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79화(7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9화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반지하에서 벗어나다니!”
산장에서 개고생을 했던 우리는 감격 어린 김도빈의 외침을 들으며 새 숙소에 입성했다.
우리보다 먼저 입성하여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가 레브의 뉴 숙소 입주 첫 순간을 담고 있었다.
신축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넓고 깔끔한 아파트를 둘러보다가 거실에 이삿짐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4분기 정산금을 떠올려 봤을 때, 당연한 것까진 아니고 소속사 측에서 무리해서라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잡아 준 듯했다.
하지만 내가 원찬스 후속 활동을 고집하지 않고 올라잇올나잇을 다음 활동 타이틀곡으로 밀지 않았다면 계속 반지하 숙소에서 지내야 했을 걸 생각해 보니 고맙진 않았다.
다섯이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자 카메라를 힐끗 본 견하준이 간단히 숙소 브리핑을 시작했다.
“방이 총 네 개야. 이 중 하나는 드레스룸으로 쓸 거니까 우리 침실로 쓸 방이 세 개 거든? 그러니까 둘, 둘씩 쓰고 한 명이 독방을 쓰는 거로 하자.”
“1인 1방은 이번에도 불가능하군요.”
“나중에 숙소 독립해서 나가면 1인 3방, 억!”
옆구리를 찌르는 견하준의 손길에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는 나만 독립했었지. 나 빼고 다들 숙소 생활이 직성에 맞았나?
“그럼 각 방 룸메이트부터 먼저 정해야겠네.”
한 방은 베란다로 통하는 큰 창문이, 다른 한 방은 외벽 쪽 창문이 있었다. 그리고 제일 작은 독방은 창문이 없었다.
하지만 환기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감안하고도 독방을 쓸 이유는 충분했다. 나만의 개인 공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반지하 숙소를 쓸 때, 180cm가 넘는 세 명이 그 작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침대 따로 둘 공간도 없어 매트리스 하나에서 자 왔기 때문인지 개인 공간을 향한 집착은 점점 커져만 갔다.
“혹시 독방 쓰고 싶은 사람?”
내 물음에 견하준을 제외한 넷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물론 그 넷에는 나도 포함이었다.
그리고 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카메라에 대고 급하게 변명을 시도했다.
“이제까지는 퍼스널 스페이스가 없어서 한 번쯤 거리감이라는 걸 느껴 보고 싶었어요. 아니, 거리감은 좀 그렇고…… 프라이빗?”
“저희 사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전 숙소가 문제였을 뿐.”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냥 너무 좁은 방에서 의도치 않게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생활을 해 왔기에…….”
“맞아요, 멤버들이랑 룸메이트로 같이 지내는 게 싫다는 게 아니라 한 번만이라도 개인 공간을 가져 보고 싶다는 소망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일단 집에서도 방 혼자 썼을 외동들은 빠지시져.”
견하준은 형과 누나가 있었고, 김도빈은 형이, 서예현은 여동생이, 류재희는 남동생 두 명이 있었다.
이 중 외동은 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저건 오직 나만을 향한 저격이 맞았다.
그리고 나는 혼자 독방 쟁탈전에서 탈락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잠깐, 나 이해 안 가는 게 있거든. 우리는 매트리스 하나에서 잤다는 이유가 있는데 막내 라인 너희들은 뭐냐.”
“에이, 저희는 대신 방이 좁았잖아요.”
“인간적으로 침대 하나씩 쓴 놈들도 빠지자.”
“키 180cm 이상도 빠지죠. 독방 안 그래도 좁은데 더 좁게 느껴지면 답답하잖아요.”
“공간은 알아서 확보할 테니까 배려는 필요 없단다, 사랑하는 막내 라인들아.”
하나뿐인 독방을 누가 쓸 것인지로 한참을 토론했지만, 이러다간 레브의 불화설만 카메라 앞에 내보일 것 같아 리더로서 수습을 시도했다.
“제일 간절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댄 사람에게 독방을 하사한다.”
그걸 왜 네가 정하냐는 눈길이 따라붙었지만, 눈짓으로 카메라를 슬쩍 가리키니 반발의 불씨는 일어나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제일 먼저 김도빈이 당당하게 손을 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저는 독방이 아니면 잠을 못 자는 병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잤잖아, 기각.”
단호하게 잘라 내자 김도빈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물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손을 들어 올린 서예현이 무슨 중대 발표라도 하는 양 입을 열었다.
“매트리스 하나를 성인 남성 세 명이 쓰던 기억이 너무 뼈에 사무칠 정도로 각인되어서.”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음, 기각.”
같은 경험을 한 내가 시퍼렇게 두 눈 뜨고 살아 있는데 그게 동정표로 먹힐 것 같았냐.
류재희에게로 휙 시선을 옮기자 눈동자를 또르르 굴린 류재희가 눈을 찡긋하며 아무 이유나 가져다 댔다.
“그야 저는 형이 앞서 말씀하신 대로 레브의 사랑스러운 막내니까요.”
“기각. 그리고 사랑스럽다고 한 적은 없다.”
너는 이유 말하려는 노오력이라도 좀 해라.
“정 없으면 홀로 방을 써야 음악적 영감이 팍팍 떠오르는 내가 차지하는 거로-”
“기각! 기각!”
“평가 기준 너무 심사위원 주관인 거 아녜요?”
“공정하게 살자, 우리.”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셋이 득달같이 달려드는 바람에 은근슬쩍 독방을 차지하려는 내 시도는 그렇게 무산되었다.
방을 나누는 건 가장 고전적인 게임으로 정해졌다. 바로 가위바위보.
하지만 승자와 패자를 나눌 이유가 없었기에 조금 다른 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같은 거 낸 사람들끼리 방 같이 쓰기.”
“주먹 셋에 보자기 둘, 이렇게 나오면요?”
“2:2:1이 나올 때까지 반복.”
룰을 발표하고 나서, 고도의 심리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주먹 낼 거니까 나랑 같은 방 쓰고 싶으면 꼬옥 주먹 내라. 알겠지?”
“전 가위 낼 거니까 다들 가위는 피해 주세여.”
“다들 양심적으로 자기가 말한 거 내자.”
“에이, 그럼 재미없잖아요.”
오직 독방을 노리지 않는 견하준만이 고요할 뿐이었다. 원래 물욕이 제일 없는 놈이 모두가 바라는 걸 차지하는 게 클리셰던데.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다섯 번의 치열한 게임 끝에 방이 정해졌다.
나랑 서예현이 한 방.
견하준과 류재희가 한 방.
김도빈 독방.
견하준은 클리셰를 피해 갔고 그 수혜는 온전히 김도빈이 받게 되었다.
“도빈아, 방 바꾸자. 형이랑 방 바꾸면 10만 원 줄게.”
“거절이요.”
“10만 원에 솔로곡까지.”
“저는 독방이 좋아여.”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온갖 유혹에도 김도빈은 참으로 꿋꿋했다.
“너 깨워 주는 사람 없으면 계속 자잖아. 넌 룸메가 필요한 유형이라니까?”
“우우우, 결과에 승복하라!”
독방 하나 얻었다고 까부는 김도빈의 머리에 카메라의 사각지대에서 두피 마사지를 내려 주고 있자 견하준이 제안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방지할 겸 한 달에 한 번씩 방을 바꾸는 건 어때?”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김도빈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나랑 마찬가지로 독방을 얻는 것에 실패한 류재희가 좋다고 냉큼 동조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은 짐 옮기기 귀찮으니까 분기에 한 번씩으로 해요.”
“오, 그거도 좋다.”
바꾸다 보면 1년에 한 번쯤은 독방이 걸릴 것 아닌가.
“전 반대입니다!”
“얌마, 사람이 고립되면 안 돼. 얼굴도 보고 대화도 나누면서 살아야지.”
“그럼 자취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요?”
독방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면 생각 없이 사는 놈도 논리적인 사람이 될 수가 있구나.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김도빈은 그거 보라고 큰소리를 치며 슬금슬금 걸음을 옮겨 견하준의 뒤에 숨었다.
그런 김도빈을 보며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제가 봤을 땐 도빈이 형은 분명히 한 달 만에 심심하다고 방 바꾸자고 난리 칠걸요. 제가 저 인간 룸메이트로 살면서 얼마나 시달렸는데.”
회귀 전, 레브가 반지하를 벗어나 지금처럼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도 독방은 언제나 스케줄이 풀로 차 있는 서예현의 차지였다.
그 결정에 나 말고는 다들 불만이 없었다.
진짜 없는 건지, 아니면 없는 척한 건지. 그래서 과연 류재희의 예측이 얼마 만에 들어맞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드레스룸에 넣을 옷들만 두고는 거실에 내려놓았던 짐을 방으로 들고 갔다.
나와 서예현이 쓸 방은 외벽 쪽 창문이 난 방이었다. 둘만 남자 데면데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제는 싸워도 우리 둘 사이를 중재해 줄 견하준도 없었다.
왜 저 인간은 하필 나랑 같은 주먹을 내서 이 사달을 만들지?
“형, 어느 쪽 침대 쓸 거야?”
“내가 이쪽 쓸게.”
서예현이 먼저 오른쪽 벽의 침대를 선택했다.
룸메가 폭탄급이긴 했지만 그래도 매트리스 하나에 셋이 잘 때보다는 낫다는 걸 위안 삼았다.
서로의 생활 습관 및 패턴이야 그 엿 같은 반지하 숙소에서 한 방을 쓰며 반강제적으로 알게 된 터라 문제 될 건 없었다.
짐 정리를 대충 마치고 개인 침대에 풀썩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타이밍 좋게 위클리 퀘스트 알람이 울렸다.
[From. 이든]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저희는 드디어 새 숙소에 입성했습니다. 룸메이트는 예현
-까지 입력했다가 손을 멈칫했다.
지금 프롬 게시글에 룸메이트 올리면 스포인가? 그런데 룸메이트가 누구인지 안 쓰면 최소 기준 두 줄 못 채우는데.
* * *
걱정이 무색하게도 리패키지 앨범과 정규앨범 곡을 틈틈이 준비하며 거의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터라 나와 서예현이 부딪힐 일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숙소는 오직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 아니면 견하준이 만들어 주는 아침밥 먹는 공간.
하지만 계획했던 것보다 빨리 이번 주 분의 작업이 끝났기에 오늘은 오랜만에 숙소에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소파에 편히 늘어져서 리모컨 채널을 휙휙 돌리고 있는데, 숙소 문이 열리며 김도빈이랑 서예현이 나란히 들어왔다.
“솔직히 오늘 건 형한테는 어려운 편이긴 했어여. 그런데 난이도 따지자면 까다로운 편은 아닌-”
“왔냐?”
내 인사에 신나서 떠들던 김도빈이 헙-,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류재희가 말하길, 요새 둘이 자주 붙어 다닌다던데?”
그 말에 김도빈과 서예현이 딱딱 시선을 맞췄다. 내가 무슨 트집이라도 잡는 줄 아는 건가 싶었다.
그저 나는 의외의 조합이라 이유가 궁금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야 그럴 게 서예현은 레브 멤버들 중에서 딱히 친하다고 할 만한 이가 없었다.
요새는 좀 나아졌다 한들 나랑은 유구하게 사이가 안 좋았으며, 견하준과는 아직도 어색했고, 막내 라인과는 나이 차가 있었기에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붙어 다니는 게 사람에게 치대고 인맥 쌓기 좋아하는 류재희도 아니고 김도빈이라니, 이유가 안 궁금하고 배기겠냐고.
“별거 아니야.”
고개를 저은 서예현이 먼저 방으로 들어가자, 휴대폰으로 가사 쓰는 걸 잠시 멈추고는 김도빈의 어깨에 팔을 둘러 소파로 질질 끌고 갔다.
“뭐냐. 빨랑 불어.”
“저는 의리 있는 남자이므로 예현이 형과의 비밀을 지킬 의무가, 켁! 아니, 진짜 예현이 형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가볍게 헤드락, 아니 목 마사지를 시전해 주자 지나친 시원함에 버둥거리던 김도빈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