에 가위눌렸잖아요. 둘 다 똑같은 귀신 봤대요. 이건 절대로 우연이 아니라니까요?”
그래, 똑같은 귀신을 봤다고 하긴 했다. 똑같은 긴 머리 귀신. 긴 머리 귀신이 한둘이야? 어?
“그러면 밖으로 나가서 눈으로 이글루 만들어서 잘래, 도빈아?”
이를 깍 깨물고 말했는데도 김도빈은 그걸 진담으로 받아들인 건지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네요. 다 같이 이글루 지으면 다섯 명 다 들어갈 정도로 크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여.”
진짜 돌아 버리겠다.
그렇지 않아도 골 때리는 상황에서 복장 터지는 소리나 하고 있는 녀석을 무어라 말로 후드려 패면 속이 좀 시원해질까 고민하고 있자, 눈치 빠른 류재희가 김도빈을 내 시야 밖으로 끌어냈다.
“그럴 확률이 낮긴 한데 혹시 전기랑 가스 끊길지도 모르니까 벽난로에 불도 피워 놓으라는데.”
“펜션 뒤쪽에 있는 창고에 장작 있댔어. 눈보라 더 거세지기 전에 지금 가져와?”
“같이 가자.”
몸을 일으켜 홀로 밖으로 나가려 하는 서예현을 말리고 부엌에 있는 견하준에게로 가서 물었다.
“준아, 아직 전기는 안 끊겼지?”
“응, 아직 인덕션은 작동돼.”
“그럼 불이 필요한 요리는 미리 해 놓자. 여차하면 벽난로에 올려서 데우면 되니까.”
요리는 견하준에게 맡기고 겉옷을 단단히 챙겨 입는 서예현 쪽으로 다가가 내 패딩을 집어 들었다.
“형, 어제 펜션 뒤쪽에 제설용 삽 있다고 했던가?”
“어, 벽에 기대어 세워 놨다고 했어.”
“눈을 파서 창고까지 길을 내놓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장작 들고 왔다 갔다 하려면. 언제 장작 또 갈아야 할지도 모르고.”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막내 라인들을 향해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현관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기에 창문을 타고 밖으로 나갔다.
식사 준비를 하는 견하준을 제외한 넷이 제설용 삽으로 눈을 파내며 창고로 향했다.
류재희는 캠코더를 들고 촬영을 맡고 있으므로 실상은 셋이었다.
“와, 그래도 이전에 삽질 한번 해 봤다고 다들 좀 익숙해진 듯요?”
“이런 거에 익숙해지고 싶진 않아…….”
삽으로 눈을 퍼내며 서예현이 힘없이 대꾸했다.
그래도 셋이 달라붙어 삽질하자 창고까지의 길이 대충 완성되었다.
창고의 위치가 펜션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도 했고 말이다.
창고 문을 열자 한 곳에 가득 쌓인 장작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도끼질까지 할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곧바로 장작더미 쪽으로 다가가 장작을 챙겨 드는 서예현과 달리 창고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닌 류재희가 한 손에 토치를 들고 나타났다.
“형, 토치도 챙길까요?”
“그래야지. 라이터 있는 사람 없잖아.”
내가 한창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으면 가지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끊은 상태라.
“휴대용 버너도 있네. 혹시 전기 끊길지 모르니까 이것도 챙기자. 부탄가스랑 같이 챙겨.”
창고를 돌아다니며 필요해 보이는 걸 챙겨 다시 펜션으로 돌아갔다.
장작을 창문 너머로 던져두고는 마침 삽을 든 김에 현관문 앞쪽 눈도 싹 치웠다.
“형, 혹시 조난당해 봤어요? 왜 이렇게 익숙해요?”
“니들이 못 미더워서.”
현관문을 잡고 덜컹덜컹 흔들며 대꾸했다. 힘을 주어 팍 당기자 현관문이 뻑뻑하게 열렸다.
“왜 불이 안 붙고 나무가 구워지기만 하지……?”
“계속 대고 있으면 언젠간 불붙지 않을까여?”
혹시 몰라서 창고에서 몇 개 더 가져온 예비용 장작을 벽난로 옆에 두고, 제일 못 미덥기로 투톱인 서예현과 김도빈의 대환장 불붙이기 쇼를 구경했다.
한참을 토치와 장작으로 씨름하다 보니 어찌어찌 벽난로에 불이 붙었다.
“밥 먹자!”
견하준의 부름에 구경을 멈추고 식탁으로 향했다. 류재희가 한발 먼저 식탁 세팅을 싹 끝내놓았다.
구운 스팸과 계란후라이, 김치, 전자레인지에 돌린 즉석밥, 참치캔, 노릇노릇 구워진 새우만두.
“즉석밥을 묶음 세트로 사 놓길 정말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오늘은 밥 없이 식사할 뻔했으니.”
원래 펜션에 하루 묵고 떠나기로 아침에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한 끼 식사를 할 정도만 장을 봤는데, 서예현의 눈을 피해서 야식으로 먹을 것을 더 담다 보니까 우리도 모르게 하루치 식량이 된 것이다.
어제 예상치 못한 귀신의 집+모두 거실에서 모여서 자는 바람에 서예현의 눈을 피하지 못함, 이 더블 크리로 야식을 먹지 못한 것 역시 신의 한 수였다.
야식을 먹었으면 오늘치 식사가 턱없이 부족했겠지.
“스팸은 또 언제 샀대.”
“에이, 예현이 형.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갑시다. 이걸 제가 몰래 넣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걸터앉아 휴대폰 데이터를 켜 봤다.
내 휴대폰 역시 인터넷이 먹통이었다.
인터넷이 안 되면…….
‘망했다.’
위클리 퀘스트 완수가 불가능하다. 어제도 귀신의 집 탐방에 정신이 팔려 위클리 퀘스트를 건너뛰었는데 오늘까지 건너뛰면 그대로 페널티행이다.
하필 위클리 퀘스트 정산은 또 내일 자정이고 말이다.
예전에 받았던 페널티 1회 무효권도 곡 작업하느라 바빴던 주에 써 버린 이상, 내게 남은 길은 딱 두 가지다.
얌전히 페널티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모아 놨던 랜덤 티켓이랑 아이템 선택권 다 까서 페널티 면제권을 뽑거나.
후자는 페널티 면제권이 나오지 않으면 끝이다.
‘그런데 잠깐, 이건 자연재해로 인한 돌발상황이니까 시스템이 재량껏 양해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시스템은 또 묵묵부답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열 받지도 않았다.
페널티가 뭐가 됐든 일단 각혈만 피해 줬으면 했다. 병원 응급실도 당장 못 가잖아.
해가 지고 어두컴컴해지자, 우리 다섯은 이불을 두르고 벽난로 앞에 모여앉았다.
“안녕하세요, 조난 특집 시즌2로 돌아온 도빈입니다. 저희는 지금 폭설로 인해 귀신의 집, 아니 귀곡산장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찐 조난이네요.”
캠코더에 대고 열심히 떠들어 대는 김도빈에게 물었다.
“아침에 찍지 왜 지금 와서 찍어?”
“에이, 원래 이런 건 어두컴컴한 저녁에 분위기 잡고 찍어야 위기감이 조성되는 거예여.”
역시 대답을 들어도 이해는 안 됐다. 하여간 사고방식 하나는 참 특이한 놈이었다.
“이러니까 꼭 캠프파이어 온 것 같지 않아?”
서예현이 불에 손을 쬐며 키득거렸다.
“캠프파이어는 모르겠고 조난 스릴러 영화나 공포영화 한 장면 같기는 해여. 이러고 있다가 갑자기 산장에 귀신이나 살인범 출몰-”
“귀신 사진이랑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곳에서 그런 말 하고 싶냐.”
“아, 김도빈, 좀!”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해 대는 김도빈을 타박하다가, 날카로운 외침을 내지른 류재희를 돌아보았다.
“재희야, 왜 그래?”
다들 당황한 얼굴로 류재희를 보는 와중, 견하준이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류재희가 울상을 하고선 대꾸했다.
“어제 가위눌렸을 때 저 방에서 기어 나온 긴 머리 귀신이 저희 위로 기어 다니다가 제 목 졸랐단 말이에요. 예현이 형도 똑같은 꿈 꿨다고 해서 무서워 죽겠는데 도빈이 형이 귀신 이야기를 하니까……!”
류재희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건 내가 선택했던 방이었다. 벽장 안에서 갑툭튀하는 귀신 마네킹이 있는 그 방.
“그건 그냥 네 스펙타클하고도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악몽이 아닐까 싶다.”
“두 명이 똑같은 내용으로 가위눌린 게 과연 우연일까요?”
“공포 조장은 네가 하고 있잖아, 인마.”
막내 라인 녀석들이 서로에게 삐치기 전에 대충 사과시키고 잠들 준비를 했다.
어제도 잠을 거의 못 잔 데다가 오늘 고된 육체노동까지 했기에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정을 알리는 괘종시계의 종소리가 울리며 피와 눈물도 없는 악덕 사채업자 같은 시스템이 어김없이 정산을 시작했다.
[☀위클리 퀘스트 정산을 시작합니다.] [⚠완수한 위클리 퀘스트가 세 개 미만이므로 페널티가 랜덤으로 부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